[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돈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만족"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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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8 07:18  |  수정 2024-01-18 08:18  |  발행일 2024-01-18
35년 공직 은퇴하고 수목관리원으로 일하는 박재일씨
조경기능사,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증 취득 '취업 노력'
"노인 일자리 소홀하면 안되지만 우선 순위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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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의 공직 생활 후 수목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지난 2022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신천사업소 수목관리원 실버직(60~65세 대상)으로 활약 중인 박재일(64)씨.

"돈도 돈이지만 동료와의 교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일자리를 찾게 됐습니다."
15일 오전 10시쯤 대구 신천변에서 만난 박재일(64)씨는 35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자연과 친숙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조경기능사 자격증뿐 아니라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을 통해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박씨는 지난 2022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신천사업소에서 수목관리원 실버직(60~65세 대상)으로 합격해 활동 중이다.

박 씨는 "제2의 인생을 산다기보다는 체력과 건강이 닿는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을 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최소 75세까지는 일을 할 것"이라며 "올해 말을 끝으로 실버직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자격증과 신천사업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청년층이 겪고 있는 학업 및 취업 'N수생' 현상을 요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겪고 있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박 씨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고령층 일자리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교적 선호하는 일자리 공고가 나면 하루 아침에 조회수가 천 건을 넘기기도 한다"며 "전문 자격증을 공부하는 등 경쟁이 늘면서 일자리 찾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흔해졌다"고 했다.

한때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들던 세대였던 만큼 이제는 우리나라 사회적 기반을 지탱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박씨는 "신천은 대구시민의 쉼터이자 거대한 운동시설이다.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가꾸는 사회적 역할을 해나가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자녀들이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년 세대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느꼈다. 고령층 일자리 대다수가 청년이 외면하거나 등한시하는 업무일 수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자리인 만큼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부모 세대'인 박 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녀 세대였다. 박씨는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져 가고 있고, 청년 실업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며 "노인 일자리 문제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되지만 우선 순위는 청년이다"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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