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안동암산얼음축제장 입구에 "현재 이곳은 수심이 깊고 결빙이 약하므로 얼음 위 출입을 절대 금지합니다"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다. 오주석 기자 |
경북 안동시 남후면 안동암산얼음축제장 주변의 얼음이 녹아있다. 오주석 기자 |
"현재 이곳은 수심이 깊고 결빙이 약하므로 얼음 위 출입을 절대 금지합니다."
17일 찾은 경북 안동시 남후면 안동암산얼음축제장엔 이런 팻말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축제장 입구 둑길 아래에는 물밑이 훤히 보이는 살얼음만 가득했다. 예정대로라면 이곳에선 20~28일 '2024 안동암산얼음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매년 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렸던 축제장 주변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고요했다.
"야속하게 오늘 또 비가 온다고 하네요.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이곳에서 스케이트 강습장을 관리하던 김태명(72) 씨는 녹아내린 얼음을 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축제 취소 등의 여파로 강습생이 작년과 비교해 10 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축제 취소로 행사장 인근의 겨울 특수가 사라진 것이다.
스케이트 강습장에 '출입 금지'를 안내하는 푯말이 있다. 오주석 기자 |
김익모 안동시 축제팀장은 "지난 10일 현장을 찾았는데 가장자리 얼음두께가 3㎝였다. 작년엔 최대 50㎝ 얼었는데 올해는 이상할 정도로 얼음이 얼지 않았다"고 했다.
영남권 대표 겨울 축제인 안동암산얼음축제의 취소는 겨울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2100년 경북의 평균 기온은 2020년보다 약 4℃ 상승한다. 이산화탄소를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RCP8.5)로 기후를 전망할 시 경북의 평균 기온은 11.6℃에서 15.5℃로 바뀐다. 폭염 일수는 12.2일에서 46.5일로 늘어나고, 결빙 일수는 12.7일에서 1.6일로 줄어든다.
최근 이상 기후 현상으로 경북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모두 생산하는 포항은 따뜻한 날씨 탓에 직격탄를 맞았다.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 감소가 대표적이다.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 출어를 포기한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영남일보 DB> |
포항의 사과 재배지역이었던 기계면 등지에선 이제 사과농원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과의 빈 자리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던 과일로 대체되고 있다. 제주도의 대표 과일인 한라봉, 열대과일인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의성지역에선 마늘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지속된 장맛비의 영향으로 파종한 마늘이 썩으면서 재파종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는 과정에 생산 면적이 크게 줄었다. 의성군은 이상 기후 탓에 올 마늘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창훈·피재윤·전준혁·오주석기자
마창훈 기자
피재윤 기자
전준혁 기자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