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항일 현장…독립운동 후손들이 맨벽에 고개를 숙인 이유?

  • 이승엽,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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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8 20:12  |  수정 2024-02-28 20:20  |  발행일 2024-02-29
평양, 서울과 일제강점기 3대 형무소
독립지사 216명 순국, 서대문형무소보다 많아
전라 등서도 반겨, 달빛동맹 강화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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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 14일 대구 중구 삼덕교회(옛 대구형무소 터)에서 열린 일제감정기 대구형무소 순국 광주·전남 애국지사 추모식에 참석한 심남일(심수택) 의병장의 손자 심만섭옹이 헌화하고 있다. 영남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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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형무소 터에 위치한 삼덕교회 한 켠에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독립투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 모양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영남일보DB.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지난 2022년 9월 호남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함께 대구 중구 삼덕교회를 찾았다. 100여년 전 대구에서 순국한 호남 의병장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다. 1910년 전후로 대구형무소에서 40여명의 호남 의병장들이 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이 갇혀 있던 대구형무소의 형체는 현재 온데간데 없다. 조그마한 조형물과 붉은 담벼락 만으로 이곳이 대구형무소 터였음을 짐작할 뿐이다. 노 원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공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추모비나 유령비를 갖춘 제대로 된 추모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지사들을 기리기 위한 대구형무소 역사관 건립이 지지부진하다. 서울 서대문형무소보다 더 많은 독립지사가 순국했지만, 대구에는 제대로 된 역사관 하나 없다. 일찌감치 역사 관광지로 개발된 서대문형무소와는 대조적이다.


대구형무소는 평양, 서울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형무소로 꼽힌다. 민족시인 이육사, 대한광복회 박상진 총사령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를 주도한 장진홍 의사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독립지사들도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영남지역 의사뿐만 아니라 호남, 충청 등 한강 이남 독립운동가들 대부분이 대구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당시 전국 각 지방재판소(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거쳐 2심 판결을 내리는 법정이 한강 이남에선 대구에 유일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형무소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0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는 독립운동기념관과 함께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자체도 동참했다. 중구는 지난해부터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2층에 대구형무소 역사관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구형무소 역사관 설립 필요성은 호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제기된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애국지사 216명 중 호남 출신이 35%(76명)를 차지한다. 지난 2022년 광주 광복회 회원들은 대구형무소 옛터인 삼덕교회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대구형무소 역사관 건립으로 달빛철도 건설 등 산업동맹을 서두르는 대구와 광주가 역사동맹으로까지 맺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원장은 "대구형무소 역사관 복원은 단순 역사 시설 건립에 그치지 않고,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달빛철도를 통해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이 대구형무소 역사관에서 참배하는 꿈을 꿔 본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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