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이 오는 28일 열리는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대중교통전용지구 1개 차로와 그에 접한 인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집회 제한 통고 처분을 내렸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가처분 신청 등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5일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중앙로네거리·600m) 왕복 2차로 중 1개 차로와 인도 일부를 퀴어축제 장소로 허용하는 것을 조직위에 알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민의 통행권 확보와 집회의 자유 보장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이같 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부서 관계자는 "대구경찰청이 올해부터 전 차로를 막고 집회를 하는 건 제한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었다. 또,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의 경우 도로에서 열리더라도 전 차로를 막지 않고 일부 도로만 사용해 축제가 열리고 있다"며 "집회 주최 측, 시민, 타 지역 사례 등을 모두 포함해 내린 결정이다. 아직 집회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충분한 논의를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16회째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까지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에 주 무대를 설치해 퍼레이드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구시는 퀴어축제의 이러한 집회는 불법 도로 점용이라며 행정대집행에 나섰고, 경찰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라는 이유로 사상 초유의 공권력 충돌이 일어났다.
조직위는 집회 신고한 대로 집회를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지난해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이라는 국가 폭력이 있었고, 조직위가 대구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지 않으려는 경찰에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헌법에 보장한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퀴어축제는 진행돼야 한다. 경찰이 밝힌 대로 집회가 진행된다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집회자들의 안전도 위협받기 때문에 제한 통고는 재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의 축제를 불허하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1개 차로를 제한한 경찰의 조치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특히, 작년과 같은 '유혈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날 대구시 동인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작년에 퀴어축제가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다 보니 시민의 극심한 교통 불편을 초래했다"라며 "집회 주최 측은 집회를 다른 장소로 변경하고, 경찰에도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가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는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1개 차로에서 집회를 허용하겠다'는 경찰의 조치와 관련해선 "경찰의 조치사항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는 없다"며 "시민의 불편이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나름의 제한 조치가 가해진 것 같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올해 축제에선 행정대집행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중구 대구시 자치경찰위원장은 "작년 발생한 행정대집행 건에 대해 지난 5월 민사 지법에서 판결이 났다"며 "대구시는 항소를 한 입장으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행정대집행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축제 당일까지 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사실상 올해 축제에선 행정대집행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 국장은 "대구시가 퀴어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곡해하는 이들이 있다"며 "시의 입장은 시종일관 같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 주요 도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축제를 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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