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키메라의 시대’ 공연 위해 난생 처음 대구 찾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완전히 새롭고 마법 같은 경험”

  • 박주희
  • |
  • 입력 2025-09-03 16:21  |  수정 2025-09-03 19:05  |  발행일 2025-09-03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 기반 클래식 음악극
세종솔로이스츠 제안으로 특별한 여정 시작
수성아트피아서 전국 투어 마지막 무대 성료

“플루트 최나경, 기타 드니 성호 솔로 환상적
언어로 전달할 수 없던 감정, 음악이 불어넣어줘
완전한 성공...앞으로도 이 프로젝트 이어지길”

원시림 보존 중요성 다룬 ‘나무의 목소리’ 곧 출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박주희기자>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박주희기자>

'상상력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처음으로 대구 땅을 밟았다. 자신의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에 담긴 메시지를 클래식음악과 낭독으로 풀어내는 융복합 공연 '키메라의 시대' 무대에 서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31일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이 공연은 대전·광주·서울·세종·부산에 이은 '키메라의 시대' 전국 투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였다. 소설과 음악의 만남인 이 공연에서 베르베르는 직접 대본을 쓰고 내레이터로 무대에 올라 불어로 소설의 내용을 낭독했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위촉으로 작곡가 김택수가 '키메라 모음곡'을 만들었고, 이에 맞춰 세종솔로이스츠와 플루티스트 최나경,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신선한 연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체험을 선사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 style="width:700px;height:429px;">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키메라의 시대' 공연 1부가 끝난 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연주자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주희기자>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 style="width:700px;height:389px;">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키메라의 시대' 공연 1부가 끝난 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연주자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주희기자>

빨간 티셔츠에 검은 재킷 차림으로 베르베르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은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았다. 무대 위의 베르베르는 때로는 진정한 감상자처럼, 때로는 '깐깐한' 음악 평론가처럼 보였다. 손을 신나게 흔들며 음악에 심취했고, 연주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한 음 한 음에 집중하는 듯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서면으로 질의했고, 1부 공연이 끝난 후 잠시 대기실에서 그를 만나 공연 소감을 들어봤다.


 ▶소설과 클래식 음악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무대, '키메라의 시대' 한국 전국 투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프로젝트를 기획한 세종솔로이스츠가 제게 직접 제안했고,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번의 특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소설 '키메라의 땅'에 담긴 복합적이고 환상적인 메시지가 공연을 통해 더욱 돋보이게 됐다."


 ▶문학과 상상력, 클래식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무대를 직접 마친 소감은.


"제가 처음 세종솔로이스츠의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떤 무대가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직접 뮤지션들의 연주와 김택수 작곡가의 놀라운 작업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이 무대는 제 책 '키메라의 땅'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없던,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을 음악이 불어넣어줬다. 제게는 완전한 성공이었고, 세종솔로이스츠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어머니께서 피아노 선생님이셔서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을 많이 접했고, 글을 쓸 때도 헤드폰을 끼고 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영화 음악을 듣는다고 들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어땠나.


"클래식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이었다. 제게는 곳곳에서 프로코피예프 같은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바흐나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전통 음악보다는 오히려 영화 음악에 더 가까운 요소가 많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특히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와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선보인 솔로는 아주 소중한 감정의 순간이었다."


▶작가님의 상상과 실제 공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 그리고 그 차이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하다.


"제게는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제 텍스트를 음악과 결합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세종솔로이스츠와 김택수 작곡가가 만들어낸 무대는 독창적이고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음악은 순수한 감각이어서 문학보다 강렬했고, 둘은 온전히 상호 보완을 이뤘다. 또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전례없는 경험이었다. 프랑스어로 낭독하는 제 목소리는 마치 오페라처럼 느껴졌다. 눈먼 이야기꾼이었던 일리아스를 쓴 호메로스의 전통을 이어받는 것 같아 기뻤다."


 ▶한국 독자들에게 작가님은 '상상력의 대가'로 불린다. 과학·역사·철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품을 쓰는데, 작가님의 상상력과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저는 상상력에 크게 애쓰지 않는 편이다. 뉴스를 읽는 것만으로도, 혹은 제 타고난 편집증적인 성향 덕분에, 거기에서 새로운 상상의 연장선을 찾고 싶어지곤 한다. 어릴 때부터 우울한 공상과학소설(SF)만 줄곧 읽었다. 대표적으로는 필립 K. 딕과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작가들의 책이었다. 하지만 저는 디스토피아, 즉 우울한 공상과학소설은 쓰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유토피아, 긍정적인 공상과학소설을 쓰려고 한다.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은 상상력도 대담함도 부족하고,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해낼 수 없다고 본다. 미래를 그리는 작가들만이 진정한 자유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작가님의 오랜 팬들은 다음 작품을 늘 기대한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지, 혹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는지.


"곧 '나무의 목소리(La Voix de l'Arbre)'라는 소설을 출간한다. 나무와의 교감과 원시림 보존의 중요성을 다룬 작품이다. 요즘 세상이 플라스틱과 석유 중심의 소비 사회로 바뀌고 있는데, 그 미래가 두렵다. 글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숨 쉴 공기, 물고기가 있는 물, 살아 있는 행성을 물려줄 수 있도록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


"한국인들은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에 도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큰 압박을 주는데, 그렇기에 문화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본의 J팝과 비교했을 때, K팝은 영어 가사를 활용한다는 강점이 있어 국제 무대에서 더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클래식이든, 현대 음악이든 새로운 시도와 대담함에서 한발 앞서 있고, 그 덕분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느낀다."


글·사진=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주희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