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5세’ 프로 첫 우승 이승진 “결승전이 가장 행복”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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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6 17:18  |  발행일 2025-09-16
2019년 프로당구 원년 멤버
프로 데뷔 49번째 대회서 첫 우승
55세에 프로당구에서 첫 우승한 이승진 프로가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의 한 당구장에서 큐대를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뒤편엔 아내와 함께 찍은 우승 기념 사진이 걸려 있었다.이효설기자

55세에 프로당구에서 첫 우승한 이승진 프로가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의 한 당구장에서 큐대를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뒤편엔 아내와 함께 찍은 우승 기념 사진이 걸려 있었다.이효설기자

이승진 프로. 이효설기자

이승진 프로. 이효설기자

55세 이승진 선수가 생애 첫 프로당구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그는 PBA(프로당구협회)에서 우승한 최고령 국내선수다.


그는 지난 8일 2025-2026 시즌 4차전 PBA 결승에서 강호 최성원을 세트 점수 4대 1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PBA 출범 원년인 2019년 프로로 데뷔해 49번째 출전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한 당구장에서 당구 연습을 하러 나온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우승을 축하한다.


" 감사하다. 거동이 불편하신 모친께서 트로피를 얼싸안고 춤을 추셨다. 같이 당구를 쳤던 선후배들에겐 '고맙다' '고생했다' '눈물난다'는 인사를 들었다."


생물학적 나이 55세 선수의 프로당구 우승 가능성에 대해 묻자, "관리를 잘하면 가능한 것 같다"면서도 "더 잘하는 사람이 승부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잖냐. 부족한 사람이 이길 때도 있다"고 자신을 낮췄다. 결승전에서 만난 최성원과의 경기가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됐다고도 했다. 최성원은 세계선수권 경험이 있는 탑랭크 선수다. 6년 전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당구 황제' 브롬달을 최고의 파트너로 회상했었다. "최성원은 후배지만 나보다 한수도 아닌 두수 위다."


대구 심인고 시절, 동네 당구장서 큐대를 잡은 후 대구에서 당구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재수, 삼수를 하면서도 당구장을 드나들며 '당구계 이승엽'이란 별명까지 꿰찼다.


서른살쯤, '국가대표 한번 해보자'며 대구당구연맹에 소속돼 1998년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댚표 상비군(2002), 전국체전 은메달(2011), 국토정중앙배 당구대회 원쿠션·쓰리쿠션 동시 우승(2016), 터키 당구월드컵 5위(2017) 등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중간에 당구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


"2009년 결혼 후 경제적 문제로 당구장을 운영했다. 당구장을 하면서 당구 칠 시간이 없어졌는데, 당구를 치기 위해서 선수를 해야 겠다 싶었다. 결국 당구장을 접었다."


-당구를 왜 포기하지 못했을까. 매력이 뭔가.


"당구의 첫째 매력은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쩌다 내 마음대로 되었을 때의 희열이다. 공이 매일, 매순간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40년간 당구에 미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인터뷰를 읽은 적 있다. 프로당구에서 우승한 이제는 어떤지.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못했다. '당구를 잘 치면 이렇게 살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였어야 했는데 내가 못했다. 그게 정말 미안하다."


-또 우승할 가능성을 예측한다면.


"이제 우승은 없을 것이다. 정상에 서봤으니까 항상 즐겁게 당구를 칠 일만 남았다."


-언제까지 당구를 칠건가.


"올해 프로당구 2부에서 70세 우승자가 나왔다. 또 1부 최고령자는 64세다.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 세미 사이그너도 올해 예순이다. 선수로서 결승전인 마지막 게임이 가장 행복하다. 마지막 게임을 위해서라면 계속 당구를 치고 싶다."


이승진은 오는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시즌 5차전 크라운해태 PBA챔피언십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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