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철 'untitled'
갤러리동원 앞산점은 오는 30일까지 권기철 작가 초대 개인전 '의미없음 : 흩어진 질문'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권 작가가 색채를 중심으로 작업한 최근 회화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그의 예술세계와 관련한 심도 깊은 고민을 품고 있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권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먹(墨) 작업을 기반으로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새롭게 시작한 색채 작업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전시명 '의미없음'은 권 작가의 허무주의적 삶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권 작가는 3~4년 전부터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림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고 고백한 그는 매일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난 이유로 '허무주의에 가까운 삶의 태도'를 꼽았다. 이러한 '의미없음'의 태도는 단순한 제목의 부재를 넘어, 삶의 불확실성과 무상함을 예술적으로 받아들이는 권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된다. 모든 것을 명확히 규정하려는 시도 대신, 내면의 혼란과 모호함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낸다.

권기철 'untitled'

갤러리 동원 앞산점에서 권기철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갤러리 동원 앞산점에서 권기철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권 작가가 '색(色)'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모순적이게도 '현실'이다. 먹 작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권 작가는 "슬픔이나 고통, 행복의 반대편에 있을 때 작업이 좋아진다는 믿음 아래,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색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색채의 도입은 그에게 단순한 재료의 변화를 넘어, 고통스런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구가 됐다. 노란색, 붉은색 등 다채로운 색들은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결핍과 상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을 은폐하려는 이중적인 장치로 기능하며 작품의 미학적 깊이를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작가에게 먹 작업은 '가장 잘 맞는 옷'이다. 권 작가는 먹이 자신에게 최적의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하는 재료라고 강조한다. 먹의 예측 불가능하고 우연적인 번짐과 스밈이 권 작가 자신의 즉흥적이고 계획 없는 삶의 태도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 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먹은 재료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사용하는 이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우연한 미(美)가 탄생한다. 이러한 먹의 특성은 권 작가가 추구하는,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물보다는 삶의 불완전성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예술적 태도와 궤를 같이하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색채 작품의 밑작업 역시 먹으로 이뤄졌다.
갤러리동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권기철 작가가 삶의 허무와 현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깊은 질문들을 색채라는 새로운 언어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훈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