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4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창구에서 주민들이 전입신고와 각종 증명서 발급 등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29일 오전 9시10분쯤 대구 중구 남산4동 행정복지센터. 주말 내내 이어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평일 첫날 민원대 창구 앞은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붐볐다. 지역 곳곳 무인 민원발급기가 장시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번호표를 받아든 10여명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민원 업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 임소정(28)씨는 "뉴스를 보고 혹시 대기줄이 길어질까 걱정돼 일찍 나왔다"며 "일부 전산망이 복구됐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평소보다 꽤 많았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서류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하며 혹시모를 민원 대란에 대비했다. 남산4동 행정복지센터 측은 "다행히 주민등록증 발급·재발급 일부 바우처 신규 발급을 빼면 전입신고, 각종 증명서 발급 등 주요 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서 "소비쿠폰 발급도 국민신문고 시스템 장애로 인해 온라인 이의신청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29일 오전 9시쯤 대구 달서구청 민원실 입구에 '행정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구경모기자

29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청 직원 A씨의 컴퓨터에서 '나라장터 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한 모습. 구경모기자
하지만 이번 화재로 '정부24'를 비롯한 국가 주요 전산망의 서비스가 중단되자,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 차질은 불가피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청에서 만난 직원 A씨는 멈춰 선 모니터를 바라보기 일쑤였다. '나라장터 시스템'을 통해 당장 처리해야 할 공공 계약 업무만 수 십 건인데, 전자 결제 등 일부 업무 서버가 먹통이 된 것이다. A씨는 "토요일 새벽 화재 소식을 접한 뒤 주말을 편히 보내지 못했다"며 "지난 주 예약 발송을 걸어둔 메일도 전송되지 않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입찰 건도 열람조차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복구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막상 접속을 하면 서버가 불안정해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지자체 업무 부서 내에서도 큰 혼선을 빚었다. 업무 활용도가 높은 내부 메일망 '온메일'과 각종 입찰·계약·대금 지급 업무를 처리하는 '나라장터'까지 마비되면서다. 시스템 복구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일선 지자체에선 연장 근무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한 구청 회계담당 직원 B씨는 "계약과 대금 지급은 기한을 지키는 것이 생명인데, 언제 복구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오늘까지 상황을 지켜보다 여의치 않으면 야근을 하더라도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계약과 대금 지급 업무 등 수기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부터 우선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 전산망을 이용한 사회 분야 곳곳에서도 혼란이 벌어졌다. 전국 화장시설을 검색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은 시스템이 마비돼 상당시간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지역 화장시설인 명복공원 측은 "금요일 저녁부터 변경된 화장예약 안내 방법을 홈페이지에 올려둔 상태다"라며 "평소보다 문의 전화가 두 배 이상 몰리고 있다. 방문 접수를 받거나 팩스로 신청서를 받으면 다시 전화를 걸어 회차별로 화장 가능 여부를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전산망 장애로 전자바우처 시스템 등도 멈췄다. 특히 기저귀, 분유, 생리대 등을 복지 바우처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국민행복몰'에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국민행복몰 측은 "분유, 기저귀가 다 떨어져 구매해야 하는데 언제쯤 시스템이 정상화되는지 묻는 전화가 오늘 오전에만 수 백건에 달했다"며 "정확한 복구 시점을 알 수 없어 조금만 기다려달라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구경모(대구)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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