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가 이틀 만에 법원 결정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전 위원장이 6차례나 출석 요구에 불응해, 법적 절차를 거쳐 체포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전 위원장은 경찰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여하튼 많은 국민들은 추석 연휴 시작 전날 수갑 찬 이 전 위원장의 모습을 TV와 SNS를 통해 봤다.
경찰의 이 전 위원장 체포는 검찰청 폐지 방침으로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 전 위원장이 자동 면직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했고, 방통미디어위원회 설치도 반대했다. 이 전 위원장이 받는 공직선거법 등의 위반 혐의는 긴급체포할 정도의 중범죄가 아닌만큼, 수갑 찬 이 전 위원장의 모습은 현 정부에 반대하면 누구나 체포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줄 만했다.
검찰개혁으로 나타난 결과가 이 전 위원장 체포 같은 것이라면, 검찰개혁은 안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야합할 때 우리는 '정치검찰' 해체를 외쳤다. 정치검찰이 빠져나간 자리를 '정치경찰'이 차지하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다. 검찰청 폐지는 1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에 현실화된다. 남은 1년 동안 경찰, 공소청, 중수청,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장치는 여당 단독으로 처리해서도 안된다. 민주당은 언젠가는 야당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수사기관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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