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겪은 대구에서 물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30년전 아픔과 역경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은 '물의 도시' 대구의 저력을 보여준다. 사진은 석양이 내려앉은 대구의 젖줄 금호강. <대구시 제공>
'물'에 무너진 대구가 '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35년 전 낙동강 페놀 유출 사태로 피해를 본 대구 달성군 한 변두리 마을에서 물산업 혁명이 태동하면서다. 2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기준 국가물산업클러스터(달성군 구지면) 입주 기업의 총매출액은 1조4천385억원으로, 전년(1조3천125억원)보다 8.8% 증가했다. 이는 4년 전인 2019년(5천615억원)보다 139% 성장한 규모다. 이로써 본격 가동 5년 만에 누적 매출 5조원을 달성했다.
2019년 구지면 일원(14만5천㎡)에 2천409억원(전액 국비)을 들여 조성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대한민국 물산업 진흥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R&D(연구개발), 실증화, 사업화, 해외진출까지 전 과정을 구현하는 원스톱 기업지원 복합단지다. 현재 물 분야 선도기업 150여개가 입주해 있다. 집적한 실증화 시설 및 연구 인프라 등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클러스터 가동 이후 대구는 국내 물산업 수출의 핵심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206억원이던 입주기업의 수출액은 이듬해 503억원, 2021년 622억원, 2022년 79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는 1천억원을 돌파(1천66억원)했다. 수출기업 비중이 1.5%에 불과할 만큼 국내 물산업이 내수·영세 위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실적은 입주기업의 경쟁력과 수준을 가늠케 한다.
전국의 물시장 추이와 비교하면 대구 물산업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9년 총매출이 46조2천17억원이던 전국 물산업 시장은 2023년 50조9천970억원으로 연평균 1.8% 성장에 그쳤다. 수출액 역시 2019년 1조8천18억원에서 2023년 2조680억원으로 연 2%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가클러스터 입주기업의 연평균 매출과 수출은 각각 32.7%, 56.7%씩 성장하며 국내 물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스톡홀롬·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대 물포럼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호스트가 대구라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국제물주간에는 60개국 1만2천여명이 참가해 물산업 선도도시 대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 글로벌 물산업 도시로 우뚝 서는 '물의 도시 대구' 서사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성수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은 "물은 AI(인공지능)나 로봇처럼 단기간 10배, 20배 비약적으로 크진 못하지만, 매년 우상향하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망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물이야말로 대구가 국내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다. 대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물산업 진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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