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로봇에서 반도체까지] KEC ‘오픈 파운드리’ 구축 수면위…구미, 국방 반도체 거점 노린다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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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30 09:29  |  수정 2026-08-30 09:32  |  발행일 2026-08-30
다품종 소량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구상
디자인하우스 유치·전력반도체 연계로 사업성 확보
지난 7월 1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민선 9기 김장호 구미시장 취임식에서 시민과 공직자들이 첨단 반도체 팹(Fab) 유치를 향한 속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구미시의 확고한 비전을 대내외에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지난 7월 1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민선 9기 김장호 구미시장 취임식에서 시민과 공직자들이 첨단 반도체 팹(Fab) 유치를 향한 속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구미시의 확고한 비전을 대내외에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국가산업단지 1호 입주기업인 <주>KEC의 생산기반을 활용해 다품종 소량생산형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오픈 파운드리' 구축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미의 반도체 생태계가 웨이퍼·소재·부품과 제조 중심에서 설계와 위탁생산까지 영역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도와 구미시가 구상 중인 생산시설은 특정 기업의 제품만 대량 생산하는 전용 공장이 아니라 외부 팹리스의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를 소량으로 위탁생산하는 개방형 생산기지다. KEC 구미공장이 외부 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웨이퍼를 생산하는 '오픈 파운드리' 기능을 맡게 된다.


이와 관련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24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경북 로봇산업 공급망 대응 TF 발족식에서 "KEC와 반도체 파운드리 기획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 팹은 시스템 반도체 생산시설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오픈 파운드리가 되려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가 함께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 회로를 실제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물리 설계와 공정 최적화를 지원하는 기업이다. 파운드리 공정 선택과 시제품 제작, 양산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오픈파운드리의 고객과 물량을 확보하는 핵심 연결고리다. 현재 경북도는 국내 주요 디자인하우스 가운데 한 곳을 KEC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정해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미시가 경북도·KEC와 협의 중인 국방·전력반도체 사업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국방 반도체는 무기체계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달라 다품종 소량 생산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생산 물량이 적어 국방 반도체만으로는 신규 팹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구미시는 일부 생산 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국방 반도체와 전력반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고, 정책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EC가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맡고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 고객과 설계 물량을 연결하면 이를 기반으로 구미의 반도체 생태계는 설계와 시제품 제작, 생산에서 향후 후공정·시험평가까지 확장된다.


조영열 구미시 첨단산업국장은 "국방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상 단독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전력반도체와 묶으면 일부 생산 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경북도·KEC와 정책금융을 활용하기 위한 사업계획과 투자 타당성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 같은 앵커기업 공장서 제품 현장 검증할 기회 필요"

김현진 구미AI로봇기업협의회장이 지역 AI로봇 기업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김현진 구미AI로봇기업협의회장이 지역 AI로봇 기업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삼성그룹의 19조원 구미 투자로 지역 기업의 공급망 진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기업들은 실제 제조공정에서 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현장 실증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술을 개발해도 생산라인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고장과 유지보수를 경험한 실적이 없으면 대기업 납품과 후속 수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경북 로봇산업 공급망 대응 TF 발족식과 다음날 열린 피지컬 AI기반 로봇산업 육성기업 간담회에서 지역 로봇기업들은 개념검증(PoC)과 레퍼런스 확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김현진 구미AI로봇기업협회 회장은 앵커기업 제조 현장에서의 PoC와 레퍼런스 확보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PoC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 실제 생산 공정에서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 적용 가능성을 소규모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현장 적용 실적이 제품 판매와 입찰에서 기술력을 입증하는 '레퍼런스'가 된다.


김 회장은 "R&D를 계속한다고 좋은 제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빨리 현장에 나가 부딪히고 고장과 유지보수를 겪어봐야 비로소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며 "경북도와 구미시가 삼성과 같은 앵커기업의 공장에서 지역기업이 PoC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면 큰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을 실제 공장에 적용하는 시스템통합(SI) 기업의 열악한 현실도 제기됐다. SI는 생산라인을 분석해 로봇과 센서, 비전카메라, 제어 프로그램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설치하고 안정적으로 가동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김장섭 주원로보틱스 대표는 "SI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기업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현장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기업의 자산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 공급망 진입을 준비하고 싶어도 삼성이 어떤 기술과 부품을 요구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정보 부족 문제도 나왔다. 에이치티로보틱스 김동주 전무는 "삼성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접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전문기관이 삼성의 필요 기술과 규격을 파악해 지역 기업과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철수 유엔디로보틱스 대표는 "지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사용해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검증된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며 "수요기업뿐 아니라 공급기업 쪽에도 일정한 규모와 사업수행능력을 갖춘 앵커기업이 전면에 나서야 작은 부품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300억 달러 수출의 빈칸…구미 결국 반도체, 로봇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전경

구미국가산업단지전경

올해 구미세관 수출이 12년 만에 300억 달러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7월 구미세관 통관 수출액은 262억6천1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72.8% 증가했다. 현재 흐름이면 8월 중 300억 달러를 넘어 연말 400억 달러까지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생산업체 주소를 기준으로 집계한 한국무역협회 집계 구미시 수출액은 같은 기간 132억3천597만 달러였다. 구미세관 통관액의 50.4%다.


핵심 원인은 베트남으로 나가는 반도체다. 지난 7월 구미세관의 베트남 수출액은 15억6천100만 달러로 428.9% 급증했지만 구미산 제품 베트남 수출액은 1억2천279만 달러로 오히려 18% 감소했다.


세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외지에서 생산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앙 조달해 베트남 생산법인으로 보내면서 구미세관 통관액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가 구미세관을 통해 수출되지만 구미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니어서 한국무역협회 수출액에는 잡히지 않는 것이다.


구미세관이 10개 지역을 관할구역으로 두는 것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구미세관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한 2014년 구미산 제품 수출액은 323억3천700만 달러로 구미세관 통관액 325억1천600만 달러의 99.4%에 달했다.


삼성의 19조원 구미 투자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의 투자를 모바일과 로봇, AI 제조혁신으로 확장하고 이를 지역 공급망과 연결한다면 구미 산업의 구조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 측이 구미·경북 로봇기업 정보를 요청한 것 역시 지역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로봇 산업이 구미에서 구체화될수록 반도체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진다. 로봇의 연산과 제어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센서, 전력을 조절하는 전력 반도체를 외부에서 가져오면 구미에는 조립과 실증만 남고 핵심 부가가치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스마트폰 수출에서 나타난 구조가 로봇 산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구미 제조 현장에 축적된 데이터는 삼성 투자와 지역기업을 연결할 중요한 자산이다. 문추연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은 "구미가 제조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현장에 축적된 공정 노하우와 제조 데이터"라며 "이 데이터를 피지컬 AI로봇,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제조 현장 적용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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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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