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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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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3월의 설국 울릉도 여행(2) 설산이 감싼 나리분지, 푸른 파도 부서지는 관음도…발 닿는 곳마다 장관
봄이 다가오지만 아직 설국(雪國)인 곳이 있다. 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울릉도다. 울릉도는 약 14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다섯 단계의 화산활동을 거치며 탄생한 섬으로, 포항에서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210㎞ 떨어져 있다. 지난 7~9일 찾은 울릉도는 3월인데도 시시때때로 눈이 내렸다. ◆도착 전부터 놀 거리 가득 '울릉크루즈'울릉도에 가기 위해선 배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기자는 포항 영일만항에서 울릉크루즈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느린 대신 흔들림이 적어 멀미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출항은 밤 11시30분. 도착까지는 7시간 정도 소요돼 아침 7시쯤 도착하는 일정이다. 크루즈 안엔 식당, 카페, 편의점, 오락실, 노래방 등 없는 게 없어 심심하지 않았다. 밤 11시쯤 식당에선 선상공연이 한창이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보니 그제야 울릉도에 가는 것이 실감됐다. 크루즈 안을 둘러보다 취침을 위해 객실로 올라갔다. 기자가 이용한 객실은 작은 창문이 딸린 4인실이었다. 침대, 소파, TV, 화장실 등을 갖춘 방으로 작은 숙소 같았다. 몇 시간 뒤 차가운 공기에 눈을 떴는데, 목적지에 도착할 참이었다. 일출을 보러 갑판으로 나가니 섬의 모습도 보였다. 뾰족한 산꼭대기와 해안 절벽이 화산섬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했다.크루즈서 내려 아침을 먹기 위해 나섰다. 저동항 인근에 아침 식사가 가능한 식당이 있다 하여 해안길을 따라갔다. 육지에선 볼 수 없었던 맑지만 짙은 푸른색의 바다가 보였다. 제주도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하며 달리던 중 웅장한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의 이름은 '거북바위'. 새끼 거북을 업고 있는 거북의 모습을 닮아 명명됐다고 한다.식사 후 봉래폭포를 보기 위해 나섰다.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목인 주삿길 안쪽에 있다. 수량이 풍부해 1년 내내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구 앞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됐다는 방송이 나온다. 다음 코스로 생각해둔 관음도로 출발했다. 울릉 3경 중 하나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2012년 다리가 놓여 도보로 탐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관음도에 도착하니 사람이 나밖에 없다. 불길한 마음으로 매표소에 물어보니 관음도도 출입이 통제됐다고 한다. 두 번째 허탕.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외경만 카메라에 담고 떠났다. 이때 느낀 건 겨울의 울릉도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는 것. ◆3월의 크리스마스 '나리분지'그렇게 겨우 찾은 세 번째 코스는 '나리분지'. 울릉도 내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으로 눈꽃 여행의 중심지라고 한다. 나리분지는 해발 약 500m에 위치한 평원으로 섬 내 유일한 평지다. 동서 1.5㎞, 남북 2㎞로 면적이 198만㎡에 이른다. 1만5천~2만년 전에 일어난 울릉도 화산 폭발때 중앙의 분화구가 함몰돼 형성된 칼데라 분지로 성인봉 아래 해발 700~987m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분지에 들어가기 전 전망대에 올라가 마을을 한눈에 담았는데, 절경이었다. 소설 '설국'의 배경을 표현한다면 아마 이런 풍경이 아닐까. 눈 이불을 덮은 듯한 마을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을 사방을 눈으로 덮인 설산이 감싸고 있었는데, 어떤 설경을 내놓아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2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겨울철에 3∼4m 이상의 폭설이 자주 내린다고 하는데, 3월에 이런 눈을 즐길 수 있다니. 한겨울에도 눈을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 자란 기자에겐 행운이었다.본격적으로 설국(雪國)을 즐기기 시작했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마을에 내려가니 총 4구간의 탐방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탐방로 인근엔 산채비빔밥 등 울릉도에서만 나는 산나물로 구성된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었는데,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라 식당도 많은 듯했다. 성인봉 등산로 트레킹 코스도 있었는데, 시간 관계로 2구간까지만 걷기로 했다. 1구간엔 어린이 놀이시설과 휴게쉼터가 있어 눈사람을 만드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다. 2구간엔 다목적 잔디광장과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걷기 좋았다.◆'대풍감 전망대' 탁 트인 바다 한눈에다음 날 울릉도 시내 부근에 위치한 '독도전망대'에 방문했다. 이날도 역시 눈이 내렸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선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하는데, 15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2분 정도 타고 올라가니 시가지 전망대와 해안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었다. 해안 전망대는 출입이 막혀 있었다. 시가지 전망대에 도착했을 땐 독도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전망대로부터 87.4㎞였다. 날씨가 좋은 날엔 독도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도 눈이 내리고 조금 흐린 탓에 인근에 위치한 도동항과 마을 전경만 볼 수 있었다.전망대 인근에도 볼거리가 가득했다. 전망대 매표소 옆에 자리한 '독도박물관'에서는 독도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진행 중이었다. 관람료는 무료. 독도박물관·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전 '울릉도·독도 동해를 품다', 독도박물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 공동기획전 '울릉도' 등을 선보였다. 저녁이 다가올때 쯤에는 일몰을 보기 위해 '대한민국 10대 비경' 중 한 곳으로 떠났다. 독도전망대만큼 유명한 전망대인 '대풍감 전망대'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던 절벽'이란 의미로, 과거 돛단배가 항해를 위해 바람을 기다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대풍감 전망대까지는 약 6분 정도 소요되는 태하항목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해 올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자는 매표 시간을 놓쳐 1시간40분 걸리는 트레킹 코스로 올라갔다. 태하해안산책로를 지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등산 초보'인 기자에겐 다소 무섭고 위험하게 느껴졌는데, 이동 중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었다.전망대에 도착하니 오후 6시였다. 이날 울릉도의 일몰 시간은 6시15분이었으니 딱 시기적절하게 잘 도착한 것. 해지는 붉은 하늘을 보며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어딜 봐도 경이로웠다. 파도에 맞서는 듯 늠름하게 서 있는 해안 절벽과 탁 트인 바다…. 울릉도의 마지막 여행 코스를 이곳으로 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장관이었다. 옛적 바람을 기다리던 이들은 어떻게 두 눈으로만 이 풍경을 담을 수 있었을까 하며 카메라 셔터를 몇 번이고 눌렀다. 이 섬에 올 때 크루즈에서 본 일출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넋을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해안도로에서 바라본 관음도 외경.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2012년 다리가 놓여 도보로 탐방할 수 있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독도 방향 바다.독도전망대 입구. 이곳 오른쪽은 해안 전망대, 왼쪽은 시가지 전망대로 가는 길이다.나리분지 탐방로 입구.
[위클리 키워드] Z세대 74% "직장 동료 간 연봉공개 하지 않겠다"
Z세대 10명 중 7명은 동료 간 연봉 공개에 반대했다. 연봉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로는 가족까지로, 절반 이상은 연인 사이에도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AI 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2천437명을 대상으로 '직장 동료 간 연봉 공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7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비중은 26%에 그쳤다.반대하는 이유로는 '개인 정보라 부담스러워서'가 61%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불화가 생길 수 있어서'(14%), '타인이 불편할 것 같아서'(13.6%), '경쟁 등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11%) 순으로 나타났다.찬성하는 이유로는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가 6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직, 연봉 협상 시 참고하기 위해서'가 23%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평가가 공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7%), '동기부여로 삼기 위해서'(5%) 순이었다.자신의 연봉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는 '가족'(75%)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은 48%로 절반에 약간 못 미쳤고, 이외에는 △친구(30%) △친척(7%) △직장동료(4%) △직장 상사·후배(2%) 순으로 나타났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3월의 설국 울릉도 여행(1)긴 바다끝、雪國이 있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일본 문학사상 중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이 아닐까 싶다. 책의 한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열차 속에서 보이는 눈 덮인 마을이 그려졌다. 다 읽고 나서도 이 서두 문구로 모든 배경이 설명 가능했다.이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서정소설 '설국'이다. 1968년 일본 최초 노벨문학상으로 선정됐다.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와 인물들의 감정 묘사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특히 자연 풍경과 풍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정교하게 담겼는데, 작가는 작품의 모티프를 주로 풍경에서 얻어 12년에 걸친 기간 다듬었다고 한다.설국의 배경은 일본 니가타현이다. 니가타현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시마무라는 터널을 통해 도쿄에서 니가타현을 세 번 방문한다. 첫 문장의 '국경의 긴 터널'에서 '국경'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나라 간의 경계를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지역 간의 경계란 의미로도 쓴다. 여기서도 지방의 경계를 말한다. 따라서 터널은 이쪽 세계(도쿄)와 저쪽 세계(설국·니가타현)의 경계를 가르는 역할을 하며 일상과 비현실의 세계, 도시화와 전통의 세계를 구분한다. 시마무라가 터널을 빠져나와 설국에 들어설 때 차창에 비친 소녀의 모습과 겨울 풍경은 이 소설이 그려내는 미(美)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이처럼 니가타현은 설국으로 표현돼 눈 덮인 신비로운 마을로 묘사된다. 눈으로 둘러싸인 눈앞의 정경, 코가 빨개진 시골 사람들, 순백색의 순수함…. 이 모든 묘사를 관통한 표현이 책의 첫 문장이다. 이 책에 대해 많은 사람이 눈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라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런 강렬한 힘으로 설국의 첫 문장은 현재도 끊임없이 패러디되고 있다. 오늘처럼.이번 위클리포유에서도 서두에 설국의 첫 문장을 인용했다. 3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직 설국인 신비로운 곳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녀온 울릉도다. 포항에서 긴 바다를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약 7시간 동안 크루즈를 탄 뒤 섬에 도착하니 한겨울의 추위가 느껴졌다.차를 타고 해안길을 따라 달리니 아직 추운 날씨로 높은 파도도 볼 수 있었다. 억센 파도로 물방울이 차창에 튀기도 했다. 짙은 푸른색의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강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가만히 놔주지 않았다. 그렇게 'B급'으로 시작된 사진들을 간직하며 설국 여행을 시작했다.식당에 들어가면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서 오이소"라는 구수한 경북 사투리가 손님을 반겨준다. 인기 있는 맛집들의 메뉴는 이곳의 특산물인 오징어와 부지깽이·명이나물 등의 산나물. 몸에 좋은 건 꼭 챙겨 먹는다는 한국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식들이다.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답게 여행하는 내내 눈이 내렸다. 눈으로 인한 기상 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곳들이 많았다. 최대 다설지인 나리분지는 3월에도 일본 삿포로 못지않게 많은 눈이 쌓여 있었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마을 전체가 설경이었다. 아름다운 장관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믿기지 않는 풍경에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봄이 오던 육지와 달리 눈의 고장이었던 울릉도. 비현실적인 눈의 고장 설국. 이번 주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는 '3월의 설국(雪國)' 울릉도 여행기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나리분지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나리분지 전경. 마을 전체가 눈으로 뒤덮여 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미디어의 사투리 왜곡,오해와 진실(2)'미디어 속 사투리 붐' 희화화된 방언에 부정적 인식 재점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사투리 특강 인기드라마 속 애매한 억양 꼬집어 공감 얻어사투리 편견이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으로"안녕하시소. 대구경북 사투리 가르치러 온 강민지라예."최근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강민지씨는 미디어 속 사투리를 바로잡겠다며 '경상도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올렸다. 대구경북 출신인 강씨는 영상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배우 이기광은 경상도 인물 배역을 맡았는데,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애매모호한 억양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몰입도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씨는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면서 "미디어가 사투리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다. 모든 말에 리듬을 넣지 말고, 던지듯 가볍게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이 영상은 경상도 네티즌들의 많은 공감을 사며 호응을 얻는 중이다. 지난 4일 기준 영상의 조회 수는 169만회에 달했다. 다른 사투리 강의 영상들도 190만회, 67만회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대구 토박이로서 속이 시원하다" "사투리 일타강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끌자 사투리를 사용하며 겪은 편견 등을 밝히는 이들도 나오면서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재점화되는 상황이다.◆미디어에서 재현된 경상도 사투리사투리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고유하고 독특한 언어다. 그렇기에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사투리를 잘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재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에서 25년을 생활한 김모(25)씨는 "대구 말투만 해도 '무뚝뚝함'을 기본으로 하며 간결하고 가볍게 던지는 말이 많다. 그런데 미디어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재현하거나 과하게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등 경상도 사투리를 다루는 방식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경상도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다"고 밝혔다.이정복 대구대 교수(문화예술학부)도 "방언은 재밌거나 우스꽝스러운 말이 아니라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모든 상황에서 쓰는 해당 지역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말"이라며 "방언은 어느 지역에나 존재하고, 모든 상황에서 쓰이는 일상 언어인 만큼 어떤 방언의 한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은 방언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사투리를 쓰는 인물들이 촌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영화 '해운대'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선 첨단 공간과 개발 이전의 옛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교차돼 나오는데, 이는 오늘날 부산 해운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인물은 자신이 쓰는 언어에 따라 공간이 구획된다. 서울말을 하는 사람들은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첨단 공간에 거주하며,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낡은 공간에 산다. 류지석·김충국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논문 '영화 속의 부산 방언 배치 양상과 장소성'에 따르면, 이는 언어에 따른 차이를 신분적으로 위계화해 놓은 것으로 영화에 부산사람들이 나오지만 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언어에도 권력이 개입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박승희 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서울말도 원래 중부지역의 방언인데 대중에게는 표준어로 여겨진다. 이는 언어 사용에서도 서울 중심적 사고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쓰는 말은 중앙 언어로, 다른 지역의 방언은 하위 언어, 소위 말해 수준이 낮은 언어로 인식해 나타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방언은 해당 지역색 반영된 자연스러운 말언어 사용에서도 수도권 중심적 사고 내재사투리 소멸 막기 위해 '지역학 교육' 확대를"◆왜곡된 인식 퍼져…고칠 언어 된 사투리이로 인해 사투리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생산·확대되는 상황이다. 사투리를 촌스럽다고 여기는 분위기로 사투리 화자들은 말투 지적을 받기도 한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김모(여·22)씨는 "서울에 놀러 갔을 때 지하철에서 친구와 대화하는데 주변에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걸 본 친구가 사투리를 쓰니까 쳐다보는 거라며 작게 말하라며 창피하다고 했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경상도 말투를 숨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뜬금없이 사투리를 시키는 일들도 등장한다. 일례로 지난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았던 '블루베리 스무디'는 타 지역과 경상도 억양이 확연히 차이 나는 단어다. 그런데 '블루베리 스무디'를 따라 해 보라는 등의 말들을 듣는 것. 대구에서 상경한 신영주(28)씨는 "서울 친구들이 카페 메뉴판에 적힌 블루베리 스무디를 읽어보라 한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었는데 자기들끼리 웃었다. 왜 웃냐고 물어보니 실제 경상도 억양이 궁금했다 하더라"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황당하고 무례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표현에 대한 오해도 있다. 경상도 사투리 중에는 '오빠야' '언니야' '이모야' 등 윗사람에게 '야'를 붙여 친근하게 부르는 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오빠야'는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근한 남성에게 가볍게 쓰는 말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이를 '여성의 애교·애정 표현'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울산에서 상경한 이모(여·27) 씨는 "서울 생활 중 친오빠랑 통화하며 '오빠야'란 말을 쓴 적이 있는데,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은 서울 친구들이 '오빠야'란 말이 생각보다 건조하다며 놀라더라. 그래서 일상적으로 쓰는 단순한 호칭 정도라고 알려줬다"고 밝혔다. 하말넘많의 강씨도 자신의 영상에서 "말이 오빠야지 보통 오빠야라 하지 않는다. 오빠! 오빠! 오빠야! 이렇게 그냥 말을 던진다"며 익살스럽게 쓰는 표현이 아님을 설명한다.이 같은 분위기로 지역 청년들 중에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말투를 '서울말'에 맞게 억지로 고치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58.9%)이 사투리 교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80%가 '표준어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그 뒤로는 '면접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15.7%)로 나타났다. 2022년 국립국어연구원이 실시한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서도 경상 방언을 사용한다는 의견은 2005년 27.9%에서 2020년 22.5%로 5.4%포인트 줄었으며,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의견은 같은 기간 47.6%에서 56.7%로 9.1%포인트 증가했다.◆지역학 교육·이중 방언 능력 필요미디어의 왜곡된 사투리 재현과 사투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투리 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역학'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승희 교수는 "언어·역사·문화 등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들에겐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투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경북 대학에서도 교양 강의를 통해 지역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사투리 보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대구시는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라는 전시행사를 통해 이상화·현진건·상희구 등 지역 출신 작가들이 사투리로 집필한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서재를 구현했다. 또 지역 청년 예술가의 사투리를 활용한 팝아트 전시·사투리 시 낭송회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상호 소통을 위해 '이중 방언'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복 교수는 "언어는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것이기에 특정 지역 방언을 고집하기보다 출신 지역의 말과 거주지의 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골라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며 "이는 서울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씨.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씨.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이기광. 극중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이기광. 극중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미디어의 사투리 왜곡, 오해와 진실 (1) 경상도식 애교 아닙니다 단순한 호칭입니다
한때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즐겨 봤다. 특히 첫 번째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을 재미있게 봤다. 응칠은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를 주제로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대 부산의 분위기와 지역민들의 특성을 잘 담고 있다는 점이 재미 요소였다. 평생을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지역에 대한 애정을 자극했다. 몇 번이고 정주행을 했다.응칠의 훌륭한 연출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뇌리에 박히는 것은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다. 그동안 많은 배우의 어설픈 사투리 연기에 신물이 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응칠에서는 지역 출신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경남지역 살 적에 듣던 억양 그 자체였다. 알아보니 응칠의 첫 캐스팅 조건은 경상도 사투리 구사 능력이었다고 한다. 남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서인국은 "감독님이 드라마를 기획했을 때 주인공들이 사투리를 본토 발음으로 하는 사람을 바랐다"고 했다. 서인국도 극 중 명장면·명대사로 꼽히는 "만나지 마까?"라는 대사를 오디션에서 잘 소화해내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배우들이 구수한 사투리를 재현할 수 있었던 것에는 피나는 노력과 재능도 뒷받침됐겠지만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한몫했을 것이다. 서인국은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여주인공 역을 맡은 정은지도 부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사투리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지 않을까. 그들에게 극 중 언어는 이방인의 언어가 아니다. 말하고 듣고 자란 이미 익숙한 언어다. 이런 덕에 응칠은 부산이란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데 충분했다. 부산에 연고를 둔 사람들에게는 친근함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연고를 두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산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를 높였다. 그렇게 응칠은 '응답하라 신드롬'을 쏘아 올린 첫 신호탄이 됐다.이처럼 잘 쓴 사투리는 극의 현장감을 높이고 흥행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모 배우가 경상도 인물 역을 맡았는데, 부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비판을 받았다. 몰입감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배우는 고향이 전라도라 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그 지역에 연고가 없기에 언어 등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아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전라도와 연이 없기에 호남 방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이해가 간다. 아무리 배우라도 과하게 비판받는 일은 안타깝다.그렇지만 미디어에서 사투리를 잘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사투리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들을 나타내는 고유하고 독특한 언어인데, 미디어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잘못된 사투리 재현은 그 지역 문화에 대한 오해를 부르기 쉽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상도 말투는 '무뚝뚝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자, 아나' '어어어' 등처럼 건조하게 던지는 표현이 많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과하게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오빠야'가 대표적이다. 실제 이 말은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근한 남성에게 가볍게 쓰는 말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경상도 여성을 수동적으로 나타내거나 애교 많은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쓰일 때가 있다. 이런 탓에 경상도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 중에는 '오빠야'를 단순한 호칭이 아닌 '여성의 애교 표현'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언어의 속성 중 '사회성'이란 것이 있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언어와 사회는 동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미디어가 사투리를 왜곡해 재현하는 현상도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있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사례와 다각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친숙한 클래식 무대 '클래식 온' 6일부터 막 오른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3월에도 지역 예술인과 협업으로 구성한 시리즈 콘텐츠 '클래식 온(Classic ON)' 공연을 이어간다. 이달에는 앙상블 노이슈타트, 소프라노 이화영, 목관 5중주 The K-winds 공연이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전석 1만원. (053)250-1400.우선 오는 6일 '앙상블 노이슈타트- Neustadt Time!' 이 챔버홀에서 열린다. 공연은 팀의 리더이자 퍼커셔니스트인 이상준이 직접 편·작곡한 곡으로 구성돼 90분간 진행된다. 앙상블 노이슈타트만의 위트 있는 무대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피아노 콰르텟에 플룻과 클라리넷, 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 노이슈타트는 클래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입체적인 퍼포먼스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단체다.13일에는 '소프라노 이화영 리사이틀'이 준비돼 있다. 이화영은 독창회는 물론 각종 협연과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년간 활동하며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지역 대표 성악가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가곡과 전래민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27일 열리는 목관 5중주 'The K-winds' 공연에서는 조정현 경북대 교수를 중심으로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들과 젊은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특히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무대로 관악기의 다채롭고 개성 가득한 소리를 만나볼 수 있다.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가 클래식 대중화를 이끌고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입지를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앙상블 노이슈타트 단체사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소프라노 이화영.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음악감독 경북대 조정현 교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영화 '파묘' 개봉 10일 만에 500만명 돌파…'서울의 봄'보다 4일 빨라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물 '파묘'가 개봉 열흘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자 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이 달성한 기록보다 나흘 앞선 것이다.2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파묘'는 이날 오후 누적 관객 수 500만 2천999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10일째 만이다. '파묘'는 3·1절인 전날 오전 누적 관객 수 400만명을 기록한 뒤 약 하루 만에 100만명을 더하며 무서운 속도로 흥행몰이 하고 있다. 2일 오후 1시 기준 예매율도 56.6%(예매 관객 수 37만9천여명)로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 가장 높다. 두 번째로 예매율이 높은 '듄: 파트 2'(29.2%, 19만5천여명)의 약 2배 수준이다. '파묘'는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 등의 인물들이 수상한 무덤의 이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유명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한국 무속 신앙을 기이하면서도 대중적으로 그려 호평받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파묘 스틸컷. 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이도현, 김고은, 최민식.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 與 공관위원 유일준 변호사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유일준 변호사가 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됐다.국민의미래는 2일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관리를 위한 중앙당 공천관리워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유 변호사를 포함해 국민의힘 공관위원인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장, 전혜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등 총 3명으로 구성됐다.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추천 신청을 받기로 했다.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유일준 국민의힘 공관위원. 2일 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 선임됐다. 연합뉴스
정부-의사 갈등 고조…3일 여의도서 의사 2만명 '대규모 집회'
정부가 의사 단체 압수수색을 집행한데 이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양측 간 긴장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정부가 앞서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2월29일)이 종료되면서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압수수색에 들어가기 직전 보건복지부는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중 일부에 대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공고)했다. 우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자택 방문 등을 통해 명령서를 전달한 데 이어 공고를 통해 다시 한번 명령을 알린 것으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대상자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 등 13명이다. 대부분 비대위나 각 수련병원에서 집단행동을 주도한 집행부로, 이들에 대한 처벌이 먼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미복귀자의 수가 많은 만큼 처벌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귀 시한 내에 100개 주요 수련병원(전공의 1만3천명 중 95% 근무)에서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모두 565명으로 이탈자의 6% 정도다.복귀하지 않은 이탈자 수는 8천945명으로 소속 전공의의 71.8%다. 복지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중 복귀 의사를 밝히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선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전공의들을 거세게 압박하는 배경에는 연휴 기간이 사실상 '처벌 없는 복귀'의 마지막 기회인 상황에서 복귀자들을 최대한 늘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공시송달, 압수수색 등 정부의 압박에 대해 "의사를 범죄자로 몰고 있다"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등 거친 표현을 쓰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 오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갖고 맞대응할 계획이다. 의협은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을 2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보건복지부는 1일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의료법 제59조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함께 정치하고 싶다"…김영주 "늦지 않게 답 드릴 것"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의원과 만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논의했다.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식당에서 열린 만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부의장과 같이 경륜 있고 상식 있고 합리적인 정치를 하는 분과 함께 정치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의장 같이 큰 정치인의 경우 그 결정을 하는 시간은 오롯이 그의 시간"이라며 "이 나라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고, 제가 사실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다"고 덧붙였다.김 의원도 "제 역할이 무엇인지,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직 남았는지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며 "조금 더 고민해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제가 답을 드리는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을 앞두고 평가 하위 20%에 해당된다는 통보를 받고 "모멸감을 느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국회부의장직을 맡은 김 의원은 전날 2월 임시국회 종료와 동시에 탈당계를 제출했다.김 의원은 17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19∼21대 총선 당시 영등포갑에서 잇따라 당선됐다. 4선 고지를 밟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이 지역에 그대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오마카세(2) 셰프가 직접 손님 응대·음식 설명 '대접받는 느낌'
양질의 서비스 '高價 오마카세'오마카세는 정해진 메뉴가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가게)다. 브랜드나 간판보다는 셰프의 명성을 내걸어 운영한다.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손님이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면 셰프는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한 음식을 내놓는다. 오마카세라는 단어는 본래 일본의 초밥 매장 등에서 '요리사의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사용됐는데, 현재는 오마카세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양식·한우 등 다양한 외식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오마카세는 전문성을 가진 셰프가 운영하며 메뉴 구성, 음식 설명, 손님과의 대화 등 식사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대구지역 식사 오마카세의 경우 1인 점심 기준 4만원이 넘는 곳이 대다수며 저녁에 이용할 경우 약 1.5배 더 비싸다. 점심·저녁 모두 1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대구 중구에서 오마카세를 운영하는 A씨는 "오마카세 가격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식재료뿐 아니라 질 높은 손님 응대 서비스가 포함되기에 일반 음식점보다 높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예약도 필수다. 그날그날 공수해온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메뉴를 제공하고 손님 한명 한명을 정성스레 응대하기 위해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해 소수의 정해진 손님만 받는다.'맡긴다'는 뜻 일본어서 유래주로 '스시가게' 예약 치열해'스강신청' 신조어 생기기도팬데믹·SNS로 대중화 바람'커마카세' '티마카세'도 등장이처럼 고급 레스토랑에 속하는 오마카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음식점 또는 중·장년층의 비즈니스용 식당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SNS와 코로나19의 영향, 비교적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스몰 럭셔리 유행 등으로 적은 손님만을 받는 고급 식당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2022년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년간 '오마카세' 검색량은 2배가량 증가했다."인증샷 찍기 좋아"…MZ 인기오마카세 열풍은 특히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25일 오후 8시 대구 범어동에 위치한 돼지고기 오마카세 '현방'. 10명의 손님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다수가 20·30대였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는 손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날 기준 젊은 세대에서 이용이 활발한 SNS '인스타그램'에도 해시태그 '오마카세'를 검색하니 약 71만5천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MZ세대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특별한 경험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7%가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고 답했으며 20대(84.4%), 30대(76.0%)에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회초년생 김모(여·25)씨는 "SNS를 통해 오마카세를 알게 됐는데, 처음엔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 방문했다"며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이벤트 같았다. 자주 가기는 힘들겠지만 기념일이나 기분을 내고 싶은 날 다시 가볼 만하다"고 말했다.MZ세대가 중시하는 'SNS 인증'과 '현재형 소비' 문화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태경 영남대 교수(경영학과)는 "오마카세는 고급 음식으로 일상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있다. SNS 이용률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 오마카세의 높은 가격과 특별함은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고자 하는 과시욕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또 "MZ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보다는 현재의 만족, 유행을 중요시 여기는 특성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성비 좋은 전문점 등장대중화에 힘입어 오마카세는 스시·한우·양식 등의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디저트 전문점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커피'와 '오마카세'를 합친 '커마카세'라는 신조어도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언급된다.커피·디저트 등의 오마카세는 비싸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식사 오마카세보다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1인 기준 2만~4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지만 코스별로 맞춤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 받는 등 식사 오마카세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공간을 사용할 목적이나 친목의 장소로 이용되는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각 코스에 대한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으며 음식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직장인 박모(28)씨는 "스시·한우 오마카세는 비용의 부담이 크고 이젠 너무 대중화돼 전보다 특색이 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커피 오마카세는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코스별로 여러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이색적"이라고 했다.최근에는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차(tea)'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티 오마카세'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부산 전통찻집 비비비당 원소윤 대표는 "차에 관한 시장 조사를 하면 최근 차가 인기를 끌면서 티 오마카세도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 "티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비비비당에도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된 코스 메뉴가 있는데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티 오마카세는 1인당 평균 3만~5만원대의 가격으로 다양한 차와 전통 다과를 맛볼 수 있다. 실제 서울 강남, 신사동, 성수동 일대 티 오마카세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돼지고기·디저트…대구지역 '이색 오마카세' 모아보기
가심비 좋은 돼지고기 요리 '현방 '스시와 소고기는 진부하다면 돼지고기 오마카세로 눈을 돌려봐도 좋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현방'은 대구 최초 돼지고기 오마카세로 돼지의 여러 부위를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내놓는다. 1인 기준 런치 3만9천원, 디너 5만9천원으로 가격도 합리적이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좋다.런치는 8종, 디너는 10종의 음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식사 완료까지는 각각 1시간 내외,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난달에는 △앞다릿살 냉제육 △뒷다릿살 타르트 △목살·가부리살·갈매기살 숯불구이 △솥밥 삼겹살 등을 선보였다. 특히 삼겹살 솥밥〈작은 사진〉은 현방의 시그니처 메뉴로 삼겹살을 이용한 불향 가득한 솥밥에 된장·바지락이 들어간 국이 입맛을 돋운다. 현방은 주류도 판매하는데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니 반주를 즐긴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예약은 네이버, 캐치테이블, 전화로 가능하다. 친절한 디저트 전문 '문화시민 대구'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문화시민 대구'는 디저트 오마카세다. 디저트 전문점답게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손님을 반긴다. 3~4가지의 디저트를 코스로 즐길 수 있으며 커피·음료, 다른 디저트도 추가로 주문 가능하다. 일반적인 오마카세와 달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코스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가게 측의 친절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약도 1시간 단위로 받고 있어 방문 시간 선택의 폭이 넓다.지난달 코스 메뉴로는 딸기철과 발렌타인데이 주간을 맞아 △딸기 샐러리 파블로바〈작은 사진〉 △들기름·김 △초콜릿 트리오 △라즈베리 마카롱·트러플 쿠키슈·데일리 소르베 등을 내놓았다. 오는 2일에는 파인다이닝 '셀리우'와 협업해 셀리우에서 컬래버 디너 메뉴를 선보인다. 셀리우의 메인 메뉴 두 가지, 문화시민 대구의 디저트 메뉴 두 가지다.레트로 감성 자극 카페 '소명커피바'대구 중구 남산동 '소명커피바'는 '레트로' 한 커피 오마카세다. 세탁소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세탁소의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낡은 미닫이문 등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카페 내부도 오래된 타자기와 시계 등 빈티지한 소품들로 가득해 '감성샷'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오마카세는 주 1~2회 소수정예로 운영되기에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만 받고 있다. 매달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며 주제에 맞게 커피와 디저트가 제공된다. 지난달에는 '버섯'을 주제로 △표고 캐러멜 라테 △트러플 파인애플 피즈 △발효 버섯을 곁들인 크림·아몬드 밀크티 △부드러운 브루잉 커피 △시나몬·정향을 곁들인 브라우니로 메뉴가 구성됐다. 글·사진=조현희기자지난달 25일 오후 8시 돼지고기 오마카세 '현방'. 20·30대 손님이 주를 이뤘다.대구 중구 삼덕동 디저트 오마카세 '문화시민 대구' 바 좌석.대구 중구 남산동 '소명커피바'는 커피 오마카세를 주 1~2회 소수정예로 운영한다.
[위클리 키워드] Z세대 취준생 10명 중 6명 "연봉 낮아도 야근·스트레스 적으면 OK"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10명 중 6명은 연봉이 낮아도 스트레스와 야근이 적은 직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진학사 캐치가 Z세대 취업준비생 1천7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근 제로·스트레스 제로, 그러나 초봉은 3천만원'과 '매일 야근·스트레스 가득, 그러나 초봉은 5천만원'이라는 두 가지 항목 중 62%가 전자를 선택했다.회사가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9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가 3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업무 효율이 향상되기 때문에'(34%),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해서'(16%),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14%)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의 41%는 최근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기업이 해주길 바라는 '웰니스(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양호한 상태) 복지' 형태로는 '영양제나 운동시설 제공'이라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워케이션·장기휴가'(43%), '심리치료·명상'(39%), '아침·건강 식단 제공'(36%), '개인 시간 보장'(23%) 등이 뒤를 이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오마카세 (1) 전문 셰프가 준비한 나만을 위한 테이블
그런 날이 있다. 고단한 하루, 퇴근 후 혼자 맛있는 음식에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싶은 날.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상이랄까. 맥주 값까지 합하면 한 끼에 몇만 원을 호가하지만 이상하게 아깝지 않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니까.가끔 근사한 식당에 가거나 이색 음식을 먹을 땐 단순히 음식만 즐기지 않는다. 이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고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감성적인 인테리어나 예쁜 공간이 있으면 그것도 함께 찍는다. 식사가 끝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지인들과 소통한다.이제 소비자들은 식당을 고를 때 음식의 맛과 가격만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등 서비스의 질까지 중시하는 이들도 나온다. 젊은 세대에서는 SNS에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인테리어가 예쁜 식당을 찾는 이들도 많다.최근 몇 년간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한 F&B 트렌드가 있다. 바로 '오마카세'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정해진 메뉴가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다. 요즘은 코스 요리 식당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고급 요리에 속하다 보니 한 끼에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곳들이 많은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의 오마카세는 소수의 손님만 받아 예약이 필순데, 찾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 '스강신청'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오마카세 중에는 스시를 메인으로 한 곳이 많은데, '스강신청'은 스시와 수강신청을 붙인 단어로 대학 수강신청만큼 오마카세 예약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다.더 놀라운 건 오마카세 열풍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거세다는 점이다. 수입이 비교적 적은 세대에서 비싼 식당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회식 장소로도 선호했다. 캐치가 지난해 12월 Z세대 2천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선호하는 회식유형은 '딱 1시간만 진행하는 간단한 회식'이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오마카세·와인바 등 맛집 회식'(30%)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하지만 오마카세 열풍은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99.7을 기록했다. 주 메뉴로 스시가 많은 특성상 같은 해 8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수산물 소비에 영향을 미쳐 오마카세는 금방 사라질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듯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오마카세가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오마카세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식사보다 부담이 적은 카페·디저트 전문점·찻집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구 곳곳에도 다양한 이색 오마카세가 등장하고 있다. 디저트 오마카세에 방문하기 위해 포털에 '대구 디저트 오마카세'란 키워드를 검색하니 여덟 곳이 떴다.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마카세가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 특히 지갑이 얇은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가 궁금해 기자가 직접 식사 오마카세에 가봤다. 또 최근 등장하는 이색 오마카세들도 함께 살펴봤다. 이를 바탕으로 고물가 시대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채울 수 있는 대구 오마카세 몇 곳도 소개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오마카세 〈게티이미지뱅크〉
[김남희의 그림 에세이] 자화상에 깃든 두 화가의 삶·예술
"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 섬뜩했거든."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의 '자화상'을 본 동생의 말이다. 대부분의 반응이 비슷하다. 윤두서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자화상' 한 점에 인생을 압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은 100여 점의 자화상에 파란 많은 인생사를 파노라마처럼 기록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렘브란트의 자화상('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전)을 보다가 윤두서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17세기 동양과 서양에서 살았던 두 화가의 자화상은 드라마 같은 내면세계를 짚어보고, 동서양 그림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윤두서 자화상 속의 그늘윤두서는 가사문학의 대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증손자이며,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의 외증조 할아버지다. 남인 계열의 실학사상을 실천한 사대부로 친가와 외가 모두 출중한 가문이었다. 16세에 결혼을 하고, 22세에 부인이 세상을 떠난다. 둘째 부인을 맞이한다. 26세에 진사시에 합격하지만 집안의 흉사는 끊이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세상을 뜬다. 세상은 암흑이었다. 당시 서인세력이 정치를 장악하던 시절 남인의 출세 길은 봉쇄되었다.그의 나이 45세에 양어머니마저 타계하자 서울에서 해남으로 낙향한다. 처절함 속에서 '자화상'을 완성한다. 믿었던 큰 형이 죽자 그의 머리카락은 반백이 되었고, 피부 질환으로 건강이 악화되었다. 낙향한 지 3년 만에 48세로 세상을 떠난다.윤두서는 17세기 남종문인화풍이 유행하던 시절 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화단에 선보인 선비화가였다. 시와 글씨, 그림에 두루 재능을 갖춘 학자로 해남 윤씨의 종손으로 대부호인 가문을 이끌며 학문에 전념하였다. 중국에서 발간한 '화보(畵譜)'를 보고 그림을 익혔다. 마구간에서 하루종일 말을 보고 관찰하여 스케치한 후 작품을 완성하고, 머슴을 모델로 미세한 표정까지 스케치하며 기량을 닦았다. 밭갈이 하는 농부, 나물 캐는 아낙, 돌 깨는 석공, 짚신 삼는 농부 등 농사를 짓거나 아낙네가 일하는 모습을 그렸다. 인물 동작은 자연스럽고 얼굴표정은 세심했다.◆렘브란트 자화상의 빛과 그림자렘브란트는 네덜란드에 있는 대학의 도시 레이덴에서 부유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레이덴 대학에 입학했으나 화가가 되기 위해서 25세에 암스테르담으로 간다. 17세기 경제의 활성화로 부를 축적한 상인들이 저마다 자신의 초상화를 원했고, 렘브란트에게 초상화 주문이 밀려들었다. 뛰어난 기량으로 명성과 경제력을 얻었다. 1634년 28세에 부유한 집안의 사스키아와 결혼한다. 고급 주택을 구입하여 미술품과 골동품을 수집하고 화려한 삶을 만끽했다. 앞길은 탄탄대로였다.렘브란트는 정형화된 초상화에 변화를 시도한다. 모델의 꾸며진 외모를 탈피하고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아름답게 꾸며줄 초상화를 기대했던 주문자들은 곧 실망하고 만다. 점차 초상화 주문이 줄어들었고, 경제 사정은 어려워졌다. 1642년에 제작한 집단 초상화인 '야경' 또한 주문자에게 외면을 받는다. 설상가상 아내 사스키아마저 사망한다.그럼에도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골동품과 작품을 사 모았다. 빚이 늘어서, 결국 1656년 50세에 파산한다. 집과 수집품들은 경매에 넘어갔다. 다행히 두 번째 아내를 만나 몰락의 경지에서 벗어났지만 불행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두 번째 아내와 아들이 세상을 떠났고, 다시 가난에 시달렸다. 그는 몇 벌의 헌 옷과 그림 도구만 남긴 채 63세에 생을 마감한다.서민을 주로 그린 선비화가 윤두서출중한 실력 발휘 못한 아픔 담아완벽한 얼굴모습 철저한 삶 대변가족 죽음과 파산 후 그림에 전념렘브란트 100여점 내면세계 기록자화상, 그들의 인생 압축한 자서전렘브란트는 생전에 회화 300점, 동판화 300점, 드로잉 2천점을 남겼다. 그중 100여 점의 자화상이 있는데, 회화 40여 점과 판화 40여 점이다. 그의 초상화는 빛과 어둠을 대비시킨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사용하여 극적 대비효과를 표현했다. 렘브란트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인물 그림으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판화가 유행했는데, 렘브란트는 유화 못지않게 정교한 에칭기법을 사용한 동판화로도 인정을 받았다.1630년에 그린 '모자를 쓰고 웃는 자화상'은 오른쪽에서 밝은 빛을 받아 명랑한 얼굴이고, '소리치는 듯 입을 벌린 자화상'은 얼굴을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다. 머리카락은 거칠고 자유롭다. '부드러운 모자를 쓴 자화상'(1634)은 맑은 눈빛에 정면을 바라보는 미소년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1636년에 제작한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은 렘브란트가 아내 사스키아를 스케치하다가 정면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부드러운 필치가 섬세하고 정교하다. 아내와 함께 취한 포즈로 단란한 한때를 보여준다. 반면에 '돌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1639)은 눈빛이 예리하고 강렬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흑백의 대비가 돋보인다. 그는 인물화에 빛과 그림자를 사용하여 입체감과 미묘한 표정, 자연스러운 포즈로 내면의 세계를 우러나게 했다.◆자화상으로 본 동·서양화의 세계윤두서의 호 공재는 '삼가고 조심한다'는 뜻으로 그의 '자화상'과 오버랩된다. '자화상'은 윤두서의 임종게송(臨終偈頌)이 되어 영원히 살아 울림을 준다. 밝은 색채의 얼굴에 반듯한 이마, 꼬리를 올린 수려한 눈썹이 범상하다. 쌍꺼풀에 또렷한 눈망울이 투명하다 못해 감상자가 빠져들 것만 같다. 둥근 콧방울이 중심을 잡고, 입술을 덮은 수염이 근엄하다. 출중한 기세를 펼치지 못한 시대의 아픔을 한 올 한 올 수염으로 빼곡하게 눌러 그렸다. 완벽한 얼굴모습은 철저한 그의 삶을 보는 듯하다.동양화는 사물을 그대로 표현한다. 빛의 영향을 받지 않아 그림자가 없다. 붓으로 선의 강약을 조절하여 외형을 그리고 먹의 농담으로 표현한다. 사물을 화면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여백을 두어 그림을 완성하였다. 여백은 상상의 공간이었다. 동양화는 화가의 기운을 불어넣어 생동하게 만든다. 바로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초상화는 그 사람의 인품과 성격, 정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전신(傳神)'이 가장 중요하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전신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그는 서양의 음영법을 받아들여 정물화를 그렸던 만큼 '자화상'에도 서양화법을 구사하여 묘사가 사실적이다.렘브란트의 '63세의 자화상'은 1669년에 유화로 그린 마지막 자화상이다. 무늬가 없는 단색의 모자를 쓰고 주름진 얼굴에 밝은 눈빛이 초연하다. 죽기 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듯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표정이다. 서양화는 빛과 그림자를 사용하여 사물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동양화처럼 한 번의 필획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두껍게 덧칠하며 천천히 표현한다. 서양화임에도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전신'의 느낌이 묻어난다.◆자화상으로 쓴 자서전동양과 서양의 두 화가에게 그림은 인생의 무게를 지탱해준 빛이었다. 순탄한 삶이 어디 있으랴만 질병과 죽음은 그들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부와 학식을 갖춘 윤두서는 연이은 흉사에 오로지 그림으로 위로를 받았다. 젊은 시절부터 부와 명성을 거머쥔 렘브란트 역시 가족의 죽음으로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다. 마지막엔 파산을 겪고, 오롯이 그림에 전념하며 화가로서 생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들의 자화상은 곧 자서전이었다.윤두서, '자화상', 종이에 엷은 색, 38.5×20.5㎝, 18세기 초, 해남 녹우당 소장(왼쪽), 렘브란트 판 레인, '돌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 에칭 20.5×16.4㎝, 1639렘브란트 판 레인,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 에칭 10.4×9.5㎝, 1636김남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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