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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人사이드 & 직터뷰]
[토크 人사이드] 김진열 군위군수 "팔공산 관통 고속道·신공항·후적지 개발, 동구-군위 동반성장 핵심동력"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대구경북(TK) 정치권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25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지만, 전국적으로는 '거야(巨野)'가 탄생하면서다. 자칫 TK 현안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늘길을 통해 TK 미래를 앞장서 열어나갈 김진열 군위군수는 "TK 현안 해결 의지는 여당에 국한하지도, 여야를 구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TK신공항 건설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 군수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진행됐다. ▶군위가 대구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총선을 치른 느낌은."군위군민이 이제 명실상부 대구시민의 일원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특히 군민께서 TK 최고 수준인 74.4%의 투표율로 적극 참여했다. 군민들의 열정이 대한민국 최대 광역도시인 대구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군위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이번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과 함께 묶였는데."경북에 있을 때보다 후보들이 훨씬 군위에 많이 찾아왔다.(웃음) 더욱이 군위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라서 유권자 수는 많지 않아도 (후보들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었다. 선거구 획정은 지역에 있어 무엇보다 큰 '정치적 지각변동'이다. 특히 대구와 군위는 팔공산을 매개로 하나의 지자체로 통합될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선거구 획정은 상징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우리는 공항을 받는 쪽, 동구는 보내는 쪽이라 이번 선거가 더 의미 있었다. 동구와 군위를 이어줄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개설과 신공항 건설, 공항 후적지 개발은 앞으로 두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강대식 의원이 군위의 새 국회의원이 됐다. 향후 4년간 어떤 점을 바라는가. "먼저 대구시 군위군의 첫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강 의원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드린다. 군민께서 87.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것은 강 의원이 군민들의 열망을 실현해 주리란 확실한 믿음이 있다는 증거다. 신공항 추진과 배후 첨단산업단지 조성, 대구시 군부대 통합이전 등 핵심공약에 대해 군민들께서 화답한 결과다. 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신공항 이전 사업을 가장 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공항 사업 관련 가장 최적임자가 선출되셨다고 생각한다. 신공항과 후적지 개발이라는 양대 수레바퀴가 앞으로 장애물 없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앞으로 군위와 동구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함께 협업해 나가겠다." ▶대구지역 다른 당선인과의 협업도 중요하지 않나. "군위의 편입으로 대구시는 전국 최대 광역도시로 급부상했다. 군위는 대구시 면적의 41%에 육박한다. 대구시는 미래 100년의 원대한 경제지도를 새롭게 그리게 됐다. 대구지역 전 국회의원이 함께 지향해 나갈 목표이자 대구발전의 공통분모다. 대구를 중남부 신경제권 중추도시로 완성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어깨 위에 놓인 무거운 시대적 과업임을 인식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에서 군위의 현안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데."(야당의) 국회의원들도 국가와 유권자가 잘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선 거다. 우리가 추진하는 큰일에 대해선 여야 구분 없이,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힘을 모아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야 그분들(야당 의원들)도 다음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민주당 '대구 10대 공약'에는 신공항 건설을 통한 글로벌 공항경제권 완성과 항공정비산업 메카구축, 우주항공방산업 혁신벨트 등이 있다. 침체된 대구를 무한한 가능성으로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정치적 성향과 유불리를 초월하는 자세로 동참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신공항 사업과 관련해 22대 국회에 전할 말이 있다면. "안보 등 이유로 불안한 우리나라는 인천국제공항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제2의 공항, 전략 공항을 제대로 구축해서 인천공항 다음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단순한 지방 공항 이전이 아니다. 국가 경영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외줄 타기'는 안 된다."▶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으로서 총선 총평을 한다면."TK가 '보수의 심장'으로 정통성을 이어나가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안도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집권 여당에서 반성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고, 공정과 상식, 정의에 부합하는 보수의 기본 원칙으로 반드시 돌아가야만 할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해야겠다."▶오는 7월이면 군위의 대구 편입 1년이 된다. 어떤 점이 눈에 띄게 달라졌나. "선거구 획정과 같은 정치기반의 변화도 있었고, 대중교통과 먹는 물 관리체계, 소방·경찰을 비롯한 재난 대응 등 군민 밀착형 제도의 선진화도 있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규모 개발계획이 속도감 있게 가시화되면서 막연했던 군민들의 미래 기대감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구 편입 전후로 군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우려도 있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변화되는 과정 속 소외되지 않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걱정이 혼란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군민들에게 행정이 먼저 다가가 현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 군정을 집중해왔다. 다행히 군민들이 군정을 신뢰하고 함께 공감대를 키워나가고 있다. 중대한 결정에 있어선 군민 의견을 '제1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대구 군위군의 첫 군수로서 역점 추진과제는 무엇인가."대구경북신공항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지난 1월 대구시와 군위군이 함께 발표한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이 이제는 선명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에어시티, 첨단산업벨트, 첨단섬유복합단지, 복합휴양관광단지, 밀리터리타운 조성 등을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군위군 내부 균형 발전, 생활인구 유입 등에도 신경쓰고 있다."▶군위군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군민의 땀과 노력의 결실로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 100년을 결정짓는다는 마음으로 군위군의 백년대계를 준비하겠다. 지금까지 힘을 모아주셨듯, 앞으로도 힘 모아 함께 가면 1년 뒤에는 현재 추진하는 일들이 청사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김진열 군위군수가 지난달 25일 영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TK 현안 해결 의지는 여당에 국한하지도 여야를 구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군위군 제공〉
2024.05.01
"전쟁 끝에 마주한 평화·자유 뺏긴 위안부…진심 다해 연극 무대에 올렸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을 겪으며 전 세계인들이 가장 바라게 된 건 평화가 됐다. 대구의 연극인에게도 전쟁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듯하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제41회 대구연극제 출품작 모두 전쟁과 관련 있었고, 대상 수상작 '평화'는 전쟁 끝에 비로소 마주하게 될 평화에 관한 이야기다. 이에 앞서 진행한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3회 더파란 연극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극단 솥귀의 '화몽 : 삼색 제비꽃이 피는 날'은 위안부를 소재로 한다.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을 연출한 이상명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와 더파란 연극제 작품상 수상작을 연출한 백광현 극단 솥귀 대표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 '평화' 연출가 이상명"단순한 이야기지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저희 세대가 전쟁 등을 영상으로 접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다가간 적이 있었느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연극 '평화'를 연출한 이상명 백치들 부대표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진심'을 담으려 했다. 이들이 선보인 '평화'는 고대 그리스 희극 시인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이다. 작품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쟁에 지친 시민 트리가이오스가 하늘에 올라가 '전쟁'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기습 공격으로 '평화'를 구출하고, '평화'를 지상에 데리고 와서 축제를 연다는 내용이다. "약 2천400년 전 작품인데 공연에선 극 중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죠. '세계 평화'가 제 꿈이기도 해요. 전쟁 관련 연극·소설은 많지만, 온전히 평화를 다루는 건 많지 않아서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공연에는 시작하자마자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맞춰 배우들이 다 같이 춤을 추는 장면이 꽤 길게 등장하는 등 안무 비중이 작지 않다. 또 몇몇 장면을 연출자가 추가해 이번 작품은 원작을 '창안(創案)'한 것이다. "그리스 희랍극에 나오는 코러스 양식을 말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몸치(춤을 못 추는 사람)'이지만, 몸을 잘 쓰는 것을 배우고 싶은 생각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하는 일반인 워크숍에도 참가했을 정도로 몸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해요." 경북대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계명대 연극뮤지컬과에 편입한 이상명 부대표는 2018년부터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에서 활동하며 대구 연극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 공연은 그의 여섯 번 연출작이다. 이 부대표와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배우들은 잠깐 휴식을 가진 뒤 여러 피드백을 수렴해 오는 6월28일부터 열리는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대구 대표로 선보일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상 수상은 저 혼자만이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대구 대표로 나가는 만큼 1부터 10까지 점검을 해야겠죠.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디테일이 부족한 장면을 하나하나 바꿔보려고 합니다."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과 '사랑'이다. 이 부대표는 지난해 무대에 올린 '결혼'을 올해 장기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올해 중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의 대본을 마무리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더파란 연극제 작품상 수상한 극단 솥귀 백광현 대표극단 솥귀는 처음으로 참가한 더파란 연극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수상작 '화몽 :삼색 제비꽃이 피는 날'의 작·연출을 맡은 백광현 극단 솥귀 대표를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마음이 다소 무거운 상태에서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 소재가 위안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작품은 역사적 기록보다는 3명의 소녀를 통해 자유를 박탈당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제비꽃, 까치 등을 등장 시켜 직설적이지 않게 표현하고, 시적인 표현을 주로 썼다. "관련 서적, 영상,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기록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토대로 희곡을 썼어요. 객관성을 잃은 상태로 저희끼리 연습을 해서 항상 불안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작품에 대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대구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백 대표는 대외활동으로 2014년 대구의 극단 한울림에서 하는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연극에 입문했다. 한울림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서울로 옮겼고, 2021년에는 극단 솥귀를 창단했다. 올해 1월부터 극단 솥귀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들 그렇듯 저도 서울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실제 가보니 좋았고, 사람들이 연극을 줄 서서 본다는 것에 대한 충격도 받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로망이 깨졌고, 어디에서 연극을 하든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솥뚜껑의 손잡이'라는 뜻의 극단 이름처럼 극단 솥귀는 '연극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를 지향한다. 백 대표는 이번에 선보인 '화몽 : 삼색 제비꽃이 피는 날'을 여러 무대에 올리고, 앞으로는 고전을 '흔하지 않게'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관객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언어적인 아름다움도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감정을 주제로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가장 큰 목표는 러시아 작품을 한국적 색깔로 선보이고, 러시아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은 게 꿈이에요."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제41회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 '평화'를 연출한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이상명 부대표.제3회 더파란 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솥귀의 백광현 대표.
2024.04.22
"조선시대엔 소나무 베면 곤장 100대 중형...지금도 특별한 관리 필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소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해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도 갖고 있다. 4월 식목의 계절을 맞아 최영태 남부지방산림청장으로부터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최 청장은 전국 산야에서 흔하게 자라는 상록의 침엽 교목인 소나무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우리 국민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2022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가 뽑혔다. 그 이유로 일반인은 경관적 가치를, 전문가들은 경관 외에도 역사·문화적 가치를 꼽았다. 소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아열대에서 아한대까지 폭넓게 분포하며 지구상에서 오랜 기간 육상생태계의 주된 수종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 속에서 소나무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며 특별히 관리돼 왔다. 문헌에 따르면 신라시대 화랑도들이 수양하면서 소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 울창한 송림을 이루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신라 대학자로 벼슬을 포기한 최치원은 정자를 짓고 소나무를 심어 풍월을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를 보아 고대부터 소나무가 풍기는 곧은 절개와 꿋꿋함이 민족의 정서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소나무를 베면 곤장 100대를 맞았다는데.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소나무의 중요성과 관리체계가 더 커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남산·인왕산 등에 소나무를 심으라는 명령과 소나무 벌채를 금한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산림경제·농정회요 등의 농서에는 구체적인 소나무 재배법이 수록돼 있다. 또 조선 숙종 때는 금강송 숲을 보호하기 위해 허락 없이 입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표지석을 설치했고, 소나무를 베면 곤장 100대의 중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으로 소나무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나무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 것이다. 소나무는 건축과 선재(船材·배를 만드는 데 쓰는 자재) 용으로의 가치가 뛰어나 널리 사용되었는데 조선 건국 초기 궁궐 신축으로 많은 소나무를 사용했으며 국방용 전함, 상업용 상선 등 선박 용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역사적·문화적·생태적으로 함께해 왔으며 현대에 와서도 그 뜻은 이어진다."▶경북 울진에 유명한 군락지가 있다."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류가 35개 정도이며, 산림청에서 지정한 보호수는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다. 특히 경북에는 우수한 소나무숲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가 있다. 소광리에는 200년 이상 된 소나무 8만5천여 그루가 잘 보전돼 있으며, 산림청이 문화재 복원용 목재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지정·관리해 최근에는 화재로 손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사용됐다. 또 소광리의 상징과도 같은 '500년 소나무'를 비롯해 '못난이소나무' '대왕소나무' 등이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있으며 2017년 산림청 명품숲으로 지정돼 우리나라 숲을 대표하고 있다." ▶최근 20여 년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렀다. "맞다.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고통받고 있다.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는 '발생목'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포항·경주·안동·밀양 4개 지역이 극심 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소나무는 대형산불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유는 뭔가.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 정유 물질을 가지고 있어 활엽수에 비해 불이 잘 붙으며 오래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소나무의 위기이자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산불, 소나무재선충병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소나무의 서식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050년이 되면 현재 소나무 생육지의 55%가 생육 부적합 지역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과거에서 현재까지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산불·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으며, 이러한 이슈들로 인해 국민의 인식도 과거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소나무는 역사적·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며 아낌없이 보답한 고마운 존재다. 특히 경북과 강원 지역은 과거부터 소나무가 잘 자라는 생육 적지다. 소나무를 재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재와 미래의 목적과 수요에 맞춰 적극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구체적인 대안이 있나"소나무재선충병의 경우 지자체별로 치밀한 전략을 구상해 주요 극심 지역에선 적극적 방제를 통해 발생목 수준을 낮춰야 한다. 재선충병 발생 밀도가 높고 생태적 경쟁력이 떨어진 소나무숲의 경우에는 다른 수종으로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전체적인 감염 대상을 낮춰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숲이 바뀌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후변화나 산불에 대응한답시고 급속한 변화를 꾀하면 생태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인위적인 수종 전환은 생태계 안정성 측면이나 임산물 생산, 주민 소득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소나무 단순림에서의 대형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방화선을 구축하거나 산불 피해지를 복원할 경우엔 활엽수 내화수림대를 일정 구간 조성해 확산 속도와 피해를 저감하고, 생태계 종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우리나라도 벌목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재생가능한 자원인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함으로써 산림산업을 통한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고 신규로 숲을 조성해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 목재를 사용하는 대신 대부분을 수입함에 따라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선진국이 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산림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벌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벌목을 한 뒤 새로운 숲이 조성되기까지 그 기간동안 숲이 비어 경관상 좋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나무가 빈 자리에 토사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소규모로 벌채하고 조림함으로써 경관을 지키고 숲이 빈 면적을 최소화하는 경영방법도 필요하다. "▶가로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80~1990년대 플라타너스·은행나무에서 최근 벚나무 등으로 바뀌고 있다." 가로수는 경관뿐만 아니라 도시생태계 기능 등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선정하게 된다. 과거 미세먼지와 중금속 흡수율이 높은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많이 식재했었는데, 플라타너스의 빠른 성장으로 전깃줄에 걸리거나 큰 잎이 배수구를 막는 등 부작용이 많았졌다. 은행나무 또한 대기정화 효과가 크고 공해에 강해 많이 식재했었지만 열매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최근 수요가 점차 줄고있다. 그 이후 이팝나무, 벚나무 등 봄에 꽃을 내고 경관상 아름다운 수종의 수요가 높아져 현재는 벚나무가 가로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행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여 식재하는 것보다 도로변 생육환경과 경관적, 생태적 기능 등을 고려하여 지역을 상징할 수 있도록 가로수 선정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금강소나무 숲길대왕소나무울진 소광리 숲
2024.04.09
[논설위원의 직터뷰] 배영호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지·산·학·연 협력 이끌어 '첨단산업도시' 포항 새 미래 열겠다"
'제철보국(製鐵報國)' 포항제철 설립 모토이자 포항시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말이다. 사실 포항제철이 만들어낸 '산업의 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경제 부흥은 불가능했다. 물론 지금의 포스코도 한국을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견인하는 믿음직한 동아줄이다. 나아가 포항은 이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철강산업의 탄탄한 기반 위에 배터리(2차전지·수소연료전지), 바이오, 로봇, 디지털 SW 등 신성장 산업을 꽃피우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건강한 R&D(연구개발)생태계다.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실제로 포항에는 포스텍,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외에도 우수한 연구기관과 기업지원 인프라가 풍부하다. 그 중심에는 포항테크노파크(TP)가 있다. 포항TP는 2000년 설립 이래 지역 경제발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혁신 기술 개발과 지역 강소기업 지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국 19개 TP 중 포항TP가 유일하게 기초지자체 산하 기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항TP 업무는 앞으로가 더 태산이다. 무엇보다 포항이 첨단 산업도시로 나아가는 데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취임해 포항TP를 이끌고 있는 배영호 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난 배 원장은 대학 졸업 후 연구과 강의에 매진해 온 학자 출신이자 반도체 전문가다. 그럼에도 배 원장은 실물 경제와 지역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특히 포항의 미래 발전 비전도 뚜렷해 보였다. 배 원장이 포항 산업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건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다. 물론 포항TP 수장이 갖춰야 할 덕목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통합 리더십과 지역사회와의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인문적 소양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배 원장은 언론인 출신인 아버지 덕을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18일 인터뷰에서 배 원장의 첫마디는 "영남일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선친(배효덕)이 영남일보 편집국장(1977~1978년)을 지낸 후 언론통폐합으로 폐간될 때까지 총무국장을 지냈다고 했다. 그즈음 대입을 앞둔 배 원장은 사진학과에 가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전자공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배 원장의 사진 사랑은 변한 적이 없다. 대학시절부터 줄곧 사진촬영을 최고의 취미로 삼고 있다. 배 원장이 멋지게 찍고 싶은 포항과 포항TP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원장 취임 후 활동과 소감은."포항TP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위덕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 직장입니다. 연구원과 교수로서 한 평생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돼 무척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취임 이후 테크노파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인 지역 강소기업 성장 지원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RIST에서 연구 개발을 수행한 경험과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포항 2차전지특화단지 지정,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조성 예타 통과에 따라 각각 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바빴습니다."▶포항TP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현재 포항TP 지곡동 본원과 부설 센터 등에 1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1천3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역 혁신 거점기관으로서 하는 일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업무는 포항지역 기업에 성장사다리를 놓아주는 유망강소기업 지정 사업입니다. 지난해까지 102개 업체가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혁신 기업의 창업에서부터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마케팅까지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지원 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연구기관들과 기업들 간 교류와 기술 중계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입니다. 이를 위해 포항 R&BD기관협의회, 포항기업연구소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2차전지산업 외에도 포항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그린에너지, 그린바이오, 디지털-SW를 3대 특화분야로 지정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그린에너지 사업의 일환인 수소연료전지클러스터 조성사업 예타 통과가 포항TP의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연구원·학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RIST 연구·위덕대 교수 경험 도움언론인父에 소통능력·리더십 배워전국 유일 기초지자체 산하 TP그린 에너지·바이오·SW 특화 지원"지역 유망기업 성장 최선 다해 돕겠다"▶포항TP만의 강점과 차별성이 있다면."전국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포항TP 설립이 가능했던 건 포항에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포스텍 그리고 RIST 등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프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포항 지곡단지는 대덕연구단지 다음으로 지방에서 연구혁신 기관이 가장 밀집돼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포항TP 탄생과 발전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포항TP 구성원들의 노력, 포항시 지원이 더해져 최근 4년 연속 재정자립도 100%, 정부 실시 기관평가 A등급 획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현재 중점 추진 중인 사업은."가장 큰 사업은 블루밸리 산단에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5년간 1천9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현재 관련 기업 30개사가 입주 예정일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이 클러스터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의 메카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는 2022년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가 준공돼 활발히 운영 중이고, 향후 동물용 의약품 산업화,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생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디지털-SW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설기관인 경북SW진흥본부는 권역 거점이자 경북 유일의 SW 품질 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지역 디지털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이차전지 분야 기업 지원과 인력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련 강소기업을 돕기 위해 별도 추진단을 설치했으며 2차전지기업협의회도 구성했습니다."▶지·산·학·연 협력을 강조하는데."출생률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대입니다. 지방 도시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젊은 인력의 정주를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포항의 경쟁력은 뛰어납니다.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가 있고 최근에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소재산업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텍, RIST 등 연구·교육 분야의 혁신 자원도 풍부합니다. 이를 제대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 연구소와 대학에서 36년간 근무하며 쌓은 저의 경험을 살려 지·산·학·연 협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곡단지 내 혁신기관들이 개발한 다양한 첨단기술들을 유망기업에 최대한 접목해 지역 산업 활성화로 이끌겠습니다.▶포항 기업과 시민에게 하고픈 말."포항TP는 지역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열린 기관입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 닥칠 수 있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우리와 상의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겠습니다. 포항TP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기업과 동반 성장하며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지역혁신 거점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포항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되겠습니다." 글·사진=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배영호 원장 약력△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1984년), 경북대 대학원 전자공학 석·박사 △(재)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1987~1996) △위덕대학교 IT융합학과 교수(1996~2023)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공대(INPG) 초빙교수(2009~2010) △<재>포항테크노파크 9대 원장(2023년 5월~)배영호 포항TP 원장이 포항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배 원장은 혁신기술 기반 강소기업 육성과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에 답이 있다고 했다.
2024.04.03
[TALK&TALK] '미술 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참가하는 김결수 작가 "해외작가와 교류 기대"
"제가 지금껏 해온 모든 작업 들을 집약적으로 선보일 생각입니다."지난 21일, 베니스비엔날레 참가를 앞두고 갤러리 오모크(경북 칠곡군 가산면)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는 김결수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오는 4월20일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노마딕 파티(Nomadic Party)'에 다국적 작가 예술공동체 나인드레곤헤즈(Nine Dragon Heads) 팀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전시명 '노마딕 파티'는 지구를 누비며 새로운 지평을 찾아 나섰던 옛 유목민들의 활동에서 비롯됐다. 국경 및 전통적 제약을 초월하는 역동성과 더불어 다양한 시각을 강조하는 나인드레곤헤즈의 철학을 담았다. 1995년 결성된 나인드레곤헤즈는 16개국 30여 명의 예술가로 구성돼 있다. 나인드래곤헤즈 소속 국내 작가 10여 명이 이번 특별전에 참가하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김 작가와 더불어 권기자·김영진 작가가 함께 한다.김 작가는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을 통해 그동안 펼쳐온 작업을 재해석하고 설치·평면·영상으로 조합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의 삶에 스며든 노동과 그에 따른 효과성 및 인간사의 희로애락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왔다. 김 작가는 "기존의 작업을 컬래버 하면서도 사계절의 아름다움 등 한국적 느낌을 더할 것이다. 계절의 변화 과정에서 생명이 태동하고 죽음을 맞이 하는 과정을 담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생애 첫 베니스비엔날레 참가에 대한 설레임도 있다.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남달라 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 작가는 "최근 드라마와 영화 등 'K-컬쳐'의 확산 덕분인지 국제무대에서 국내 작가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또한 예전과 달리 국내 예술가들과 해외 예술가들의 교류가 활성화된 것도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어떤 전시든 충실 하려 애쓰기에 이번 베니스 행에만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으려 한다"면서도 "'미술 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행사인 만큼 해외 작가들과의 교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작가는 오는 28일까지 갤러리 오모크에서 열리는 권기자 작가와의 2인전을 통해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북 칠곡 출생인 김결수 작가는 삶을 규정하는 중요 개념으로 '노동'을 언급해 왔으며 그동안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34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참가를 앞두고 지난 21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갤러리 오모크를 찾은 김결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3.25
[토크 人사이드] '4월 임기 시작' 민복기 제15대 대구시의사회장 "의대 증원하되 정치 아닌 교육적 관점서 실현가능하게 점진적 추진을"
의대 증원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끝이 없는 갈등에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시민들까지 지쳐 가는 분위기다. 내달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15대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정치적 관점이 아닌 교육적 관점 등 폭넓은 시각에서 현실적 증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과 전공의, 의대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메르스 등 감염병 위기마다 큰 역할 '77년 전통' 시의사회 6500여 회원 대표 새 임무 의료체계 확립 '행복·건강한 대구 만들기' 시동 "의대 정원 증원과정서 국민·의사간 신뢰 끊겨 향후 코로나 때처럼 대응·대처 가능할지 의문 정부·의료계, 국민·전공의·의대생에 사과해야"▶4월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소감 및 포부는."대구시의사회는 올해로 창립 77주년을 맞게 됐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의사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다. 회장으로 선출해준 6천500여 시의사회 회원에게 감사드린다. 회장 의무인 대구시민의 보건의료 향상과 회원·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 메르스 대책 간사, 감염 안심존 위원장을 맡는 등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4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현재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의료 혼란이 발생한 시기와 코로나19 초기가 비슷한 것 같다. 당시 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을 맡았을 땐, 초기 체중이 10㎏이나 줄 정도로 고생 많았다. 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시기적으로 2020년 2월 코로나 초기 상황과 비슷하다. 그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설명했다. 저도 1월 말 메디시티대구협의회 회의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팬데믹으로 빨리 격상하고 초기 치명률이 높으니 빨리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감기 정도로 국민에게 설명하는 데 그쳤다. 사실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 그리고 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2월18일 이후 급격히 감염자가 증가했다. 아마 일주일 후 25일 대통령 주재 회의 때도 초기 코로나19 위험을 경고했지만, 대통령은 코로나19 종식을 발표했다. 이때 전문가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감염자는 매일 1천명대 이상 발생하고, 미국·유럽처럼 많은 사망자가 나올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대처에 실망한 대응본부 의료진은 26일 다 포기하고 철수했다."▶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극복했나."국민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27일 아침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매일 수천 명 이상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방의학 통계를 발표했다. 언론 보도 이후 정부의 대응도 속도를 내기 시작해 병원 입원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 입소로 전환을 할 수가 있었다. 이때 정부는 초기 판단을 잘못한 것을 시인하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면서 매일 회의 때마다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분야를 정교하게 다 잘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 의견이 필요한 것이다. 잘못 판단된 부분이 있으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빨리 수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일 슈피겔, 미국 와이어드,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 기자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당시 유럽, 미국 등 수많은 국민이 사망했는데, 대한민국만 유독 4월에 빨리 감염이 안정화된 부분이다." ▶극복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첫 번째는 대구에서 첫 환자 발생 이틀 만에 10여 명 환자만 확진되었는데도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정부가 빠르게 대구동산병원, 국군대구병원 등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협조해 줬다. 두 번째는 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교 차출이 전문가 의견에 따라 3일 만에 이뤄졌다. 당시 메디시티대구협의회를 통해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와 모든 의료기관이 합심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보건 의료계가 국민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항상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대구시에서 미리 만들어 둔 것이 대한민국이 초기 코로나19 대처를 잘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세 번째는 그 당시 2015년 메르스 감염 기준에 따른 여러 가지 감염대책과 제도를 전문가들의 건의로 빨리 정부에서 코로나19에 맞게 수정해 대처할 수 있었다. 초기 방역 성공은 전문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했기 때문이다. 외신 기자들은 해외에선 대한민국 의사처럼 헌신적인 봉사를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번 의대 정원 증원에 문제 중 하나는 앞으로 국민과 의사의 신뢰가 끊어져 향후 다시 도래할 감염병에 대한 대처에 코로나19 초기 때처럼 대응·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역시 그때 유럽과 미국처럼 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국민과 의료진의 신뢰 연결고리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과 젊은 전공의, 의대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선거 당시 여러 공약을 제시했다. 이 중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공약은."의사회 조직 강화 사업, 지역 대학병원·종합병원과의 유기적인 협조와 시민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대시민 홍보 사업 강화, 해외 의료봉사, 해외 교류사업 등이 이번 15대 의사회 중점 공약이다. 여러 공약 중 최우선 추진 공약은 의료 전달 체계 확립으로 대구시민의 보건의료 향상과 '행복하고 건강한 대구시 만들기'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 육상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의료지원하고 지역 내 모든 병·의원 의료기관은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시의사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 정책 수립을 위해 대구시, 시의회, 시민,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과 소통할 생각이다."▶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체감도는."대구 지역에는 의료인력이 부족하지 않다. 다만 경북 일부 산간지역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의사 인원이 문제가 아닌, 지역에 인구가 적어 건강보험 아래에서는 의료기관 운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 가산 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쏠림 현상 또한 문제다. 위암·대장암 등 5대 암 경우 수도권 대학병원과 지역 대학병원 완치율이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KTX로 인한 편리한 접근성과 저렴한 진료비, 막연한 환상으로 수도권으로 가는 환자들이 있다. 시의사회에서는 지역 의료활성화 공청회와 광고를 통해 시민에게 지역의료기관의 우수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현재 가장 중요한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국민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TV 토론회와 시민단체, 여야 각 정당 대표, 정부,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충분히 개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국민이 듣기에 합리적인 의견이 있다면 정부에서 수용하면 된다. 또한 증원하되 정치적 관점에서 급진적으로 하지 말고 교육적 관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대화 협의체 구성도 서둘러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등 구체적인 의료 정책 계획과 예산 조달 계획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제15대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최근 본인 병원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에 대한 진솔한 견해를 털어 놓았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024.03.20
[논설위원의 직터뷰] 금용필 대구경북창업포럼협회 회장 "창업포럼 덕에 성공했다는 사람 많아지게 내 재능 꾸준히 기부하겠다"
사단법인 대구경북창업포럼협회(이하 대경창포)의 금용필 회장. 17년 전쯤 필자가 경제부 기자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금 회장은 대구의 한 건설업체 간부였다. 2012년 어느 날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가더니 지금은 유스티노자유대학 학장, 경영대학원장, 창업교육센터장, 창업경영학과장이란 여러 보직을 맡고 있다. 그런 과정에 대경창포를 만들어 회원 수가 2천500여 명에 이르는 단체로 키워서 7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학으로 옮긴 이후 건설업체 임직원이었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참 열심히 살았던 흔적 같다.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1만6천263개의 연락처는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또 다른 증거다. 대경창포는 창업에 특화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온라인에서 회원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창업 관련 교수나 창업 기관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250여 명의 멘토는 재능기부로 예비 창업자 및 초기 창업자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해주는 시스템으로 가동된다. 지난 8일 대구가톨릭대에서 그를 만나 대경창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지금도 가슴 뜨겁게하는 '창업'이란 말창의적사고로 고교이래 12개 특허취득12년전에 건설사서 대가대 교수로 이직비용부담없는 창업 컨설팅시스템 연구현재 유스티노자유대학장 등 여러 보직▶건설업체 출신이 어떻게 창업학과 교수가 되고 대경창포를 만들 생각을 했나. "건설은 토목·전기·설비·방수 등 여러 공정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다. 창업도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융합예술이다. 거주환경의 다양한 수요를 창의적인 생각으로 나타내는 것이 건설이다. 창업 역시 많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이런 의미에서 건설과 창업은 서로 통한다. 어릴 적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특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특허를 내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기계·디자인 등의 분야에 12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특허가 있으니 창업에 대한 욕구도 강했다. 지금도 창업이란 말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러던 중 대학 교수로 가면서 창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창업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서 대경창포를 만들었다." ▶대경창포 회원이 2천500여 명에 이른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대경창포는 2018년에 설립했다. 청년들이 창업뿐 아니라 회사 운영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애로 사항을 SNS를 통해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애로사항이나 궁금한 것을 올리면, 전문가가 답을 해주고 경험한 자는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금은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 없이 단톡방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한다. 단톡방 가입자 수는 1천500명으로 제한돼 있는데, 이미 1천500명이 차 있다. 그래서 1천500명 방에 들어오지 못한 분들을 위해 13개 파트의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13개의 단톡방에는 1천500명 방에 있는 분들도 가입한 경우가 있어 대경창포 회원 수가 정확하게 몇 명인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2천500여 명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나. 오프라인 모임도 하나."대경창포 회원들은 크게 멘토와 멘티로 구분된다. 멘토들은 창업 관련 대학교수와 창업지원기관의 담당자들이다. 멘티는 예비창업자부터 중소기업 CEO까지 다양하다. 멘토들 모두 자신의 지식을 재능기부 하고 있다. 멘티들도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재능 기부를 한다. 대경창포는 온라인 중심으로 움직이니까 사무처 상근 직원은 없다. 하지만 80여 명의 집행부가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대경창포는 회원들의 관심 영역을 세분화하기 위해 13개 사업단으로 나눠 단장 주도하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13개 파트는 바이오·화장품사업단, 인공지능·블록체인 사업단, 소상공인 식품사업단, 사회적 기업 사업단 등이다. 사업단별로 매달 한 번 정도의 오프라인 행사도 갖는다. 오프라인 행사 때는 온라인보다 밀도 있는 상담이 이뤄진다.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합동 설명회를 오프라인으로 갖기도 한다." ▶7년간 대경창포 회장을 맡았으니 기억나는 일이 많겠다."회원들이 SNS로 소통하면서 애로사항을 빨리 해결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런 과정에서 회원 상호 간에 감사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대경창포를 통해서 성장한 기업이 있다는 것도 보람이다. 영천의 농업회사법인 <주>담따프레시는 대경창포와의 인연을 통해 국내 매장 수를 늘리고 해외도 진출했다. 작년 매출이 15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지오로봇, <주>프레쉬벨 등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도 대경창포와의 협업을 통해 회사를 키워가고 있다. 특히 재능기부로 움직이는 단체라는 게 자랑스럽다. 서울·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 재능기부 방식의 대경창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지금 대학의 여러 개 보직을 맡으면서 대경창포 회장까지 맡고 있다. 혼자 할 수 있나."비결은 내 휴대폰에 저장된 1만6천여 개의 연락처다. (필자가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수는 1만6천263개였다.) 이 때문에 부끄럽지만 '인맥 플랫폼'이란 별명도 있다. 성공은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누구보다도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 여러 보직을 맡게 됐고, 무탈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원천이다. 특히 창업 관련 보직은 공통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시너지효과가 있다." 2018년 대구경북창업포럼협회 첫발별도 절차없이 단톡방내 2500명 회원150억 매출 담따프레시 등 성장 보람中企CEO도 멘토 도움으로 애로해결'인맥플랫폼'답게 폰엔 1만6263개 번호▶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5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중소기업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이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특화된 창업지원 기관들이 연대하는 클러스터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클러스터 구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현재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겠다. 요즘은 인생 2모작 시대여서 누구나 한번은 창업을 고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대경창포의 회장으로서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나의 재능을 꾸준히 기부하고 싶다. 그래서 대경창포 때문에 성공했다는 소상공인과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인터뷰가 끝날 무렵 금 회장은 유스티노자유대학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대학에서 하는 일을 홍보하는 것도 자기의 업무라면서 웃었다. "앞으로 대학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대가대는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유스티노자유대학이란 이름으로 온라인중심대학을 만들어 5개 과(부동산경영학·복지서비스학·상담심리학·경찰탐정학·창업경영학)를 운영 중이다. 2022년 유스티노자유대학을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170명 정원을 모두 충원해 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스티노자유대학에 관심을 가져달라." 김진욱 논설위원 jwook@yeongnam.com금용필 대구경북창업포럼협회 회장. 그는 대구경북창업포럼협회 덕분에 창업에 성공했다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4.03.13
[TALK&TALK] "'비-플랫' 타고 흐르는 역동적인 봄의 선율 선사"…전국 순회 연주 갖는 피아니스트 김상영
"비-플랫이라는 조성은 웅장하고도 굉장히 밝은 봄의 기운을 내뿜는다. 분명 빛과 어둠답게 브람스의 헨델 변주곡은 비-플랫 장조, 라흐마니노프의 2번 소나타는 비-플랫 단조이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환희이다."(프로그램 노트 중)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는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로 분류되지만, 그 색채는 크게 대비된다. 14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프란츠클래식 기획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김상영은 연습 과정에서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의 공통점을 발견했다."처음부터 '비-플랫'을 제목으로 잡은 것 아니었어요. 연습하면서 음미하다 보니 두 곡이 '비-플랫(내림 나)'라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어요. 굉장히 다른 색깔을 가진 작곡가인데, 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궁극적으로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브람스의 헨델 변주곡은 워낙 어려운 작품이라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용기를 내봤습니다."김상영은 2021년부터 계명대 조교수로 재직하며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 대구에 연고는 없지만,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박사까지 마친 그의 스승이 피아니스트 변화경(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으로 대구 출신이다. 미국 유학도 대구 출신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통해서 했기에 그에게는 대구 사투리가 익숙하다. 이번 공연은 그의 대구에서의 두 번째 독주회이기도 하다. 공연은 지난 1일 제주 공연,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공연 등 전국 순회 연주로 진행된다."대구에서의 첫 독주회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며 더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는데요. 지난해에는 대구시향과 협연하면서 감사하게도 좋은 관객들을 만났고 단원들과도 교감하며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연주 중 하나였어요. 이제 좀 더 퀄리티 있고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으로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어요."김상영은 2008년 아리조나 뵈젠도르퍼 국제 콩쿠르 1위, 2013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입상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여러 콩쿠르를 경험한 그는 학생들에게 더 발전하라는 의미로 콩쿠르 참가를 권유한다고 했다. "콩쿠르 참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입상으로 명성을 얻고 연주 기회를 늘려나가는 건데요. 아이러니하게 그런 욕심이 생기면 음악이 딱딱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그런 기회를 통해 더 성장하고자 했는데, 그 시간만큼은 음악에만 몰입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낙담했을 때 포기하거나 피아노와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을 조심해야겠죠."치고 싶은 곡이 너무 많다는 그는 가장 도전하고 싶은 곡으로 슈만의 '판타지'를 꼽았다. 또 무용수들과 함께 하는 무대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저희 선생님이 '슈만 판타지'는 40세가 넘어야 칠 수 있는 곡이라고 하셨는데요. 이제 제가 올해 마흔이 됐거든요. 러셀 셔먼(지난해 작고) 선생님 연주에서 영감을 받아서 하고 싶은 공연도 있어요. 선생님이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악보를 보고 연주하다 보니 제가 악보 넘기는 걸 많이 도와드렸는데, 그때 바로 옆에서 연주를 들었어요.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 무용수들이 나와서 춤추는 것 같은 환상을 일으키는 소리를 만드셨어요. 무용수들과 같이 합작하는 무대를 만들어 보는 게 제가 하고 싶은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피아니스트 김상영.
2024.03.12
[토크 人사이드] 대구 기반 활동 강한뫼 작곡가 "클래식·국악·아이돌 곡까지 작업…사람들에 필요한 음악 만들고 싶어"
국악이지만 특정 장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구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에서 강한뫼 작곡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느낌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강 작곡가는 대구시립국악단 악보계 단원, 우리음악집단 소옥 작곡가 겸 건반 연주자 등으로 활동하며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의 작·편곡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산하 클래식 음악 레이블 SM 클래식스 소속 작·편곡가로 활동하며 아이돌 그룹 NCT U의 'Make a Wish' 오케스트라 버전 편곡, aespa의 'Black Mamba', EXO의 '으르렁' 클래식 오케스트라 버전 등에 참여했다.강 작곡가는 가곡을 비롯해 국악, 관현악 등 다양한 분야 콩쿠르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영남대 작곡과 재학 중에는 비수도권 대학생 중 최초로 중앙 음악 콩쿠르 작곡 부문 1위를 하며 주목받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주최 대학생을 위한 창작 가곡제 대상을 비롯해 세일, 두남재,화천 비목 한국 가곡 콩쿠르에 입상했으며, 국립합창단 창작합창곡 공모에도 당선됐다. 지난 22일 그의 작업실 겸 집에서 강 작곡가를 만나 지금까지의 활동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피아노를 4세 때 처음 접했고, 학창 시절 내내 피아노와는 늘 함께했다. 중학교 때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거기에 나오는 치아키라는 인물에 빠졌다. 치아키가 지휘자로 나왔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이 꿈을 말씀드렸더니 작곡으로 음악의 전반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작곡을 하게 됐다."▶매월 그 계절에 어울리는 본인의 가곡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뫼월지가(뫼月之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워낙 가곡 자체를 좋아한다. 평소 관심 있는 게 3가지인데 첫째는 음악이고, 둘째가 문학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을 통해서 음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곡이 이 세 가지가 모두 담겨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또 평소 어떤 이미지를 생성해 그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제 경험에서 굉장히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기에 가장 나에게는 즐거운 작업 방식이기도 했다. '[회신] 윤동주 귀하'(윤동주 시를 가사로 만든 창작 가곡에 영상을 더해 선보인 공연)를 통해 만나게 된 안민호 감독도 가곡에 긍정적이었고, 아마추어로도 성악을 배우고 있었다. 가곡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안 감독의 생각과 나의 작곡가로서 음악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방향이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2022년 5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0여 개의 작품을 남겼다.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성악가들을 주로 접촉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분들과도 작업해나가고 있다."▶시에 곡을 붙일 때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다면."시의 해석과는 전혀 무관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시의 감동을 음악으로 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곡할 때는 시를 선율이나 음악적인 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에서 의성어, 새 소리와 같은 것이 나오면 피아노로 담아내는 식으로 시에 담긴 시상이나 배경이 되는 것을 객관화해 옮겨오려고 한다. 이 노래에 담긴 시적인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음악인이고 작곡가로서 예술을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고 할 뿐이다."▶강 작곡가의 곡을 들어보면 국악과 서양 음악의 조화가 느껴진다."서양 작곡을 할 때부터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있었다. 서양 음악 작곡을 하면서도 살풀이와 같은 한국적인 소재의 특징을 반영해서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 했다. 시립국악단에서 일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만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연주방식이나 소위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를 거쳐 국악기의 시스템에 맞는 작곡 방식이 필요했다. 또 이 악기들이 가진 음향적인 것도 연구를 통해 재해석해 풀어내야 했다.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한국적인 해석이 결국 곡에 반영되어야 했고, 이 때문에 연주자들과의 소통도 너무 중요했다."▶SM 클래식스를 통해 아이돌 그룹의 곡을 편곡하는 작업도 해오고 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SM 클래식스가 처음으로 선보일 곡 리스트를 정해서 편곡자를 찾고 있었다. 가까운 지인이 추천해 작업하게 됐고, 저는 그중 NCT U의 'Make A Wish'를 선택했다. 이 작업물을 보여주고 전속 작·편곡가로 제안이 왔다. 아이돌 음악을 편곡하는 작업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요즘 아이돌 음악 패턴인지는 모르겠는데, 일종의 패턴만 있고 음악이 진행되면서 전자적인 사운드가 바뀌는 정도의 변화가 나타난다. 클래식은 화성적인 것도 변화해야 하고 선율 하나도 다르게 풀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탈바꿈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 '이 정도면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선보여도 이미 그 곡을 접해온 분들이 생각하는 건 또 달라서 그 피드백을 듣고 반영하기도 한다."▶대구시립국악단 외에도 우리음악집단 소옥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는데 그때마다 작곡 방향이 달라지는가."음악을 대하는 태도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제 곡에서 '강한뫼스러움'이 풍긴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여기에 각 장르에 있어 장르다움을 고민해 반영한다. 대중음악이면 대중음악적인 특징을, 국악이면 진짜 국악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반영하며 변하는 것 같다."▶지난달 행복북구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서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지휘도 했다. 앞으로 지휘도 할 계획인가."공식적인 무대에서 지휘한 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거부감 없이 할 정도는 된 것 같다. 굳이 지휘에 더 마음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작곡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이 서양음악과 국악을 모두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는 나에게는 나의 고유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이긴 했다. 서양음악 악기와 국악기의 융합을 음향적·기능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실전으로 경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이번 달까지 대구시립국악단에서 근무한다고 했는데."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기에 퇴사를 결정했다. 양질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온전한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싶었다."▶작곡가로서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작곡해 보고 싶은 분야는."대학교 2학년 때부터 마음에 정해놓은 음악에 대한 철학이 있다. 사람들의 필요가 되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어떤 장르를 하겠다고 특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보면 이미지나 문학적인 것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음악을 선호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영화 음악이나 영상과 관련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사람들의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그런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강한뫼 작곡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을 대학생 때부터 갖고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어떤 장르를 하겠다고 특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024.02.28
[논설위원의 직터뷰] 김제덕 양궁 국가대표 "마치 숙제 같은 개인전 정상, 올여름 파리서 끝낼 겁니다"
"파이팅, 코리아 파이팅!"이 한마디 외침으로 국민들 뇌리에 깊게 박힌 운동선수가 있다. 앳된 얼굴에 상기된 모습으로 간절함이 담긴 이 장면은 올림픽 금메달로 마무리되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긴장감 해소 차원에서 해보고 싶었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단순한 시도였는데 최상의 결과로 연결됐다. 초등학생 때 엉겁결에 활을 잡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미처 몰랐던 승부사 기질이 발현된 데다, 자기만족에 철두철미한 성격이 오늘을 있게 했다. 전 세계 체육인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올림픽 정상의 꿈을 경북일고 재학 시절 일찌감치 이뤘지만 시상대 맨 위에 계속 오르고 싶은 그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조 신궁'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와 윤옥희 경북일고 코치에 이어 '활의 고장' 예천의 계보를 잇고 있는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20·예천군청)의 이야기다. 하루 평균 700발 안팎 활시위 당기며 한국 男양궁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금빛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단체 金 불구'시상대 맨위'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적당히'라는 말 가장 경계…자신과 싸움"일단 대표선발전 3위 내 들기 위해 최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도쿄올림픽이 당초 예정대로 2020년에 열렸다면 포효하는 김제덕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손자 사랑이 각별했던 할머니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아버지가 그해 대표선발전 전후로 많이 아프셨다. 게다가 지독한 연습벌레에게 찾아오는 숙명 같은 부상이 한창 그를 괴롭힌 탓에 선발전 통과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2024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즈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1년 순연됐다는 소식이 거짓말처럼 전해졌다. 기회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를 찾아왔다. 양궁에서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여겨질 만큼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열하다. 2021년 4월 최종 2차 평가전에서 우여곡절 끝에 3위를 차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김제덕은 한국 남자 양궁 역대 최연소(만 17세3개월) 출전이라는 기록을 썼다. 경북일고 2학년 때의 일이다.김제덕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5세 무렵, 아버지 고향인 예천으로 내려와 조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 아래 성장했다. 예천초등-예천중-경북일고를 졸업했고 현재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 활약 중인, 말 그대로 '예천인'이다. 예천초등 체육시간에 진행된 양궁부 모집 때 친구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손을 든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때까지 활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쉬이 싫증이 날 법도 했으나, 어느 날부터 선배들의 슈팅자세가 멋있어 보였고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승부욕이 발동하면서 청춘을 걸 만큼 양궁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차린 양은영 코치의 섬세한 지도에 녹아들면서 촉망받는 궁사로 성장을 거듭했다. 손끝의 감각을 익히고, 또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중학생 때까지 하루 평균 700발 안팎을 쐈을 정도로 독한 면을 갖고 있다. # '재능 0%, 노력 100%'라는 겸손한 천재어떤 자리든 정상에 오르려면 재능과 노력을 겸비해야 한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극단적인 치우침으로는 얻을 수 없는 위치다. 김제덕은 자신의 재능을 절대 앞세우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노력했고 운이 따라줬을 뿐이라고 한다. 땀 흘리지 않는 천재에게 한계가 있는 것처럼 재능 없는 노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궁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TV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했을 정도로 일찍 자질을 주목받았음에도 불구, 노력이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산다. 그는 '적당히'라는 말을 가장 경계한다. 거의 매일 자신과 싸움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당히'는 불안감을 키우고, 그 불안 때문에 뭔가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스스로 한 약속, 스스로 정한 목표와 어정쩡한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그에겐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추상같은 엄격함은 간혹 예기치 못한 화를 자초할 때도 있다. 김제덕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어깨 충돌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어깨회전근개를 반복적으로 과하게 사용할 때 찾아오는 질병이다. 괜찮다 싶을 정도로 회복되는 데까지 꼬박 3~4개월이 걸렸다. 선수생명과 직결되는 현실적 위기감을 제대로 느꼈다. 이를 계기로 훈련도 중요하지만 쉼을 적절히 병행해야 좋아하는 활을 오래 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제덕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예천을 찾는다. 주위에서 효자라고 주저 없이 치켜세울 정도로 할머니와 아버지께 지극정성이다. 그리고 진호국제양궁장 방문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문형철 예천군청 감독(전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이나 김미라 예천군 체육사업소장 등을 만나 가족과 고향, 그리고 양궁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서적 안정과 함께 새로운 힘을 충전한다.# 당장 목표는 2024파리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은 전부 목에 걸어봤다. 그런데 여전히 배가 고프고 뭔가 허전하다. 개인전 금메달이 없어서일까? 김제덕에게 개인전 정상은 마치 숙제 같다. 해야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너무 하고 싶은 일이다. 겉으로는 아직 젊으니까 하나씩 이뤄가면 된다고는 하나, 속내는 올여름 파리에서 숙제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의 경쟁이 여전히 부담스럽긴 하다. 그런데 반복의 힘과 학습효과는 생각보다 실속있고 강했다. 여러 번의 선발전을 거치면서 냉혹한 승부세계에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양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실을 그는 이미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양궁선수라면 표적지가 유혹하는 한가운데 노란색(골드)을 선호할 법도 한데, 김제덕은 파란색을 좋아한다. 실제 쏘는 화살의 깃털도 자신이 고른 파란색이다. 훈련에 지치고 가슴이 답답할 때 가끔씩 찾는 바다가 편안함을 준다는 게 이유다. 좌우 시력이 2.0인 그는 슈팅할 때 왼쪽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는 습관도 있다. 도쿄올림픽 2관왕을 차지하면서 주민등록증이 나오기 전에 병역특례를 받았고, 운전면허를 따기도 전에 승용차를 포상으로 받은 사실이 회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 연말에는 그동안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 준 고향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예천군청을 방문,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래저래 스토리가 많은 김제덕의 올해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남자 및 혼성 단체전 금메달과는 별개로 개인전 시상대 맨 위에 서서 태극기를 보며 애국가를 듣는 것이다."일단, 파리행 비행기에 타려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 장담할 수는 없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운까지 따라줘서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병원에 계신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분에 넘치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고향분들을 비롯해 감독 및 코치 선생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3대 메이저대회 양궁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전부 목에 걸어봤던 김제덕은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정상에 오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2021년 7월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김제덕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02.21
[토크 人사이드] 국민 건강 위해 힘 쏟는 의성 출신 김나경 아리바이오 부사장 "세계 첫 먹는 치매 치료제 개발 전력…바이오의약품, 韓 새 동력 될 것"
김나경 아리바이오 부사장은 국내 의약품 시장의 '안전' 전문가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대를 졸업하고, 2020년 대전식약청장을 퇴임할 때까지 식약청에서 의약품의 시판허가를 위한 안전성, 규격, 품질을 평가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재임 중 조직 내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황사 마스크 도입·프로포폴 규제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파장이 큰 이슈를 직접 처리해 주목받았다. 김 부사장은 "식약청에서 24년간 근무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잖은 어려움과 고충이 있었지만, 온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직업적 자긍심으로 살아왔다"고 회고했다.식약청 재임 중 '혁신의 아이콘'황사방지마스크 기준 규격 마련코로나 위기 'KF규격 기초' 토대프로포폴,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희귀·난치 질환자 치료 기회 확대반도체 이을 바이오 산업 세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6.5%국내 5대 병원·美 등 다국적 임상치매 치료제 개발의 꿈 이뤄질 것◆"하루를 살아도 내 인생을 산다"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철두철미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자신에게는 엄격했지만, 딸인 김 부사장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큼 돈독한 사이였던 부녀는 김 부사장의 독일 유학을 두고 처음으로 대립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아버지는 여자 혼자 가는 유학길이 얼마나 고단하고 위험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했다."대학에 진학해서 처음엔 열심히 놀았어요. 다른 대학 남학생들과 '문나잇 페스티벌'을 개최했다가 신부님인 총장님께 불려가 한 달 동안 반성문을 썼을 정도였죠. 신나게 놀다가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공부가 너무 재밌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약국을 하고, 시집가서 잘 살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는 없었어요. 가슴속에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거든요. 결국 '하루를 살아도 내 인생을 산다'는 각오로 독일행을 강행했어요."고집스럽게 선택한 독일행에서 평생 잊히지 않을 뼈아픈 기억도 있다. 당시 아버지가 독일에 있는 딸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암 재발 사실을 알렸던 것이다."전화기를 들고 30분 이상 하염없이 울기만 했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냥 떠나온 것이 아버지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독일 유학서 배운 '합리주의'독일 유학 생활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제자에게 한없이 너그럽던 지도교수에게 예기치 않은 병마가 찾아와 결국 10개월 만에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교수가 약속한 연구환경과 혜택도 아득해졌다. 지도교수를 잃고 사고무친 이국땅에서 막막해진 그녀는 조용히 짐을 쌀 결심을 했다. 그때 대학본부에서 학장과 교수들이 찾아왔다. 학교 측은 작고한 지도교수가 약속한 것을 이행하고, 연구 활동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 했다. 학교의 구성원인 지도교수가 타계했을지라도 기관 차원에서 약속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이 그들의 '룰'이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친소 관계를 떠나 모두가 진심으로 도와주었다. 성실히 일한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가 그렇게 해줘야 한다는 독일의 공정성을 인생의 위기에서 체험했다. "인생이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가 다시 바닥에서 올라가기도 하죠. 마음을 다 내려놓고 있었는데 반전이 찾아온 그때, 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항상 겸손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겼어요."귀국 후 식약청에 취직한 이후에도 당시의 가르침을 꾸준히 이어갔다. 김 부사장은 "저는 직원들을 평가할 때 일을 잘하는 사람을 항상 우선했다"며 "저랑 친하다고 점수를 더 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제가 가진 라인도 없고, 제 밑으로도 라인이란 게 없다"고 말했다. ◆'황사마스크' 규격 마련, '프로포폴' 위험성 환기 1996년 첫 출근을 한 후 식약청에서 24년간 근무했다. 다양한 업무를 맡았지만, 뚜렷한 기준과 규격이 없는 상태에서 우후죽순 난립한 '황사방지마스크'의 기준규격을 마련하고, 국가적 관리방안을 수립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황사방지마스크의 기준규격은 코로나 위기 때 'KF' 규격 마스크의 기초가 되었다. 또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앗아갈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프로포폴의 위험성을 국내에 환기시키고, 오남용 실태를 조사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관리하도록 한 것도 주요한 성과로 남았다.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장을 맡아 희귀·난치 질환자 및 암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도 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환자 수가 극히 적은 희귀질환의 치료제와 공급이 멈춰선 안 되는 국가 필수의약품의 수급·유통·조제 등을 전담 마크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채산성이 낮아 시장에 맡겼을 때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약이다."희귀병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고 질환 치명률이 높아 치료제 가격이 고가 내지 초고가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어린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지원 방법이 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에요. 정부와 국회가 희귀·필수약 안정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입니다." ◆세계 첫 먹는 치매 치료제 개발의 꿈전 세계 바이오 분야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인류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질수록 신약 개발의 꿈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도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신약의 특성상 직접적 투자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김 부사장이 현재 몸 담고 있는 '아리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63억4천만달러(8조3천500억원)에 달하며,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이 6.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질환 특성상 치료제 개발이 어려워 2003년 이후 신규 승인된 치료제가 없었다. 아리바이오의 치매 치료제 'AR1001'은 현재 국내 5대 병원 등과 함께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다국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익적 임상시험지원대상 1호로 지정되어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포털에서 임상 3상 환자를 모집하기도 했다.김 부사장은 "지금은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리지만 앞으로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도 무섭게 성장할 것"이라며 "인류를 위협하는 치매로부터 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김나경 아리바이오 부사장은 2020년 대전식약청장으로 은퇴하기까지 24년간 식약청에서 근무했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규격, 품질 등을 평가하는 업무를 주로 한 그는 모든 인류가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2024.02.14
[토크 人사이드] '대구 건설 리더' 화성산업 최대주주 이종원 대표이사 회장
"대표이사 사장일 때, 대표이사 회장일 때, 최대주주로서의 회장일 때 느낌이 다 다릅니다. 최대주주로서의 회장이 된 후 쏟아지는 언론의 주목, 주변의 덕담과 응원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최근 이종원 화성산업 대표이사 회장에겐 화성산업 최대주주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지난해 말 부친인 이인중 화성산업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아 10.14%(102만8천730주)의 지분을 가진 명실상부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장은 "'최대주주'는 법적 지위의 자리는 아니지만 회사 신뢰도와 평판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상징적인 자리다.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증여 시기와 관련해선 특별한 의도와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 회장은 2019년 3월 화성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22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회장으로 취임 후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본사 업무공간 리모델링을 통해 직원 근무 환경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미완성이다. 현재 콘퍼런스홀로 운영되는 본사 7층 공간은 아직 리뉴얼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그의 머릿속에는 요즘 '뉴 화성' '글로벌 화성'이라는 키워드로 꽉 차 있다고 했다.그는 "올 상반기 중 인도네시아에 해외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할 것"이라며 "아직 어떤 형태가 될진 잘 모르겠지만 이른 시일 안에 법적 검토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회사 전략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와 '차별화'도 언급했다."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접 시공'에 뛰어드는 등 건설사로서 산업의 밸류체인 속에서 어떤 영역에 진출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극대화할지를 검토하고 실행할 것입니다. 화성산업이 이미 강점을 갖고 있는 환경사업에 보다 적극 나설 것이고, 신사업 발굴과 도전을 계속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보겠습니다."대륙법과 영미법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우리나라 법체계는 '대륙법'이다. 유럽·일본 등이 채택하는 대륙법은 '포지티브(Positive)'의 특성, 즉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해 두고 그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방식을 따른다. 반면 미국·영국 등이 채택하는 영미법은 '네거티브(Negative)'의 특성, 즉 할 수 없는 영역을 미리 정해 두고 그 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법체계다.그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하는 것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지만 그 중엔 현재의 법체계인 대륙법 영향도 있다. 이에 현 제도하에서 링 안에서 도태되는 기업들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우리가 취하도록 하고, 링 밖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기업 CI 및 BI를 리뉴얼 중이다. 그는 올해 중으로 '비전 선포식'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상반기 印尼 법인·지사 설립향후 동남아 진출 발판 활용기업CI·BI 리뉴얼작업 한창올 비전 선포식서 발표 예정환경사업 독보적 경쟁력 자부역외·신공항·토목 등 다변화신사업을 미래성장동력 삼아수주 1兆·시공능력 30위 목표 ▶올해 인도네시아에 해외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인 계획 및 향후 중점을 둘 사업 방향은."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모한 파키스탄 카라치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우리 회사의 강점인 환경사업 부문을 통해 해외사업에 대한 진출을 꾸준하게 모색했는데, 첫 결실을 본 것이다. 우리가 해외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하고, 안정성에 대한 확보가 된다면 어느 곳이든 진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경우 향후 동남아시장을 진출하는 데 있어 발판으로 삼고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에 인도네시아에 해외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해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환경사업에 보다 중점을 둔다는 구상인가."제가 환경에 관심이 많고 우리 회사가 환경사업에 있어서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우수한 실적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환경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보다 독보적으로 키워가고자 한다. 쓰레기 매립장, 탄소 배출권, 수소 연료 전지 등 다양한 환경 관련 사업을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모색·추진·실행할 것이다."▶역외사업의 경우 주력 지역이나 분야는."주택사업의 경우 대구는 고금리와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의 진출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투입 비용 대비 효율성이 좋고 리스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시장이 회복됐을 때 가장 빨리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현재 고덕강일3단지와 평택석정화성파크드림 등 수도권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며, 동시에 인근 지역의 특성과 신규 사업성 등을 고려해 시장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지역에서 펼쳐질 신공항사업 준비 및 대형 건설 사업에 대한 화성산업의 포부는."신공항 및 대형 건설사업은 지자체의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또 건설과 연계되는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자재, 하도급 등 대구 굴기가 될 수 있도록 대구 건설 리더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수주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업체로 불리는 화성산업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43위를 보이고 있다. 향후 이 순위를 올려서 최대한 이른 시점에 30위대에 속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국내의 다른 건설사 등과의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 해외 건설이나 투자, 신사업 진출에서 다른 건설사 등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사업 진출 분야도 건설을 넘어 K문화, F&B,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건설 및 대형 건설프로젝트와 연관된 부문에 대해 다양하게 모색하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것이다. 이외에 시니어타운 등도 검토 대상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이종원 화성산업 대표이사 회장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를 '뉴 화성' 그리고 '글로벌 화성'을 만드는 원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계속되는 도전과 시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2024.02.07
[논설위원의 직터뷰]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홍규 신부 "24세때 조선 파견 '왕벚꽃 신부 에밀 타케'의 삶 韓·佛에 알리고 싶어"
옛 일제강점기 때 대구 유스티노신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 유스티노캠퍼스) 학장을 지낸 '엄택기(嚴宅基·1873~1952)'라는 신부가 있었다. 한국인이 아니다. 프랑스인 '에밀 타케(Emile Taquet)' 신부다. 1897년 24세 때 사제가 된 뒤 조선에 파견돼 사목 활동을 펼친 선교사다. 그는 제주도에 최초로 감귤나무를 심은 것은 물론 우리나라 왕벚나무 서식지를 발견해 유럽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한 이다. 그때가 1908년 4월이었다. 한라산 해발 600m 지점에서 자생하고 있던 왕벚나무였다. 왕벚나무 원산지가 조선임을 알린 역사적인 일이다. 나흘 전인 지난 27일은 타케 신부가 79세 나이로 대구에서 선종(善終)한 지 72주기 된 날이었다. 이런 타케 신부의 삶을 고집스럽게 연구해 온 신부가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사제인 정홍규(69·에밀 타케 식물연구소 이사장) 신부다. 그가 최근 '왕벚꽃 신부 에밀 타케'(대건인쇄출판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를 만나 타케 신부가 어떤 사람인지, 대구와의 인연은 어떠했는지, 나아가 왕벚나무를 비롯한 '식물 주권'이 왜 중요한지를 들어 봤다. ▶앞서'에밀 타케의 선물'(2019년)·'식물십자군'(2022년)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이번엔 '왕벚꽃 신부 에밀 타케'인데요.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해 주신다면."책을 만들면서 타케 신부의 편지글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이분이 20대 때 조선에 와서 무려 54년간 계셨어요. 선종 때까지 단 한 번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했죠. '매일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이하 생략·1932년 타케 신부가 고향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 이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시(詩)나 노래 속에 담긴 그 어떤 그리움보다 더 절절한 그리움을 타케 신부가 품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아울러 그가 조선으로 오기까지 3개월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심정을 담은 선상일기도 인상적이었고요. 타케의 이런 삶을 신부의 증증 조카인 테디 또리옹(28·프랑스 고서 보관소 사서)씨가 연구해 논문으로 낸 내용 등을 엮어 이 책에 담았습니다. 자기 선조가 100년도 훨씬 전 한국에서 왕벚나무도 발견했고, 신학교 학장도 했으니…. 또리옹씨 논문은 일종의 '가문의 영광'에 대한 오마주이지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이런 자료를 전혀 찾을 수 없었죠."▶타케 신부의 삶, 특히 식물 채집의 궤적을 좇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2014년, 대구 남산동 한 주민이 제보를 해 왔어요. 그분 얘기는 '타케 신부가 1920~30년쯤 천주교 대구대교구 안에 왕벚나무를 심었는데, 한때 태풍으로 죽어가던 나무를 자기 할아버지가 막걸리를 뿌려 줘 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거예요. 순간 호기심이 생겼죠. 교구청에서 수년간 근무한 제가 타케 신부 묘가 교구청 성직자 묘역에 있고, 왕벚나무도 교구청 내 고택 옆에 심어져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작 이분과 왕벚나무의 스토리는 전혀 알지 못했죠. 그때까지 우리나라에서 타케의 삶이 한 번도 조명된 적이 없었어요. 왕벚나무 스토리에 대한 무지(無知), 심지어 교구청 왕벚나무를 일본 '사쿠라'로 치부하기까지 했으니…. 그런 뼈아픈 반성에서 '타케'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타케 신부가 왕벚나무를 대구에 심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타케 신부는 조선에 와 순회 사목을 하다 1922년 대구로 오게 됩니다. 앞서 13년간 제주도에서 펼친 식물 채집의 추억을 잊지 못해 남산동에 왕벚나무·당광나무 등을 심었던 것 같아요. 나이테를 조사해 타케 신부가 대구에 있은 연도와 비교해 보니 그가 심은 게 확실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1964년 대구대교구청 화재로 그분과 관련된 사료가 모두 소실됐어요. 불만 안 났다면 좀 더 디테일한 스토리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제주도에 최초 감귤나무 심고한라산 왕벚나무 서식지 발견유럽 학계에 처음 보고하기도54년간 사목 활동, 고국땅 못 가""1920~30년쯤 대구대교구청 안왕벚나무 심은 얘기 전해 들어""佛 고향마을에 왕벚나무 심어타케신부 묘 모신 대구대교구와유럽인 생태 관광 연결됐으면"▶알면 알수록 타케의 삶이 흥미롭습니다. 앞선 제주도에서의 식물 채집 스토리를 짚어 주시겠습니까."타케 신부는 원래 식물학에 조예가 전혀 없었어요. 발령받아 온 제주도, 막상 먹고살 일이 없었던 거예요. 선교할 때 자금이 필요하잖아요. 궁리 끝에 시작한 게 감귤 나무 심기였죠. 그게 오늘날 제주 감귤 산업의 출발점이 됐죠. 아울러 당시 세계적으로 식물 채집이 유행처럼 번졌어요. 때마침 제주도에 온 선배 신부인 포리로부터 식물 채집 노하우를 전수받았죠. 당시엔 식물 묘목(또는 씨앗)을 유럽에 보내면 돈을 벌 수 있었어요. 그 돈으로 성당 터도 사고 선교 사업에 쓴 것이죠. 타케 신부가 제주도에서 식물을 채집해 전 세계에 보낸 것만도 2만여 종, 학명에 '타케'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만 해도 125종에 이릅니다. 그만큼 세계 식물학사에서 공로가 큰 분입니다."▶여전히 벚나무 원조 논쟁이 있습니다. "타케 신부가 1912년 독일 학계에 보고할 땐 우리 왕벚나무는 일본 왕벚나무인 사쿠라(소메이요시노)의 변종으로 신고됐어요. 타케가 변종으로 신고한 게 아니라 독일에서 감정을 그렇게 해버렸지 뭡니까. 앞서 1901년 일본 사쿠라가 독일 학회에 먼저 신고되는 바람에 사쿠라를 원조로 판단한 것이죠. 아직도 학명은 '프루누스 예도엔시스마쓰무라(Prunus yedoensis Matsumura)'로 돼 있습니다. 학명은 수정이 안 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죠."▶몇 해 전 한국과 일본의 왕벚나무는 별개라는 유전체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본에만 좋은 일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식물이 일본에 유출됐습니다. 또 그 식물 학명에 버젓이 일본 이름이 달려 있어요. 왕벚나무도 그 가운데 하나고요. 원산지는 하늘 두 쪽 나도 제주도입니다. 일본 소메이요시노는 재배종인 반면 우리 왕벚나무는 엄연한 자생종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식물학계도 소메이요시노 원산지를 물으면 '연구 중'이라는 궁색한 답만 해요."▶경주에 토종 'K-왕벚나무'를 심었다고 들었습니다. "5년 전쯤 경주 남산동에 200그루를 심었죠. 지금 제법 컸습니다. 더 심어야 합니다. 진해 벚꽃축제가 유명하잖아요. 거기 나무 100%가 일본산 소메이요시노입니다. 경주 김유신로에 있는 벚나무도 소메이요시노이고. 소메이요시노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나이도 많이 들었으니 이젠 바꿀 때가 됐습니다. 이참에 병충해에 강하고 아름다운 토종 왕벚나무를 키우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K-나무'를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 '식물 주권'을 지키는 길입니다."▶'K-나무' 한류(韓流)를 기대해 봄 직합니다. "이미 일본은 사쿠라를 미국 워싱턴에, 프랑스 파리에 심어 놨어요. 우리도 왕벚나무를 에밀 타케의 프랑스 고향 마을에 심을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에 제주도 상징인 돌하르방도 함께 설치해 놓으면 금상첨화고요. 우리만의 방식으로 '지구의 아름다움'에 기여할 수 있는 길입니다. 아울러 대구에서도 타케 신부의 묘가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일대를 프랑스 등 유럽인의 생태 관광으로 연결하면 좋을 것 같아요. 타케가 끝내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사실도 프랑스인에겐 흥미로운 스토리가 된다는 것이죠. 관계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입니다."정 신부는 지난 30여 년간 환경·생태운동, 대안학교 운영 등 활발한 사회 운동을 펼쳐 왔다. 2019년 대구가톨릭대 사회적경제대학원장을 끝으로 은퇴해 경주에서 원로사제로 지내고 있다. 그는 "원로 사제가 되면서 결심한 게 있었다. '더 빠르게 살지 말고, 더 느리게 살면서 최선의 목표를 위해 내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보자'였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내린 미션은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회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시쳇말로 '하고집이' 신부님이다. 그 열정이 아름답다. 일흔을 앞둔 연세에도 늘 소년 같은 표정을 짓는다. 비결이 뭘까. 아마 '세상과 소통하려는 호기심'이 아닐까. 정 신부와 대화를 나누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창호 논설위원 leech@yeongnam.com정홍규 신부가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에밀 타케 신부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신부는 "타케 신부 스토리는 지역의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정홍규 신부가 최근 펴낸 '왕벚꽃 신부 에밀 타케' 표지.
2024.01.31
[출향 인사를 찾아서] '구미 출신'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정치로 풀 것은 정치로 풀어야…법원에 판단 의뢰, 옳은 해결책 아냐"
강민구(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자칭 '별난 놈, 독한 놈, 이상한 놈'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손쉽게 사는 길을 찾을 때 그는 일부러 멀리 돌고 돌아서 길을 만들었다. 매년 봄날이 되면 섬진강가의 차밭으로 가 직접 차를 만들었다. 어린 찻잎을 수차례 덖고, 찌는 과정을 반복하여 만든 녹차는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눠 마신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혼돈에 빠졌을 때는 매일 미국, 독일, 러시아 등 전 세계 뉴스를 분석해가며 1년 6개월간 '페이퍼'를 만들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다. 또 장기 미제사건과 같이 어려운 재판을 만나면 피하지 않고, 모두 맡아서 하다 보니 '바보 판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구미 출신으로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강 부장판사는 "1988년 3월2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 들어설 때 막연하게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재판에서 억울한 사람의 눈물을 공의롭게 닦아주어 퇴직 시 강민구 1인 주식회사의 1주당 가치를 무한대까지 올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그 다짐을 실현한 듯해서 후회나 여한은 없다"고 말했다. 일국의 판사라는 자신감으로 일해헌법·공평한 정의감 등이 '동아줄'법원 외부 '통합중재원' 신설 필요영미법계 국가서 보편적으로 활용법조계도 AI시대에 적극 대비해야정보 격차 줄이는 사회활동 하고파◆재임기간 36년, 1만201건 판결 한국에는 대략 3천명의 법관이 있다. 강 부장판사는 그중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재판을 진행했다. 36년 재임기간 동안 1만201건의 판결문을 썼는데, 우리나라에서 1만건이 넘은 경우는 강 부장판사가 유일하다. '구로공단 농민토지 강제수용 손실보상 사건'이 강 부장판사에게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남는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때 서울 구로동 일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토지를 빼앗겼던 농민과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650억원을 돌려받는 등 소송 47년 만에 피해를 회복하게 된 사건이다. 또 10년 만에 조정으로 종결시킨 '녹십자 혈우병약 에이즈 감염사건'을 비롯해 '4대강 한강유역 사건' '군대 가혹행위 피해자 유공자 인정 사건' 등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저의 동아줄은 '헌법·헌법정신·법률·확립된 선례와 판례·공평한 정의감'이었다. '일개 판사'가 아닌 '일국의 판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해왔던 것"이라며, "선한 일을 한 집안에는 필시 경사가 쌓인다(積善之家 必有餘慶)를 좌우명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자타 공인 IT 전문 법조인 최근 프랑스에서는 법률전문 AI(인공지능)가 등장해 관심이다. '변호사가 1년 걸릴 일을 단 1분이면 해결'이라는 파격적 홍보문구를 내세운 AI 법률상담은 열흘 만에 2만명 이상이 몰려들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법조계도 AI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9월부터 재판업무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법원은 AI를 이용해 판결문 쓰는 속도를 2~3배 단축하는 등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보고 있다. 강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IT(정보통신기술) 전문' 법조인이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이전부터 사비로 구입해 독학으로 프로그램을 익혔다. 지금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필기앱에 저장하고, 챗GPT· 빙·바드 등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한다. '법조계의 스티브 잡스' '디지털 선구자' 등의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강 부장판사는 "이제 생성형 AI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미리 대비하여 AI를 잘 다루고,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 앞으로 AI를 잘 사용하는 법조인이 그렇지 못한 법조인을 대체하게 될 것인 만큼, 젊은 변호사 세대는 송무 사건에만 집착하지 말고, AI 등에 올라타서 다양한 분야로 속히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속 재판부에 욕먹는 판사 안 돼야"최근 한 유명인 부부의 소송을 담당하던 판사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맡은 법관은 사표를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법원 안팎의 분위기는 무겁다. 선배 법조인으로서 그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고(故) 강상욱 고법 판사는 능력이 탁월하고 재판업무에 몰두하여 장기 미제를 남기지 않은 판사였습니다. 법관은 자신의 후임 재판부에 의해 가장 정확한 평가를 냉정하게 받습니다. 적어도 후속 재판부에 의해 욕먹는 판사가 되면 안 됩니다."정당 또는 사회적 갈등이 생겼을 때 구성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법원에 판단과 해석을 의뢰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데 대해 강 부장판사는 옳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치의 사법화가 유행인데, 이는 옳은 분쟁 해결책이 아닙니다. 정치로 풀 것은 정치로 풀고, 꼭 법이 개입되어야 할 사건만 법정에 와야 합니다. (영미법계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법원 외부에 '통합중재원' 조직을 신설하고, 법원의 개입 없이 당사자 간 소송 관련 정보를 서로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상록수' 운동에 앞장강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AI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디지털 상록수' 운동을 수년 전부터 펼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실버 세대에게 쉽고 자세한 설명을 해줘 인기다. 2017년 부산법원에서 한 그의 강연을 갈무리한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 유튜브 영상은 자그마치 136만 뷰를 기록했다. 코미디나 엔터가 아닌 학술 영상으로서는 이례적인 조회수였다. 또 2018년 개설한 그의 네이버 블로그는 '디지로그 명심보감 시리즈' 등 3천여 건의 게시물로 방문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은퇴 후에는 법조인으로서 후배들과 같이 변호사 본업을 하는 동시에 틈틈이 짬을 내어 디지털·AI 정보격차를 줄이는 사회공헌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엄숙한 판사의 이미지보다 대중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보다 편리한 디지털 세상을 널리 전파하고 싶습니다."자신이 가진 지식을 주변 사람들과 아낌없이 나누는 철학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강 부장판사는 "어머니는 베풀기를 좋아하셨다. 지금 여기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덕이 쌓인 결과이며, 언젠가 나 또한 살아가며 받은 만큼 다른 이들에게 기꺼이 어깨가 되고, 방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다"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좌우명은 '적선지가 필유여경'이다. 이달 말로 36년간의 법관생활을 마무리하는 그는 은퇴 후 우리사회의 인공지능(AI)·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는 사회공헌활동을 계획 중이다. 〈강민구 제공〉
2024.01.24
[토크 人사이드] 22대 국회의원 선거 준비에 여념없는 이수현 대구선관위 상임위원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선거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만큼이나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는 기관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다. 특히 이번 총선을 맞이하는 선관위의 각오는 남다르다. 선관위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 투표' 사태 등으로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해에는 채용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국민 신뢰를 다시금 얻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15일 이수현(57) 대구시선관위 상임위원을 만나 선거 준비상황과 바람직한 선거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 상임위원은 "공정한 선거 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되새기면서 국민의 높아진 선거 절차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1994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상임위원은 선거 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중앙선관위 선거2 과장과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 조사2 과장, 인천시선관위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대구시선관위 상임위원으로 부임했다.대구 투·개표 사무인력 2만1천명 필요사전·우편투표함 24시간 CCTV 공개분류된 투표지 확인 수검표 절차 추가중대 선거범죄 단속·사이버 감시 강화딥페이크·AI 등 위법게시물 적극 대응진영 논리 후보자보다 정책 중심 선택'공약마당 사이트' 꼼꼼히 확인해 주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준비 상황은."순조롭게 잘 추진되고 있다. 현재 '카운트 다운' 수준까지 와 있다. 이번 총선은 우리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를 국민께 명확하게 보여드려야 하는 중요한 선거다. 인적·물적 자원이 총동원되는 국가 행사인 만큼,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겠다. 대구 12개 선거구에서 206만여 명의 유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805개 투표소(사전투표소 150개 포함), 9개 개표소 시설과 사전투표운용장비·투표지 분류기 등 수많은 선거장비와 물품이 필요하다. 투·개표 사무 인력 2만1천여 명도 있어야 한다. 현재 투·개표소는 학교, 공공기관 등 협조를 받아 적정 시설을 모두 확보했고, 투개표 장비도 점검을 마친 상태다. 선거관리 인력은 공무원 외에도 공사·공단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무원 노조 등의 협조가 절실하다."▶주목할만한 투표사무 관리 방향은."올해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국민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선거사무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투표 사무와 관련해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대구시선관위 청사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공개한다. 국민 누구나 언제든지 별도의 신청 없이 투표함 보관 상황을 CCTV 영상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개표과정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 투표지 분류기에서 분류된 투표지를 개표사무원이 손으로도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추가했다. 또 각 과정마다 정당 추천위원·참관인의 실질적인 참여 보장, 투표지 분류기 보안시스템 강화,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를 QR코드에서 1차원 바코드로 변경 등 선거사무 전반에 걸친 다양한 대책을 만들었다. 선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선거과정의 신뢰성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고, 유권자의 뜻이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확한 투·개표 관리'가 이뤄질 수 있게 만전을 기하고 있다."▶선거법 위반 관련 중점 단속은."'선택과 집중'이다.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을 왜곡하고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선거범죄 위주로 단속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대 선거 범죄는 △후보자나 그 가족에 대한 비방·허위사실 공표 △기부·매수 행위 △공무원의 선거 관여 행위다. 효율적 대응을 위해 시위원회 광역조사팀, 구·군별 단속팀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공정선거지원단 120명을 선발해 선거범죄 정보 모니터링과 예방·단속 활동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선거운동 경향을 살펴보면, SNS,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상에서의 감시와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AI 선거 단속 강화했는데."그렇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해 딥페이크 영상 등을 제작·편집·유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도록 한다. 선관위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 영상 등을 효율적으로 감시·단속하기 위해 기존의 사이버 공정선거지원단 외에 'AI 모니터링 전담요원'을 별도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도 26명을 사이버검색반으로 편성해 딥페이크와 AI 등 신기술을 이용한 위법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정책 중심 선거 정착시키려면."정책 중심의 선거는 '성숙한 민주주의' 나라의 대표적 선거문화다. 과거 우리나라 선거문화는 정책보다 인물이나 지역 중심 구도였지만, 2000년대 이후 국민 교육수준이나 주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정책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자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보수-진보 진영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유권자들이 확증편향 되고, 진영 색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다시 진영논리에 따른 인물 중심의 선거로 회귀될까 우려된다.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자가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는 정책 중심의 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운영 중에 있다. 정책선거 대표 홈페이지 '정책공약마당' 사이트를 통해 정당의 정책 및 후보자 선거공약서, 정책선거 관련 콘텐츠, 선거공보 등을 유권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 정책·공약 바로알기 주간을 지정하는 등 정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대구 지역 목표 투표율은."80%다. 대구의 최근 총선 투표율을 살펴보면, 제19대 52.3%, 제20대 54.8%, 제21대 67%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승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표참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낮은 투표율은 선출된 공직자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약화시켜 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유권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정책 중심의 선거문화 조성에 참여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유권자의 노력과 관심이 있으면 정책 중심 선거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정치권 진영 대립 완화로도 이어진다. 투표하기 전 한 번쯤 인터넷에 '정책공약마당' 사이트에 들러서 정당 후보자의 정책 공약을 꼼꼼히 확인해달라.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정책이 아니라 정책의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후보자의 능력뿐 아니라 정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방법이다. 가짜뉴스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선관위는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만들어 강력 대응하고 있으나 온라인상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를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하기까지 알게 되는 많은 정보가 허위 정보인지 아닌지 여부를 스스로 걸러내시고, 허위 정보라고 판단된다면 선관위 신고 제보를 당부드린다. 아울러 대구에서는 궐원이 발생한 대구 중구의회·수성구의회의 보궐선거도 총선과 동시에 치러진다. 해당 선거구 선거인들께서는 관심을 가져달라. 선거의 주인공은 주권을 행사하는 여러분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이수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준비상황과 바람직한 선거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이수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준비상황과 바람직한 선거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4.01.17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더 미루기 힘들어"…계명대·영남대 의대, 13일부터 임상실습 수업
대구경북권 의대 신입생 중 '지역 학생' 인원 현재보다 2배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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