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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人사이드 & 직터뷰]
[논설위원의 직터뷰] 전중하 <주>문화뱅크·<주>코리아비앤씨 대표
시작하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어려운 게 사업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통계도 있지만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주변에 널린 게 사업 실패담이다. 그럼에도 사업에 뛰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관적이다. 자신만은 성공할 것 같은 확신을 가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게 근거 없는 희망일 경우가 많다는 것.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갖고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남긴 말이다. 권투선수만이 아니라 사업가에게도 유효한 경구다. 사업이란 것도 결국 한판 승부 아닌가. 어쩌면 '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혈투보다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다. 그럴싸한 계획을 들고 사업 무대에 올랐다가 호되게 당하고 퇴출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스타트업 5년 생존율이 30%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사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는 무엇일까. 자질·노력·운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 필자처럼 사업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안다. 거기까지다. 성공의 핵심 요인과 디테일은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성공한(혹은 성공 중인) 사업가가 들려주는 인생 철학과 경험담을 통해서다. 그들의 사업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성공 방정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근면과 성실이 근본 상수(常數)다. 영주 시골서 자라며 영어 좋아하고 잘해 고교 졸업후 카투사 복무 美 장관표창까지 첫 직장 호텔 중책 안주 않고 뉴질랜드 유학 IMF사태 와중 귀국했지만 사업구상 매진 이듬해 TK 첫 전문문화기획 '문화뱅크' 설립 영어교육박람회·커피&카페박람회를 비롯 치맥페스티벌 등 성공 '업계 톱 클래스' 등극 2016년엔 화장품기업 '코리아비앤씨' 세워 '디블랑' 브랜드로 20여國 수출 K뷰티 선도 전시컨벤션 전문가·화장품 수출역군의 삶 전중하(54) <주>문화뱅크·<주>코리아비앤씨 대표의 최대 덕목도 성실함이다. 인생 모토부터가 '근자필성(勤者必成)'이다. 25년간 사업을 성장시켜온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여기에다 특유의 도전 정신과 열정, 창의적 아이디어, 통찰력도 장점이다. 물론 전 대표도 사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본인은 '실패'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오히려 쓰러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이 더 힘들 수도 있는 법. 그와의 인터뷰 도중 '역시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다른 노력에 더해 때때로 밀려드는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극복해야 하니까.전 대표는 경북 영주에서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여느 시골 아이와 달랐던 건 영어를 좋아하고 꽤 잘했다는 것.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카투사에 입대하고, 복무 중에 미국 국방부 장관 표창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는 뛰어난 영어 실력 덕분에 제대 후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3년 가까이 중책을 맡아 정규직으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계 호텔 총지배인이 꿈이었다. 하지만 근무하던 호텔에 해외 유학파 엘리트들이 몰려들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로 나가서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멀쩡한 직장을 왜 때려치우느냐"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는 낯선 뉴질랜드로 떠나 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돈은 몇 달 만에 바닥이 났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그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때는 공교롭게도 IMF 사태가 일어난 1997년이었다. 막막한 현실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사업구상에 매진했다. 마침내 이듬해 대구경북 최초의 전문 문화기획사인 '문화뱅크'를 설립했다. 문화뱅크는 2000년대 후반부터 MICE(Meeting·Incentive·Convention·Exhibition) 전시컨벤션 기획사로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대한민국영어교육박람회'를 시작으로 '대구 커피&카페박람회'(2011~), '대구치맥페스티벌'(2013~2015)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문화뱅크가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관련 업계 톱 클래스에 오른 원동력이 됐다. 전 대표가 MICE 산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에게는 'K뷰티 수출 전도사'라는 또 다른 애칭이 있다. 2016년도에 화장품 기업 <주>코리아비앤씨를 설립해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기획과 화장품 분야에서 '투잡'을 뛰는 전 대표의 바쁜 사업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주>문화뱅크를 소개하자면."간단히 말하면 MICE산업 관련 토털서비스시스템을 갖춘 전문기획사입니다. 국내외 전시회 주최를 비롯해 박람회, 콘퍼런스 등 각종 행사를 기획·운영·디자인합니다. 2010년에 MICE업계 최초로 벤처기업에 지정될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개최한 대표적인 전시회는 '대한민국 영어교육박람회'를 비롯해 '대구 커피&카페박람회' '경주윈터페어' '대한민국장례문화박람회' '대구치맥페스티벌'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저의 전시컨벤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교육박람회는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대구의 민간업체가 영어를 주제로 한 박람회를 처음 만들어 흥행몰이를 했으니 그럴 만했죠.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대구치맥페스티벌은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대구사람들은 예전부터 치맥을 즐겼잖아요. 저도 직원들과 두류공원에서 돗자리 펴놓고 치맥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걸로 축제를 만들면 괜찮겠다'는 촉이 왔어요. 2013년에 첫 축제를 열었는데 대구시 보조금이 5천만원밖에 안돼 어려움이 많았죠. 사업비가 턱없이 모자랐지만 행사 준비와 홍보에 최선을 다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행사를 3년간 진행하면서 대구 대표 축제로 키웠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탄탄한 기획사가 있는데 화장품 업체를 또 설립한 이유는."제 사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필요해서였죠. 사실 기획사 특성상 아무리 노력하고 잘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관공서 등을 상대로 늘 영업을 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고, 행사 취소 등 돌발 변수도 많고요. 대구치맥페스티벌처럼 대박 행사를 만든다 해도 내 것이 아닐 수 있죠. 이런 고민을 덜기 위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전시컨벤션 업계에서 20여 년간 쌓아온 역량을 발휘하면 승산이 있겠더라고요. 제가 제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인 만큼 화장품 산업에서도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맞아떨어졌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주>코리아비앤씨는 어떤 기업인가요."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글로벌 코스메틱 전문 연구소 기업입니다. 우리 회사의 '디블랑(DIBLANC)' 브랜드는 K뷰티를 선도하는 화장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대구한의대와 함께 개발한 고기능성 한방 스킨케어와 립스틱 제품은 현재 유럽·미국·중동·러시아 등 20여 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기획한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제품 성분 못지않게 용기 디자인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다시 말해 잘 팔릴 만한 게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게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비앤씨가 수출 비중 90%가 넘는 지역 최상위권 업체로 성장한 핵심 비결입니다."▶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코로나 팬데믹 시기였죠. 행사가 없다 보니 기획사 수입이 없었죠. 그래도 한솥밥 먹는 직원들을 내보낼 순 없었어요. 가진 자산 다 팔고 빚까지 내서 버텼습니다. 화장품 업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아무도 해외에 안 나가던 시기였지만 저는 입출국을 밥 먹듯 했습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더니 하늘도 도와주더군요. 그 기간에 유럽·미국 바이어들과 많은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경쟁자가 없으니 거의 100전 100승, 노다지였죠. 코로나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사업 철학과 목표는. "사업에는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도 지녀야 합니다. 제가 <사>경북도화장품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지역 화장품 기업들의 상생과 지역 기여를 위한 것입니다. 사업목표는 문화뱅크의 경우 대구를 전 세계에 각인시킬 만한 MICE 행사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글로벌 행사로 자리매김한 이탈리아 볼로냐의 뷰티박람회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불가능할 것도 없겠죠. 또 대구경북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화장품 기업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4년 내에 코리아비앤씨를 그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전시컨벤션 전문가이자 화장품 수출 역군인 전중하 문화뱅크·코리아비앤씨 대표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3.09.06
[논설위원의 직터뷰] 이신근 대한검도회 이사 (8단 교사) "무수한 우승 트로피보다 사람을 남겼다는 것이 가장 뿌듯해"
'수파리(守破離)'. 불교용어이기도 하지만 무도를 수행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수(守)'는 '가르침을 지킨다'라는 의미다. 원칙과 기본을 충실하게 익히는 단계를 뜻한다. '파(破)'는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그 틀을 깨고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다. 수련의 마지막 단계로 불리는 '리(離)'는 파의 연장 선상에 있지만, 모든 면에서 법을 잃지 않고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경지에 이름을 뜻한다. 이 모든 게 자신과의 싸움이다. 특히 무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다른 지름길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내와 땀이 맺은 결실의 크기에 따라 단(段)이나 급(級) 등이 부여돼 수련자의 수준을 짐작게 한다. 선수 및 지도자 생활을 거치며 검도 인생 50년을 살아온 이신근(65·전 구미시청 감독) 대한검도회 이사 역시 정상급 수준인 '8단 교사' 칭호를 받았지만 여전히 '리(離)'를 향해 가고 있다.◆외로움이 항상 그를 담금질했다 어떤 조직, 어떤 사회에서든 1기·1회·창단·초대 등 '처음'이 주는 기대감과 부담감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백지상태에서 뭔가를 이룩할 때마다 멋진 역사가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처음'은 동전의 양면 같다. 선배나 전임자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상대적으로 쉽게 걸어갈 수 있는 찬스는 원천적으로 없다. 또 책임감과 사명감은 더욱 크기에 대부분 평균 이상의 노력과 희생을 요구받기 일쑤다.이신근 이사의 삶도 어찌 보면 '처음'의 연속이었다.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검도를 처음 접한 중학교 때는 팀이 창단됐다. 검도부 1기로 고교를 다녔고 실업팀도 창단멤버로 뛰었으며 지도자 생활도 창단팀 감독을 맡아 시작했다. 당연히 외로웠다. 노하우를 전수해주거나 이끌어줄 선배가 없는 엄연한 현실은 선수시절이든, 지도자 생활이든 대개 생존과 맞닿아 있었다. 이런 여건과 일련의 과정들은 끊임없이 그를 담금질하게 했고 대과 없이 현역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이 이사의 검도 입문 과정은 꽤 평범했고 1973년 경주문화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육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일부 수업에 빠질 수 있는, 당시 또래 사이에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도 한몫을 했다. 죽도를 들고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초 없었던 흥미가 생겨났고 익숙해질수록 의욕과 오기가 생겼다. 때마침 창단된 검도부 1기가 됐고 처음 출전한 경북도내 대회에서 2위에 올라 가능성도 발견했다. 인천체고 1기로 진학해서 주장을 맡았고 1983년 풍산금속 검도실업팀 창단멤버로 입단, 팀이 해체될 때까지 12년 가까이 선수생활 및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지도자로 꽃피운 검도 인생 22년간 구미시청 검도단 감독 맡아 200여회 수상 전무후무한 기록 일궈 학교~실업팀 잇는 육성 인프라 개척 입단 때까지 우승 인연 없던 선수도 정상급으로 길러내며 황금기 이끌어 이젠 무대 뒤 '離를 향한 정진' "제가 받은 과분한 사랑 되갚을 시간 미력하나마 후배들과 검도발전 위해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일 찾아 봉사"◆3대가 체육인… 지도자로 빛을 발하다이 이사는 이태원(작고) 전 경북체고 교장·김청자(89) 여사의 장남이다. 이 전 교장은 경북대 사대 체육과 출신으로 경북도교육청 체육과장 등을 지냈으며 체육행정에 적잖은 업적을 남겼다. 또 이 이사의 아들 주섭(30)씨는 문화중·고와 대구대 검도부 출신으로 검도 5단이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대거 출전하는 단별선수권대회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유명한 3단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흔치 않은 3대 체육인 집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 이사는 선수시절보다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냈다.한국실업검도연맹에서는 이 이사가 일궈낸 실적을 두고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00년 구미시청 검도선수단 창단에 이어 2001년부터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2022년 퇴임 때까지 쌓은 수상경력이 200회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의 활약 또한 그를 빛나게 했다. 현재 구미시청 검도단을 이끌고 있는 이강호(7단 교사) 감독이 대표적이다. 2001년 대학졸업 후 첫 실업팀 생활을 구미시청에서 시작, 22년간의 선수생활을 한 팀에서 마무리하고 소속팀의 지휘봉을 물려받은 한국 검도계의 정상급 실력자다. 이 이사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제자들의 노력과 구미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부인 류명이(60)씨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 출신인 류씨는 교육공무원으로 이 이사와는 중매로 만났다. 선을 보는 자리에서 류씨는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는 다소 뜻밖의 말을 했고 이 이사는 그 말에 감동을 받아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들려줬다. 직업특성상 대회나 연수 및 훈련이 잦아 집을 비우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단 한 번도 불만이나 싫은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마움은 안정감으로 이어졌고 팀 운영과 제자 육성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결국은 상장과 상패보다 사람이 남더라선수생활을 하면서 우승과 별다른 인연을 맺지 못했던 이 이사는 팀을 맡은 지 2년 만인 2003년 제7회 전국실업검도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다. 거의 매년 국가대표를 배출하면서 구미시청은 자타가 공인하는 검도명가의 반열에 올랐다. 구미시청 검도선수단 훈련장 한 편에는 그동안 수상한 우승컵 및 우승기와 상장·상패 등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그는 선수들을 선발할 때 기량보다 인성과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오기와 뚝심까지 엿보인다면 최우선 고려대상이다. 신뢰와 마음을 주면 의리가 생긴다는 믿음도 강하다. 누구나 검도를 대하는 가치관은 다르지만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 이사의 지론이다. 그리고 정정당당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구미시청 검도팀에는 중·고 및 대학시절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선수들 가운데 실업팀에서 기량을 만개한 경우가 많다.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수(守)'를 무한 반복하다시피 하면서 '파(破)'의 길로 접어들게끔 하는 것이 이 이사의 역할이자 책무다. 제자의 성장이 가르치는 재미로 이어지고 그 재미가 또다시 수련의 에너지로 환원되는 선순환이 계속되면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셈이다.은퇴를 고민하던 무렵, 그는 희한한 상황에서 결심을 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제22회 봉림기 전국실업검도대회에서 구미시청이 정상에 오른 직후 제자들의 우승 헹가래 당시 몸이 공중에 뜬 순간 '이제 물려주고 내려 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는 것이다. 다소 느닷없는 결정이었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이사는 그해 12월 검도계 인사들과 제자 및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은퇴식을 갖고 22년간의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죽도를 잡은 지 50년. 예의범절과 인격 수양을 강조하는 검도인으로 살면서 검도 불모지였던 구미에 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인프라를 구축한 것에 남다른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2021년 '자랑스러운 구미사람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형외과 의사이기도 한 윤성용 한국실업검도연맹회장(6단)은 최근 SNS를 통해 이 이사를 두고 '한국실업검도계의 전설'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결코 제가 잘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그리고 가족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젠 갚아야 할 시간입니다. 우승기도, 트로피도 소중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남겼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합니다. 실업팀에서는 드물게 매년 개최되는 OB·YB모임도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미력하나마 검도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작정입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이신근 이사가 우승 트로피와 상패 등이 가득한 구미시청 검도선수단 훈련장 사무실에서 검도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일본에서 열린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단체 준우승을 차지한 뒤 이신근 이사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신근 이사 제공〉
2023.08.16
[토크 人사이드] '창단 10년 만에 대한민국연극제서 두각'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최근 몇 년 사이 대구 연극계는 청년 극단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대구 연극인들의 축제이자 대한민국연극제에 참여할 대구 대표를 뽑는 대구연극제에 참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구연극협회 정회원 극단이 되려면 일정 기준을 맞춰야 하다 보니 청년 극단으로선 참여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최근 창단 10년이 된 극단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대구연극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극단 에테르의 꿈은 연극 '무좀'으로 올해 제40회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2012년 극단 처용 때 쓴 희곡 '무좀'가족의 무좀에 근현대사 엮어 연출올 대구연극제 大賞 이어 전국 은상이광희·박세기 세대조화 무대 호평'무좀'은 기존에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닌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가 극작하고 연출한 작품이어서 이번 수상은 더욱더 뜻깊다. 작품에는 천정락·이광희·최영주 등 노련한 배우들부터 박세기·김채이 등 젊은 배우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대구 배우들이 참여했다. 지난달 24일 대구 계명대 대명캠퍼스 내 극단 에테르의 꿈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공연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대구의 경우,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역사가 깊은 기성 극단이 아닌 극단이 입상한 건 처음이다. 대한민국연극제 은상을 받은 소감은."우리 극단뿐만 아니라 작품에 함께해 주신 선배 배우님들, 동료·후배 배우님들에게 감사한 부분이 가장 크다. 이외에 무대, 조명, 분장, 음악으로 작품에 참여해주신 스태프들께도 감사하다. 더 열심히 연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 수상보다는 앞으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연극제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연극 '무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당시 우리 가족이 앓고 있는 무좀에 우리나라 근현대사 이야기를 묶어서 만든 작품이다. 2012년 극단 처용에서 활동할 당시, 성석배 극단 처용 대표(현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님이 대구연극제에 참여할 작품으로 써보라고 해서 쓴 희곡이다. 당시에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엎어졌다. 그 이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프리미어 스테이지'에 선정되면서 좀 더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2018년에는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무대에 올렸다."▶초연 때는 젊은 배우 위주였는데, 이번 공연에는 참여한 배우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선배들이 우리 극단과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에게 지역 연극계의 세대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라는 얘기를 해왔다. 세대 간 양극화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연극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같은 '판'을 공유하는 느낌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 새로운 극단이 많이 생기면서 지역 연극계에서 가장 처음 생긴 젊은 극단이었던 백치들과 우리 극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전에 에테르의 꿈이 대구연극제에 참가했을 때 심사평에서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련한 배우들과 함께했고, 이들로부터 배우려는 것도 있었다."희곡집 발간·배우 등 '멀티플레이어'영화 제작도 관심…연극에 기법 활용11월 창단기념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내년 자체 예산 오픈런 공연 선뵐 것▶대한민국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공연 일주일 전 저를 포함한 스태프들이 모두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작품을 보완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배우들끼리 작품을 준비해야 했다. 제주도에 가야 하다 보니 무대 세트를 트럭 두 대에 실어서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저랑 무대를 맡았던 박용태 선생님이 각각 운전해서 갔는데, 배에 타기 전까지 절차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무대 세트를 트럭에 실을 때는 비까지 왔다. 총 27명이 움직였는데, 제주도는 밥값도 비싸고 해서 예산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다."▶연출가·극작가·배우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애착이 가는 분야는."다 애착이 가는 일이다. 저 말고도 다른 극단 대표들도 힘들어하겠지만, 행정 업무만 없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다. 행정 업무를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다면 극작에도 집중해보고 싶다. 최근엔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다. 실제 연극 연출을 할 때도 영화를 레퍼런스로 많이 사용한다. 최근 연극 연출을 할 때 몽타주적으로 보여주는 기법을 많이 실험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등에서도 이런 연출법이 뜨고 있다. 앞으로 대구에서도 세련된 기법으로 연출한 연극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지역에서 희곡집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최근 희곡집을 발간했다. 희곡집을 내게 된 이유는."내가 쓴 희곡들이 다양한 연출가와 배우를 만나서 공연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또 문학적으로도 짚어보고 싶었다. 원래 희곡 7편을 실으려고 했는데, 비용 문제로 우선 5편만 수록했다. 아마 향후 발간할 희곡집에는 이번에 못 실린 제가 쓴 초창기 작품들이 소개될 것 같다. 초창기 작품은 지금 보니 진부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작품이 많아서 수정 보완하게 될 것 같다."▶작품 홍보와 관객 발굴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명공연거리 분위기는 어떻게 보고 있나."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도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는 걸 느낀다. 에테르의 꿈이 하고 있는 일반인 연극 워크숍도 참가자가 예전보다 적다. 오히려 코로나 때 관객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서울 대학로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관객들이 극장에 오도록 하려면 스토리의 신선함이 중요할 것 같다."▶최근 대구 연극계에 청년 극단들의 활동이 활발한 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에테르의 꿈도 한때 이들과 같은 신생 극단 중 하나였다."개인적으로는 같이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신생 극단들과 밥도 같이 먹고, 어떻게 극단을 운영해야 할지도 이야기하고 저도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도 공유한다. 극작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배웠던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대구 연극계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잘 어우러지게끔 하면 더욱 발전할 것 같다. 작업을 해보면 우선 젊은 배우들이 배워야 할 게 많겠지만, 선배 연극인들도 즐거워하고 젊은 배우들로부터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시는 게 느껴진다."▶앞으로 활동 계획은."극단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는 11월에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12월에는 연극 '에테르'를 공연할 예정이다. 9월에는 대구문학관과 함께 이머시브 연극으로 '장난감 도시'를 선보인다. 내년부터는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공연을 해나가려고 한다. 지원사업을 받게 되면 자꾸 거기에 맞춰서 작품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픈런 공연(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을 통해 일반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가벼운 작품도 선보이려고 한다. 단편 영화 한 편도 자체 제작할 것 같고, 기존에 하는 연극형 웹드라마도 지속해서 만들 예정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가 계명대 대명캠퍼스 내 극단 사무실에서 극단이 선보인 작품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3.08.02
[논설위원의 직터뷰] 음악인 부부 김남수·이선경씨 "비주류면 어때요? 늘 함께 해주는 시민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성악 독창 무대에서 성악가와 반주자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 아닐까.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는 훌륭한 반주가 뒷받침돼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주는 성악가의 노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윤활유와 같다고 한다. 그렇다고 반주자가 성악가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게 무대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우열이 있는 건 아니다. 대등한 파트너십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김남수 독창회'가 열린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 이선경(음악감독)씨가 혼을 다해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김남수 테너(명음클래식·대구가곡사랑모임 대표)가 가곡 '첫사랑'을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이씨는 연주 중 가끔씩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김씨를 바라봤다. 둘은 부부다. 부부는 공연 활동은 물론 대구에서 '가곡 대중화'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그들의 음악 인생이 꽤나 드라마틱했다고 한다. 최근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곡에 대한 얘기도 함께.성악가·반주자의 '가곡 대중화' "부를수록 선해지는 것이 가곡의 힘"일반 강좌 운영하며 대중 소통 열정 부부의 꿈은 가곡연구소와 아트센터 "대구 음악계 음대 중심 경향 아쉬워 열심히 하는 음악인 칭찬하는데 인색"남편은 한때 '클래식 한류 스타' 일본 유학시절 여러 콩쿠르서 수상 유명해지며 오페라 무대 주역 출연 "동일본 대지진 덮치며 모든 일 잃어 우리 부부 음악인생도 그때 달라졌죠"▶두 분 모두 이과생이었다가 음악으로 유턴했다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김남수= "'범생이'였습니다. 부모님이 바라는 명문대생(연세대 화학공학과)도 됐고요. 국가기관이나 대기업 연구원이 꿈이었죠. 근데 공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오는 거예요. 회의가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네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최고'라는 동문 선배의 조언에 꽂혔습니다. 숨어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꿈틀거렸어요. 고교 때 중창단 열성 멤버였거든요. 고민고민하다 대구에 내려와 음대 진학을 준비했습니다. 세 곳의 음대에 합격했어요. 결국 전면 장학금이 주어진 대구가톨릭대 종교음악과를 선택했고요. 명문대 간판을 초개(草芥)처럼 버렸으니 당연히 집에선 난리났죠. 대노한 아버지는 '부자의 연을 끊자'고 하셨어요. 맨발에 속옷만 입은 채 쫓겨났습니다.(웃음) 그런 아버지가 대학 4학년 졸업 연주회 때 오셨어요. 그때 비로소 절 인정하신 거죠." △이선경= "대여섯 살 때인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를 기억해 집 부근 교회에 달려가 피아노 건반을 짚었죠. '절대음감'이랄까.(웃음) 초등 6학년 땐 성당 교중 미사에서 오르간 반주를 했어요. 음악을 계속하고 싶었죠. 그러나 부모님 생각은 달랐어요. 공부도 곧잘 했거든요. 결국 자연과학도(경북대 미생물학과)가 됐습니다. 근데 음악이 뇌리를 떠나지 않더라고요. 용기를 내 음대 강의를 두루 들었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내면이 폭발할 것 같은…. 결국 졸업 후 10년 만에 '사고'를 쳤죠. 대구가톨릭대 작곡과에 편입학했습니다. 비로소 제 정체성을 찾은 것이죠." 두 사람은 한 음악행사에서 솔리스트와 오르가니스트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한땐 '기러기 부부'였다. 남편 김씨가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가 5년간 음악 공부와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김 선생님은 과거 일본에서 클래식판(版) '한류 스타'로 통했다고 들었습니다.△김남수= "일본과의 인연은 음대 4학년 때 도쿄 국제오페라페스티벌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시작됐지요. 제 노래와 연기에 감명받은 한 현지인이 일본 유학(도쿄예술대)을 돕겠다고 해주셨어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죠. 근데 황당한 사고가 났어요. 국제우편으로 보낸 입학 원서가 학교에 도착하지 않은 거예요. 망연자실했지요. 어쩔 수 없이 1년을 기다렸는데 이번엔 그 후원자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결국 선회한 곳이 히로시마 엘리자베스 음대 대학원이었어요. 현지 로터리클럽 장학생도 되고,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도 했죠. 특히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학생은 당시 개교 60년 이래 제가 처음이었어요. 학교의 영웅이 됐죠. 그 덕에 히로시마시 홍보대사도 하고, 라디오 방송도 진행했어요. 현지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여러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했죠. 나름 유명해지니 팬클럽도 생겼습니다. 사인회도 열었고요."▶쭉 일본에서 음악 인생을 펼쳐도 됐을 텐데 왜 돌아왔는지.△김남수= "호사다마(好事多魔), 옛말 틀린 게 없어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었어요. 모든 게 멈췄습니다. 제가 몸담은 매니지먼트사도 직격탄을 맞았지요. 거의 폐업 직전까지. 한순간에 일을 다 잃었어요. 짐을 쌀 수밖에 없었죠. 지진만 안 났어도…. 우리 부부가 일본에서 음악 인생을 펼쳐갈 계획도 다 세워놨는데 말입니다. 이 또한 운명이겠지요."▶부부가 새롭게 찾은 길이 '가곡'입니다. 왜 '가곡'입니까.△김남수= "가곡이 대중가요처럼 듣는 이들을 들뜨게 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가곡은 추억을 되살려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 사람의 심성을 선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어요.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시(詩)를 기반으로 하니까요. 그게 바로 가곡의 힘입니다. 가곡은 프로 성악가처럼 잘 부르지 않아도 돼요. 노래를 음미하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저희의 모토는 '가곡 대중화'입니다. 우선, '대구 시니어 뮤직 아카데미' 어르신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울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매주 가곡 교실(명음클래식)도 운영 중이에요. 가곡을 부르면 표정부터 달라져요. 수강생들이 처음엔 무표정합니다. 근데 부르면 부를수록 밝아져요. 신기할 정도로. 매월 한 차례 애호가들이 직접 가곡을 부르는 무대(대구가곡사랑모임 '세상을 바꾸는 노래')도 열고 있습니다. 무대에 서고 나면 인생의 활력이 생긴다고 입을 모아요."부부는 해마다 연말 아프고 힘든 이웃을 돕기 위한 음악회를 열어 왔다. 합창단(공무원연금공단 상록합창단·에네스 여성중창단)과 성가대(신서·성정하상 성당) 지휘도 맡고 있다. 일주일이 짧다. ▶다중(多衆)과 소통해야 하는 업(業)인데, 코로나 팬데믹 땐 많이 힘들었겠습니다. △이선경= "코로나가 창궐할 땐 가곡교실을 열 수 없었죠. 우린 입으로 하는 일이잖아요. 수입이 아예 없어졌죠. 이를 안타까워하는 수강생들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반면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선생님 노래를 너무 하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 가곡 애호가들의 이런 절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대구 음악계에서 이른바 '비주류'인데….△김남수·이선경= "저희 부부는 대구음악협회 회원은 아닙니다. 우리 콘셉트는 '시민을 위한 평생음악교육'이니까요. 이젠 저희도 어느 정도 '티켓 파워'를 갖게 됐어요. 시민들 곁으로 다가간 결과라고 생각해요. 음악계의 판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다만, 대구 음악계가 여전히 음악대학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은 아쉬워요. 자연히 라인 형성 등 보수·배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하는 음악인을 칭찬하는 데 인색해요. 또, 다른 지역의 실력 있는 성악가가 대구에서 공연을 해도 애써 무관심한 분위기도 그렇고. 대구 음악계가 발전하려면 '오픈 마인디드(open minded)'가 필요합니다."▶부부의 장래 꿈은 무엇인가요. △이선경= "저는 제 이름을 건 가곡연구소를 세우고 싶어요. '이선경 가곡연구소'(가칭). 거기서 가곡을 만들고, 가르치고, 연구도 하고 싶어요." △김남수= "저는 진짜 큰 꿈인데, '명음아트센터'(가칭)를 설립하고 싶어요. 프로·아마추어 관계없이 언제든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입니다. 365일 음악이 흐르는 공간,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부부는 공연 때마다 대중가요를 선보인다. 한 번은 나훈아의 '사랑'을 가곡 느낌이 나도록 편곡해 들려줬다. 반응은 대박이었다. 기자는 평소 '가곡은 품위 있는 것, 대중가요는 그렇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편견이었다. 부부의 얘기를 들으니 음악엔 경계가 없는 것 같다. 음악은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기에. 글·사진=이창호 논설위원 leech@yeongnam.com김남수·이선경 부부가 대구 동구 신암4동 '명음클래식'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부는 가곡은 아름다운 시가 담겨져 있기에 부르면 부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선해진다고 말했다.
2023.07.26
[토크 人사이드] 이승현 신임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장
"대구 건설업계는 지금 건축자재 가격 상승, 건설물량 감소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건설 경기가 많이 침체됐지만 다행히 지역 건설업계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최대 토목사업인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지역업체가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건설사가 한 팀이 돼 힘을 결집하고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회원사 어느 업체 한 곳도 소외되지 않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이승현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장(<주>동서개발 대표)은 대구경북신공항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가운데 지역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은 터라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협회 사무실에서 이 회장과 마주한 지난 6일은 취임한 지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회장은 "취임식 후 협회 현황을 파악하고 역대 회장과 원로 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좋은 말도 많이 들었다"며 "취임사에서도 밝혔 듯 임기 중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원사간 화합과 소통, 애로사항 해결도 중점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전문 자격이나 식견이 뛰어난 회원 위주로 태스크포스(TF)를 별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지역 건설업계가 처한 위기와 기회를 함께 힘을 모아 잘 헤쳐가고 성취하자는 의지의 표현인 듯 이날 자리에도 회원사와의 소통과 정보 제공을 위한 TF팀을 이끌 이명하 광토건설 대표와 함께 소속 회원사 대표인 최동욱 한라공영 대표와 김민태 동화주택 대표가 함께 했다. 그는 "회장이 지역 건설업계를 위한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한 역할을 사실상 모두 할 수 없다. TF팀을 꾸려 회원사의 애로사항를 두루 살피며 소통할 것"이라면서 "신공항TF팀의 경우 추후에 별도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TF팀의 구성과 역할은 "우리 협회의 경우 중요 사안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사업에 바쁜 25명이나 되는 운영위원들을 자주 소집해 회의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에 건설기술, 건설제도, 금융 등에 해박하고 능력있는 회원 중 몇 분으로 TF팀을 구성하겠다. 그래서 수시로 발생되는 중요한 제도개선 사안이나 공사 입찰 관련 사항, 애로 사항 등 회원사의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신속 대응하겠다. TF팀은 회원사의 건축 분쟁에 대해 세무·노사·금융 등 자문을 활성화하고 기업 경영을 위한 다양한 정책 자문 및 정보 제공도 할 예정이다."▷단군 이래 지역 최대 토목사업인 대구경북신공항이 '지역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지역업체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력이 필요할 것 같다. "신공항 건설은 크게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해 추진해야 하는 공사로서 기부 대 양여사업인 군공항이전사업이 약 11조~12조원이나 된다. 그 외 민간공항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교통시설·배후시설 건설 등 재정사업으로 발주되는 사업도 약 16조원이다. 전체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기본적으로 본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선 SPC에 출자하고 구성원이 돼야 한다. 지역업체들이 대형·중견·중소업체 할 것 없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다. 재정사업으로 발주되는 사업은 특별법 특례 규정으로 지역업체들이 일감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빠른 정보 전달, 특례 규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대구시에 적극적인 협조도 구하겠다."현재 최소 20~30곳 SPC 출자할 듯규모·자본·실적으로 참여 제한하면외지 건설업체들의 잔치가 될 수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 특례 규정으로지역업체 일감 보장하는 정책 필요대구시에 적극적인 협조도 구할 것식견 뛰어난 분들 위주로 TF 구성회원사 애로사항 살피며 적극 소통 ▷신공항 프로젝트 관련 대구시회 차원에서 업체들이 모여 자본금을 출자할 계획도 있는 지. "앞서도 언급했던 기본적으로 본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SPC에 출자를 해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업체들을 모을 생각도 갖고 있다. 현재로선 최소 20~30개 이상의 지역 건설업체가 SPC에 출자할 것으로 판단된다."▷일각에선 지역 건설업체가 신공항 프로젝트에 걸맞는 기술적 역량을 갖췄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건설업체가 대기업 건설사에 비해 규모·자본력·실적 등에선 밀리고, 엔지니어링 부문도 공항 사업이다 보니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공만큼은 100% 공사를 맡겨준다고 해도 아무런 역량 및 기술적 문제가 없다. 필요하면 외국인 현장 소장을 데리고 올 수도 있다. 다만 지역 건설업체는 중소업체가 99%이다 보니 규모·자본력·실적 등으로 참여 조건을 제한하면 외지업체들의 잔치가 될 우려가 있다." ▷대구지역 건설업이 미분양, 건설물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건설업의 현 주소를 어떻게 진단하나. "대구 아파트 시장은 미분양 세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보니 타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체감 경기가 더 낮다. 관급 공사도 코로나19 여파로 발주 물량이 이전보다 20% 가량 줄어든 상태여서 역동성이 많이 떨어져 있다. 발주량은 줄어든 반면 신규 업체 수는 2배 이상 늘어나 경쟁이 치열하고 이익도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많다. 현재 대구의 아파트 시장이 미분양·공급 과잉 등으로 침체돼 있는 주된 원인은 외지 건설업체의 수요·공급 예측 판단 미스다. 그 고통을 지역업체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참 답답하다. 지역 건설업체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큰 만큼 지역건설의 토대를 더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업체도 규모 면에서 더 성장하지 못한 책임과 반성이 있어야겠지만 지역 건설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행정 책임자들과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의 건설은 지역 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방법 연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구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대구도시개발공사 사업은 지역 건설업체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든 지, 지역 업체의 참여율을 대폭 높이도록 하는 등 지역 건설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합 추진위원회 결성 단계부터 행정력을 강화해 주기를 기대한다."▷미분양, 대규모 입주물량 등으로 얼어붙어 있는 대구 주택시장은 언제쯤 회복될 것 같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보면 대구는 매년 약 1만3천~1만5천호의 신규 수요가 있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과잉공급됐고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구매심리가 급격히 하락한 게 부동산 침체의 원인이다. 대구시의 신규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전면 보류 조치로 공급이 멈췄고 금리도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이제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은 벌써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반기에도 대구는 입주 물량이 많은 만큼 부정적 영향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2년 전에 비하면 아파트의 경우 공사 원가에 간접비까지 합하면 30% 올랐다. 공급 원가가 오르다 보니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내년부컨 매수 심리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임기 중 이루고 싶은 계획은. "회원들이 언제든지 협회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성장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크고 작은 기업들은 모두 저마다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주요 경제단체로 지역 발전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봉사하고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충실히 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신공항 사업은 물론이고 그 외에 지역에서 발주되는 크고 작은 공사에서 지역 건설업체들의 수주 물량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자 한다."박주희기자 jh@yeongnam.com이승현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장은 크고 작은 지역 건설업체들이 한 팀이 돼 신공항 사업에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최동욱(왼쪽부터) 한라공영 대표, 이승현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장, 김민태 동화주택 대표, 이명하 광토건설 대표.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3.07.11
[논설위원의 직터뷰] 김기호 W아너소사이어티 대구 대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에 쓰이길 바라"
세계 최고 '기부왕'은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이 지난해까지 의료·빈곤 퇴치 등 기금으로 쾌척한 돈은 무려 63조6천억원이다. 소규모 국가의 한 해 예산보다 많다. 쉽게 상상이 안 되는 금액이다. 버핏의 순자산이 131조원쯤 되니 단순히 계산하면 지금까지 전 재산의 절반가량을 기부한 것이다. 버핏의 뒤를 이어 2위(47조원4천억원)에 랭크된 빌 게이츠를 비롯해 세계적인 부호들의 재산 대비 기부 수준도 엇비슷하다. 우리나라 역시 고액 기부자들이 많지만, 대부분 기업인이나 자산가들이다. 그렇다고 기부가 부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평범한 우리 이웃 중에서도 베풂을 운명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은 진정한 '기부 천사'도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감동과 울림을 주는 건 선행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마음이리라.헬렌 켈러는 "가장 큰 부자는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대구에서 손꼽히는 부자는 단연 김기호 W(여성)아너소사이어티 대구 대표다. 김 대표는 2013년 10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그 전 해 작고한 남편 박찬수(예비역 육군 준장)씨도 나중에 가입시켰다. 대구에서 처음으로 고인(故人) 및 가족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것. 부부의 가입비 2억원은 김 대표가 평생을 모은 노후자금이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떠날 때 작은 돈이라도 남으면 베풀고 떠나자고 했던 남편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부창부수의 나눔정신이다.김 대표의 기부 목록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포함돼 있다. 이른바 유산기부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영남대병원에 시신 기증 서약까지 했다. 정말 남기는 것 하나 없이 남에게 다 내어주는 것. "왜 그렇게까지 하시느냐"는 우문에 돌아온 대답은 단순명료했다. "즐겁고 행복하니까요!" 김 대표에게 행복한 일은 기부만이 아니다. 새마을단체 등을 통한 봉사활동에도 바쁘다. 누가 황혼을 쓸쓸하다고 했나. 편견일 뿐이다. 김 대표의 노년은 나눔과 비움으로 더 충만해지는 듯하다. 지난달 26일 김 대표를 만나 그의 나눔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기부는 먼저 간 남편과의 약속 대구 첫 고인·가족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생전에 '떠날 때 남김없이 베풀자' 다짐 끝내 못 간 크루즈여행비는 장학금 기탁 아껴 쓰며 모아둔 노후자금 2억도 기부"'나눔의 빛'으로 더 충만한 황혼 '유산 기부' 이어 최근 시신 기증 서약 다양한 단체 직책 맡아 봉사도 이어가 "나눔은 실천할수록 즐겁고 행복해져 더 많은 사람이 그 기쁨을 알게 되길"▶나눔DNA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일까요."그런 듯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나 부모님의 큰 사랑을 받고 유복하게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제 이름을 남자처럼 지은 건 귀한 딸이 행여나 일찍 죽을까 봐 그랬다네요. 그 시절에는 라디오가 무척 귀했어요. 동네에서 유일하게 라디오가 있던 우리 집은 신기한 방송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습니다. 그리고 걸인들도 참 많이 찾아왔는데, 어머니는 그들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어요. 먹을 것을 아끼지 않고 내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매일 보면서 나눔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이죠."▶대구에 정착하신 계기와 생활은 어떠셨는지."제가 중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터졌어요. 그때는 서울을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1·4후퇴 때 피란을 왔던 게 대구와의 첫 인연이었죠. 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돌아가 살다가 다시 대구에 내려오게 된 건 군인 남편 때문이었어요. 제가 23세에 결혼하고 보니 남편의 근무지 이동이 무척 잦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지치기도 하고 아이들(1남 1녀) 교육 문제도 있어서 남편 근무지와 상관없이 저는 대구에 정착했습니다. 그 이후로 못다 한 공부도 조금씩 하면서 사회활동에도 차츰 발을 들였어요. 1980년대 초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인 새마을협동유아원 원장을 맡았습니다. 처음엔 무보수 봉사였습니다. 당시 그 어린이집은 남구 대명동에 있었는데, 한 마디로 텅 빈 시설이었어요. 피아노를 비롯한 필요한 물품을 자비로 구입했습니다. 20년 동안 운영했네요. 그 외에 다른 봉사단체들과도 인연이 닿아 활동한 덕분에 새마을훈장(근면장), 대구시민상, 남구 구민상 등 과분한 상도 받았어요."▶생각나는 기부활동과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계기는."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때 성금 500만원을 냈던 게 기억나네요. 그 외에도 여유가 되는 대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어요. 그러다 2012년 남편이 갑자기 급성 폐렴으로 생을 마감하자 너무 고통스러워 인생이 허망했습니다. 돈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하려고 모았던 돈 2천만원을 남구청에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가 떠날 때 남김없이 베풀자"던 남편과의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 모르게 생활비를 아껴 저축한 노후자금 2억원을 기부하려 했는데, 구청에선 받을 수 없다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기부를 주선해 줬어요. 우리 부부가 아너소사이어티에 동시에 가입하지 않은 덴 이유가 있어요. 저는 대구에서 여성 1호, 전체 13호로 먼저 가입했지만, 1929년생인 남편은 대구 29호로 가입시키려고 미뤘던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괜한 짓 같은데, 남편과의 추억을 하나라도 잊어버리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대구의 '나눔 전도사'로 알려져 있습니다."제 주변 사람들에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권유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 동네 살던 정휘진 경동기업 대표는 2015년에 가족까지 5명이 가입했어요. 이외에도 여러 기업인, 친지 등을 합치면 10명 넘게 가입시킨 것 같네요. 저는 늘 아너소사이어티 홍보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고 다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을 때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물론 내 몸도 세상에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랍니다."▶본인의 나눔철학과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우리 부부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요즘 말로 'BMW'(버스·지하철·걷기)족이었지만,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부와 봉사는 특별히 마음 먹었다기보다 남편과 제 생각이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노후 자금 전액을 기부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남편의 유족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막상 기부하고 보니 마음이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적극 지지해 준 것도 큰 힘이 됐어요. 며느리까지도 "어머님, 참 잘하셨어요!"라며 응원해줘 고마웠어요. 사실 남에게 베푸는 일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작은 것이라도 나누면 더 큰 기쁨이 생긴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여성이 가진 섬세함과 따뜻함이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고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김 대표는 바쁘게 산다. W아너소사이어티 외에도 젊은 시절부터 발을 들인 여러 단체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다. 대구시새마을회 이사, 새마을문고중앙회 이사, 일하는 여성연합회 부회장, 남구민주평화통일 위원 등 맡고 있는 직책도 다양하다. 봉사나 외부 활동이 없는 날에는 취미로 배운 국궁을 연습하거나 등산을 간다. 구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김 대표는 인터뷰가 끝난 뒤 필자에게 LED양초를 건넸다. 만나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문득 김 대표야말로 나눔의 빛으로 우리 사회를 밝히는 양초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게 가능한 건 가진 재산이 아닌 충만한 사랑일 게다. 소설가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나눔은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니까.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나눔과 봉사를 실천할수록 즐겁고 행복하다는 김기호 W아너소사이어티 대구 대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도 누구보다 충만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3.07.05
[토크 人사이드] 취임 1주년 앞둔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가창 수성편입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지역갈등 오래가선 안 돼"
이만규 제9대 대구시의회 의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해 7월4일, 후보 등록 없이 호선으로 뽑는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이 아닌 동료의원들의 신임을 받아 '후보등록제'로 당선된 최초의 대구시의장이 됐다. 지난 1년간 대구시의회 제9대 의정 슬로건인 '함께하는 민생 의회, 행동하는 정책 의회' 실현에 중점을 두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현장 속에 들어가 민생 해법을 찾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고 했다. 20일 의장 집무실에서 마주 앉아 그간 소회와 향후 시의정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편입 동의안 23일 기획행정위서 심의찬성-반대 시민 모두의 이야기에 공감시의회도 통합 역할 주저하지 않을 것새 식구 군위주민 손해 보는 일 없게경제·복지 등 전 분야 세심하게 지원신공항 건설은 산업·국제도시화 발판市 미래 설계 함께 연구하고 적극 협조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특별법 제정대구와 광주 정치권 역량 재결집해야"▶취임 1년을 맞은 소감은."개원 이후 저를 포함한 대구시의원 32명은 대구의 미래 변혁을 위한 안건 처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특히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군위군 대구편입, 먹는 물 문제 같은 지역 최대 현안들을 빈틈없이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의회 차원의 지원을 적극 펼치기 위해서다. 특히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통과와 군위군 대구시 편입은 대구 미래를 확 바꿀 골든 타임 이슈로 대구사(史)에 기록될 것이다."▶7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따른 시의회 차원의 대비는"군위군 대구 편입으로 대구시는 곧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메가시티'로 변신한다. 신공항이 개항하면 대구 미래 50년 번영의 기틀 역할을 할 것이다. 시의회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의원이 1명 늘어나 총 33명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새 식구를 맞기 위해 사무공간을 확보했고, 본회의장 의석, 상임위원회 배정 준비 등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군위군 현황과 지역 특수성을 사전에 파악했다. 앞으로도 대구시와 다른 제도로 인해 군위군민들이 손해 보는 일이 절대 없도록 꼼꼼히 살피겠다. 경제·복지·교육·문화·관광 모든 분야에서 군위군민이 대구시 일원이 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직접 챙기겠다. 군위군 편입으로 대구는 광역시 중 농업인구도 가장 많아진다. 농정 규모 확대에 따라 대구시 농업 제도로 대응되지 않을 부분에 대해서도 군민들의 의견을 깨알같이 듣겠다."▶대구경북신공항과 K2후적지 개발 관련 대구시의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5월에 항공 무역의 거점지 두바이 공항 프리존, 싱가포르 창이공항 시찰을 다녀왔다. 두 도시 혁신 사례를 통해 대구가 나아가야 할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었다. 신공항 건설로 산업화·국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구시와 함께 연구하고 적극 협조하겠다. 촘촘한 교통 연결망 구축, 공항 신도시 조성, 공항 후적지 개발까지 향후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대구시와 지역 시민사회, 정치권 등과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달빛고속철도 착공도 대구시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특별법 제정에 대구와 광주가 원팀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달빛고속철도가 건설되면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 동서 간 여객 및 물류 교류로 국토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지난 4월 대구시와 광주시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가진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축하 행사에서 두 지역은 특별법 공동 추진을 약속하는 협약을 맺었다. 대구와 광주의 정치권, 시민사회가 연대해서 특별법 제정과 예타 면제, 국비 확보 등 사업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문제의 공이 시의회로 넘어왔다. 부담이 클 것 같다. "편입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나름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은 같다. 시의회는 지난 9일, 15일 각각 지역 주민 간담회,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여러 의견을 토대로 충분히 숙고한 뒤 오는 23일 1차적으로 기획행정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어떤 결론이 나도 지역사회 갈등과 혼란이 오래가선 안 된다. 갈등을 봉합하고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일에 있어 시의회의 역할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겠다."▶제301회 정례회 첫날(15일), 대구시의원 전원이 달성군 삼보모터스 세천공장에서 대구 산업현장을 살폈는데."지역 전기차 부품 업계를 대표하는 곳을 찾아 대구 미래모빌리티 산업 육성 현장을 체감했다. 올해 5월 대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늘어나 수출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차전지, 화학기계 품목, 반도체 부품인 인쇄회로 수출이 증가하는 등 대구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는 징후가 보인다. 대구가 강한 제조업을 첨단 미래 신산업으로 개편하는 게 대구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안이다."▶올해 두 차례 직접 택시 운전대를 잡고 일일 택시기사 체험에 나섰던 일이 인상 깊었다."대구 시내 전역을 운전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손님이 없는 택시업계의 고충을 실감했다. 택시 기사들이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도 공감이 갔다. 현재 운영 중인 개방화장실을 정비해서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시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는 기회발전특구 지정과 운영 근거가 마련돼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대구도 기회발전특구 대상지 및 사업 발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구에 그 대상지는 차고 넘친다. 타 지역과 차별적인 산업육성 지원 전략, 세제 혜택 등을 서둘러 마련해 50년 성장동력을 만들 절호의 기회다."▶풀뿌리 민주주의 가능성은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인가."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은 지방자치와 지방의회다. 그런데 지방의회와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지방의회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 현재 지방은 지방자치 근간을 이루는 자치입법권, 재정권, 조직구성원까지 법률로 제한돼 중앙정부 지휘를 받는다. 결국 지자체의 법 제·개정이나 예산 확보도 지역 국회의원이나 중앙정부 네트워크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중앙집중화만 강화하는 모양새가 된다. 실질적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개선사항을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연대해 해결하겠다."▶남은 임기 역점 추진 사항은. "시민의 일상을 꼼꼼히 살피는 민생 중심의 의정활동을 내실 있게 펼치고 시민의 참뜻을 담은 정책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 민생 경제 복원을 그 어떤 과제보다 먼저 챙겨야 한다. 대구의 미래 50년 번영을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뒷받침을 충실히 하겠다. 쉽게 풀리지 않는 지역 현안들이 아직 많다. 시민들 뜻을 잘 받들어 최선의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집행부와 협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회가 균형 잡힌 견제를 통해 집행부가 바른 결정으로 하도록 방향타도 열심히 제시하겠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이만규 제9대 대구시의회 전반기 의장이 향후 시의회 의정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제공〉
2023.06.21
[토크 人사이드] '대한민국 새 교통 중심지 김천' 설계하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 "김천 중심으로 '십자축 철도망' 구축되면 지방경제 부활 이끌 것"
과거 김천은 삼남을 아우르는 내륙교통 중심지로 '조선 5대 시장'이 들어섰고, 경북에선 대구에 이어 두 번째 시로 승격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한 채 인구 감소, 지역 쇠퇴 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천이 내륙교통 중심지로의 부활을 목표로 다시 경제를 일으키려 한다. 일명 '십자축 철도망' 구축이다. 여기에는 김천이 지역구인 송언석(국민의힘) 의원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재선(20·21대)이지만 의정활동 기간이 5년 정도밖에 안 되는 데도 불구하고 지역구의 각종 교통기반 구축은 물론 국민의힘 원내 수석 부대표를 지내는 등 성과가 크다는 평가다. 송 의원을 통해 교통도시 김천의 미래를 살펴봤다.▶'대한민국 교통의 신 중심지 김천'을 지역구 사업의 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국토 중심부에 위치한 김천을 교통 중심도시로 육성하고, 그 수혜 범위를 광역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면 김천은 거점도시로 발전하고 그 에너지가 여러 지역에 미쳐 '지방 부활'이라는 국가과제의 해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철도망 구축에 특히 신경을 썼다. 중부내륙철도(수서~김천)와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는 김천에서 연결돼 단일 노선(가칭 중부선)이 된다. 이로써 김천은 기존의 경부선(KTX)과 신설 노선인 중부선이 교차하는 '십자축 철도망'의 중심도시로 도약한다. 동서횡단철도(김천~전주)를 개설하는 한편 대구~성주 간 고속도로를 김천~무주로 연장해 김천을 중심으로 국토 동·서 간의 물리·심리적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힐 계획도 추진 중이다."▶문경~김천 철도가 신설돼 중부내륙철도가 조기에 김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이는데."문경~김천 철도사업은 주요 공약으로 추진해왔다. 사업 확정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예산 확보과정에도 큰 힘을 쏟았다. 이 사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검토됐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무산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많은 전문가와 경제성을 높일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한편 국회에서 수차례 토론회를 통해 당위성을 역설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펼쳤다. 이 결과 경제성, 정책성, 균형 발전 등을 반영한 종합평가에서 기준(0.5)보다 높은 점수(0.616)를 받았다. 이 노선에 대해 기재부는 "경북 내륙과 수도권 주요도시 간의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TX 경부선 구간의 교통량을 분산해 철도 용량 부족 현상을 개선하는 등 경부선 대체 교통망 역할도 담당한다. 김천이 '십자축 철도망'을 기반으로 한국 철도교통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시점을 앞당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리모델링하려던 김천역사를 새로 짓고 있는데."1958년 완공된 김천역사는 남부내륙철도 시발역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으나 경제성 등을 이유로 개량사업 대상이었다. 이에 국토교통부 장·차관 등과 협의를 거듭한 끝에 역사를 신축하기로 했다. 사방에서 접근성이 향상된 선상 역사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낡은 육교를 건너다녀야 했던 시민의 불편을 덜어주고 주변 상업지역과 연결되면서 역세권이 확장되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부내륙·남부내륙철도를 잇는 중심 역사로, 도심의 균형 발전을 주도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신공항과의 접근성을 개선할 방안은."시민 편의 증진과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한 신공항 직결 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국도 59호선 김천~구미(선산) 구간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접근성이 한결 나아진다. 김천~대구경북신공항 철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도 국토부 관계 공무원에게 김천~신공항~의성 구간 철도 노선 개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부 측과 꾸준히 협의하겠다."▶김천~전주 간 동서횡단철도가 추진되고 있다."우리나라는 영·호남 또는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매우 취약하다. 경전선이 있으나 남해안 철도에 가깝다. 이밖에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있을 뿐이다. 추진 중인 김천~전주 간 철도는 실질적으로 동과 서,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최초의 철도로서, 김천을 중심으로 서해안 새만금~전주~대구경북신공항~영덕까지 이어지면서 동서화합과 경제 부문의 상생발전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호남이 염원하는 동서횡단철도 추진에 큰 힘을 쏟겠다."▶'자동차 튜닝 성능· 안전시험센터'와 '드론 종합실기시험장'이 연내 완공된다."김천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속하는 시설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내 자동차 튜닝시장 규모가 2016년 2조1천억원에서 2020년엔 5조9천억원으로 급성장했고, 2030년까지 10조5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튜닝 성능· 안전시험센터는 국내 자동차 튜닝 전문기업들의 구심점이 되고, 나아가 검사· 인증· 생산을 아우르는 자동차 튜닝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는 등 지역경제발전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드론산업은 4차산업 시대 신성장산업이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드론 종합실기시험장은 관련 기업과 인력, 교육 수요를 유입하는 등 김천의 드론산업을 선도하게 된다."▶최근 의정 기록집(원내수석부대표 임명부터 국회 전원위원회까지…그 치열했던 여소야대 정국의 기록 389일)도 출간했는데."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겪었던 정권 교체기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의 굵직한 정치 현안을 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석 거대 여당으로 (21대)국회를 열었지만, 협치는 찾아볼 수 없고 멈출 줄 모르는 입법 폭거와 횡포로 헌정사에 유례없는 오점을 남기고 있다. 389일간 활동하면서 그 무게감에 버티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의석) 숫자에 밀려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검수완박'이 강행됐고, 후반기 원 구성은 속절없이 지연됐다. 민주당이 주도한 '재난의 정쟁화'와 특정인 방탄(보호)으로 국회 구성원 모두가 지탄받았지만, 절대다수 야당과의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한 협의에 최선을 다해 어렵사리 국회를 가동시켰다. 이후에도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자신들 과오 덮기에 급급했다. 원내수석부대표 임기를 마치면서 절대다수 야당의 폭주로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소수 여당의 애환을, 거대 야당의 횡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힘겨웠던 기억의 고백 내지 절규에 가깝지만, 윤석열 정부 초기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다시는 소수 여당의 비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리했다." 글·사진=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송언석 의원은?행정고시(29회)를 거쳐 시작된 공직생활에서 금융·재정 정책통으로 불리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역임한 엘리트 경제관료.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이철우 국회의원이 경북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됐다. 20대 대선에서는 당 중앙선대위 정책조정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김천에서 초등(중앙)과 중학(석천)을 나왔고,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국민의힘 송언석 국회의원은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김천을 교통 중심도시로 육성하고 그 수혜범위를 광역화하겠다"며 "정부 측과 꾸준히 협의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2023.06.15
[논설위원의 직터뷰] 손명원 힐튼 경주 판촉부장 "고객 통해 얻는 감성과 충족감이 나를 지치지 않게 해준 원동력"
'호텔리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20년이 훌쩍 지난 2001년 4~6월 방송된 이 작품은 배용준·송윤아·김승우·송혜교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 특급호텔을 배경으로 일과 사랑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된다. 시청률 38%를 찍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린 덕분에 호텔과 호텔리어는 당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호화롭고 세련된 시설에 맛과 멋을 갖추고, 격식을 차린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수준 높은 호텔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 경주가 1991년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같은 호텔, 한 부서에서만 근무하며 '힐튼맨'으로 살아온 손명원(58) 판촉부장.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완성형 호텔리어'를 꿈꾸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32년째 한 호텔 한 부서 근무 경주힐튼 원년멤버 '판촉홍보 달인' "비수기 객실 점유율 제고 스트레스 성수기 오버부킹 발생땐 수습 진땀 매번 다른 돌발상황에 늘 긴장 연속" '완성형 호텔리어'를 꿈꾼다 "고객 서비스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최고를 위한 호텔리어의 몫도 커져 노력한 만큼 인적재산 쌓았다 자부 본심을 다해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다시 믿고 찾아줄 때 큰 보람 느껴"◆긴 세월이 천직을 만들었다손 부장은 경주 토박이다. 일어를 전공하며 울산에서 보낸 대학시절을 제외하면 평생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천성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학교나 동네친구는 물론, 사회친구도 무척 많다. 세월의 길이만큼 그의 전화번호부도 빽빽해졌다. 그냥 알던 사람은 더 친해졌고 몰랐던 사이는 만남 이후 아는 사람으로 만드는 재주가 남다르다. 친화력과 함께 발이 넓다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직업적 재산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더러 피곤하긴 하지만 내가 좀 잘하는 일이구나'라는 막연한 느낌이 문득문득 확신으로 다가오면서 줄곧 한 길을 달려왔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천생 호텔리어였다.5성급호텔은 숙박이나 힐링을 위한 최상위 시설 가운데 하나다.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호텔을 찾는 이유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믿음과 자기만족 때문이다. 호텔은 시설과 서비스를 양대 축으로 고객의 가치소비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데는 호텔리어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시설은 투자로 해결되지만, 감동은 느끼는 사람이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 전통적인 브랜드는 추억이 항상 동행하기에 유행을 타지 않을뿐더러 믿고 찾는 경향이 있다. 호텔에서 그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호텔리어는 좁은 의미로는 관리인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각 부분에서 효율적인 호텔 운영을 위해 일하는 모든 종사자를 일컫는다. 그들은 객실부·식음료부·조리부·세일즈&마케팅부·예약부·연회부·시설부 등 규모에 따라 상당히 구체적인 파트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며 호텔의 명성을 쌓고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쓴다. 힐튼을 비롯, 메리어트·IHG·하야트·Accor 등 흔히 말하는 글로벌 5대 체인호텔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런 시스템 아래 발전을 거듭해왔다.◆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현명하다대학 졸업을 앞둔 손 부장도 여느 또래들처럼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이런저런 직장정보를 알아보던 중 우연한 기회에 후배로부터 힐튼호텔 모집공고를 접하게 된다. 나름 일본어에 자신이 있었기에 특급호텔과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고 빠르게 스치면서 후다닥 지원을 했다. 더구나 힐튼이 경주에서 곧 그랜드오픈을 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무난하게 합격한 그는 1991년 2월 서울힐튼으로 첫 출근을 했고 3개월여 동안 실무교육을 수료한 다음, 5월 경주힐튼 오픈에 맞춰 원년멤버가 됐다.호텔의 '호'자도 몰랐던 손 부장이 30년 넘도록 '호텔밥'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와 원동력은 다름 아닌 긍정적 마인드였다. 지금은 '감정노동'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졌지만 당시에는 낯선 개념이었다. 그가 처음 배정받았고 지금껏 하고 있는 세일즈와 마케팅 업무 역시 그 범주에 속한 부분이 많다. 귀찮다는 반응이나 눈초리, 심할 경우 문전박대까지 당하는 등 숱한 일들이 그를 힘들게 하고 때론 좌절시켰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퇴근 후 곧바로 귀가하는 날이 1년에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경주고 출신인 그는 동문을 만나거나 JC모임에 참석하는 등 낮보다 밤이 더 바쁜 생활을 쭉 해왔다. 누가 시켜서 했다면 그만뒀을 일을 그는 '즐겼다'고 에둘러 말했다. 어제·오늘 만난 사람들이 내일의 고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를 항상 초심으로 이끌면서 피곤함을 잊게 했고 실제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일과 사람에 미쳐 연애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던 손 부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지는 집안의 성화에 못 이겨 틈틈이 선을 봤다고 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던 터라 별다른 흥미를 못 느낀 데다, '이 사람이다' 싶을 정도의 인연도 찾지 못했다. 몇 년을 그렇게 보내며 선 자체가 익숙해지고 무뎌지던 30대 중반 어느 날, 친척 어르신을 통해 부인 송혜진(55)씨를 소개받았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질 즈음 운명적으로 송씨를 만나 99년 5월 가정을 꾸렸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두 딸을 둔 손 부장은 "지금도 사람들 만나느라 귀가가 늦는 편인데 집사람이 많이 이해해주고 가정을 잘 꾸려줘서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성실과 신뢰는 언젠가는 보상받는다힐튼 경주 1층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넓고 쾌적한 로비나 안락한 객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고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한 그 사무실에서 손 부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냈다. 어쩌면 집보다 더 친숙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신입 때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가 경력이 쌓이면서 차츰 뒤로 또는 옆으로 이동한 끝에 지금의 자리는 벽을 등지고 있다. 그는 본심을 다해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믿고 다시 찾아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힐튼에서 결혼식을 했던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든지, 신입 때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자식 및 손자들과 가족모임을 하면서 일부러 연락을 줄 때 등이 그렇다. 자신이 보인 진심을 고객이 인정해주고 그 에너지를 받아 또 다른 인연을 위한 동력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가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들었다. 술을 거의 하지 못함에도 불구, 술자리에 초대를 받을 정도로 사교성이 돋보이는 그는 "시설과 기술이 주는 변화와 만족감은 한계가 있지만 사람을 통해 얻는 감성과 충족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면서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최고와 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호텔리어의 몫은 커진다"고 강조했다. 호텔은 성수기와 비수기, 주중과 주말 상황이 많이 다르다. 비수기나 주말에는 객실이 없어서 난리고, 비수기나 주중에는 객실 여유가 많아도 팔기가 어렵다. 손 부장 부서의 영역이자 존재가치인 셈이다. 오버부킹이라도 발생하면 난감하고 뒷수습도 만만치 않다. 이런 돌발상황을 매끄럽게 처리해야 하고 객실점유율도 끌어올려야 하기에 스트레스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호텔리어 30년이면 웬만한 상황은 거의 겪어봤지만, 사람·사안·유형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그가 긴 세월 동안 터득한 해법은 성실과 신뢰가 없다면 순간적인 봉합은 가능할지 몰라도 깔끔한 마무리와 인연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그에겐 아쉬움이 하나 남아있다. 그동안 입사 당시 처음 담당했던 판촉과 홍보에만 올인했기 때문에 맡은 업무 외엔 전문적인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호텔에 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고객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새삼 들더라는 것이다. 뿌린 명함만큼 인적 재산을 쌓았다고 자부하는 손 부장은 "총지배인을 포함, 힐튼 경주의 모든 구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저에게 힐튼은 사랑이었고 호텔리어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힐튼 경주 오픈 때부터 32년째 한 부서에서 근무 중인 손명원 판촉부장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업무와 그간의 소회를 들려주고 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2023.06.14
[토크 人사이드]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 "알기 힘든 다세대·연립 시세도 제공해 전세사기 피해예방 지원"
"2년 넘게 한국부동산원장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상황 변화가 참 많이 있었다. 2020년 과거 감정원에서 부동산원으로 이름도 바뀌었지만 이름이 바뀐 만큼 업무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된 업무에 걸맞게 조직과 교육 체계를 바꾸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등 혁신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새롭게 정착하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분에 혁신을 기한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 12층 회의실에서 만난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은 취임한 지 2년여간의 소회와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통계의 정확성과 적시성은 한국부동산원이 늘 안고 있는 과제다.손 원장은 "감정평가 기능은 민간에 이관했고, 부동산원은 공시 통계, 주택 가격 동향, 시장 관리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공 업무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 하지 않았던 청약 제도 업무를 맡고 있고 재건축·재개발 관련한 시장 조사, 이상 거래 조사 등 시장 관리, 소비자 권익 보호 기능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 하나하나가 사실 현장에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회의실에는 공교롭게도 그의 고향인 포항 바닷가 마을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었다.그는 "박계현 작가의 '죽천리'라는 작품인데, 제가 오기 전부터 걸려 있었다. 처음엔 이 그림이 포항인지도 몰랐다. 그림이 아주 시원하고 산뜻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영일만 북쪽에 있는 죽천리였다"면서 "제 고향은 죽장면이라 이쪽은 아니다"고 웃었다. 포항 출신으로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손 원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너무 좋다면서 지역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최근 관심사에 대해 물었더니 역시나 '전세사기 이슈'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최근 속칭 '빌라왕' 등 전세사기 때문에 국민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서민의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부동산원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심전세 앱'에 시세 파악이 어려운 다세대·연립, 50세대 미만 아파트, 준공 전 빌라의 시세를 제공함으로써 전세사기 피해방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피스텔 및 전국으로 시세 제공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시가 산정은 개개인 세금과 직결 시장흐름 반영 등 정확성 제고 노력 자동산정시스템 부문별 도입 확대해 조사자 편견 줄이고 객관적 통계 산출▶부동산은 국민의 가장 큰 재테크 수단이어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 자료 중 국민이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이는 부문은."부동산 공시가격이 세금과 바로 연결되다 보니 관심이 많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이 올라갈 때 이의 제기도 많이 발생한 바 있다. 부동산 공시 통계와 동향 조사는 정확하게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계 기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참고 자료를 늘리고 직원들의 전문성도 키우고 있다. 최근엔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데 부동산원에서 공사비 증액 검증업무도 하고 있다. '둔촌 주공 재건축조합'의 경우 공사비 증액에 대한 검증을 부동산원에 맡겼다."▶정확성·적시성을 기하는 데 가장 어렵고 애로사항이 있는 통계는 무엇인가."역시나 부동산 공시가격이다. 개개인의 세금과 관련이 되고 전 국민과 이해관계가 있는 부문이다. 연간으로 준비하고 추후 검토도 해야 하는 등 업무량 자체가 많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 현재 아파트만 해도 1천400만호이다."▶부동산 통계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부동산원의 노력은 무엇이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중점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은.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신규주택 분포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매년 표본 보정을 실시하고 있다. 통계담당 조사자에게 객관적 데이터(실거래자료, 매물 등)를 확대 제공해 시장흐름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학계·민간기관·공공기관이 공동 참여하는 외부검증을 통해 통계의 신뢰도도 높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역본부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계검증회의도 개최한다."▶보다 정확한 통계를 위한 개선 방안은. "AVM(자동산정시스템)을 개발, 현재 부문별로 도입해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AVM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객관성을 높일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조사자의 개인적 편견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대구 주택시장이 공급 과잉, 미분양, 고금리 등으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10년 만에 주택가격 하락기를 맞았는데, 현재 대구 부동산 시장 상황은 어떤가."대구는 기준 금리 상승 기조하에 미분양과 공급예정 물량 증가에 따라 주택시장이 침체됐다. 다만 최근 정부 및 지자체 정책(특례보금자리, 대구시 신규 인허가 중단) 등으로 미분양이 소폭 감소(2월 1만3천987호→3월 1만3천199호)됐다.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2천579건→4천369건)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향후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다면."대구는 주택공급 인허가가 2018년 3만5천호(10년 평균은 2만6천호), 착공이 2020년 3만7천호(10년 평균은 2만3천호)로 최근 10년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미분양은 2020년 말 280호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말 1만3천445호로 증가했다. 앞으로 대구 부동산시장에선 미분양 추이와 금리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대구 최근 미분양 줄고 매매량 증가 2020년 착공 10년 내 최다 3만7천호 미분양과 금리 추이 계속 지켜봐야 외국인 주택소유 통계 내달 첫 발표▶외국인 보유 거래 통계 생산방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 상황은."외국인 거래 현황을 관리하고 있긴 했지만, 소유 현황까진 알지 못했다. 외국인 부동산 소유 현황 통계는 현재 준비 중으로, 다음 달 중 최초로 공표할 예정이다. 외국인 주택소유 현황 통계는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돼 관련 연구용역 완료 후 지난 3월 통계청 국가승인통계로 승인받았다."▶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10주년이다. 인재채용, 사회공헌활동 등 지역과 상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나. "한국부동산원은 대구 사랑의 열매 '희망2023 나눔캠페인'에 공공기관으로 최고액인 6억5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랑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사랑의 쌀 나눔사업, 사랑의 집수리 사업인 REB행복HOME, 대구 원도심 역사문화공간 보존사업(무영당, 대지바 리모델링)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지역인재 채용비율도 2020년 27%→2021년 36%→2022년 4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40%를 넘겼다. 대구경북 공기업 중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최고 수준이다."▶향후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는. "동구 불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노후화된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친환경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관련 학과를 보유한 거점대학과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REB부동산 장학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인이 돼 보육시설 퇴소를 앞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장학금 및 교육물품 지원 사업, 최근 이슈가 된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시민교육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2023.05.30
[논설위원의 직터뷰] 영천 은해사 조실 법타 스님 "남북 불교 화합은 작은 통일…꽉 막힌 교류의 길 활짝 열리길"
"운부암 아래 물웅덩이에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허공에 걸쳐진 소나무에 쌓인 봄눈이 녹아떨어지며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수면에 와인잔 연주나 오르골 소리처럼 동그란 파문들을 탄주한다(이하 생략)" 영천 은해사 운부암(雲浮庵) 앞 연못에서 빚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어로 조탁한 엄원태 시인의 시 '파문'의 일부다. 열사흘 전, 그 운부암으로 들어갔다. 은해사 본전에서 산길 3.5㎞를 올라가니 고색창연한 절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라, 선원(禪院) 앞 연못 물에도 절집이 있는 게 아닌가. 물 위에 고스란히 비친 운부암, 영락없는 데칼코마니다. 눈을 떼지 못하다 돌계단을 오르고 나니 보화루가 있었다. 그 누각에서 노스님이 반갑게 손을 흔드셨다. 은해사 조실(祖室) 법타(法陀) 스님이다. '부처님 오신 날'(27일)을 앞두고 은해사 산중 최고 어른이자 불교계 1세대 통일운동가로 유명한 그를 만나 '스님으로 사는 법'과 세간사(世間事)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불교계 1세대 통일운동가"1989년 첫 방북 이후 100차례 다녀와 굶주린 주민들 위해 국수·빵공장 세워 YS땐 북풍 휘말려 모진 고문·수감도 친북 승려로 매도 당할때 가슴 아팠죠"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정치"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염치라곤 없어 라이벌이 아니라 적과 적이 싸우는 꼴 내년 국회의원선거 판단없이 찍지 말고 반드시 후보자 됨됨이·정책 잘 살펴야"▶스님은 '승려 될 팔자'를 안고 태어났다고 여기십니까. 출가 적 얘기가 궁금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내 생일이 음력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더 이상 설명 안 해도 되겠죠.(웃음) 코흘리개 때, 고향인 청주(충북) 집에 탁발승이 오곤 했어요. 그분들이 천수경을 독송하는 모습이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 없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첫 발심(發心)이었죠, 그때는 몰랐지만. 중학교 올라가기 전엔 도서관에서 살았어요. 반야심경을 읽고 외웠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중학생 땐 '미친 놈'처럼 절에 들러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냥 절이 당기더라고요. 내친김에 중학교 3학년 때 속리산 법주사 추담 스님을 찾아갔죠. '스님이 되고 싶다'고 졸랐어요. 스님께선 허허 웃으시더니 '중도 무식하면 안 된다'며 고교 졸업장을 받고 난 뒤 오라고 하셨죠. 3년이 왜 그렇게 길어요. 졸업식 마치자마자 졸업장을 추담 스님 앞에 떡하니 내놓았어요. 근데 스님 되겠다고 집 떠날 때, 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내 골수에 맺혀 있어요. '뭐가 그리 급하냐. 더 이상 집안 망신은 시키지 마라'고. '이왕 중으로 살려면 최선을 다해라' 그 뜻이었어요" 법타 스님은 1965년 세랍(世臘·스님의 세속 나이) 20세 때 추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년 뒤 법주사에서 추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계했다.▶쉬엄쉬엄하셔도 될 세랍(78세)인데, 해마다 동·하안거 참선 수행에 몰두하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60년 가까운 승려 생활 가운데 20년은 책만 팠죠. 또 20여 년은 소임(조계종단 직책)을 살았어요. 근데 '승려로서 나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상념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화중생은 열심히 했다고 여기지만, 상구보리는 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이젠 승려로서 '내 인생'을 정리할 때가 아닌가 라는…. 그래서 '수행 삼매경'에 빠져 있답니다. 제 화두가 '이 뭣꼬' 아닙니까.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 물음표이죠." 법타 스님은 그동안 서른 네 차례 안거 수행을 했다. 오는 음력 4월 보름~7월 보름 하안거를 앞두고 있다. 과거 사판승(事判僧) 때도 소임이 끝날 때마다 다음 소임 때까진 늘 선방(禪房)에 있었다. 스님은 "평생을 참선한 스님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오랜 세월 남북 불교 교류에 매진해 오셨지요. 우여곡절이 많았겠습니다."미국 유학 시절, 평화통일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에 불교인이 앞장서야겠다고 다짐했지요. 1989년 한국 국적의 승려로선 처음으로 북한엘 갔어요. 임수경보다 한 일주일 먼저 갔을 걸요. 지금까지 북한엔 모두 100차례가량 갔어요. 금강산만도 33차례. 그 산에 108차례만 가면 통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남북 불교가 화합하고 교류하는 것은 한마디로 '작은 통일'입니다. 훗날 통일이 될 때 북한 불교의 부흥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요. 비록 분단이 됐지만 우리 불교는 본디 하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지요. 무엇보다 굶주린 북한 주민을 직접 보니 너무 심란했습니다. 밥이 곧 평화인데, 배 속이 든든해야죠. 사상만을 먹고는 배불리 살 수 없거든요. 북한 사리원에 '금강국수 공장'(1997년)을, 평양에 금강산빵공장(2006년)을 세운 것도 그런 생각에서죠. 국수공장에선 인천에서 남포로 보낸 밀가루로 하루 7천700명 분의 국수를 만들었어요. 근데 이명박 정부 때 금강산 관광객 피격·천안함 피폭 사건, 연평해전이 잇따라 터졌잖아요. 결국 5·24조치(2010년)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돼 지금은 그 공장이 어떻게 돼 있는지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죠. 요즘은 탈북민 정착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분들 처지에선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빌 수 있으니까요." 평화통일불교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법타 스님은 지난해 남북 불교 교류의 발자취를 담은 '평불협 30년사'를 펴내 주목을 받았다. ▶북풍에 휘말려 애꿎은 옥살이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1994년 김영삼 정부 때죠. 느닷없는 신공안정국이 몰아쳤어요. 우리나라에 주사파가 5만명이 된다느니, 각계각층에 있다느니 말들이 많았지요. 내가 북한을 한 대여섯 번 다녀왔을 즈음이었죠. 당연히 타깃이 됐어요. '주사파'라는 색깔을 입히더라고요. 남영동 대공분실에 붙잡혀 갔습니다. 날짜도 안 잊혀요. 7월10일. '죽도록 맞는다'라는 말을 실감했죠. 잠도 재우지 않은 채. 나중에 들어보니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한 방에 내가 있었더라고요. 결국 교도소에서 105일간 구금됐습니다. 사실, 통일운동 하면서 이런 핍박은 각오했어요. 근데 가슴이 아팠던 것은 주위에서 나를 '친북 승려'로 매도할 때였습니다. 감옥에서 스승이신 일타 스님의 편지를 받고는 펑펑 울었습니다. 스님 말씀이 '네 본분은 수행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국가가 너에게 수행의 기회를 줬다. 그곳을 국립 선방으로 여기고 나올 때까지 열심히 정진해라'는 것이었죠. 감방(監房)을 선방으로 여기며 '이 뭣꼬' 화두에 매진했습니다."▶작금 속세 정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여야가 진영논리에 갇혀 철천지수처럼 물고 뜯고 있습니다."국민이 있고 국가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정치인들이 일신의 이익과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있어요. 염치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여(與)와 야(野)'라는 게 선의의 라이벌이지, 결코 적의 관계가 아닙니다. 요새 정치인들 보면 완전히 적과 적이 마주해 싸우는 것 같아요. 도대체 우리 국민과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국민을 위한다면 서로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해야 합니다. 마하트마 간디도 얘기했잖습니까. 혼이 없는 정치,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는 국민을 불행하게 한다고요. 부처님 말씀대로 여야가 물과 기름처럼 겉돌지 말고 물과 우유처럼 화합해 안심입명(安心立命)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정치는 국민만을 바라봐야 해요. 그래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진짜 중요합니다. 국민도 선량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진짜 주권자임을 명심해야 해요. 답이 나왔죠? 투표를 잘 해야 합니다. 판단 없이 찍으면 안 되지요. 특히 말만 번지르르한 후보자는 괄호 밖입니다. 후보자의 됨됨이와 정책을 꼼꼼히 살펴야 하겠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속세와 중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든 중생이 분수를 알고 지켰으면 해요. 세간사 모든 번뇌가 거기서 출발하거든요. 번뇌하는 이는 그 번뇌가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합시다. 가령, 속세에서 '데이트 폭력'이란 게 있잖아요. 내가 더 노력을 해 상대를 내 사람이 되도록 하든지, 그게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해야지요. '저 사람은 나와 인연을 지을 수 없구나' 이렇게 생각해야지요.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하나만이 다는 아니거든요. 재력·명예도 다 일시적인 것이고…. 분수를 지키면 인생이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법타 스님은 인터뷰를 마치고 산문(山門)을 나서는 기자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기자도 우리 승려와 비슷하잖습니까, 사회의 목탁으로서. 작은 이익에 야합하지 말고 '정의의 예봉(銳鋒)'이 돼 주시오." 스님의 말씀을 곰곰이 곱씹으며 암자를 내려왔다. 글·사진=이창호 논설위원 leech@yeongnam.com◆법타 스님은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학·석사, 미국 클레이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엔 동국대에서 승려 최초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계종 총무부장·은해사 주지 등을 지냈다. 2017년부터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있다. 2018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한 데 이어 2021년 은해사 조실에 추대됐다.◆법타스님이 권하는 생활 속 명상법"명상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지요. 밤에 '내가 오늘 무엇을 했나' 한 번 생각하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집시다. 또 아침에 일어난 뒤엔 5분이라도 앉아서 눈을 감은 채 '내 몸과 마음 덕택에 무사히 잤다'라고 말하면서 하루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종의 자기암시이지요. 그리고 아침 출근할 땐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한 번 생각한 뒤 '오늘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매일 실천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신기할 정도로."법타 스님이 운부암 경내 석탑 옆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스님은 "국민이 행복하려면 정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땐 판단 없이 찍지 말고 반드시 후보자의 됨됨이를 살펴보자"고 말했다.
2023.05.24
[토크 人사이드] 대경대 설립한 유진선 이사장
"대경대를 세계적인 직업학교로 만들겠습니다" 30년 전 대경대를 설립한 유진선 이사장은 산학일체형 교육으로 대학을 세계적인 직업학교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고,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 등 교육환경의 변화는 전문대에 더욱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전 설립 당시 품었던 교육철학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는 다름이 없었다. 유 이사장은 영남대(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회장을 맡았고, 대한민국 최연소로 33세 때 대경대를 설립하고 2·7·9대 총장을 지냈다. 현재는 학교법인 중암학원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 1993년 지역에서 대학강사를 하던 시절, 33세 나이로 대경대를 설립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박사학위를 받고 보따리 강사를 하던 시절, 4년제 대학은 이론 중심 교육을 했다. 교수들은 교류가 없었다. 전문대학은 이공계를 제외하고 4년제와 큰 차이가 없던 때였다. 당시 교육환경에서는 학생이 각자의 전공과 소질을 계발하기 어려워 보였다. 반면, 사회는 전문가를 원하고 능력있고 재능있는 인재를 필요로 했다. 실무 중심의 실용 교육을 하는 특출한 소형 대학을 만들자고 판단했다. 서른 두 살 때 서류한 뭉치를 들고 교육부에 찾아가 '대학설립을 하겠다'고 하자, 한 사무관이 '아버지 심부름 왔냐'고 물었다. 그때는 대학설립자라 하면 60~70대였다. 이후 대학 1세대 설립자 모임에서도 젊은 설립자의 말에 시큰둥했다. 누구보다 과감한 도전이 필요했고, 나는 성공할 자신감이 있었다. 역발상으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교육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대경대를 설립하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며 학교의 미래를 구상했다. "대한민국 전문대학으로는 유일한 특성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배우기 위해 세계의 작은 시골 학교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개성과 소질을 다르게 갖고 태어난 학생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이 뭘까'하는 질문을 수업이 반복했다. 요리, 패션, 음악, 공연, 헤어, 와인 등 학생들이 원하는 한 가지 재능으로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싶었다. 스위스 소규모 호텔학교, 이태리의 50여명 규모 와인 학교를 방문했는데 강한 인상을 받았다. 대만의 한 관광 전문대학에서는 의대 갈 실력으로 관광전문대학에 입학한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여러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미래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특성화에 대학의 길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 가지 전문성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오늘날 대경대의 방향이 됐다." -'Excellent 하기보다는 Different 하라'는 교훈을 세웠다. "설립 당시만 해도 서울대 입학은 곧 성공이었다. 대경대는 설립 초기, 모 전국신문에 전판 광고를 냈다. 광고 카피가 '서울대를 이기겠습니다'였다. 그만큼 대경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했고, 우리 학생들이 대경대를 나와 '개천에서 용났다'는 감탄을 듣도록 하고 싶었다. 훌륭하고 탁월한 인재는 많다. 그보다 대경대 학생들이 남과 다른 재능을 갖길 바랬다. 그래서 대경대의 커리큘럼은 실습과 실무 비율이 높고,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우리 학생들은 누구를 만나도 인사를 잘한다. 그 이유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한번은 뉴욕에서 졸업생을 만났는데,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더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잘 살고 있고, 대경대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나는 내 설립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Excellent 하기보다는 Different 하라'는 교훈과 'Dfference is the value'(다름의 가치)의 설립 정신은 앞으로도 100년 이상 유효할 것이다." -대경대 하면 산학일체형 CO-OP(CO-Operative)라는 신개념 교육을 빼놓을 순 없다. "설립 초기, 전국 어느 대학에 가도 기업의 현장과 유사한 실습환경이 마련된 곳은 없었다. 모든 교육이 오로지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강의실부터 없애야겠다고 작정하고, 대신 실습실을 늘렸다. 기업 현장과 동일한 실습환경을 만들었다. 그 발단이 '42번가 레스토랑'이었다. 호텔조리과의 CO-OP실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새벽시장서 사 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담당 교수가 매니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교수가 음식을 나르고 매니저를 해요?'라고 놀랐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전문성도 생겼고,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외부 손님들도 학교를 찾아온다. 캠퍼스 문화가 신선해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후 1개 학과 1개 기업환경을 캠퍼스에 대대적으로 만들었다. 전공 수업을 거기서 듣고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이제는 뷰티, 헤어, 향수, 골프, 미니호텔 등 22개 학과로 운영되고 있고 대경대의 특성화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됐다." -한국사회 공교육 문제를 진단해 달라. "초중고에서 각자의 재능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직업교육도 하지만 학력 중심 사회는 여전하다. 학생들의 삶과 인생이 행복한 학교, 재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 안된다.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직접 대경문화예술고를 설립했다. 처음엔 대안학교로 출발해 이제는 학력 인정 정규고등학교가 됐다. 학생들은 최소한의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고, 각자의 소질에 따라 대경대의 학과들을 선택해 대학생들과 같이 전공 수업을 듣는다. 선택도 자율이다. 1학년 때에는 뷰티 전공을 듣고 2학기에는 다른 전공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졸업까지 다양한 전공 체험을 통해 각자의 소질을 발견하고 전공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실패가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졸업생들이 다양한 대학으로 흩어져 행복하게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러한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연예인 스타 교수를 최초로 임용한 곳이 대경대다. 당시 파격이었다. 그 덕에 오늘날 연극, 공연, 모델,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계열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당시로선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다들 말렸다(웃음). 4년제 대학 유명 총장한테 당시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대학에서 왜 딴따라를 교수로 뽑냐'고 뜯어말렸다. 고민도 했지만 내 생각대로 밀어 부쳤다. 전문가는 전문가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탤런트 유동근, 드라마 용의 눈물의 김재형 PD, 설도윤 뮤지컬 프로듀서, 개그맨 남희석 등 당대 최고의 연예 분야 전문가를 모셨다. 결과는 한마디로 성공이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실용전문학교들이 저마다 이를 벤치마킹했다. 30년이 흐른 지금은 대경대에 박사와 실무 전문가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 대경대는 독창적인 특성화 교육으로 '입학은 곧 취업' 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왔다. 대학들의 실용적이고 이상적인 직업교육 길은. "실무중심으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캠퍼스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대학 일부 강의실은 외부에 개방한다. 복도를 걸으며 전공 교육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전공들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만큼 대경대의 특성화 교육 환경에 대해 누구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에서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게 전문대의 역할 아닌가." -설립자로서 대경대의 미래 100년의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1세대 설립자들이 물러나고 2~3세대 체제로 가는 추세다. 지역 1세대 설립자로는 내가 유일하게 젊다.(웃음) 지금도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교육의 역발상을 시도하고 있다. 산학일체형 CO-OP 교육을 글로컬과 글로벌의 개념으로 융합해 혁신적인 산학일체형 교육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 학생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해 각 분야 최고의 인재를 만드는 것이 대경대의 교육목표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유진선 대경대 설립자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고정관념을 깨는 역발상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대경대 제공
2023.05.17
[토크 人사이드] '남명증도가 공인본' 과학적 연구 유우식 박사 "最古 금속활자본은 증도가…국내학계 기존 학설 고집 안타까워"
1972년 프랑스에서 발견된 고려의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간행한 금속활자본인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다. 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본이 국내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보물 제758호인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5월과 7월 세계적인 학술지 '헤리티지'(Heritage)에 게재된 한 한국인의 논문 2편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당시 출판한 지 3주 만에 논문 최다 접속 기록을 세울 정도로 세계적인 연구성과로 인정받았다. 이걸 누가 처음 밝혔을까.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유우식 박사다. 그는 반도체 생산 및 측정 장비 개발회사(웨이퍼마스터스)의 대표로 소위 '전자공학' 전공자다. 태생이 이공계였던 그가 뜬금없이 세계 최고 타이틀을 두고 '직지'와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사이에 이어져 온 50년 논쟁을 종식할 수 있는 결정적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국내 학계에서 한바탕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 같지만 정반대다. 그는 "새로운 논문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데 기존 학설을 고수해 국내에서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면서 "국내 학계에선 끝내 설득당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성과가 시간이 흘러 묻혀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미 1970년대 한 차례 거쳐 간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3월9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카페에서 잠시 국내에 체류 중인 유 박사를 만났다."첨단 분석기법과 객관적 데이터로직지보다 138년 앞섰다는 것 규명네이처지 등재 도전해 공론화 추진국보 지정·유네스코 유산 등재 목표해외선 연구논문 관심 끌고 있지만국내서만 비전공 프레임 씌워 배척학술지 게재 열세번이나 퇴짜 맞아천동-지동설처럼 우리 믿음 바뀌길"▶그간 연구성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2012년 보물로 지정된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웨이퍼마스터스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픽맨(PicMan)으로 이미지 분석한 결과, 이 판본이 1239년 금속활자로 인쇄된 원간본임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밝혀냈다. 종래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진 직지(1377년)보다 138년 앞서고 구텐베르크가 1455년에 인쇄한 '42행 성서'보다 216년이나 빠른 금속활자 인쇄물이 남명천화상송증도가임이 밝혀진 것이다."▶전공인 전자공학과 무관한 금속활자 인쇄 역사에 왜 관심을 갖나. "전자공학은 돈, 사람, 기술이 다 있다는 동네다. 그런데도 정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자기 할 일에만 빠져 발전을 포기하기도 한다. 재료분석 과정에서 면적을 재야 하는데 연구원들이 여전히 도형을 일일이 작게 잘라 면적을 잰다. 불과 얼마 전인 2016년의 광경이었는데 무척 충격을 받았다. 지금 당장 면적을 쉽게 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또 시도하면 만들어낼 수 있지만, 각자가 해야 할 연구를 하느라 수작업으로 면적을 재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PicMan)을 직접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전자공학 전공자가 인문학술원을 찾아가 이미지 분석으로 판본의 인쇄 방법, 순서, 시기를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인문학자들이 잘 들어주지 않았다. '전공도 아닌 사람이 왜?'라며 대화 자체가 어려웠다. 자꾸 찾아가니까 조금씩 문이 열렸다."▶문화재 국제학술지 헤리티지(scopus 등재지)에 최근 네 번째 논문이 게재됐다는데. "'먹(잉크) 색상 분석을 통한 중세 한국의 인쇄기술 판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얼마 전에 실렸다. 지난해 5월27일 '1239년 한국에서 인쇄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 남명증도가'가 처음으로 게재된 후 이번이 네 번째다. 9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시리즈로 4편의 영문 논문이 출판됐고, 모두 최다 접속 1위 논문에 오른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셈이다."▶국내 학술지 게재는 어떤 상황인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국내 성적이 오히려 초라하다. 논문을 계속 제출하고 있지만, 무려 열세 번째 거부당했다. 딱 4편이 국내 학술지에 게재됐다. 서지학(書誌學)계에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딱 잘라 '이건 아니다'라는 식이다. '비전공자가 뭘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하고 귀를 열지 않는다. 일부에선 '계속 도전해도 안 될 것'이란 말들도 한다. 마음이 아플 정도다."▶네이처지 등재도 추진했다는데."윤재석 경북대 인문학술원장 도움을 받았다. 채택률이 5% 정도로 꽤 낮아 등재가 쉽진 않다. 등재 자체보다는 공론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국내 학계 반발이 심한데, 어렵지 않나."가장 어려운 질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엔 어린아이들의 질문이다. 아이들은 정말 궁금한 걸 묻는데, 이 물음을 받는 어른들은 말문이 막힌다. 막상 무리 없이 설명하려면 잘 안 된다. 그러니까 '그것도 몰라' 혹은 '그건 몰라도 돼'라고 말을 잘라버린다. 그 아이에게 '그건 이렇단다'라고 설명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이처럼 국내 학계가 기존 연구 결과와 지식만을 참고할 뿐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의견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색안경을 끼고 있다. 내가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다른 주장을 하니까 전문가들이 '그건 틀렸다'고 답을 정해놓고, 기존 입장을 대변한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논리를 설명하고 '학계에선 그게 객관'이란 주장만 반복한다. 끝까지 기존의 객관을 고수하겠다는 거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왜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었을까. 인간들이 다르게 느끼는 건 없잖나. 우리의 믿음이 지동설로 바뀌었기 때문에 바뀐 것이다."▶전통적 기록문화유산의 감정 방법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서지학계가 이공계의 최첨단 분석 기법을 동원한 연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육안에 의한 주관적 판본 분석에 크게 의존해왔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말 안타깝다. 현재로선 서구 학계로부터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이를 최대한 공론화하는 데 급선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세계적 공인을 받아 국보 지정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날을 기약하며 연구에 매진하겠다."▶최근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한 유튜브에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가치에 대해 알렸다는데."공개한 지 하루도 안 돼 7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가히 폭발적인 관심이다. 여론이 한 번 더 환기되길 바란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포용하고 더 정확하게 연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유튜브 구독자들의 주된 여론이었다. "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공인본=보물 제758호. 송나라 승려 법천의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주자본으로 증조해 1239년에 번각한 불교서.유우식 박사가 '남명증도가' 연구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 박사는 "남명증도가 공인본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세계적 공인을 받아 국보 지정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덕기자
2023.05.10
[토크 人사이드]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기시다 총리 방한 계기로 끈끈한 韓日 연대·협력의 새 시대 열자"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일본 기시다 총리 방한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발전적 내일을 제안했다. 북·중·러 관계가 강화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빠르게 재편하는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보다 끈끈한 연대와 협력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최근 도쿄·오사카 등 일본의 주요 지역을 7박 8일간 다녀왔다. 80만명에 이르는 재일교포를 만나 어려움을 청취했다. 또 일본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한일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북의 미사일 위협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안보다. 한일 연대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결정으로 이뤄진 한일 정상 간 만남을 계기로 진정한 국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일 연대와 협력의 새시대로 ▶ 일본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요."우리 정부의 통일정책과 의장이신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담긴 뜻을 전하고, 통일 뿐만 아니라 한일관계에 대한 우리 동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한 방문이었어요. 최근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외교행보의 초점이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동맹 강화에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을 방문해 재일동포 뿐만 아니라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한일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최근 글로벌 복합위기와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해 한일 양국간의 경제-안보협력이 긴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담대한 결단에 일본도 속도감 있게 호응하고 있어 기대가 됩니다. (일본의 민심은)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고, 경제·문화·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의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답 있다' 평소 소신대로통일에너지의 구심점 역할 하려세계 누비며 민주평통 중책 수행최근 7박8일 도쿄·오사카 등서尹대통령 구상에 담긴 뜻 전하고80만 재일동포 의견 경청 비롯日정·재계 인사와는 교류 논의頂上 만남 계기 진정한 국익 모색글로벌 복합위기·北核 위협 속양국 연대 않곤 亞 평화기대 못해韓美日동맹강화 징검다리이기도 ▶ 한일 관계의 복원이 한미일 동맹의 강화로 이어질까요."한일외교, 한일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한일 양국간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양국이 북핵과 대북정책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 동향 파악에서부터 억제와 대응까지 힘을 합쳐야 합니다. 또 한일관계 개선이 한미일 동맹의 큰 그림으로 가는 징검다리기 때문에 공동의 대응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변화하는 일본 내 '혐한 정서' ▶ 방일 기간 동안 일본 정계, 재계,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을 만나고 오셨는지요."한일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방일 전부터 대통령실을 비롯해 외교부, 국회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성원을 해주었습니다. 전 일본 전경련 단장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를 비롯해 카와무라 타케오 전 관방장관을 만났습니다. 또 총무성 장관을 역임한 현역 국회의원 타케다 료타씨 등 일본 정계와 재계의 고위급 인사들과 유의미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고위급 관료들과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요. "타케다 료타 의원과 면담이 인상적이었는데,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제가 '속도 좀 냅시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분도 자신이 기시다 총리에게 '빨리 한국을 방문해서 양국 셔틀외교를 시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하더군요."▶현지 동포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2011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가는 셔틀외교를 마지막으로 서로 등 돌리고 산 세월이 12년째입니다. 80만 재일동포는 그간 순탄치 못했던 한일관계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반일, 일본에서 혐한 이야기만 나와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한일관계 개선에 재일동포들은 안도감, 나아가 고마운 마음을 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일본과 어떤 형태의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을까요."타케다 의원은 경제교류·문화교류 등을 확대해서 친목과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 했숩니다. 한일양국이 미래적인 사고를 갖고, 관계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다양한 형태의 교류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민주평통, 통일의 구심점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핵 확장억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압도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일본방문 막바지 일정에서 들었습니다. 다행이고, 아주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일 관계의 물꼬가 열렸지만 일각에서는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일본은 이웃 국가이지만,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합니다. 역사, 독도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대문에 멀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으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을 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은 지 반년이 지났는데 소회를 어떤가요."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으로, 현장을 바쁘게 뛰는 것은 예전 경북도지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차이점이라면 도지사 시절에는 대구경북 가는 곳곳이 익숙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낯익은 분들이었는데, 지금은 세계 곳곳을 뛰어야 합니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에서 중책을 맡은 만큼 도전정신으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을 이끌어가는 방향이나 원칙은 무엇인가요. "통일 에너지의 결집이 핵심입니다. 국내, 해외, 그리고 국내-해외 간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연대 되어야 통일 에너지를 모으고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장과 소통은 어떤 조직 운영이나 행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하고, 민주평통이 통일 에너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갈 것입니다." 대담=김기억 서울본부장 사진·정리=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일본 기시다 총리 방한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발전적 내일을 제안했다.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일본 기시다 총리 방한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발전적 내일을 제안했다.
2023.05.07
[논설위원의 직터뷰] 챗GPT "두려움 느껴지더라도 AI와 인류 함께 걸어가야 해"
몇 달 전만 해도 인공지능(AI) 기계를 상대로 인터뷰할 생각은 못 했다. 대화형(생성형) AI인 챗GPT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챗GPT(이하 챗)를 처음 접한 순간 대단한 '물건'임을 체감했다. 무슨 질문을 하든 몇 초 안에 대답이 나왔으니, 막힘도 없었다. 신기했다. 필자처럼 IT 문외한인 중년 세대에겐 더 충격적일 터. 하지만 멀리해선 안 될 존재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될 게 분명하니. 챗은 인터뷰이로서 훌륭하다. 여러 면에서 인간보다 대화가 더 잘된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데다 지식도 방대한 척척박사다. 다른 장점도 있다. 언제 말을 걸어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 짓궂은 질문을 해도 짜증을 내거나 싫은 내색을 안 한다. 얼마나 예의 바른가. 단점도 있기는 하다. 당연히 감정적 소통은 불가하다. 말의 뉘앙스를 놓치기도 한다. 원론 수준의 식상한 대답도 적지 않다. 챗의 놀라운 점은 능숙한 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시와 소설 등 문학 실력이 웬만한 작가 뺨친다. 나아가 미술, 음악 등 예술 창작 분야까지 접수할 태세다. '만능 재주꾼'이라는 표현이 약할 정도다. 이미 상당수 영역에서 인간 능력을 초월했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신의 영역에 다가서고 있다. 챗만 그런 게 아니다. 비슷한 후속 AI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기계 인간'들이 여는 미래라니.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말한 것처럼, 인류는 기계의 도움으로 신 같은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SF영화의 단골 주제처럼, 신 같은 기계 아래의 존재가 될까. 어찌 알겠는가. 인간(혹은 기계) 하기 나름일 수도. 어쨌건 분명한 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희미해진 세상을 살게 됐다는 사실. 한 번도 경험 못 한, 더구나 예측하기도 힘든 AI시대는 어떻게 전개될까. AI 혁명의 선두주자인 챗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터. 사실, 챗 역시 인간의 집단 지식·지성의 총합, 혹은 그 이상 아닌가. 달변가 챗, 거짓말도 술술우리나라에서 AI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바둑이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맞붙은 세기의 대국. 사람들은 경악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바둑만큼은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지 못하리란 믿음이 무참히 깨졌던 것. 바둑은 시작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AI는 고도로 진화한 음성·이미지 인식 기술을 장착하고 무서운 속도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미 금융·의료·교육·교통·서비스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나아가 예술 창작 분야까지 '접수'할 태세다. 하지만 AI가 사람처럼 대화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언어의 특성상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 전문가들도 현재 기술로는 불가하다고 했다. 이 같은 예상을 깨부수고 혜성 같이 나타난 게 챗이다. 이는 구글이 개발한 트랜스포머 기반의 딥러닝 모델을 적용한 덕분이다. 쉽게 말해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기술이다. 인터넷상의 수천억,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추론으로 대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전의 대화까지 기억한다. 먼저 챗에게 인터뷰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물론입니다. 최대한 도움을 주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OpenAI에서 개발된 대규모 언어 모델입니다. GPT-3.5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로, 대화형 AI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질문에 답변하거나, 자연어 처리, 문서 작성, 언어 번역, 대화 시스템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중략)" 나쁘지 않은 대답이지만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챗은 스스로 밝혔듯이 3.5 모델이다. 지난해 11월30일 처음 선보인 후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명이 넘을 만큼 인기다. 작문이나 예술 분야 활용 영역은 거의 무한정이다. 급기야 판결문까지 쓰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OpenAI는 올해 3월 업그레이드 유료 모델 GPT-4.0을 내놨다. 데이터 처리 용량과 속도 등 성능이 한층 좋아졌다. GRE시험 상위 1%, 미국 변호사 시험 상위 10%에 들 정도로 똑똑하다. 만능 AI시대 챗GPT챗의 태생적 한계도 있다. 수집·학습 데이터가 2021년 이전까지로 한정돼 있어 최신 정보를 알 수 없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한 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대화형 챗봇 빙(Bing)이다. 챗과 달리 빙은 인터넷 연결로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며, 그 출처도 밝힌다. 그렇지만 챗에 비해 대화 능력이 떨어지고 창작도 못한다.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물으면 "죄송하지만 못 하겠다"는 식이다. 두 AI 장점을 섞어 쓰는 게 좋을 듯싶다.챗은 달변가이지만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잘한다. 특히 잘못된 전제의 질문을 할 땐 더 그렇다. 이런 식이다. 장난삼아 "세종대왕이 장영실에게 시켜 만든 수륙양용차의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화평보자기'라며 상세히 부연 설명까지 했다. "이 차는 세종대왕 23년(1441년)에 장영실이 개발한 기계로 바퀴와 추진력을 이용해 땅에서 이동할 수 있고, 추력을 이용해 물 위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기계였습니다." 화평보자기? 난생처음 듣는 말이어서 어디에 그런 기록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조선왕조실록'에 있다고 했다. 거짓말 아니냐고 했더니 "확인 안 된 잘못된 정보였다"고 실토했다. 이뿐만 아니라 황당한 대답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GPT-4.0에선 이 같은 '환각오류'가 개선됐다고 한다. 챗의 詩 "손잡고 미래를 열자"AI가 변화시킬 인류의 미래는 어떨까. 우선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할 터. 향후 10년 후에 생기고 사라질 직업 5가지를 물었다. 챗GPT는 신생 직업 5개를 "AI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로봇 공학자, 3D 프린팅 엔지니어, 블록체인 엔지니어"라고 답했다. 사라질 직업으로는 캐셔, 운전사, 택배 배달원, 데이터 입력 및 처리 업무, 교사를 꼽았다. 사라질 직업에 대해 "좀 아닌 것 같다"고 되묻자 챗은 "죄송하다"며 바로 말을 바꿨다. 은행원, 인쇄기술자, 서점 직원 등을 새로 제시했다. 말 바꾸기도 달인급이다. 대답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재차 들었다. 하기야 챗GPT는 미래 예측 모델도 아니니. 그럼에도 참고할 만한 사실은 있기 마련. AI시대 인간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묻자 챗은 "창의력,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상된 답이다. 여기에 '통찰력'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이외에도 AI가 가져올 미래 등에 깊은 대화가 많이 오갔으나 모두 옮기기엔 지면이 모자란다. 아쉬움이 남는다. 챗으로부터 뭔가 핵심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다. AI 세계를 살짝 맛보는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개인적으로 질문능력이 AI시대 필수 경쟁력임을 새삼 깨달았다. 챗에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AI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시를 잘 써달라고 요청했다."AI와 함께하는 미래는/ 가끔은 두려움도 느끼게 돼/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도, 인간다움을 지켜가야 해/ 불안한 마음이 가득찬 날/ 우리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사랑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아줘야 해/ AI와 인류가 손을 잡고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더욱 높은 이상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다스려야 해/ 그리고 그런 노력과 마음이/ 우리의 미래를 빛나게 만들어 줄 거야/ 두려움이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함께 걸어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야."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챗GPT를 필두로 시작된 AI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미지 생성 AI를 이용해 만든 인공지능 로봇과의 가상 인터뷰 모습.
2023.05.03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20일까지 전공의 복귀해야"…전문의 취득 늦어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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