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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포위즈시스템 대표가 지난 20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과 사업 구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흔히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작시성반(作始成半).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건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반 이상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시도나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세상만사에 다 적용되는 건 아니다. 특히 창업시장이 그렇다. 시작이 반이기는커녕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창업 생존율이란 게 있다. 국내 통계는 제각각이지만 창업 후 5년을 버티는 경우가 30% 정도다. 경쟁이 치열한 IT분야는 생존 확률이 더 낮다.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생존율을 5% 내외로 본다고 한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해당하는 얘기다. 지방은 3%에 불과하단다. 그럼에도 분명 '바늘 구멍'을 뚫고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도 있다. 억세게 운이 좋거나 '족탈불급'의 비범한 능력을 지녔거나 혹은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경우일 것이다. 대구 IT산업을 이끄는 포위즈시스템은 '운칠기삼'이 아닌 '운삼기칠'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금융사서 10년 정보시스템 업무
IMF 계기 2000년 동료들과 창업
자체 개발 혁신적 SW 솔루션 덕
기업·공공기관 등 사업영역 확장
'EDU360' 전국 5천여 初中高 보급
"인재중심 경영이 혁신성패 좌우"
7명으로 출발한 직원 100명 임박
대다수는 대구경북권 대학 출신
금융·행정·공공 SI 사업 등 활발
대구 디지털혁신중심지 도약 앞장
김태철 포위즈시스템 대표의 창업 계기는 1997년 IMF 사태였다. 그는 대구지역 금융회사에서 10년간 정보시스템 업무를 맡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진 탓에 직장을 떠나야 했다. 이후 절치부심하다가 예전 직장동료들과 함께 2000년 4월 포위즈시스템을 창업했다. 당시는 벤처 열풍 덕에 소프트웨어(SW) 제품 수요가 많았던 때였다. 창업 시기가 절묘했던 셈이다. 하지만 포위즈시스템의 성장을 이끈 건 운이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이었다. 지식관리시스템(KMS), 지식경영포털시스템(EKP), 다면평가시스템(DIPS) 등 자체 개발한 혁신적인 SW 솔루션 덕분에 기업·공공기관·교육기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특히 2007년 출시한 교원능력개발평가시스템(EDU360)은 전국 초·중·고 5천여 곳에 보급·활용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이후 김 대표는 사업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클라우드·빅데이터·보안·5G 분야를 넘어 교육·금융 시스템통합(SI)사업까지 진출했고, 아울러 교육분야 전문기업으로도 입지를 다졌다.
현재 대구혁신도시 내 메디벤처센터빌딩 10층에 자리 잡은 포위즈시스템의 직원은 100명이 조금 안된다. 창업 때 7명으로 출발했으니 직원 규모로만 따지면 20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더구나 젊은 직원 대다수는 대구경북권 대학 출신이다. 포위즈시스템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의 청년 유출을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역인재 양성도 기업의 주요한 책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술이든 사람이든 끊임없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얘기를 듣다 보니 문득 포위즈시스템의 기업 정신이 한 줄 구호처럼 뇌리에 떠올랐다. "혁신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아가 직원과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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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포위즈시스템 대표 |
☞ 김태철 대표 활동·수상 내역
-대구대학교 컴IT공학부 겸임교수, 이노비즈대구경북지회 수석부회장, 대경ICT협회 부회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대구시 스타기업100 지정, 인재육성형중소기업 지정, 대구시의회 의장 표창장
▶포위즈시스템의 주력 사업은.
"먼저 금융·행정·공공 분야를 아우르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800억원 규모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연계한 학습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과 클라우드시스템으로 전환하는 'e학습터 서비스 구조개선'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는 등 교육분야 SI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제조환경 혁신을 위한 5G 특화망 개발 및 보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개발된 통합관리 플랫폼 '애초에(E-choe)'는 이미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데이터센터' 구현도 중요한 사업 과제입니다. '랙 쿨링 시스템'을 비롯해 우리가 자체 개발한 여러 기술이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량 감소와 중앙연산처리장치(CPU) 성능 향상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이외에 디지털전환시대에 발맞춘 클라우드 및 네트워크,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보안시스템 등 토털 비즈니스 서비스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남다른 성장 비결이 있다면.
"무엇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술혁신과 품질개선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혁신을 외치지만 말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는 기업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혁신의 성패는 인재중심 경영에 달려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업무에 적극 참여할 때 조직 내에서 혁신적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앞으로도 포위즈시스템은 회사의 혁신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인재중심 경영에 주력할 것입니다."
▶인재중심 경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든 임직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롭게 소통하고 원활하게 피드백 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 회사와 임직원의 동반성장이 중요한 만큼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복지 프로그램 운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업이 고객과 지역사회를 중시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에 앞서 직원들이 행복해야 모든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IT업체로서 겪는 한계가 있을 텐테.
"수도권에 비해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신규 사업 발굴과 확장에 제약이 따릅니다. 또한 고급 인력을 영입하더라도 한정된 시장규모로 인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 같은 불리한 여건은 비수도권 중에서도 대구가 심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대전이나 부산과 달리 대구에는 중견 규모의 IT업체가 한 곳도 없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게 포위즈시스템에 주어진 사명이기도 합니다. 수도권보다 우월한 가격 경쟁력 등 지방 IT가 가지는 장점도 있는 만큼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대구를 대표하는 중견 IT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역 IT산업 발전을 위해 하고픈 말은.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출현한 현 시점이야말로 지역 IT업체들과 기관들이 협력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현재 대구시는 수성 알파시티를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 중입니다. 이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 지원 시범사업' 추진 지역이어서 디지털 생태계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지역 IT업체들은 정부와 대구시가 깔아주는 판을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지역 고유의 특성과 강점에 기반한 디지털 신산업 거점을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IT업체와 공공기관·대학·연구소 간 기술 교류 수준을 넘는 공동 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합니다. 이에 더해 IT 인재 양성 및 유치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합니다. 고급 인력 없는 IT산업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포위즈시스템은 지역 IT업체들과 손잡고 대구를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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