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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후 만난 '성실함의 아이콘' 김헌곤 선수. |
"요즘 어떤 일이 생기든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난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후 만난 '성실함의 아이콘' 김헌곤 선수가 건넨 말이다. 이날 김헌곤은 리그 1위 KIA를 상대로 다시 한 번 결승타를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지난 달 6일 김헌곤은 KIA를 상대로 팀을 8연패 수렁 속에서 구해내는 결승타를 날린 바 있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당시 삼성과 KIA는 4-4 동점으로 9회를 맞이했다. 김헌곤은 9회초 1사 3루 상황 대타로 타석에 들었섰다.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전상현의 공을 타격해 3루 주자 안주형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2루타를 만들었다. 베테랑 김헌곤의 투지가 팀 내 분위기를 바꿨고, '신구 조화'로 순위를 역주행하는 매서운 기세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 8일 KIA에 연장 접전 끝에 패했던 삼성은 9일 8회까지 2-2 동점이 이어졌다. 8회말 무사 만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김헌곤은 이번에도 2타점 적시 2루타로 경기를 뒤집는 결승타를 만들었다.
김헌곤은 지난해 부상으로 은퇴까지 바라볼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묵묵히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고,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에 대해 김헌곤은 "힘든 시간을 이겨낸 원동력은 가족이 가장 컸다. 잘하려는 욕심을 다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만 집중하다보니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다"며 "힘들었던 시간들이 마냥 안 좋은 시간들인 것 만은 아니었다"고 했다.
결승타를 날린 전략에 대해서는 "상대 투수도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쪽이 이길 거라 생각했다"며 "긴장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상대방도 분명 긴장을 했을 것이고, 누가 집중력을 잃지 않느냐의 승부였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면 과감히 치려고 했고, 다행히 상대 실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요즘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좋은 것이 아니고,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안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중요시하고 있다. 좋다고 들뜨지 말고, 안 좋다고 크게 힘들어 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힘든 순간에 옆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직접 느끼지 못 할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도움을 구하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든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들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 이후 리그 2위 NC 다이노스와 맞붙어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따내 '공동 2위'에 재진입했다. 묵묵히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선수와 패기 넘치는 젊은 피가 합심해 만드는 삼성의 '신구 조화'가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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