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대구 달성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구경북권연구센터 옥상에서 김진섭 달구벌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가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승엽기자

대구 달성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구경북권연구센터 공용주차장에 설치된 시민햇빛발전소 10호기 모습. <달구벌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대구 달성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구경북권연구센터 옥상 및 후면주차장에 설치된 시민햇빛발전소 11~13호기 모습. <달구벌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오늘 날씨가 흐린 게 아쉽네요. 햇볕이 내리쬐야 전력이 나오는데…"
구름이 여름 땡볕을 가리며 다소 선선한 날씨를 보인 지난 12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 달성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구경북권연구센터 공용주차장. 달구벌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김진섭 이사는 자못 걱정 어린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이사 머리 위로 설치된 알루미늄 태양광 판넬들은 무더위 속 주차 차량 및 민원인들에게 소중한 그늘을 선사하고 있었다. 주차장 앞으로는 미니 태양광발전소 건립에 기여한 시민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힌 비석이 자리했다. 김 이사는 "이젠 자기가 쓸 전력(에너지)은 직접 생산하는 시대"라며 "직접 생산해 보면 이해도가 깊어져 아무 에너지나 쓸 수 없다. 왜 태양광 발전이 답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이날 찾은 ETRI 대경권연구센터에는 주차장뿐만 아니라 연구동 옥상까지 알루미늄 태양광 판넬이 뒤덮고 있었다. 이곳에는 공용주차장뿐만 아니라 연구동 옥상, 후면주차장까지 시민햇빛발전소 10~13호기가 자리하고 있다. 지붕 형태로 지어진 태양광 패널들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햇빛, 눈, 비를 막는 캐노피(덮개) 역할도 수행한다. 예상 외로 빛 번짐으로 인한 눈부심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실제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5.1%로, 유리·플라스틱(8~10%), 붉은 벽돌(10~20%), 밝은 목재(25~30%)보다 낮은 수준이다. 박종상 ETRI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패널이 뜨거운 햇빛을 가려 전체 건물의 온도 제어 효과를 내 한여름 냉방비가 확 줄었다. 패널의 존재가 건물누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일원에서 정현수 <사>누구나햇빛발전 회장이 시민햇빛발전소 19호기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승엽기자
이웃 마을인 달성군 구지면에서는 조합원들의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구지면 소재)에서는 시민햇빛발전소 19호기 건립이 한창이었다. 보안 문제로 발전소 건립을 망설였던 진흥원 측도 이젠 태양광 패널이 오히려 보안 장벽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일(기후위기 대응) 하자는 뜻으로 모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이젠 수익사업이 됐다. ETRI 주차장에 있는 10호기에서만 시간당 약 135㎾의 전력이 나온다. 한달 수익이 1천만원 수준이다. 발전소 건립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출자금 대비 5%의 수익률로 전력판매이익을 배당 받는다. 발전소 확대 및 태양광 기술력의 발전으로 조합원들의 수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력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또 다른 재미다.
이처럼 장밋빛 미래로 가득한 태양광이지만, 한 때 여러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일각에선 '적폐' 취급 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사>누구나햇빛발전 정현수 회장은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면, 일부 어르신들로부터 저쪽(?) 사업을 왜 하냐는 말을 들었다. 에너지 전환에 이쪽저쪽은 있을 수 없다"면서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텍사스 지역에서 태양광이 가장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선 이미 사람이 몸에 좋은 유기농 채소를 먹듯 청정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다소 늦었지만 대구에서도 이같은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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