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최진석 ㈜거산이앤씨 사장…부도 딛고 일어선 거산이앤씨

  • 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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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9 21:58  |  발행일 2026-08-29
울진에 500평 새 둥지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도약
최진석 거산이앤씨 사장 인터뷰 모습. 원형래 기자

최진석 거산이앤씨 사장 인터뷰 모습. 원형래 기자

"공사를 다 해놓고 2억원 정도를 못 받았습니다. IMF까지 터지면서 일도 없었죠. 집사람은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배달을 했습니다. 정말 뭐라도 해야 먹고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최진석 ㈜거산이앤씨 사장은 지난 사업 인생을 이야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시절을 먼저 떠올렸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2억원 규모의 부도를 맞고 일감마저 끊겼지만 그는 전기공구를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버틴 시간이 전기에서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밑거름이 됐다.


이제 최 사장은 울진에 새로운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서 본 전기기술자…"평생 할 일로 정했죠"


최 사장이 전기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의 경험이었다.


군 제대 후 거제 대우조선에서 약 6개월간 기술훈련을 받은 그는 이후 자동차 생산라인 관련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산업현장을 경험했다.


그곳에서 눈여겨본 것은 자동차보다 전기기술자였다.


"일본에서는 전기기술자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전문기술자로 대우했습니다. 자동차 생산 분야를 5 정도로 본다면 전기기술자는 8 정도로 평가받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상황은 달랐다. 대기업 생산직과 비교해 전기기술자의 처우나 사회적 인식은 낮았다는 게 최 사장의 기억이다.


하지만 그는 거꾸로 가능성을 봤다.


"자동차 생산도 중요한 일이지만 전기는 계속 머리를 쓰고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일본에서 기술자를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진 그의 '전기 인생'의 출발이었다.


◆IMF에 2억원 부도…아내는 새벽 우유배달


기술을 익힌 최 사장은 곧 개인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보경정기'라는 이름으로 출발했고 이후 진보기업을 거쳐 오늘의 거산이앤씨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가장 큰 위기는 IMF 외환위기 당시 찾아왔다. 대구에서 공사를 하고도 약 2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큰 부도를 맞았다.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일감도 사라졌다.


"당시 2억원이면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돈은 못 받고 일은 없고,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렇다고 저만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죠. 그때는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가족도 생계를 위해 나섰다. 아내는 새벽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배달을 했다.


최 사장은 그 시절을 버텨낸 이야기를 하면서 돈보다 '사람'을 이야기했다.


"사업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오래 알고 지냈다고 꼭 일을 주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한두 번 만난 분들이 저를 믿고 생각지도 못한 큰일을 맡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인적 자산'이라고 표현한다.


"특별한 인연도 없는데 저를 믿어준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전기에서 태양광으로…변화를 읽고 사업 넓혀


거산이앤씨는 전기공사를 기반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소방·정보통신공사, 에너지절감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한국에너지공단 우수시공업체 선정과 각종 표창 등도 현장에서 기술력을 쌓으며 얻은 성과다.


최 사장은 일찍부터 탄소배출과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탄소배출권이 국내외에서 주목받던 시절부터 에너지산업이 크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것이다.


"기업은 지금 당장 있는 일만 보고 가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시장이 어디로 갈 것인지 보고 준비해야 합니다."


전기공사에 머물지 않고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였다.


그는 거산이앤씨의 경쟁력을 화려한 수상 실적보다 '현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신뢰'에서 찾는다.


울진 평해 위치한  (주)거산이앤씨 공장 모습. 원형래 기자

울진 평해 위치한 (주)거산이앤씨 공장 모습. 원형래 기자

◆"원전에서 일해보고 싶어 울진에 왔습니다"


최 사장이 울진에 새로운 사업 기반을 마련한 것도 에너지산업과 관련이 깊다.


울진 원전과 관련해 거산이앤씨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지역을 찾은 것이 첫 인연이었다.


"원전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 울진에 왔습니다. 기왕이면 외지기업으로 공사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울진에 기반을 두고 지역기업으로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당초 원전과 가까운 곳에 사업장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공장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평해지역에 공장을 마련했다.


원전이나 향후 국가산단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아쉬움도 있지만 최 사장은 "평해와 울진을 따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울진군 전체를 하나로 봅니다. 공장이 평해에 있다고 평해에서만 사업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울진에 기반을 둔 기업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원전·수소·신재생에너지…"지역기업도 함께 가야"


최 사장이 주목하는 것은 울진의 미래 에너지산업이다.


울진은 원전뿐 아니라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 사장 역시 최근 수소 관련 포럼 등에 참석하며 관련 산업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그는 수소산업이 성장하면 전기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산단에 기업과 공장이 들어오면 전기설비가 필요하고 공장 지붕 등을 활용한 태양광 수요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해온 전기와 태양광 기술을 활용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지역기업의 참여다.


"저희도 울진에 공장을 마련했습니다. 국가산단이 본격화되면 울진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싶습니다."


울진 평해에 거산이앤씨는 약 500평 규모의 공장 모습. 원형래 기자

울진 평해에 거산이앤씨는 약 500평 규모의 공장 모습. 원형래 기자

◆500평 새 공장…"다음 10년은 울진과 함께"


거산이앤씨는 약 500평 규모의 공장을 새롭게 마련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 사장은 앞으로 단순한 태양광 시공을 넘어 기술개발과 사후 유지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는 설치만 해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태양광이 제대로 발전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는 기술도 중요합니다."


사업영역도 울진을 중심으로 영덕·영양·청송 등 경북 북동부 농어촌지역으로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


"울진을 비롯한 농촌지역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활성화시키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역과 같이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IMF 외환위기 속 2억원의 부도, 아내의 새벽 우유배달, 그리고 다시 시작한 현장. 그 시간을 지나온 최 사장이 앞으로 만들고 싶은 회사는 거창하지 않았다.


"결국 기업은 신뢰입니다. 기술을 갖추고 끝까지 책임지는 회사가 돼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울진에 뿌리를 내린 만큼 지역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전기기술 하나를 믿고 시작해 IMF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낸 최진석 사장. 그가 준비하는 거산이앤씨의 새로운 10년은 이제 울진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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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지역의 미래를 기록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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