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독도 파노라마 (4)] 조선 조정의 수토 정책(하)...성하신당엔 슬픈 전설 속 동남동녀가…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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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2   |  발행일 2021-08-02 제24면   |  수정 2021-08-02 08:34
수토중 죽는 관리 많아지자
울릉 순찰 회피하다 파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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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음력 3월1일에 울릉도 개척민들의 정신을 기리고 지역의 무사 평안을 기원하기위해 열리는 성하신당 기원제의 모습.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 나타나는 수토활동은 태종 12년(1412년) 강원도관찰사 보고에 의하면 울릉도에 11호 60여 명이 거주하고 소·말과 논은 없지만 콩·보리를 경작하고 해산물과 과일이 많다고 보고했다. 태종 17년(1417년) 안무사 김인우가 우산도를 조사하고 토산물을 조정에 바쳤다.

세종 7년(1425년) 안무사 김인우의 2차 수토 때 수행원 46명이 실종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중 36명은 익사하고 10명은 표류하다 일본 대마도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왔다. 숙종 19년(1693년) 울릉도에서 안용복과 일본 어부들의 충돌로 조선과 일본 사이 외교분쟁이 발생해 이 사건 이후로 삼척 첨사 장한상이 수토관이 되어 이듬해 가을에 20일 동안 울릉도를 수토하면서 독도까지 돌아보고 왔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숙종 21년(1695년) 삼척 첨사 이준명이 울릉도 순찰을 회피한 이유로 관직에서 파면당했는데 이는 울릉도 수토 중 사망한 관리가 많아 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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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수토역사전시관의 '신묘명각석문'.
울릉도 곳곳에는 수토 역사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는데 숙종 37년(1711년) 삼척 영장 박석창이 울릉도를 수토하고 바위에 수토사실을 새겨놓은 각석문이 있다.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에서 발견돼 울릉수토역사기념관에 전시하고 있으며 이는 울릉도 수토 역사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울릉군 서면 학포마을 암벽에는 검찰사 이규원 외 다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임오명 각석문'이 남아 있다. 조선 고종 19년(1882년) 임오년의 기록으로, 울릉도의 근세 흐름을 금석문으로 입증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고종 19년에 검찰사 이규원은 15일 동안 울릉도 전체를 수토하고 그 보고서를 조정에 제출하면서 울릉도 쇄환정책(刷還政策)의 마침표를 찍었다. 본격적으로 울릉도를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

울릉군 서면 학포마을 암벽에 새겨진 '임오명각석문'
울릉군 서면 학포리 암벽에 새겨진 '임오명각석문'
울릉도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울릉군 서면 태하리엔 성하신당(聖霞神堂)이라는 옛날 서낭당이 있는데 여기엔 조선 쇄환정책 시기에 탄생한 한 편의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 초기 태종은 안무사 김인우를 보내 울릉도 주민들을 육지로 이주시키게 했다. 김인우는 섬사람들을 모두 모아 다시 육지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풍랑이 심해 돌아가지 못하던 중, 두 명의 남녀를 두고 가라는 꿈을 꾼 뒤 그대로 했더니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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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돌아온 김인우는 울릉도에 두고 온 두 사람이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8년 뒤 조정에서는 그에게 다시 안무사 직을 맡겼다. 울릉도에 도착한 김인우가 자신이 기거하던 곳으로 가보니 꼭 껴안은 동남동녀의 백골이 있었다. 김인우는 용서를 빌면서 그들을 위해 그곳에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 그 후 울릉도 주민들은 이곳을 성하신당이라 부르며 매년 음력 3월1일에 농사나 어업의 풍년을 비는 제사를 이 사당에서 지내며 배를 진수할 때도 꼭 이곳에 와서 진수식을 올리고 무사한 뱃길이 되기를 기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 국가의 정책을 수행한 수토관들의 애환과 고통이 담겨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울릉도·독도의 개척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울릉도에서 눈으로 직접 체험하며 울릉도의 수토 역사를 확인해 보는 것도 울릉도·독도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임만주〈울릉군 문화관광해설사〉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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