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 대구의 주요 종합병원 응급실은 우려했던 '의료대란' 없이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전문병원이나 문을 연 동네병원들은 환자들로 붐볐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 응급실에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사상 처음으로 전공의 없이 맞은 추석 연휴 기간, 대구에선 종합병원 응급실 대신 특정 진료과목에 특화된 전문병원이나 동네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도드라졌다.
정형관절, 수지접합 전문병원인 W병원은 이날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오전부터 한 중년 남성이 외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왔고, 50대로 추정되는 여성 환자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구급차에서 내려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들어선 구급차가 다섯 대씩이나 병원 앞에 주차돼 있을 정도로 외상 환자들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W병원 관계자는 "이 정도면 전쟁터나 다름없다. 특히나 외상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번 연휴 기간 문을 연 대구의 한 아동병원도 진료를 기다리는 아이와 보호자들로 대기실이 가득 찼다. 진료 시작 전부터 대기자만 60명이 넘었고, 후 순위로 접수한 이들의 진료 대기에만 1~2시간이 걸렸다.
윤모씨는 "아이의 코감기 증상이 심해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됐다"며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려다, 응급실 대란 때문에 집 근처 아동병원을 찾았으나 환자가 많아 걱정했는데, 마지막 접수로 어렵게 진료를 받았다"고 했다.
반면, 16일 대구의료원 응급실은 한산한 분위기 속에 환자의 발길이 하나 둘 이어졌다. 복통을 호소하는 어르신이 대기 없이 진료를 받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구의료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7명으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한 의료진은 "연휴 기간 복통 등 간단한 증상을 앓는 환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 진료에 나선 대구 북구보건소에도 병·의원이나 약국 휴무 문의에 대한 전화만 40~50차례 있을 뿐, 비응급·경증으로 찾는 이는 전무 했다. 그나마 소아 관련 병원을 찾아 달라며 보건소로 찾아온 30대 여성의 요청에 직원이 응대에 나선 것을 제외하고는 평온한 분위기였다.
이와 함께 대구의 대학병원 응급실도 이번 연휴 기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부는 18일 연휴 기간 중증응급질환 진료가능 의료기관이 소폭 감소했지만, 응급실 환자가 20% 이상 줄어드는 등 중환자 중심으로 작동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강승규·이동현·이승엽기자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이동현 기자
산소 같은 남자이승엽 기자
이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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