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나의 할아버지 독립투쟁기] 이상화 시인 손자 이원호 관장 “총칼 대신 詩로 저항…시집 가는 조카 챙기는 살뜰한 모습도”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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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4 23:09  |  발행일 2025-08-14
대구 출신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상화(1901~1943) 선생.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제공>

대구 출신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상화(1901~1943) 선생.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제공>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1901~1943) 선생은 일제강점기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시인의 집안 종손이자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이원호 관장은 할아버지 이상화 시인을 "무장투쟁만큼 치열했던 삶을 산 저항시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시집가는 조카를 살뜰히 챙긴 자상한 삼촌이었다"고 전했다.


이원호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관장

이원호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관장

이 관장에게 이상화 시인은 촌수로 7촌 할아버지다. 근대 교육기관이자 도서관인 우현서루를 운영하며 수많은 애국지사를 길러낸 소남 이일우 선생이 그의 고조부이고, 이일우 선생 동생인 이시우 선생의 둘째 아들이 이상화 시인이다.


이 관장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마음으로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할아버지 이상화 시인의 묘소가 있는 대구 달서구에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을 조성했다. 이일우 선생을 비롯해 이상화 시인과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 등 경주이씨 이장가(李庄家)의 업적을 기린다.


이 관장이 이상화 시인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학교에 입학한 뒤였다. 집안의 종손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여러 어른들을 자주 찾아뵀다. 하지만 막상 할아버지 이상화 시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국어 수업을 할때 즈음, 집안의 할아버지 중 교과서에 글이 실린 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처음 이상화 시인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왼쪽부터 이상화 시인, 이상정 장군의 부인 권기옥 여사, 이상화 시인의 형 이상정 장군.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제공>

왼쪽부터 이상화 시인, 이상정 장군의 부인 권기옥 여사, 이상화 시인의 형 이상정 장군.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제공>

그는 할아버지 이상화 시인을 "무장투쟁만큼 치열하게 투쟁했던 분"이라 평가했다. 실제 이상화 시인은 죽음을 각오하고 일제의 폭압에 저항했다. 총과 칼은 들지 않았지만 시인은 나라 잃는 국민의 비통과 분노를 시로 노래하며 항일민족정신을 일깨웠다. 이 관장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은 무장투쟁만큼이나 치열했다"고 했다.


이상화(왼쪽) 시인과 그의 형인 이상정 장군.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제공>

이상화(왼쪽) 시인과 그의 형인 이상정 장군.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제공>

우리에겐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본 '인간' 이상화는 가족에게 따뜻한 삼촌이었다. 시인은 조카 이선희 여사(형 이상정 장군의 딸)가 결혼할 때는 효와 관련된 고사를 옮긴 '24효도' 병풍에 직접 주해를 달아 선물했다. 이 관장은 "우리는 시인이 창작을 통해 울분을 토하는 강직한 모습만 떠올리는데, 시집가는 조카를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삼촌의 모습도 갖고 계셨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상화 시인의 삶과 정신이 오늘날 시민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100년 전 인물을 기릴 때는 슬픔과 아픔보다는 기쁨과 공경의 마음으로 대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렵고 힘들어도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려고 했던 강인한 정신, 불의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맞서서 싸워야 한다는 저항 의식을 되새기고 기리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가 건전하게 역사를 배우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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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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