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2026년도 본예산안 및 광역의원 1인당 예산심의액. 전국 17개 시·도 및 시·도의회 자료 수합.
대구시의회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7일까지 2026년 대구시 예산안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심사에 나선다. 상임위를 거친 예산안은 내달 8일부터 14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조정을 거쳐 15일 제3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11조7천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대구시 예산이 사실상 대구시의원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민생과 직결된 지자체 예산에 대한 광역의원의 역할을 다시금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광역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과 지방의회의 '입법' 사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지역재정 운용의 핵심인 '예산 심의·확정'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과 공과를 유권자가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광역의원의 공약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없고, 각 정당의 소속 광역의원 평가 기준에도 공약 이행 여부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의원의 의정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는 예산이다. 지역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복지·산업·행정 전반의 정책이 예산 속에 담겨 있으며, 예산은 의원이 선거 당시 제시한 공약의 이행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광역단체 예산…내년엔 247조원 심의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과거 10년을 비교해보면 민선 제5기(2008년) 때 일반·특별회계(당초 예산 순계 기준) 규모는 48조5천629억원이었지만, 7기(2017년) 들어선 121조7천589억원으로 2.5배 뛰었다.
실제로 광역의원이 직접 심의하는 본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면 그 규모는 더 크다. 20일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광역지자체 본예산안은 234조207억원이다. 내년 본예산안은 올해보다 5.6% 증가한 247조1천261억원 규모다.
광역지자체별(2026년도 본예산안 기준)로는 서울이 51조5천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39조9천46억원), 부산(17조9천330억원), 인천(15조3천129억원), 경남(14조2천845억원), 경북(14조363억원), 충남(12조4천628억원), 대구(11조7천78억원) 등 순이었다.
의원 1인당 평균 예산 심의액(2026년도 본예산안 기준)은 2천818억원에 이른다. 광역의회별로는 서울이 4천59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3천828억원), 부산(3천816억원), 대구(3천548억원), 광주(3천340억원), 대전(3천208억원), 전북(2천744억원), 충남(2천596억원) 등 순이었다.
◆광역의원의 존재 이유는 '예산·공약·대표성'
광역의원의 존재가치는 결국 '주민대표성'에 있다.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의정활동이며, 그 방향을 미리 약속하고 제시하는 것이 공약이다.
하지만 공약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고, 이행 여부에 대한 공개 검증체계도 부재한 현 상황은 지방정치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때때로 제기되는 '지방의회 무용론'은 바로 이 정보의 비대칭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방자치의 활성화 측면에서 지방의회는 필수불가결한 기구다. 국가 전체의 행정·재정 구조에서 광역의회가 사라진다면, 지역별 정책결정의 균형과 주민참여의 기초가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스스로도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하고, 공약·예산·의정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기회인 만큼, 정당 또한 공약 관리 및 검증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주민도 지역의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제도적으로 보면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 조례 제정, 집행부 감시 등의 핵심기능을 갖춘 지역 최고정책결정기구로 상당히 발전해 왔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공약 중심의 평가체계가 미비하고 정당 공천이 의원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공약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당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벗어나 지역주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며 "제도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의원 스스로 대표자로서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방의원 공약을 보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공약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중앙정치 구도에 매몰된 탓에 현실적으로 광역의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과도한 공약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도 지방의회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정책은 지방의회에서 다뤄지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이 부족하고 공개 수준도 낮아 지방정치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며 "공약과 이행 여부가 공개적으로 평가돼야 공천 과정에서도 전문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