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주남아공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남아공 음식문화 만남 행사에서 참가자에게 음식을 떠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동행 중인 김혜경 여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이집트와 남아공을 오가며 문화와 음식을 매개로 한 외교전에 나섰다.
김 여사는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한국 예술을 세일즈하고 남아공 현지 셰프들에게 직접 찢은 김치를 권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외교'로 'K-컬처 전도사'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 "키세스단이 뽑은 대통령, 쉴 수 없다"
22일 오전(이후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식당에서 열린 한인 여성 활동가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 여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행군' 뒤에 숨겨진 진심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한-남아공 문화교류와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 한인 여성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여사는 호박죽과 오색전, 순두부탕과 생선조림 등 한식과 남아공 대표 가정식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한 코스 요리를 곁들여 다양한 주제로 소통했다.
김혜경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식당에서 남아공 현지 한인 사회활동 기여 한인 여성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자랑스럽지만 건강이 걱정된다"고 하자, 김 여사는 "저도 쉬어가며 하라고 권하지만, 남편은 '1년 전 얼음 아스팔트 위의 키세스단(지지자)이 쉬엄쉬엄하는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기내에서도 잠을 아껴가며 서류를 챙긴다"고 답했다.
'아스팔트 위의 키세스단'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온 시민들이 은박 담요로 몸을 둘둘말았던 것을 초콜릿에 빗댄 표현이다. 당시 도로로 뛰쳐나온 국민들을 언급하며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교민들에게 대통령의 진심을 전한 것이다.
김 여사는 현지 한인들의 고충 해결에도 나섰다. 간담회에서 한국 식자재의 안정적 유통을 위한 제도적 지원 요청을 받은 김 여사는 "한국 음식의 폭발적 인기가 즉석식품에서 시작됐지만, 이를 시작으로 불고기, 된장찌개 등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더욱 폭넓게 알리 필요가 있다"고 공감하며 "전 세계에 한식 문화가 제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치는 손으로 찢어야 제맛"…아프리카 홀린 金의 '밀라밀라'
이날 오후 김 여사는 주남아공한국문화원을 찾아 현지 셰프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 장(醬) 문화를 알렸다. '남아공의 햇살 아래 익어가는 한식의 맛과 지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김 여사는 연노란색 투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10명의 현지 셰프와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김혜경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주남아공한국문화원에서 공연 관람 후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는 인사말을 통해 "장 담그기 문화는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인류가 지켜가야 할 가치로 인정받았다"며 "한국의 전통 장맛이 깊어지듯 두 나라의 우정도 깊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이라이트는 시식 순간이었다. 김 여사는 젓가락 대신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직접 김치를 쭉 찢어 셰프들에게 나눠줬다. "김치는 이렇게 찢어 먹어야 더 맛있다"며 격식 없는 모습을 보이자 현지 셰프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현지 셰프가 "내 고양이 이름이 김치"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김치에게도 안부를 전해달라"는 재치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이날 김 여사는 흰색 개량 한복과 전통무늬 앞치마로 갈아입고 배향순 한식 강사와 함께 된장찌개 조리 시연에 나섰다. 김 여사는 "물이 끓는 걸 한국에선 '보글보글'이라고 하는데 남아공에선 뭐라고 하느냐"고 묻고, 현지 셰프들이 "밀라밀라"라고 답했고 이를 반복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어진 문화 행사에서는 한국의 소리와 춤이 현장을 달궜다. 남아공 현지 학생들이 흰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고 민요 '늴리리야'에 맞춰 부채춤을 선보이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후 KPOP 공연까지 관람한 김 여사는 "너무 잘한다"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 람세스 2세 앞에서 싹튼 우정…이집트 영부인과 밀착행보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인테사르 알시시 이집트 여사와 카이로에 위치한 대박물관을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이집트 방문에서 김 여사는 인티사르 알시시 여사와 함께 '이집트 대박물관(GEM)'을 방문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착공 20년만에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을 정상 배우자가 방문한 것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인티사르 여사의 제안으로 두 영부인은 같은 차량에 동승해 40분간 이동하며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대통령실 측은 전했다.
김 여사는 10만여 점의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을 둘러보며 "방대한 역사문화유산과 정교한 보존 노력이 인상적"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력을 제안했다.
이어 김 여사는 피라미드 앞에서 열린 '이집트 피라미드 국제미술제'를 찾아 한국 박종규 작가의 작품 '영원의 코드'를 관람하며 K-컬쳐의 위상도 확인했다. 김 여사는 "한국을 대표해 특별한 공간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어 자랑스럽다"며 작가와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정재훈기자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