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창간 76주년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x
박규완 기자
전체기사
[박규완 칼럼] 이재명의 捨大就小(사대취소)
이철희 전 국회의원이 공천의 조건을 미국 프로농구 'NBA'로 풀어냈다. N은 노이즈. 즉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민주당은 '파열음 만땅'이다. '현역불패' 기류의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다. B는 밸런스다. 민주당의 내홍도 계파별 균형이 무너진 까닭 아닌가. 컷오프는 비명 일색, 단수 공천은 친명이 압도적이니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만하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과 친윤·'용핵관'의 밸런스가 주요 변수다. 대구경북의 물갈이 폭 역시 균형의 잣대로 적정화해야 한다. A는 어메이징한 인물을 상징하는데 여야 공히 유권자가 혹할 만한 신선하고 중량감 있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공천 1라운드는 국민의힘 판정승이다. 여론도 여당 우세를 투영했다. '시스템 공천을 어느 정당이 잘했나'라는 질문에는 국민의힘 45.6%, 민주당 35.4%로 답했다. 대선 가상대결은 한동훈 46.4%, 이재명 40.2%였다.(데일리안·공정<주> 여론조사) 여론이 출렁거린 덴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하위 20%에 대한 평가 기준은 오리무중이며, 비명 현역 의원을 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살생부인 양 나돌았다.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요상한 조어는 계파 양극화를 부추겼다. 공관위는 존재감을 잃었다.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똑같은 잣대라면 이재명 대표는 하위 몇 %에 포함될까.홍익표 원내대표는 논란의 여론업체 리서치디앤에이의 배제를 요구했고, 정필모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사퇴했다. 전직 총리도 거들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딴청을 피운다. "환골탈태 과정의 진통"이라거나 "시스템에 따라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환골탈태? 개악이나 무리수를 환골탈태란 단어로 치환할 순 없다. 경쟁력? KBS·한국리서치의 서울 동작을 여론조사에선 이수진 의원이 전략공천설이 나도는 추미애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임종석 컷오프는 이 대표의 당내 경쟁자를 솎아내려는 의도로 비친다.공천 전횡이나 농단은 예외 없이 선거 폭망으로 이어졌다. '진박 감별사' '옥쇄 들고 나르샤' 소동으로 리더십이 붕괴됐던 2016년 새누리당의 예상 밖 패배, 황교안 대표의 막장 공천과 공천관리위원회의 고무줄 잣대에서 비롯된 2020년 자유한국당의 수도권 참패를 반추해본다.위기십결(圍棋十訣)은 당나라 현종 때 바둑 고수 왕적신이 정리한 열 가지 바둑 요결이다. 위기십결의 다섯 번째 계명이 사소취대(捨小就大·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이재명의 친정체제를 위한 공천 무리수는 '사대취소'다. 국민의힘보다 앞서가던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당하고 정권심판론도 약화했다. "이 대표가 당을 친위대로 꾸리려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이준한 인천대 교수).위기십결의 동수상응(動須相應·돌이 움직일 때는 주위의 돌과 호응해야 한다)은 다른 돌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계율이다. 정당 공천도 마찬가지다. 민심과 호응하고 후보와 호응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러지 못했다. 어렵사리 '이재명 당'을 만들어봐야 총선 폭망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재명의 대선 가도가 붕괴됨은 물론이다. 공천 불공정 시비를 의뭉스러운 말로 눙칠 때가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공관위에 전권을 주고 이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옳다. 아니면 '김부겸 비대위' 체제로 가든가. 총선 표심을 얻을 막다른 외통수다.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무능 리더십'의 장기집권
#1 군왕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으레 등장하는 인물이 세종과 정조다. 또 고려 하면 창업자인 왕건과 광종, 공민왕 정도만 인구에 회자되지만, 11대 왕 문종은 '고려의 세종대왕'이란 수식(修飾)이 아깝지 않은 현군이다. 양전보수법을 제정해 전답의 세율을 정하고 녹봉제를 시행하는 등 내치 기반을 다졌으며, 대외적으론 조정의 진면목을 발휘했다. 북변에 침입한 동여진을 토벌한 후엔 회유책으로 평정했다. 송나라와 친선을 도모하고 선진문화를 수입해 당나라 현종 시대에 버금가는 고려의 문화 황금기를 열었다. 이를테면 '조율의 리더십'이다. 고려사는 "문종 재위 땐 창고에 곡식이 쌓였고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하였으며 나라는 부유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학문을 좋아하고 서예에 능했으니 문종(文宗)이란 묘호가 절묘하다. 대각국사 의천이 문종의 아들이다.#2 '경영의 신'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경영자, 리더십의 특장(特長)을 고루 갖춘 지도자라면 잭 웰치를 빼놓을 수 없다. 잭 웰치 리더십엔 속도, 혁신, 단순함, 자신감 등이 공식처럼 따라붙는다.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침몰 직전의 거함 GE(제너럴 일렉트릭)를 살려냈으며 4천% 성장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왜 글로벌 기업과 대학들이 잭 웰치의 '경영 코드'와 '혁신 기법'을 신봉하고 연구했을까.잭 웰치가 '위기극복 리더십'의 표상이었다면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리더십 요체는 '미래 통찰'이다. 1983년 이병철의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은 한국 기업 100년사의 퀀텀 점프 순간이었다. 2020년 전경련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6·25 전쟁 발발 후 70년간 우리 산업사의 최대 업적으로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64.2%)을 꼽았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지혜로운 지도자는 미래를 읽어 현재의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과대망상증이란 비아냥을 들어가며 반도체 투자를 결단한 이병철의 경영철학이 바로 '미래 읽기'다. #3 경질된 클린스만의 리더십은 아예 '색깔'이 없다. '무전술 방임' 축구였으니 말이다. 무능, 불성실, 무책임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한데 클린스만 선임을 주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계속 자리를 지킨다? 자가당착이며 꼬리 자르기 아닌가. 사퇴는커녕 내년 초 4연임에 도전할 거란 말이 나돈다. 불감청 고소원?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은 클린스만을 빼닮았다. 무능, 무책임에 독선과 불통을 더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고, 쓴소리하는 김판곤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자리에서 밀어냈다. 김판곤 전 위원장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다. "대표팀 감독 선임보다 중요한 게 운영과 관리다. 훈련과 경기에 대한 리포트를 받아 피드백을 줘야 한다.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정 회장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정몽규 체제 11년간 축구협회는 행정·경영·외교에서 뒷걸음쳤다.무능한 지도자의 장기집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가 대통령 5년 단임을 헌법으로 못 박은 이유이기도 하다. 세종이나 고려 문종 치세의 5년은 너무 짧겠지만 연산군 치하라면 5년이 길디길다. 3연임만으로도 정몽규 회장의 분에 넘친다. 영화 '친구'의 대사가 불현듯 떠오른다.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불통 대통령'으로 남을 건가
역시 '약속 대련'은 감흥이 없고 생동감도 없었다. 녹화 방영한 윤석열 대통령 신년대담 얘기다. 보수·진보 언론 공히 "내용·형식 모두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만든 B급 홍보물 느낌이 물씬했다. 야권의 시선은 더 싸늘했다. "민심 외면한 신파극" "봉창 60분" "지루한 90분짜리 영화"….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클린스만호 축구 보는 것 같았다"고 절하했다. "질문은 집요했고 답변은 소상했다"는 대통령실의 자찬은 홍심을 벗어난다. 혹시 반어법? 대통령실과 KBS의 티키타카만 빛났다. '김건희 특검법'같이 답변 곤란한 질문은 쏙 뺐고 디올 백을 조그만 파우치로 윤색했다.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였다"며 눙쳤지만 여론은 사뭇 다르다. 명품 백 논란에 대해 56%는 '수사가 필요한 비리 의혹'이라 응답했고 '몰카 공작에 의한 피해' 쪽에 손을 들어준 국민은 29%에 그쳤다.(YTN 여론조사)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정사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고 리처드 닉슨은 미국 유일의 탄핵 대통령이다. 이들은 묘하게도 '불통 대통령'이다. 기자회견을 기피하고 대면보고보다 서면보고를 선호했다. 참모들과의 치열한 정책 토론이 없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그런 박 전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은 거르지 않았다. 사전 조율된 질문이었어도 답변에 성의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아예 신년 기자회견을 한 예가 없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회견을 한 게 공식 기자회견의 마지막 장면이다. 한때 트레이드마크였던 도어스테핑도 2022년 11월 중단했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소통 대통령'으로 꼽힌다. 오바마는 8년 재임 동안 총 158회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평균 20회다. 그것도 각본 없이 즉문즉답으로 진행했다. 오바마는 야당에도 소통의 문을 열었다. 건강보험개혁법 '오바마 케어'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타운홀에서 건강보험, 기후변화 전문가들과 열띤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긴 이유도 '국민과의 소통' 아니었나.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연쇄 이전에 드는 비용이 수천억 원이 넘는다. 합참이 국방부에 제시한 이전비용만 2천393억원이다. 합참은 2026년까지 과천 남태령으로 옮겨간다. 대통령이 작금의 불통 상황을 견지한다면 용산 이전의 당위성과 명분은 고스란히 소멸된다.당 태종은 즉위 후 간관(諫官)을 늘리고 역할을 강화해 소통 반경을 넓혔다. 반면, 수양제는 간관의 씨를 말려 언로를 막았다. 태종은 '정관의 치'로 웅변되는 태평성대를 열었고 수나라는 2대 왕조로 멸망했다. '소통=유능·현군' '불통=무능·암군'의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분히 상관관계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민심의 스펙트럼은 다채롭고 변화무쌍하다. 소통하지 않으면 민의를 헤아릴 수 없다. 대통령의 불통은 참모들의 양봉음위(陽奉陰違), 비선실세 발호, 공적 이성 상실, 법과 제도의 무력화를 촉발한다. 오바마는 대통령 퇴임식에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나를 단련시켰다"고 술회했다. 기자회견에 대비하기 위해 공부하고 정책 소양을 연마했다는 고해성사다. 정부도 기업도 가정도 소통해야 길(吉)하고 형(亨)하다. 통치자라면 국민은 물론 야당과 이념성향이 다른 반대진영과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시즌2'가 대국민 소통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선거철 공약·정책 행간 읽기
# "목련 피는 봄 오면 서울 편입" 수도권 표심이 간절했나 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김포시를 찾아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구리 등을 서울로 편입시키는 '메가 시티' 구상은 지난해 10월30일 김기현 대표가 발표하며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은 뉴시티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김포와 구리를 편입하는 두 개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뉴시티 특위는 지난해 12월19일 활동을 종료했고 특별법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걸 재활용하겠다? 꽃피는 봄까지 성과를 낸다? 실현 가능하겠나. 김포 서울 편입은 국회 입법 사안인 데다 국민의힘 당내 일각의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 선거용 정치공학을 감성적 언어로 포장한 느낌이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 분도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김포·구리·남양주 등 주요 도시를 빼면 경기북도는 쭉정이 신세로 전락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둥근 사각형 같은 정책"이라며 형용모순의 상황을 비꼬았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단 선거철에만. 고령층 표심을 겨냥한 '실버 공약'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부여당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을 제시하자 민주당은 이에 더해 '경로당 주 5일 무상점심'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다시 무상점심을 주 7일까지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올해 적자로 돌아서는 건보 재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양당이 '실버 공약'에 목매는 까닭은 따로 있다. 4·10 총선에서 투표 가능한 18세 이상 인구 4천436만명 중 60대 이상이 1천395만명(31.4%)으로 20·30대 1천277만명(28.8%)을 앞질렀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민주 양당의 사활이 걸렸다. 일단 '지르고 보는' 공약이 넘쳐나는 이유다. 예컨대 민주당의 '결혼·출산·양육 패키지' 저출생 대책엔 한 해 28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 단골공약 도심 철도 지하화 지난달 25일 정부가 '교통분야 3대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과 신설, 철도 지하화 등에 13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원대한 복안이다. 도심 철도 지하화는 선거철 단골공약이다. 이번에는 현실화할 수 있을까. 변수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정부는 철도 지하화 사업비를 65조원, 민주당은 80조원으로 추산한다. 민자 유치로 이 돈을 마련해야 한다. 지상 개발의 수익성이 관건인데 역 주변을 제외하면 거의 선형 부지다. 비수도권에서 민자 조달 방식의 철도 지하화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 유권자 리터러시 키워야 맹랑한 공약에 유권자들이 농락만 당할 순 없다. 공약·정책에 대한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 이를테면 '지르고 보는' 공약 대처법이다. 검증 키워드는 '실현 가능성'. 재원조달 방안을 면밀히 살피고 법 개정 사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선거철 단골공약도 경계해야 한다. 구체적 재원 대책이 없다면 사탕발림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이 필요한 공약은 여야 합의가 필수다. '재건축 패스트트랙'만 해도 도시정비법·주택법 등 10여 개 법안을 고쳐야 순항할 수 있다. 금방 실현되는 양 들뜰 일이 아니다.논설위원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권력게임
로마 공화정 말기만큼 다채로운 서사가 있는 시공(時空)도 드물다. 권력의 속살을 헤집으려면 로마 공화정을 톺아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정략과 결탁, 음해와 배신, 권모와 살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권력의 알파와 오메가를 시전한다. 시대의 역사는 카이사르 일대기와 겹친다. 타고난 정치가이자 군사전략가 카이사르는 인맥 형성과 혼맥 줄타기에 능했다. 청년시절 민중파 대표 격인 칸나의 딸과 결혼했으며, 아내가 먼저 죽자 귀족세력의 지지를 받는 벌족파 수장 술라의 손녀와 재혼했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 폼페이우스와 손을 잡고 원로원의 견제를 넘어 집정관에 오른다. 1차 삼두정치의 시작이다.카이사르는 집정관을 지낸 후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한다. 그는 켈트족을 복속시키며 7년 만에 갈리아 지역을 정복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로마 군권을 확보한 원로원 귀족세력이 카이사르에게 군대를 해산하고 단신으로 로마로 돌아오라고 명한다. 무장해제하고 죽으러 오라고? 귀족들과의 협상이 불발되자 카이사르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격한다.카이사르가 장악한 로마는 그의 1인 천하였다. 달력(율리우스력)을 만들고 통화개혁을 하고 시민권을 확대했다. 하지만 권력 독주에 대한 귀족세력의 불만이 커져 갔다. 급기야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랑에서 14명의 귀족들에 둘러싸여 살해당한다. 당시 카이사르가 신음하며 뱉은 말 "브루투스 너마저"는 배신의 은유다. 로마는 2차 삼두정치가 펼쳐지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는 로마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 최종 승자는 옥타비아누스. 그가 초대 황제에 등극하며 로마 공화정이 막을 내린다.권력은 비정하다. 천륜의 경계를 넘나든다. 중국 유일의 여성 황제 측천무후는 왕권 찬탈을 위해 자식을 죽였으며, 패륜군주 수양제는 부친 수문제를 살해했다. 토사구팽도 권력의 공식이다. 한(漢) 고조 유방은 천하통일 후 창업의 주역 한신을 제거했고,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개국공신 이선장 등을 역모로 몰아 죽였다. 조선의 태종도 즉위 후 가신과 외척을 사정없이 척결하면서 팽(烹)을 통해 왕권을 강화했다. 권력게임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충돌 역시 흥미로운 서사로 치닫는다. 어김없이 권력의 속성을 노정한다. 우선 친윤의 구심력 약화가 눈에 띈다. 초선 50명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나경원 당 대표 후보를 주저앉히던 지난해 1월의 기세와는 사뭇 다르다. 원조 '윤핵관'도 잠잠하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신중한 스탠스다. '용산 사람들'과 일전을 벌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선 방관이 최선의 모드일 수 있다. 윤·한의 1차전 평가는 대체로 '한동훈 판정승'이다. 윤 대통령은 일단 내상을 입었다. 윤·한 충돌 후 부정적 여론이 5%포인트 오른 63%였다.(한국갤럽) 진정한 승자는 김건희 여사라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김건희 성역'이 건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둘러 봉합했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김건희 리스크'와 공천 뇌관은 상존한다. '절대 변수'가 남아 있는 셈이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불가역적이라는 의미다. 윤·한 대척도 불가역적이다. 권력게임은 요지경이다. 장삼이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석도 없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2차전, 3차전이 그래서 궁금하다.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권력 독과점 카르텔 깨야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문화인류학자, 진화생물학자이자 스테디셀러 '총·균·쇠' '문명의 붕괴'를 저술한 논픽션 작가다. 한국과도 친밀하다.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재임했으며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고 극찬했다. 유럽의 비교우위를 '분권'이란 키워드로 풀어낸 통찰력은 다이아몬드만의 지적 근력이다. 오늘날 50여 개국의 유럽은 과거 수백 개의 정치 단위가 할거했다. 구조적 경쟁체제였다. 그 결과 정치제도·과학·산업·문화 등 각 분야에서 다른 대륙보다 앞선 발전을 일궈냈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이 유럽에서 태동한 게 우연이었을까. 다이아몬드는 "분열과 분권이 유럽의 융창을 추동했다"고 분석했다. 통섭의 대가다운 혜안이다.우리나라는 압도적 집권(集權)국가다. 행정권 등 국정운영의 포괄적 권력은 대통령에 집중돼 있고 정치권력은 거대 정당, 자본권력은 재벌기업들이 과점하는 양상이다. 카르텔이 따로 없다. 분권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빅테크 애플은 분권기업의 벤치마크다. 애플은 CEO 팀 쿡이 독단으로 정책 결정을 하지 않는다. 디자인 총괄,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등 부문별로 의사결정권자가 나뉘어 있는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다. 블록체인의 키워드도 정보공유와 분권이며 NFT(대체불가토큰) 역시 소유권의 분점 아닌가.대한민국 헌법 78조와 104조의 공무원 임면권은 대통령 권한의 백미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재소장 및 헌재 재판관, 국무총리와 장·차관,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방송통신위원장, 300여 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사정권력과 여론의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사면권, 법률안 거부권, 행정입법권도 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이다. 득표율은 중요하지 않다. 0.73%포인트 차(差)면 어떠랴.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거부권의 효용성을 쏠쏠하게 누리는 편이다. 취임 후 4번, 법안으로는 7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급이다. 제왕적 권력에 대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자본권력은 더 많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나눠 가져야 한다. 거대 양당이 독과점하는 의회권력도 분화해야 운영의 묘가 살아난다.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제3당이 등장하면 길항정국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정당 민주화도 시급하다. 우선 중앙당의 힘을 이완해야 한다. 당 대표가 공천권과 당직 인사권을 전횡하는 관행은 독재시대의 유물이다. 하향식 공천은 보스정치, 계파정치의 흑역사다. 시스템 공천을 제도화하고 민의를 제때 수렴하는 개방·분권의 디지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4·10 총선이 의회권력 분점과 정당 민주화의 분수령이 되길 기대한다.공화국(republic)의 어원은 '공적인 것(res publica)'이란 라틴어다. 공화(共和)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일함'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정무를 시행함'이다. 의역하면 공적 권력 나누기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民主)와 맥락이 같다. 민주공화정을 실천하는 길이 분권이라는 얘기다.유럽의 분열과 분권이 유럽 번영의 엔진이었다면 대한민국의 권력 분점이 정치·경제 발전을 추동한다는 공식도 유효하다.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을 비롯해 입법권력, 자본권력의 민주적 분화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충돌도 권력 독과점 행태가 빚은 신파 아닌가. 민주주의의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권력 카르텔을 깨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국민의힘, 良貨로 물갈이 할 수 있을까
# 인조 반정의 재해석 인조는 무능했다. 외교를 몰랐고 손자병법에 적시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지혜도 없었다. 기울어가는 명나라의 썩은 동아줄만 잡고 있다가 두 번의 호란을 자초했다. 온 강토가 전화(戰禍)에 휩싸였으니 백성들의 고초야 오죽했으랴. 인조는 무도했다. 자신에게 반목하는 신하를 거친 언사로 능멸하기 일쑤였다. "자식을 죽이고 신하를 죽이는 것은 군부(君父)의 권한"이라고도 했다. 인조는 용렬했다. 소현세자의 독살을 사주하고 며느리 강빈, 강빈의 친정 부모형제, 손자들을 기어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반정(反正)은 '바른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이다. 이럴진대 인조 반정을 반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친 광해군의 치세가 더 나았을지 모른다. # 높은 '물갈이 지수' 공천의 시간이 왔나 보다. 민주당이 공관위를 가동했고 국민의힘은 16일 공천 룰을 발표했다. 여느 총선처럼 4·10 선거의 화두도 '물갈이'다. 일단 민심이 요구하는 현역의원 물갈이 지수는 높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지역구 의원 교체를 원한다'고 답했다. 인적 쇄신은 정책 쇄신보다 유권자에게 주는 임팩트가 크다. 인적 쇄신 효과와 높은 물갈이 지수는 공관위의 컷오프 본능을 자극한다. 아마도 잔뜩 칼을 벼리고 있을 듯싶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이 제시한 물갈이 비율은 '20% 플러스 알파'. 보수 성지 영남권은 물갈이 핫 플레이스다. 선거 때마다 '내리꽂기'가 횡행했다. 21대 총선 땐 대구경북 의원 60%가 교체됐다. 불출마를 포함한 수치다. # 현역 교체가 승리 방정식? 역대 총선에선 물갈이 폭이 큰 정당이 대체로 승리했다. 18·19·20대가 그랬다. 하지만 21대 총선은 달랐다. 민주당보다 더 많은 현역의원을 교체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묻지마 물갈이'가 승리 방정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이 거셌다.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의 사천과 막장공천이 언론을 도배했고, 공천 결과가 번복되면서 '호떡 공천'이란 조어까지 등장했다. 물갈이 질도 나빴다. 국회 입성 후 일부 초선은 '윤위병(윤석열+홍위병)'으로 전락했다. # 양지 좇는 '윤심' 후보들 대통령실 출신 인사 30여 명이 여당 텃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구경북이 9명, 부산경남 7명, 서울 강남권 3명 남짓이라고 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한데 대통령실 출신은 양지만 좇는 모양새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 정부 고위직의 총선 출마에 대해 59%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현역의원 교체를 원하면서도 '용산'의 참모 내리꽂기는 경계하는 민심이 읽힌다. 전략 공천, 단수 공천이 공천 파행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물갈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실(情實)이 규범을 훼손하는 공천은 배척돼야 마땅하다. 인조 반정은 군주 교체의 실패 사례에 속한다. 정조쯤 되는 현군을 옹립했더라면 조선의 명운이 달라졌을 터다. 국민의힘 공천도 반정(反正)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물갈이여야 한다.논설위원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윤 정부의 경제철학은 뭔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는 가공할 정도다. 늘 구름떼 관중을 몰고 다닌다. 그녀가 공연하는 도시에선 당연히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스위프트노믹스'란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이다. 지난해 스위프트가 순회한 미국 20개 도시의 경제부양 효과만 6조5천억원이 넘는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빌보드 메인 앨범 순위 최장 1위 기록을 깬 솔로 가수다운 폭발력이다.특정인의 이름에 노믹스를 접목하는 합성어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담은 레이건노믹스가 시발(始發)이다. 자유시장주의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가 핵심이다. 복지정책을 축소하고 노조 통제를 강화했던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처노믹스는 대처리즘으로 통용된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통화완화·재정지출 확대·구조개혁 등 소위 '세 개의 화살'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국내에선 경제민주화와 시장경제의 조화를 추구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노믹스, 감세와 규제완화를 지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노믹스가 도드라진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Y노믹스' 같은 네이밍이 없다. 그래서인지 색깔과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 공매도 전면 폐지는 시장경제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으며, 주식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명백한 부자감세다. 과학계 이권 카르텔을 타파한다며 지난해 R&D 예산을 16.6% 깎아놓곤 연초엔 다시 R&D 예산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준다. 도무지 종잡기 어렵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란 그럴싸한 구호까지 내걸더니만 정작 균형발전에 필요한 달빛철도엔 제동을 건다. 이 무슨 해괴한 변심인가.자영업자 187만명에게 평균 85만원의 이자를 돌려주는 2조원 규모의 은행권 상생방안은 금융당국 압박의 결과물이다. 환급 시기도 총선을 앞둔 2~3월이다. 포퓰리즘이란 의구심을 살 만하다. 관치는 금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앞세워 이미 민간기업인 포스코 회장 선임을 원격 조종해 최정우 회장을 주저앉혔다. 지난해엔 KT 회장 선임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정부여당은 소상공인 126만명에게 전기료를 20만원씩 감면해 주고 기업의 임시투자세액공제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한전 적자 확대는 애써 모른 체한다. 나라 곳간도 튼실하지 않다. 지난해 60조원의 세수 펑크가 난 데다 올해 92조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선심성 정책을 쏟아낼 계제가 아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우리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 정책은 약속어음"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럴까. 금융투자세 폐지와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은 법 개정 사안이다.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불가다. 야당과 합의 없이 정부가 확정된 양 발표하면 국민에게 혼란만 준다.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한다지만 윤 정부의 경제정책은 관치와 시장경제와 반시장 색채가 뒤섞여 정체불명에 가깝다. 뒤죽박죽, 좌충우돌에다 진득한 맛이 없다. 이러면 기업과 가계가 장기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 역시 대규모 감세를 빼면 무색무취다. 'Y노믹스'만의 정체성이 녹아든 경제철학과 정책 밑그림이 필요하다. 자유시장경제 색깔을 살리려면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순응해야 한다.박규완 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현대판 法·術·勢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정치사상가이자 법가(法家)를 세운 한비자는 군주의 치국 도구로 법(法)·술(術)·세(勢) 세 가지를 들었다. '법으로 기강을 세우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형평하게 적용한다'. 한비자 법치의 본령이다. 덕에 의한 통치를 내세우는 유가(儒家)에 비하면 훨씬 원칙주의다. 술(術)은 신하를 부리는 통치술인데 군주의 식견과 통찰력까지 아우른다. 한비자는 무능한 권세가를 쫓아내고 지혜로운 인재를 중용해야 조정(朝廷)의 능력이 제고되며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설파했다. 세(勢)는 군주의 권위와 힘이다. 순자 문하에서 한비자와 동문수학한 초나라 출신 이사도 진왕 영정에게 법·술·세를 간언했다. 진나라는 결국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다. 윤석열 정부의 법·술·세는 어떨까.#1 법=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형평'을 반추한 말이다.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윤 정부에선 법의 형평성이 지켜지는가. '그렇지 않다'는 쪽에 추(錘)가 기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 2년간 탈탈 털었는데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다. 그 흔한 압수수색 한 번 하지 않았는데 탈탈 털었다고? 조국 가족 수사 땐 석 달 동안 70곳 압수수색하고 조국 아들이 원서만 낸 대학원까지 훑지 않았나. 이재명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처럼 무시로 경기도청 들쑤시고 과일가게·세탁소까지 압수수색해야 '탈탈 털었다'는 표현에 부합한다.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 등 주가 조작 혐의자들이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도 검찰은 전주(錢主) 김 여사에 대해선 마냥 처분을 미루고 있다. 단 한 번의 소환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죄 지었으니까 특검을 거부한다"며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했다. 이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경찰은 배우 이선균 마약 투약 의혹을 수사하며 망신주기, 수사내용 유출, 밤샘 조사, 공개 소환 등 '나쁜 관행의 총합'을 시전했다. 그러고도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투다. 뻔뻔한 궤변이다. 한데 이정섭 검사 처남의 마약 범죄 의혹 수사는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 1항이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시나브로 법치는 이렇게 무너진다. #2 술=한비자 통치술의 요체는 상벌주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상벌주의를 거의 실천하지 않는다. 159명의 청춘이 스러진 이태원 참사 때도 고위직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통령 측근엔 유독 관대했다. 공직자 발탁도 검사·지인·보수로 국한한다. 한비자의 지적대로 진영·지연·학연을 뛰어넘는 용인술이 절실하다. 인재풀을 넓혀야 유능한 정부 조각(組閣)이 가능하다. 지지층 외연확장은 덤이다. 엑스포 유치 참패도 무능의 발로 아니었나.#3 세=가신그룹 등용도 일종의 우군 확대 방편이긴 하다. 하지만 진정한 대통령의 권위와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심이 집권정부를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란 의미다. 한비자도 늘 민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정권력과 언론을 장악한들 민의와 괴리되면 대통령 권위는 추락한다. 30%대 지지율로는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없다. 선거는 세력 확장의 제도적 장치다. 민의의 스펙트럼을 헤아리는 반전의 동력이 필요하다.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비토크라시와 폴리코노미
#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낯설지 않은 이들 법안을 관통하는 단어는 '시행 불발'이다. 민주당 발의-국회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폐기 수순을 밟은 게 데칼코마니다. 민주당의 입법안은 자주 대통령 거부권에 제동이 걸렸다.그런가 하면, 국민의힘과 정부 정책은 민주당의 다수 의석에 막힌다. 정부 재량은 딱 시행령 개정까지다. 법률 제·개정 사안은 거야의 벽을 넘어야 한다. 정부가 하릴없이 '정책 공수표'를 남발하는 이유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등이 국회 상임위에 묶여 있다.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민주주의)'의 명징한 단면이다. 비토크라시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3년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쓴 용어다.'김건희 특검법'은 대통령 거부권의 화룡점정이며 비토크라시 정국의 분수령이다. 민주당은 28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과 대장동 50억클럽 쌍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 70%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반대했다. 찬성 여론은 20%. 당정대 협의회에서 특검법 수용 불가 입장을 정리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을 100% 장담하기도 어렵다. 재의결 표결은 무기명 투표다. '공천 학살' 피해의원들의 반란 충동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민심을 거스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동훈 비대위'의 뇌관이자 시험대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의 공동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번영의 풍향계를 제시하는 '신국부론'이다. 포용적 정치제도가 포용적 경제제도를 만든다며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착취적 정치를 국가 실패 이유로 꼽는다. '폴리코노미(policonomy)'는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현상을 말한다. 내년은 글로벌 선거의 해다. 한국 총선, 미국 대선, 인도 총선을 비롯해 세계 40개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펼쳐진다. 선거는 폴리코노미를 심화하고 폴리코노미는 포퓰리즘을 낳는다.우리도 총선 목전의 폴리코노미 현상이 심상찮다.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조정한 게 대표적이다. 대주주의 연말 매도 폭탄을 막아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고? 그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속내 아닐까. 주식투자 인구 1천400만명의 0.05%에 불과한 대주주 기준을 더 완화하는 게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조세원칙에도 어긋나는 '큰손' 우대정책에 불과하다. 10억원 기준을 내년까지 유지하기로 한 여야 합의도 깼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도 시행 열흘 전까지 금융위원장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지 않았나. 경제 논리가 정략 정치에 휘둘렸다는 방증이다. 은행권이 자영업자 187만명에게 평균 85만원의 이자를 돌려주는 '민생 금융지원 방안'도 폴리코노미 성격이 강하다. 소득·자산을 따지지 않아 '부자 사장님'까지 혜택을 보는 데다 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비토크라시와 폴리코노미는 여의도 정치의 최대 난제이기도 하다. 비토크라시는 지루한 길항정국의 산물이자 양당 정치의 후과다. 폴리코노미는 승자독식 선거의 질곡이다. 대화정치의 물꼬를 틀 제3당 출현과 유권자의 공약·정책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간이다.박규완 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외연 확대와 '한동훈 비대위'
"'DJP 연합'은 과거의 적이라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남북평화, 지역주의 타파에 뜻이 같다면 함께 정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나의 민주화 경력과 JP의 국정 경험의 결합이 국민에게 신뢰를 줬다. 선거 때마다 색깔론에 시달렸던 나로서는 보수층 지지기반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야합이란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호남 고립 구도를 깨고 충청권 표심을 위해서는 자민련과의 연합이 불가피했다."(김대중 육성 회고록) 1997년 대선에서 '진보의 적자' 김대중이 '끈끈한 보수' 김종필을 끌어들인 'DJP 연합'은 외연 확대와 덧셈정치의 전범(典範)으로 회자된다. 대선 승리를 견인한 신의 한 수였다.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21년 검사 한동훈'에게는 낯선 정치무대다. 굳이 수사 필모그래피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칼잡이 검사로서의 내공은 자타가 공인한다.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은 한동훈만의 자산이다. 현대고 동기인 배우 이정재와 식사 한 번 했는데 대상홀딩스 주가가 폭등했다.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조사에선 여권 1위, 이재명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말재간도 남다르다. "여의도 정치문법보다 5천만 국민의 문법으로 말하겠다".하지만 중도층 소구력과 확장성에선 의문부호가 찍힌다. 국민의힘 비윤계 의원들의 비토 기류도 외연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지층 성향도 확연히 갈린다. 지지층의 54%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1%만 한동훈 장관을 지지한다. 총선 조타수 역할엔 아킬레스건이다.정치판은 명쾌한 답이 없는 회색지대다. 그래서 정치를 조정과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 한 장관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 얄궂게도 '한동훈 비대위'에 반대한 비윤 최재형 의원이 제시한 길이 모범답안이다. "비대위원장은 야당과의 정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도 딜레마다.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를 당 대표 만들어서 그 선거가 되겠느냐."(홍준표 대구시장) "'용산'도 싫고 '개딸'도 싫다"는 게 요즘 민심이다. 여야 모두 중도층·무당층에 어필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중원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제3지대를 노리는 신당은 아직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중원 장악이 총선의 승리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1993년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 출범 후 자주 정책 혼선이 빚어졌다. 언론과 공화당은 클린턴과 그의 참모를 "아칸소의 꼬마들"이라며 조롱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해법은 외연 넓히기. 클린턴은 진영을 따지지 않고 전문성 있는 중량급 인사를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으로 재편했다. 공화당 출신 데이비드 거건을 공보담당으로 발탁했다. 말하자면 덧셈정치였다. 효과는 놀라웠다. 중도적 정책들이 시행되며 지지율이 상승했다. 의회와의 관계도 매끄러워졌다.윤석열 대통령은 외연을 넓히지 못했다. 이준석·안철수와의 대선 연합을 해체하고 이념전쟁을 벌이며 우군의 영토를 축소했다. 검사·지인·보수만 기용하는 코드인사로 정책의 포용성을 상실했다. 이를테면 뺄셈정치다. "이발을 하는데 여당 비대위원장 뉴스를 듣던 이발사가 '한 사람만 바뀌면 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최재형 의원) 그 '한 사람'이 누군지는 다 알 것이다. 그가 바뀌면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떡볶이 먹방'에까지 대기업 총수를…
정치가 생물이듯 민심도 변화무쌍하게 흐른다. 때론 도도하게 침잠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출렁인다.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정부 견제론이 51%로 정부 지원론 35%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도 충격적이다. 서울 49개 의석 중 '우세' 지역이 6곳뿐이라고 한다. 왜일까. 민심 이반을 촉발했을 법한 장면들이 있기는 하다.# 병풍용 기업인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떡볶이 먹방.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에서 연출된 생경한 장면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엑스포 참패 책임을 'n분의 1'로 나누겠다는 속내는 아닐지라도 분초를 다투는 재벌 총수를 대통령 들러리로 세운 저의가 의뭉스럽다.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대기업 회장을 대동하는 관례도 이제 깨야 할 때가 됐다. 대외 경제협력의 지평을 넓힌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억지 춘향' 노릇을 한 총수가 적지 않았을 터다. 게다가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부산 민심 다독이는 데까지 기업인을 동원했으니….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 '자유'와 '시장경제'가 무색해진다. # 무데뽀 인사김홍일 권익위원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게 대표적이다. 윤 정부의 방송 장악 복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방송통신 분야에 전문성이 없고 특수부 검사 출신인 데다 윤 대통령 측근이다. 다 감점요인들이다. '정치검사' 굴레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후보 BBK 주가조작 의혹과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수사를 담당해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이력이 있어서다.윤석열 정부 2기 개각 역시 감동이 없다. 업무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했고 '내부 돌려막기' 성격이 강하다. 국정 쇄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진영과 학연, 세대를 뛰어넘는 인재 등용이 아쉽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폭력 전과도 논란을 보탰다. 법무부의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 편파·저인망 수사검찰이 지난 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위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사와 수사관 40여 명을 동원해 비서실, 총무과는 물론 법인카드를 사용한 과일가게, 세탁소까지 탈탈 털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지난해 2월 불거져 4월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고 검찰이 지난해 9월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검찰의 집요함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볼멘소리에 묻어난다. "취임 후 검찰이 무려 14번, 날짜로 따져 54일, 약 7만건의 자료를 압수해갔다. 과잉·괴롭히기·저인망식 무도한 정치수사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거들었다. "이재명 수사는 2년간 전 검찰력을 동원해 마무리됐고, 법원의 판단 절차만 남았는데 아직도 할 게 있느냐". 한데 검찰의 그 흔한 압수수색이 김건희 여사 쪽에선 '관망 모드'로 돌변한다. 명품가방 수수, 허위 학력·경력 기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꽤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도 말이다. 세탁소·과일가게 수색할 여력으로 권력의 심부(深部)를 들여다볼 의지는 없는지 묻고 싶다. 논설위원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영화 '서울의 봄'과 '암살'의 은유
#1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했던가. 누구나 아는 뻔한 결말인데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영화 '서울의 봄'은 질곡의 현대사 한가운데를 들춘다.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수도 서울에서 벌인 군사반란을 촘촘한 서사로 엮어낸다. 그날 밤 9시간이 결국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결로 응축되며 불의와 정의의 싸움이란 프레임을 구축한다. 주도면밀한 복선(伏線)이다. 때론 역사는 잔인하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영화 속 전두광의 대사처럼 성공한 쿠데타로 불의한 정권이 탄생했다. 그 정권의 슬로건이 '정의사회 구현'이었다니. 반란을 주도한 정치군인들은 5공화국에서 진급도 하고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며 개국공신의 권세를 누렸다. 하지만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비롯해 진압군 편에 선 실존 인물과 가족은 멸문지화의 고초를 겪는다. '서울의 봄'은 '대중적 코드'에 충실했다. 개봉 14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한 자력(磁力)이기도 하다. 팩트 위에 적절히 허구를 얹어 생동감과 긴박감을 유발해낸다. 경북궁 앞 대치 장면이 '윤색의 테크닉'이다. 상업영화의 한계도 넘어섰다. 흥행에만 천착했다면 오히려 흥행을 견인한 '감동'이 없었을지 모른다. 느릿한 엔딩곡은 마치 레퀴엠처럼 스러져간 '참군인'들을 위무한다. #2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경성, 상해, 만주로 공간적 무대를 확장한다. 김원봉이 상해 임시정부로 찾아와 친일 사업가 강인국과 간도 참변의 주범 가와구치 소장의 암살을 제안하고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속사포' 추상옥, 폭발물 전문가 황덕삼이 암살조로 꾸려지는데…. 항일투쟁의 무거운 소재를 액션활극으로 버무린 내공, 쌍둥이 자매를 등장시킨 인물 설정의 상상력이 재미를 더한다. 괜히 1천만 관객이 봤을까. 안옥윤은 경북 영양 출신 항일투사 남자현이 모델이다. '암살'에도 시대정신이 녹아 있다. 결정적 순간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해방 후 경찰 고위직으로 출세한 밀정 염석진(이정재)은 반민특위에 회부되지만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그 무죄는 친일파 전체에 대한 무죄를 은유한다. 그러나 안옥윤은 거리에서 염석진을 처단한다. 법을 대신한 단죄다. 그녀의 총구와 반민특위를 해체해 친일청산의 소명을 팽개친 이승만 정권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 #3 '서울의 봄'과 '암살'을 관통하는 코드는 시대정신과 선과 악의 이분법이다. '서울의 봄'은 12·12가 군사반란이었음을 각인하고, '암살'은 독립군의 신산했던 족적과 희생을 조명하며 친일청산이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각각 다른 영화이지만 정의의 편에 진압군과 독립군이 등치하는 구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진압군 가족이 인고의 시간을 보냈듯 항일투사 후손들은 곤궁한 삶을 이어간다. 반면, 반란군과 친일파는 득세하고 호사를 누린다. 이 역사의 아이러니를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영화가 진압군과 독립군의 비극을 완전히 치유하진 못한다. 그러나 그 아픔을 어루만지며 역사적 진실을 후세에 알려 준다. 일종의 정화기능이자 역사 바로 세우기다. 정의의 카타르시스다. 영화는 질곡의 역사 옆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본다.논설위원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신당의 계절
총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신당 소문이 정가를 배회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신당설에 가세했다.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지요. 국가를 위해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28일 백범김구기념관). 창당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신당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비명계의 '간판'이란 점에서 이낙연 신당은 양당 총선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휘발성이 잠재한다.앞서 이 전 대표는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 공천 학살이 창당의 동력이라는 함의로 읽힌다. 창당 시계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실제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시민 발기인 모집에 들어갔다고 한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갈리아 회군은 불가능하다. 이낙연 신당이 가시화되면 이준석 신당과 함께 4파전 구도를 형성한다. 4파전? 감칠맛 총선을 예고하는 스펙터클한 시나리오다. 신당이 진보와 보수 세력의 분화라는 점에서 예측불가나 박빙의 선거구가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중도·무당층, 스윙보터의 몸값도 높아진다. 각 당의 구애 전략과 필살기는 선거의 또 다른 재밋거리다.신당이 정치개혁과 공천혁신을 추동할 트리거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래저래 유권자의 흡입력을 돋울 소재는 풍부해진다. 선거법 개정과 위성정당의 출현, 병립형·준연동제의 향방이 신당 로드맵에 뭉뚱그려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의당 탈당 의사를 밝힌 장혜영·유호정 의원도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이준석은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났고, 이낙연은 민주당 대표 시절 양향자 최고위원과의 인연을 소환했다. 신당끼리의 합종연횡이 소소한 가십이 될 듯싶다.윤석열 신당설도 침잠해 있을 뿐 완전히 사장된 건 아니다. "창당 가능성 제로"(이용 국민의힘 의원).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선거 판세에 따라 표면화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간판갈이식 창당'은 그리 어려운 작업도 아니다. 총선을 앞둔 1995년 1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민자당을 신한국당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제3지대까지 아우르는 '합당식 창당'이라면 난이도가 한참 높아진다. '빅텐트 정당'은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전제돼야 하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성이 중도층에 어필할지도 의문부호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 때 운동권 출신 '젊은 피' 수혈과 전문가 영입으로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해 선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초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승부수를 띄워 압승한 전례도 있다. 대구경북의 극적인 장면은 1996년 총선에서의 자민련 '녹색 돌풍'이다. 대구 의석 13석 중 신한국당이 2석을 얻은 반면 자민련(김종필 총재)이 8석을 차지하는 신공을 연출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1996년의 변화를 다시 한번 만들어 달라"고 하는 이유다.거대 양당의 조타수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비호감도는 높다. 둘 다 부정적 여론이 61%다. 이 지점이 신당이 파고들 공간이다. 신당의 성공여부는 '간판스타'의 존재 유무와 겹친다. 강력한 카리스마 '3김'과 안철수 신당 정도만 여의도에 안착했다. 이낙연 신당은 현실화될까. 이준석과 이낙연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신당의 파괴력이 양당 카르텔을 깰 수 있을까. 4·10 총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논설위원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페로니즘의 終焉
#1 뮤지컬 '에비타'는 1978년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에비타. 제29대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 에바 페론의 애칭이다. 그녀의 삶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통째 스토리텔링이자 한 편의 영화다. 시골 농장주와 정부(情婦)의 사생아, 15세 가출, 삼류 배우, 페론 대령과의 운명적 만남, 남편의 대통령 당선, 영부인 전성시대, 33세로 요절…. 1946~1955년 아르헨티나의 정치와 경제, 역사는 페론 부부에 의해 조각됐다.후안 페론은 재임 중 기간산업의 국유화, 외국자본 축출, 노동자 처우 개선 등 사회주의적 대중영합 정책을 펼쳤다. 이른바 페로니즘이다. 그러나 페로니즘은 포퓰리즘과 동의어였다. 무리한 선심성 정책은 국고를 탕진했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난을 야기했다. 결국 후안 페론은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다. 뮤지컬 '에비타'에서 여주인공이 부르는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에바 페론의 추억을 소환한다. 하지만 페로니즘은 아르헨티나 추락의 단초였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은 그렇게 무너졌다.#2 2023년의 아르헨티나. 대선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지난 8월 대선 예비선거에서 밀레이 하원의원이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극단적 자유시장경제주의자 밀레이는 18개 정부부처 중 10개를 폐쇄하고 미국 달러를 법정통화로 채택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내걸었다.10월 대선에선 뒤집혔다. 현 좌파 정부의 경제장관 마사 후보가 37%를 득표해 1위로 올라섰다. 마사는 집권 프리미엄을 최대치로 살렸다. 근로소득세를 깎아주고 부가세 일부를 환급해줬다. 연금 생활자에겐 보너스를 뿌렸다. 연 140%의 물가상승률, IMF(국제통화기금)에 430억달러 빚을 지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진 막장 돈 살포였다. 하지만 지난 20일 결선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밀레이 후보를 최종 선택했다. 경제난과 살인적 인플레에 민심이 돌아섰다. 언론의 표현대로 '페로니즘의 종언'이다.#3 여당이 기어이 '김포·서울 통합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5년 1월1일부로 서울시 김포구가 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물론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다는 가정법이라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데 '국힘 150석'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의원 입법을 우회하더라도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총선용 정치 쇼"라고 비난한 이유다. '메가 서울' 구상은 국토균형발전, 지방소멸, 저출생 같은 시대적 과제와 함께 논의해야 하며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다. 총선 목전에 불쑥 던질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세 완화, 일회용품 사용 무기한 연장도 지나치게 즉흥적이다. 표심(票心)에 영합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숙의 없는 정부 정책의 급발진은 위험하다. 그 데미지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우리 보수정권의 정책 급조(急造)를 아르헨티나의 페로니즘에 비길 수는 없다. '양과 질'이 다 다르다. 하지만 닮은 구석이 있긴 하다. '대중영합' 테제와 '선거용'이란 지향점이 그렇다. 근대 보수주의 창시자로 불리는 영국 정치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의 정체성을 '전통주의, 질서주의, 점진주의'로 규정했다. 개혁과 변화를 주의 깊고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보수의 장점이라고도 했다. 정부여당의 정책 급변침은 전혀 보수정권답지 않다.논설위원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닭띠 5월 21일 ( 음 4월 14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