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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산불이 지난 4일 한울 원전 울타리 주변까지 번지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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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울 원전 앞에서도 산불의 불꽃이 보일 정도로 불길이 거셌다. |
지난 5일 오전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10년 간 피해면적이 가장 넓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불 영향구역이 넓었고, 울진에는 한울원전(울진 북면)을 비롯해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금강송면 소광리) 등이 있어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가장 숨가빴던 순간은 한울원전 울타리 주변까지 불씨가 날아들었던 4일 오후 5~6시쯤이었다. 당시 한울원전 사무실 일부가 갑자기 정전되기도 했다. 한울원전은 송전선로 피해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한울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췄다.
또 소방 당국·원전 자체 진화대 등이 특수 소방차 24대 등을 동원해 불씨를 막는 한편, 산림당국은 원전 인근에 산불차단제를 도포해 원전 사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울원전 한 직원은 "원전 건물에는 불이 붙지 않았지만, 발전소 인근 나무와 풀이 타면서 연기가 자욱했다"며 "다행히 원전 주변으로 진화 작업이 집중되면서 불길이 잦아들었다"고 했다.
산불이 재차 남하한 지난 5일 오후 1시38분쯤에는 울진읍 연지리 인근 가스충전소에 산불이 들이닥쳤다. 이곳엔 액화석유가스(LPG) 수 십t이 저장돼 있다. 충전소 옆에는 주유소까지 있어 자칫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돌풍과 함께 충전소 앞에 쌓여 있던 수십 개의 LPG통 위로 불똥이 떨어지고 검붉은 화염이 이내 충전소를 집어삼킬 기세였다.
충전소 직원 10여 명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소화기를 들고 충전소 주변을 돌며 필사적으로 불을 껐다. 소방대원 10여 명도 이들을 도와 목숨을 건 진화 작업을 펼쳤다. 소방당국은 헬기 4대를 투입해 충전소 일대에 집중적으로 물을 퍼부었다. 때마침 바람이 잦아들면서 1시간 동안의 사투 끝에 불길을 제압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A씨는 "큰 폭발이 있으면 어쩌나 하며 마음을 졸였는데 충전소 직원들과 소방대원이 목숨을 걸고 불길을 잡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강풍을 타고 남하한 산불은 최초 발화지와 인접한 금강송면 소광리까지 집어 삼키려 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로 2천274㏊ 면적에 500년이 넘는 보호수, 수령 200년이 넘는 노송 8만 그루 등 1천만 그루 이상의 금강송이 자라고 있다. 산림청은 초대형 진화 헬기와 지상 인력을 배치해 진화에 나섰다.
산림당국은 다행히 6일 오후 군락지에서 1㎞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풍향이 북동풍으로 바뀌어 군락지까지 불이 넘어온 것 같지 않다고 보고 7일 일몰 전까지 진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원형래기자 hrw7349@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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