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통시장은 살아있다] 유통구조 변화 속 해결해야할 숙제는
온라인 쇼핑과 대형 유통업체 확산, 상인 고령화, 영업 점포와 상인수 감소 등으로 전통시장을 둘러싼 위기론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상인들은 여전히 시장을 지키고 있다. 단순히 명맥 유지에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젊은 상인을 채우는 등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상존한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변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손님을 모으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매출이 줄면서 시장 상권까지 쇠퇴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6 대구 전통시장·상점가 실태조사'를 토대로 대구 전통시장의 현재를 진단하고, '쇠퇴하는 공간'이 아닌 변화하며 살아남는 전통시장의 가능성과 앞으로 필요한 지원책을 살펴봤다. 결국 대구 전통시장의 미래는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보다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달렸다. 오래된 시설을 시민 친화적으로 바꾸고, 다시 찾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세대의 상인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계속 장사합니다"…위기 속 살아가는 시장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에 등록된 전통시장 및 상점가는 모두 159개소다. 기능 활성화 여부를 살펴보면, 실태조사에 참여한 104개 시장·상점가 중 시장 기능이 '활성화'된 곳은 42개소(40.4%)로 가장 많았다. 기능유지 26개소(25.0%), 기능쇠퇴 23개소(22.1%), 상점가 9개소(8.7%), 기능상실 4개소(3.8%) 등이 뒤를 이었다. 절반 이상은 시민들과 활발히 접촉하며 살아있다는 뜻이다. 시장 상인들은 시장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주에게 향후 5년 이내 영업 계획을 물은 결과 87.8%가 '영업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영업 종료를 계획한다는 응답은 6.7%에 그쳤다. 위기론 속에서도 10명 중 9명 가까운 상인이 앞으로도 가게 문을 열겠다고 답한 것은 대구 전통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영업을 계속 하겠다'는 의향이 높은 것은 전통시장이 단순히 쇠퇴만 거듭하는 공간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상권 악화와 소비환경 변화 등 녹록지 않은 여건에도 시장을 지키려는 상인들의 의지가 여전히 강한 만큼, 방문객 유입과 시설 개선 등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시장이 다시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기반도 남아 있다는 의미다. 신매시장 내 한 상인은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건 맞지만, 상인들끼리 '어떻게 하면 시장을 더 활성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다양해지는 유통플랫폼 사이에서 시장이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과 차별화된 고객 유치 전략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각 시장마다의 고유 아이덴티티(Identity)도 함께 정립해야한다"고 말했다. ◆"손님이 와야 시장이 산다"…현장이 원하는 것은 '집객' 상인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손님 감소'였다. 여러 방안으로 집객이 돼야 매출이 오르는데, 점차 시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 매출 감소와 상권 쇠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점포주가 꼽은 점포 운영 애로사항으로 '상권 악화'가 4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원자재·부자재 가격 상승 23.4%, 시설 노후 11.0%, 높은 임대료 10.0% 등의 순이었다. 상인회장을 대상을 한 조사에서도 상권 악화가 37.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시설 노후화(25.5%), 원·부자재 가격 상승(12.0%)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 활성화 방안에서도 같은 요구가 드러났다. 점포주들은 가장 필요한 사업으로 '소비 촉진 및 방문객 유치 마케팅 강화'(45.5%)를 꼽았다. 시장 노후환경 및 안전·편의 인프라 개선 36.4%, 문화관광 활성화 및 특화 전략 지원 10.4%, 상인 역량 및 경영 전문성 강화 5.5%로 뒤를 이었다. 시장 상인들이 '집객'을 원하는 이유는 실제 매출 증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민생경제 회복지원금으로 인한 매출액 변화 정도를 살펴보면 증가했다는 응답이 73.1%, 대구시의 소비진작 사은행사를 한 전통시장·상점가 역시 86.2%가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했다. 변기현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시장 상인들도 장사를 하기 위해 낸 대출 등이 많은데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매출 압박이 심하다. 버티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다보니 빈 가게도 많이 생기며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그나마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하는 농축산물·수산물 행사같은 시장 활성화 정책이 시행되면 매출이 30%는 오를 정도로 장사가 잘되지만, 행사를 하지 않는 날은 매출이 뚝 떨어질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녹록치않은 환경…전통시장에 남은 숙제 전통시장들이 처한 환경은 녹록치 않다. 전년과 비교해 영업점포가 감소했다는 시장은 61.5%로, 증가했다는 시장(14.4%)보다 훨씬 많았다. 상인 수도 49.0%의 시장에서 줄었는데, 시장당 평균 2.4명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는 '시장의 노후 환경 및 안전·편의 인프라 개선'이었다. 실제 대구 내 노후화 건물 비율이 80% 이상이라는 시장이 56.7%로 가장 많았다. 40~60% 미만이 18.3%, 60~80% 미만이 12.5%로 뒤를 이었다.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및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소비 심리 확대를 위한 마케팅 병행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회장들이 노후 환경 및 안전편의 인프라 개선(39.4%)를 최우선으로 꼽았다면, 점포주들은 '소비 촉진 및 방문객 유치 마케팅 강화(45.5%)를 가장 높은 비율로 꼽았다. 점포주 입장에서 시설 개선만큼 당장의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마케팅과 방문객 유치가 생존에 직결된다는 뜻이다. 전통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세대교체도 전통시장 발전에 필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전체 점포 상인 1만3천461명 가운데 청년 상인은 약 10.3%에 불과하다. 고령화가 고착된 전통시장·상점가 현실에서 청년 상인의 유입은 단순 인력 보충을 넘어 업종 다양화와 시장 활력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대구 전통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노후 시설 개선과 이용 편의 중심의 인프라 정비가 핵심적인 정책 과제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비 촉진과 마케팅 강화라는 현장의 즉각적인 수요 또한 균형있게 반영해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상인들도 스스로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전통시장 정책은 청년 창업 지원, 임대료 보조, 점포 컨설팅 연계 등 체계적인 청년 상인 육성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