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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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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적 히트 망고빙수는 이부진 사장과 함께 만든 작품"
포항 출신의 서상호 신라호텔 셰프는 무려 44년째 한 호텔에서 근무 중이다. 비슷하게 활동을 시작한 동료들이 이미 5~10년 전 현직에서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호텔을 떠나지 않고 있다. 고객을 더 감동시키는 요리, 격조 있는 음식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지금도 쉼 없이 정진하고 있다. 또 SNS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며 한국요리의 세계화에 신경을 쏟고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1세대 요리사' 서상호 셰프를 만났다.◆첫 직장은 싱크대 제작 공장 "제 고향은 포항 기계면에서 조금 더 들어가 있는 '가안'이라는 마을이에요. 어렸을 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2~3년간은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죠. 하지만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아 무작정 서울로 와버렸어요."서울에서 구한 첫 직장은 싱크대 공장이었다. 낮에는 먼지를 한 움큼 먹어가며 공장에서 씨름하고, 밤이 되면 야간 고를 다녔다. 주경야독의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척으로부터 새로 개업하는 호텔의 주방에서 일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요리가 뭔지도 몰랐지만 단번에 '오케이' 했다. 1979년 5월 개업한 서울 신라호텔 주방에 3월부터 출근했다. 사회초년병 시절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공부했다.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친김에 대학·대학원까지 마쳤다. 호텔 측도 젊고 열의에 찬 직원을 적극 지원하며 의욕을 북돋웠다. 네덜란드에서 2년간 공부하도록 해주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도 수학하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17년간 주방 책임자 '롱런' 해외에서 요리의 이론과 실기를 배운 그는 귀국 후 본격적으로 현업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싱가포르 등 각종 요리대회에 출전해 대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그렇게 분주하게 생활하던 중 1999년 11월 마침내 총주방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무려 17년간 주방의 총괄 책임자로 '롱런'했다. 대개의 주방장들이 3~4년 만에 교체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몇 년 전 주방장 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준 그는 최근 관리자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회의 주재, 외국인 주방장 면접, 신규 매장 오픈준비 등이다. "제가 요리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거나 특별하게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요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이 음식이 과연 신라호텔의 정체성과 어울리냐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국빈들이 찾고, 국제 행사를 치러내며, 최고의 '호스피탈리티' 기업을 목표로 하는 신라호텔의 이미지와 맥락을 같이하면서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한끼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44년째 신라호텔 지킨 '1세대 셰프'10대때 상경해 우연히 개업멤버 합류주경야독으로 대학·대학원까지 졸업열정 인정받아 호텔서 해외유학 지원탄탄한 이론과 실기 쌓으며 승승장구평균 3~4년인 총주방장 17년간 지내 ◆'단순함'에서 찾은 요리철학 요리를 할 때의 그는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자신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조금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는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성정이 고스란히 요리에 담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음식'은 어떤 음식일까.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복잡한 장식이나 군더더기 없이 주재료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좋은 식재료를 찾는 것도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명품이 되라"는 말을 차용했다. "요리도 명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품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교합니다. 시장에서 구입한 이미테이션 제품은 어딘지 모르게 화려하고 요란한 장식들이 오히려 조악함을 느끼게 합니다. 궁극적으로 좋은 요리는 요란한 장식을 하기보다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활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세계로 가는 'K-요리' 한국 정부는 몇 해 전 '한식의 세계화 사업'을 추진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의 전통요리를 세계적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밥과 국, 여러 가지 반찬류까지 동시에 차리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 또 잔반이 많이 남아 처리 비용이 추가로 드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는 "여러 가지 제약에도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는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BTS의 음악을 들으며 굳이 한국 전통음악을 고집하지 않듯이 K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음식을 원칙 그대로 고수하는 분들은 그대로 발전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형태와 내용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선배들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후배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K푸드가 세계적 상품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젊은층 최애템 '망고빙수' 개발 "망고빙수는 이부진 사장 功이 절대적출장때 눈꽃 얼음 보며 아이디어 줘"자신의 철학 녹인 음식 브랜드 준비"명품요리는 요란한 장식을 하기보다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 ◆불후의 히트작 '망고 빙수' 요리와 함께한 40여 년. 그동안 수많은 이들과 요리를 통해 교감했다. 지미 카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 주석과 마이클 잭슨, 빌 게이츠, 톰 크루즈, 펠레, 안토니오 사마란치 등 수많은 VIP 인사들을 접대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리가 탄생했는데, 그중에서도 '망고 빙수'는 전국민적 관심을 얻은 히트작이었다. 신라호텔 망고 빙수는 9만8천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름 최애템'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즙이 풍부하고 상큼한 맛을 가진 제주도 애플망고에 눈꽃처럼 부드러운 빙수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망고빙수가 탄생한 배경에는 이부진 사장님의 공이 절대적이었어요. 함께 해외에 출장갔다가 얼음이 눈꽃처럼 부드럽게 갈아지는 기계를 보고, 사장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지요. 이렇게 전국민적 관심을 받게 될 줄을 몰랐어요." ◆다시 꾸는 '셰프의 꿈' 그는 요즘 새로운 기대와 꿈으로 부풀어 있다. 그동안 축적된 요리지식과 노하우를 결집한 자신의 요리를 브랜드화하고, 대중을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 론칭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도전하고 준비하는 과정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즐거움을 느낀단다. 고향인 대구경북의 음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린 시절 포항집의 밥상을 생각하면 다양하고 싱싱한 젓갈류가 떠오른다. 대구경북의 음식도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린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 품격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요리는 예술이자 과학이며,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문화 활동입니다. 요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각과 창의력을 발휘하며 이웃과 소통하고,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닌 우리의 정서를 풍요롭게 합니다. 땀방울과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세상에 미소와 행복이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신라호텔 서상호 셰프가 명품요리를 지향하는 자신만의 요리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서상호 셰프 제공〉
"걸음마다 제대로 된 박정희 평가 염원"…조대환 변호사 서울~구미 8박9일 도보
경북 청송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가 '제대로 된 박정희 평가'를 염원하며 서울에서 구미까지 걸어가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주인공은 법무법인 대오(서울시 서초동)의 조대환 고문. 그는 30일 서울 중구 박정희 대통령의 '신당동 주택'을 출발해 다음 달 7일 경북 구미 생가까지 8박9일간 '산업민주화 영웅 추모 걷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매일 아침 8시에 걷기를 시작해 오후 6시 그날의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일정이다. 첫날 목적지는 경기 용인 수인분당선 죽전역이며, 이후 △경기 용인 원삼면 고당리(2일차) △충북 음성 금왕읍 쌍봉리(3일차) △충북 괴산 불정면 목도리(4일차) △충북 괴산 연풍면(5일차) △경북 문경 주평(6일차) △상주 동문동(7일차) △구미 선산읍(8일차)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9일차)에 도착한다. 400㎞에 육박하는 먼 거리를 9일간 꼬박 걷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 조 변호사는 "한국인의 가난을 해결해 준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외국 독재자들이 국민을 궁핍하게 만들어 독재에 항거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박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잘살게 만들어 결국은 본인이 당한 것"이라며 "산업민주화 영웅인 박 대통령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마음으로 준비한 행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걷기활동은 극심한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로 혼탁해진 대한민국 사회에 보내는 나만의 의사표현 수단"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걷기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거의 매년 경상도와 서울 등을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첫 출발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청와대를 나오던 2017년 5월이었다. 당시 양재 윤봉길기념관에서 경북 청송 부남 대전초등학교(폐교)까지 걸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한 인사가 바로 나였다. 엄중한 시기였는데 막상 청와대에 입성해 보니 공무원들은 다음 정권에 줄을 서고, 국회와 헌재는 헌법에도 어긋나는 탄핵을 결정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당시 한탄스러운 마음으로 청와대를 나와 고향인 청송까지 내리 13일을 걸었다"고 했다. 비통한 마음으로 걷기를 시작했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은 또 다른 깨우침을 일깨웠다. 조 변호사는 "역사적으로 보면 영남인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시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신라 화랑의 후예이자, 수준 높은 정신세계를 구축한 영남 사림의 정신을 잇고 있다. 또 공산세력의 침략을 물리친 낙동강 호국정신을 발현하고 산업민주화를 이룬 주체"라며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은 물론 누구도 영남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선배들의 전통에 먹칠하지 않도록 영남인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조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청송 부남에서 태어나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대구지검 부장검사를 지냈고 박 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시절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조대환 변호사 조대환 변호사가 30일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주택을 출발해 다음 달 7일 구미 생가에 도착하는 8박9일간의 '산업민주화 영웅 추모 걷기'에 들어간다.
■ 독립영화 '너의 순간'…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순간
독립영화 '너의 순간'은 바닷가 캠핑카에서 생활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카메라 뷰파인더에 들어온 한 여인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만났지만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출중한 사진 실력으로 온라인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포토그래퍼 '정후'. 어느 날 그는 바닷가 등대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여행객 '영'을 발견하고 홀리듯이 그녀의 사진을 찍게 된다. 영의 뒷모습을 향해 마구 셔터를 누르던 정후에게 영은 허락도 받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며 지워줄 것을 요청한다. 아까운 표정으로 사진을 지워나가던 정후는 마지막 한 장만큼은 남기게 해 달라며 부탁한다. 그 순간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지고, 갈 곳이 없는 영은 정후의 캠핑카에 잠시 머무르기로 하는데…. 정후와 영이 서로에게 끌린 배경에는 '어머니의 부재'가 있다. 정후는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에 대한 극도의 미움으로 성장기를 보냈다. 반면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영은 어려서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할머니 곁에서 성장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두 사람에게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진 한 장이 전부다. '누군가의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은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등과 같은 대사를 통해 영화는 사진과 인생,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을 변주한다. 정후와 영, 두 주인공의 연기는 신선하고, 눈길을 끈다. '더스트맨' '춘천, 춘천' 등을 통해 독립영화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배우 우지현은 아픔과 상처를 가진 포토그래퍼 정후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또 드라마와 상업영화,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배우 옥자연은 독특하고 신비한 여인 영을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연기로 담아냈다. 실제 사진작가인 이상일 역시 극 중 정후의 아버지로 출연해 필름의 인화 및 현상 과정을 시연해 관심을 모은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바닷가 캠핑카에서 생활하는 남자 '정후'와 그의 눈에 들어온 신비한 여자 '영'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독립영화 '너의 순간'.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전국 주요 영화제 올해 상차림 공개
전국의 주요 영화제들이 다양한 주제와 성격의 프로그램들로 차린 올해 상차림을 공개하고 손님 맞이 채비에 나섰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대구단편영화제'가 지난 23일 화려한 팡파르를 울린 데 이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줄줄이 막을 올린다. ◇DMZ국제다큐영화제(9월14~21일)'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축제의 방향성 및 전체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내달 14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개막하는 올 축제의 개막작은 칠레 저널리스트의 알츠하이머 투병과정을 담은 '이터널 메모리'다. 칠레의 민주화 운동의 열기를 기록했던 저널리스트가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노부부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면서 칠레의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부의 공헌, 그 시대의 유산이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묻는다. 올해 DMZ 영화제에서는 총 54개국 147편 (장편 83편, 단편 64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벌써 2년째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록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의 목소리와 작품을 소개하는 테마전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도 관심이 쏠린다. 또 지난해 47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故 이강현 감독의 대표작들을 상영하고, 여러 분야의 동료와 협력자들의 글을 모은 소책자 등도 발행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8월24~30일)올해 2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축제는 영화를 통한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여성영화인을 발굴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여성영화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한국여성감독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개막작 '쇼잉 업'은 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여성감독 중 한명인 라이카트의 작품이다. 굴곡진 서사나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지만 조심스럽게 퍼져나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근심과 걱정, 짜증과 불안이 연속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 예술활동을 이어나가는 한 여성 작가를 통해 삶과 예술을 반추하게 한다. 또 대구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남옥·홍은원 등 동시대에 활동한 한국 여성감독 1세대의 영화적 유산과 당대 여성영화 개척사를 돌아보는 특별전과 지난 1월 타계한 배우 윤정희의 추모상영전 등도 눈길을 끈다. ◇부산국제영화제(10월4~13일)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공식일정에 들어간다. 올해 영화제는 축제를 코앞에 두고 집행위원장 등의 사퇴와 내부 고발 등으로 산통을 겪었다. 축제 조직위는 올해 축제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을 다음달 5일 공식발표하는 것에 앞서 몇몇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우선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가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주목할 만한 영화들을 다수 배출하며 강력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인도네시아 독립영화의 부흥을 맞이한 것은 물론 매년 유럽과 북미 주요 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수상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스크린 수의 확대와 함께 자국 영화 점유율이 과반을 차지하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올 부산영화제에서는 7편의 장편과 5편의 단편을 소개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한 저널리스트의 알츠하이머 투병과정을 통해 칠레 민주화 운동을 들여다보는 '이터널 메모리'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쇼잉 업' 올해 부산영화제는 최근 강력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영화 특별전을 마련한다.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가스퍼와의 하루'
[금주의 영화] 달짝지근해: 7510…중년 로맨스가 이렇게 간질간질하고 풋풋해도 되나요
배우 유해진이 처음으로 도전한 로맨틱코미디. 과자 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극한직업'으로 천만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이 과거에 쓴 각본에 '완득이' '증인'으로 이름을 알린 이한 감독이 각색했다. 이병헌 각본 특유의 빵 터지는 재미있는 말맛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제목의 '7510'은 치호와 일영의 이름에서 따왔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살아있다. 치호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이지만 현실감각은 '0'인 제과 연구원이다. 굳이 맛으로 표현하면 '요상한' 맛 정도가 된다. 반면 일영은 직진밖에 모르는 무한 긍정 캐릭터로 '톡쏘는' 맛과 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치호의 철없는 형이자 사고뭉치 빌런인 석호(차인표)는 염치없고 철없음이 '매운맛'을 부르고, 늘 자아도취에 취해서 옆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은 '느끼한' 맛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무엇이든 과몰입하는 은숙(한선화)은 예측불가능한 매력으로 '솔직한' 맛을 느끼게 한다. 유해진은 이번 작품을 두고 성인버전의 '소나기'라고 정의했다. 사랑의 작은 떨림, 연인을 향한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 등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조금 성숙된 시각에서 재미있게 펼쳐 놓았다는 것. 이한 감독은 이별 장면을 촬영하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해 기쁨 반, 슬픔 반으로 눈물을 쏟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은 "촬영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쑥 나오더라. 솔직히 그렇게까지 눈물 연기를 잘할 줄은 몰랐다. 유해진 배우가 그런 유의 슬픔을 표현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근데 이런 것도 너무 잘하는 배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더 놀랐던 사실은 김희선 배우에게 그런 깊은 아픔을 표현해내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또 감독은 영화를 공개하면서 작은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한 감독은 "관객분들이 재미있어 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참 재미있다는 평가를 꼭 듣고 싶다"라며,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밝혔다. 임시완, 고아성, 정우성 등 감독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코미디, 119분)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달짝지근해
[개봉작] 메가로돈2
감독:벤 휘틀리 출연:제이슨 스타뎀·오경 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줄거리 : 2천300만년전 존재했던 고대생물 '메가로돈'은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식 상어다. 다이버 조나스가 해양연구소 팀원들과 심해 탐사에 나서던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해저 7천620m에 고립되고, 메가로돈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메가로돈2
[개봉작] 보호자
감독:정우성 출연:정우성·김남길·박성웅 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줄거리 : 배우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 작품.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혁은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 결심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편 수혁의 출소를 기다리던 보스 응국은 수혁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조직의 2인자 성준에게 수혁을 감시하라 지시한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한 남자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보호자
[금주의 영화] 오펜하이머…세상의 파괴자가 된 핵물리학자의 삶과 고뇌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는 핵무기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주도한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을 조명하고 있다. 맨해튼 계획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참여한 과학자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까지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극으로 치달을 즈음 핵무기 투입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무렵 일본은 진주만 공습으로 미 함대를 기습하여 선제공격을 하고, 이후 미국과 일본의 전투가 이어지며 지리하게 전쟁을 이어갔다. 일본은 몇 번에 걸친 회담에도 항복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미국은 핵무기의 실전투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의 사람이 희생되었고,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았다. 오펜하이머는 이 일로 자신의 핵무기 연구에 대한 회의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히트작을 탄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독창적 세계관과 연출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바꾼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극비리에 진행된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특히 주인공들의 시점에 따라 컬러와 흑백의 화면을 번갈아 사용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시점을 통해 흘러가는 장면들은 컬러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루이스 스트로스가 중심이 되는 장면은 흑백으로 표현해 관객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루드비히 고란손 음악감독이 작업한 웅장하고 압도적인 사운드트랙 역시 화면에 역동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역인 킬리언 머피를 비롯해 키티 오펜하이머 역의 에밀리 블런트,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 역의 맷 데이먼, '루이스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진 태트록' 역의 플로렌스 퓨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감동을 고조시킨다. 핵폭탄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청문회와 재판이라는 형식 아래 여러 인물의 생각과 입장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휴머니즘 전기 영화다. (드라마, 180분 )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강변의 무코리타
감독:오기가미 나오코 출연:마츠야마 켄이치·무로 츠요시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줄거리 : '카모메 식당' '안경' 등의 히트작으로 국내에서도 고정팬층을 확보한 오기가미 나오코의 신작. 작은 마을의 공장에 취직한 '야마다'가 무코리타 연립주택에서 지내며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힐링 무비다.강변의 무코리타
[개봉작]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감독:나타샤 메르쿨로바 출연:유리 보리소프·티코페이 트리분체프 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줄거리 : 지금까지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스탈린 피의 대숙청'을 소재로 만든 영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은 비밀경찰 조직 NKVD의 대위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한다. 대위는 급기야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데….
스크린 속 빛나는 형제愛…'영화 감독·배우로 함께 작업'
영화계에 '형제파워'가 뜨겁다. 한집안에서 성장한 형과 동생이 나란히 영화계에서 활동하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때로는 각자, 때로는 함께 작업하는 형과 동생은 서로의 작품을 위해 홍보활동을 함께 펼치며, 끈끈한 우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류승완-류승범, 엄태화-엄태구 형제에 이어 떠오르는 신예 영화인 형제까지 눈에 띄는 충무로의 형제파워를 살펴본다. ◆"영화출연·홍보활동 함께해요"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형제의 힘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에 동생인 배우 엄태구가 '노숙자'로 특별출연한 것. 엄태구는 단 2장면에 불과하지만 강인한 눈빛연기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카메오지만 이례적으로 박서준·박보영 등 주역들과 무대인사에도 동참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엄태구가 형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형의 감독 입봉작인 '잉투기'를 비롯해 '가려진 시간'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형제 간 우애를 과시해 왔다. 엄 감독은 "(노숙자 역할은) 영화 중간에 등장해 극의 흐름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엄태구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존재감 있는 배우가 맡으면 영화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엄태구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 7편째 공동작업충무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형제 영화인은 '류승완 감독-류승범 배우'이다. 형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연출하면서 동생인 류승범을 배우로 데뷔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형은 '모가디슈' '베테랑' '밀수' 등 여러 편을 히트시키며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났지만, 감독 초반기에는 궁핍했다. 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 경제적 여건이 굉장히 어려웠다. 특히 배우 쓸 돈이 없어서 저도 출연했고, 친한 친구를 배우로 쓰기도 했다. 양아치 역할을 할 배우를 도무지 구할 길이 없어 힘들어하면서 집에 들어갔는데 웬 양아치 한 명이 방에 누워있더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가 함께 작업한 영화는 이미 여러 편이다. 첫 작품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형제는 이후 '부당거래' '베를린' 등 총 7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한국영화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형제 영화인 뮤지컬 영화 '메리 드라이버:더 뮤지컬'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새로운 형식, 감각적 연출로 평단의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을 만든 백승환 감독은 무대공연을 스크린화한 게 아니라, 무대극을 하나의 영화 형식으로 풀어내 관객을 사로잡은 것. 특히 대리기사와 손님으로 만난 세 남자의 인연을 빌려 한국 근현대의 문화와 풍경을 춤과 노래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완성도와 함께 백승환 감독과 주연배우인 백주환이 형제 영화인이라는 사실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형 백승환 감독은 제43회 독립단편영화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촉망받는 영화인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오래 활동한 그는 위트와 재기발랄함,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연출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생 백주환 역시 눈빛이 살아있는 연기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군산' '물괴' '셜록홈즈' '뮤지컬 그리스' 등 공연과 영화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주영화제 벨기에 거장 형제 감독 영화계를 빛낸 형제파워는 국내 영화인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특별한 게스트의 참여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총 42개국 247편의 영화가 월드프리미어로 소개된 올해 축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벨기에 출신의 거장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감독이 만든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였다. 어른들의 폭력과 착취에 내몰린 아프리카계 이민자 남매의 처절한 삶을 그린 영화로 커다란 잔향을 남겼다. 매 작품을 형과 동생이 함께 만들어 '다르덴 형제'로 불리는 이들은 '칸'이 인정한 대표적인 작가주의·예술영화의 거장이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기법의 사회 고발 영화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배우 엄태구는 친형인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노숙자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의 백승환(맨왼쪽) 감독, 백주환(맨 오른쪽) 배우가 나란히 레드카펫에 섰다.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다르덴 형제'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 1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는 감사영상을 보내왔다.
[연예가] 디즈니+ '무빙' 亞 OTT 1위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 매력적 캐릭터에 힘입어 뜨거운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조회 수 약 2억뷰를 돌파한 강풀 작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무빙'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일본, 홍콩에서 지난 9일 공개와 동시에 1위 콘텐츠로 올랐다. 또 아시아 콘텐츠로는 유일하게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시청순위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14일 기준 디즈니+ 월드와이드TV쇼 부문 21위에 올랐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는 물론 마블 신작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고 있는 것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총 20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무빙'
[연예가] 아이유 콘서트 실황 9월 개봉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공연실황을 담은 '아이유 콘서트:더 골든 아워'를 9월 극장 개봉한다. 아이유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공연 실황 영화로, 지난해 9월 열린 'The Golden Hour:오렌지 태양 아래'를 극장 버전으로 제작했다. 이 공연은 한국 여자 가수 최초로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약 8만명의 관객과 감동적 콘서트를 펼쳤다. 아이유의 무대를 커다란 스크린과 입체적 사운드로 만날 수 있는 이번 영화에서는 '에잇' 'Celebrity' '밤편지' '너랑 나' 등 총 25곡을 만날 수 있다. 콘서트 당시 폭발적 화제를 모았던 초대형 스트로베리 문 열기구와 화려한 드론 쇼,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무대 연출이 눈길을 끈다. 김은경기자'아이유 콘서트:더 골든 아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을 만나다
30여년차 배우 이병헌은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 엔딩씬까지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서울을 강타한 대지진이라는 재난상황 속에서 아파트 주민대표로 선출된 그가 평범한 인간에서 권력욕에 물들어 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웹툰을 소재로 만든 상업영화지만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블랙코미디다. 재난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터치하는 한편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부동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비틀고 은유한다. 재난상황으로 생존까지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어졌어도 인간은 집값이 떨어질까 노심초사 하는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탁'으로 변신했다. 단호한 결단력과 행동력으로 황궁아파트를 이끄는 임시 주민대표다. 움푹 패인 볼과 꺼칠한 피부, 그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연기가 압권이다. 이병헌의 폭발적인 연기력에 엄태화 감독은 "영탁은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재난 이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권력욕이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이병헌의 연기 하나로 다 표현이 되어 짜릿했고, 이게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작품 출연을 결심한 배경으로 "캐릭터 하나하나가 극단적이지 않고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선과 악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는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병헌은 "블랙 코미디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스릴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는 작품으로, 오랜만에 신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대지진이란 재난상황 긴장 가득주민대표로 선출된 '영탁' 열연평범한 인간서 극단적 모습까지극 전개에 따라 인물 변화 '압권'▶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한 소감은?"지인들에게 이번 작품을 소개하면서 대지진으로 세상이 다 무너지고 아파트 한채만 남았다고 했더니 '어느 시공사냐'고 물어서 한참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블랙코미디 영화로 신선함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영화를 제작하고도 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는데,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감독님이 한땀 한땀 정성들여 후반작업을 한 것이 보였다."▶작품출연을 결심한 배경은?"영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오는 캐릭터 하나 하나가 극단적 선이거나 극단적 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말 상식적 선 안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고, 우리 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인간들이 모여서 서로 극단적 상황을 맞았을 때 보이는 인간군상의 모습이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적으로 영화를 처음 접하면서 신선하고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영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내 집 마련이 꿈이었는데 사기를 당해서 이뤄지지 않았다. 가슴 속에 세상에 대한 큰 분노와 상실감, 우울함이 가득한 소시민이다. 재난상황을 계기로 아파트 대표로 선출되고, 숨겨진 욕망이 표출되는 인물이다."▶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폭염에 모든 배우들이 한겨울 옷을 입고 촬영했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지만 이번 작품은 여기에 더해 육체적 어려움까지 겪었다.(웃음) 또 배우로서 재난상황에 처한 인물 캐릭터에 끊임없이 가까이 가려고 마음속으로 몸부림 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다."▶영화의 매력을 소개한다면?"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갈수록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어가는 가운데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음을 웃게 하는 요소가 숨어 있는 아주 묘한 정서의 영화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좋아하는 몇몇 시퀀스들이 있다. 영탁이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 그 중 하나인데,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보통 감독님들이 리허설을 할 때는 카메라를 돌리지 않는데, 엄 감독님은 리허설에도 실제로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리허설로 준비한 장면에서 컷 사인이 떨어졌는데 꽤 괜찮은 장면을 잡은 것 같다."▶영화에서 주민들이 다른 아파트 주민들을 받아들일지, 내보낼지를 두고 투표를 한다. 만약 영탁과 같은 상황을 실제로 맞닥뜨리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투표로 결정하자고 했고, 민주적 절차를 거치게 된다. 아마 제가 저 상황이 되었어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을 듯하다. '똑같은 상황이 내게 주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을 하면서 관람을 했다."▶후반으로 가면서 영탁은 매우 극단적인 모습까지 보여준다.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듯 하다"사실 극단적 연기를 할 때는 배우들도 좀 힘들다. 일반적인 감정연기는 경험을 토대로 하면 되니까 자신있게 연기할 수 있는데, 극단적 감정을 연기할 때는 상상하면서 진행 때문에 좀 힘들다. 연기를 한 뒤에도 사람들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내내 불안하다. 이번 작품을 찍고난 뒤 모니터를 보면서 '나한테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영탁의 분장이 꽤 눈길을 잡는다. 움푹 패인 볼과 삐죽한 머리, 형형한 눈빛까지 어느 한 곳도 영탁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는 평가다. "영탁의 분장은 감독, 분장팀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상의해서 진행했다. 처음에는 평평하게 누운 M자형 머리였지만 권력의 맛을 알아가는 후반으로 갈수록 머리카락이 서는 각도와 방향도 조금씩 달라진다. 긴장이 높아질수록 눈가에도 뻘건 느낌을 더해서 마치 뭔가에 취한 듯한 느낌을 담아냈다."▶함께 작업한 엄태호 감독은 어떤 강점을 가졌나?"(엄 감독은 배우 엄태구의 형이다) 현장에서 함께하고 겪어본 엄태호 감독은 굉장히 말이 없고 디렉션도 없어서 조금은 막막한 감정을 가졌을 배우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칫 저 감독님이 너무 마음씨만 좋아서 자기의 주장이 없으신 건가 이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리허설 중에도 카메라를 미리 돌려놓는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기발하다고 생각될 만큼 좋은 아이디어로 장면을 구성하기도 했다."▶코로나로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개봉시기가 많이 미뤄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개봉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작품을 더 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었다. 사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처음에는 작품이 빨리 상영됐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컸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감독님이 작품을 끝까지 놓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열심히 후반 작업을 한 것이 어떤 작품보다 큰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함께 작업한 후배 박서준 배우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달라. "아주 털털하고 건강한 청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현장에서의 모습이 변하지 않고, 늘상 허허 웃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렇게 좋은 청년의 모습인데 사실 촬영할 때는 미세한 감정까지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있었다. 함께 작업하는 동안 정말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이병헌 이병헌
애써 만든 영화니까 손, 써야죠…한국 영화계에 부는 '손글씨 바람'
예쁘고 귀엽고 반듯하고 화려한 온갖 종류의 컴퓨터 글씨체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때 아닌 아날로그 감성의 손글씨들이 한국영화계에서 화제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손글씨를 중요한 소재로 사용하거나 개봉작들의 홍보마케팅에서도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쓴 손글씨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손글씨로 소회 전하는 감독들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손편지를 썼다. 오랜만에 장편영화를 만든 엄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소회와 기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를 펜으로 꼭꼭 눌러쓴 것이다. 엄 감독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무척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쌓아 정성 들여 이 영화를 빚어냈습니다"라며, "캐릭터들의 극적인 상황들이 작품을 보기 전인 분들에게 알려질 경우 특별한 재미와 매력을 놓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못 보신 관객들을 위해 캐릭터의 결말 유추가 가능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조금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전합니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시즌2' 한준희 감독도 자필 편지로 지극한 마음을 전했다. 한 감독은 앞서 공개한 시즌1의 성공에 대한 감사인사와 함께 스포일러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 감독은 "'D.P.' 시즌2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무엇을 더 이야기해야 할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매일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배우, 스태프 등 제작진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며 "이 이야기가 매듭지어질 때, 보신 분들께서 '뭘 할 수 있을까, 나는?'이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적어도 이 시간이,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유의미하게 남지 않을까 하는 소망으로"라고 전했다.◆꾹꾹 눌러쓴 배우들의 흥행 감사 영화 '밀수'는 9일 기준 관객 수 378만명을 넘기며 올여름 극장가에서 짜릿한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범죄도시3'에 이어 두 번째 300만 관객 돌파작이 됐다. 무려 6편에 이르는 대작들이 동시에 개봉하며 올여름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가장 먼저 흥행 깃발을 나부낀 것이다. 영화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복고적 의상, 음악감독 장기하의 귀에 착 감기는 음악 등이 어우러져 류승완표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밀수의 출연진은 이 같은 낭보를 전하며 진심을 담은 손글씨를 손보였다. 진심이 담긴 친필 메시지로 300만 돌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김재화, 박준면, 박경혜, 주보비, 정도원, 안세호, 신민재, 김충길, 이정수, 곽진석까지 밀수를 만든 주조연들이 모두 친필 메시지 릴레이에 참여했다. 이밖에 박하선 주연의 최근 개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흥행과 관계 없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작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후 남은 자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미려한 떨림과 아름다운 영상 등으로 보여준다. 김희정 감독은 작품의 마지막 엔딩에서 편지 한 통을 빌려와 관객들이 오래 참았던 눈물을 마침내 터트리게 한다. 죽은 동생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누이가 온 마음을 다해 쓴 손편지는 컴퓨터 편지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진심을 전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 한준희 감독이 쓴 손편지 일부분. 김혜수(위)·김종수 배우가 300만 돌파 감사 친필 메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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