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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 '생츄어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다큐영화 '생츄어리'. <시네마달 제공> |
제목 '생츄어리'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이다. 인간의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야생동물을 위한 쉼터인 생츄어리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한 곳도 없다.
동물원과 생츄어리는 닮은 듯 매우 다른 공간이다. 야생동물을 가둬서 기르고,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두 공간은 닮았다. 하지만 두 개의 시설은 야생동물을 가두어 두는 이유나 목적, 돌봄의 수준이나 정도, 형태에 따라서 현저한 차이점이 있다. 동물원이 야생동물의 보전과 교육,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한다면 생츄어리는 야생동물이 야생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때 그들을 잘 돌보는 것, 그들의 복지가 나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 자체가 목적인 시설이다.
다큐멘터리 '생츄어리'에는 생존의 터를 잃어버린 야생동물들의 사연과 그들을 위해 한국에 생츄어리를 도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간의 개발로 살아갈 터전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고라니와 독수리, 인간에게 쓸개를 제공하기 위해 평생 갇혀서 살아가야 하는 사육 곰, 하루종일 구경꾼들 사이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받는 동물원의 호랑이와 각종 동물들 등이 소개된다.
야생의 동물과 교감하며, 그들에게 생츄어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재활관리사로 있는 김봉균 재활관리사,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최태규 활동가, 그리고 청주동물원을 생츄어리로 만들고 싶은 홍성현 수의사 등이 주된 인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야생동물과 교감하고, 행동한다. 비영리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멤버들은 1980년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국가정책에 따라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된 농장의 사육 곰들을 구조하고, 그들이 고통 없는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야생동물을 구조하여 치료 및 재활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야생동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 혹은 질병, 인간에게 순치된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가 필요한 이유다.
왕민철 감독은 "이 영화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동물원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곳인지를 살펴본 2019년 개봉작 '동물, 원'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영화를 개봉하고 나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츄어리'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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