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니 '길이 없다' 설계부터 잘못 된 신천동로…보행공간 없는 기형道

  • 이자인,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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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30 18:45  |  수정 2022-07-07 08:57  |  발행일 2022-07-01 제1면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4> 車중심 문화가 낳은 인도 없는 신천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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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인도가 없는 대구 동구 신천동로 구간에서 할머니가 차량을 피해 수레를 끌며 아슬아슬하게 보행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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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 동구 신천동 국채보상로 155길. 신천교에서 동신교로 이어지는 신천동로 변엔 약 500m 구간 인도가 끊겨 있었다. '인도'로 구분한 황색 실선은 그냥 선에 불과할 뿐, 실제 인도는 없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보행자가 갓길에 딱 붙어 보행했고, 전신주에 의해 공간이 좁아지자 차도로 나와야 했다.

 

대구 동구 신천1·2동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신천동로 옆엔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어 주민들이 대로변으로 가기 위해 이 도로를 이용한다. 해당 도로 대신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는 이면도로도 있지만, 인도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민 이모(63)씨는 "도로가 협소한 데다 전신주까지 있어 차가 오면 정말 위험하다"며 "지난해 아파트 주민이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나는 등 내가 알고 있는 사고만 2~3건이나 된다. 특히 학생이나 어르신들은 도로가 위험해도 지름길이니 자주 이용하는데, 저녁엔 검은 옷을 입으면 운전자들이 사람 식별이 잘 되지 않아 사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천동로 보행 환경 문제는 지난 2020년 보도(영남일보 20년 11월 26일자 보도)를 통해서도 한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후 대구 동구청이 인도 확보 방안을 고민했지만 주민과 합의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보행 환경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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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없는 신천동로 구간에서 오토바이와 보행자, 차량이 뒤엉켜 지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신천동로엔 왜 인도가 없을까
문제가 되고 있는 신천동로 해당 구간에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996년 12월 착공해 1998년 준공된 신천동로의 설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신천동로는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동구를 지나 북구 산격동으로 이어지는 10.6㎞의 왕복 4차선 간선도로이다. 도시계획도로로 설계된 신천동로는 1998년 '도시계획법'과 '도시계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설됐다.


하지만 당시 관련 법규엔 인도 설치에 관한 의무나 구체적인 규정이 미흡했다. '일반도로엔 보행자의 통행을 위한 충분한 폭의 보도(인도)를 확보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개선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장래 변경이 가능하도록 결정해야 한다'라고만 명시하고 있었다.


도로 내 인도 설치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이 신설되며 간선도로 기준 인도 3m가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규칙 신천동로가 완공된 이후인 1999년 신설됐다. 신천동로가 건설된 뒤 1년 뒤부터 적용된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인도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배경엔 신천동로 자체의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신천동로는 본래 신천대로의 보조 간선도로로 기능하도록 계획돼, 자동차전용도로의 성격을 띄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북구에서 수성구 방향은 주택가와 분리돼 하천 측으로 도로가 나 있는 반면, 수성구에서 북구 방향의 2차로 도로는 주택가 쪽으로 붙어 있다. 즉, 한쪽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 역할을 하지만 주택가와 붙은 반대편 도로는 보행자 겸용 도로로 이용되는 불규칙한 시스템이다.


당시 설계 과정에 참여한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천동로를 설계하며 양측 방향의 도로를 모두 하천 측으로 내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들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재도 유효한 하천 침수 문제 등을 우려해 도로를 주택 쪽으로 붙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보행자 겸용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차도 폭이 좁으니 인도를 불가피하게 만들지 못한 구역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일방통행' 대안이지만 주민 '불편함' 난제
지난해 하반기 대구 동구청은 해당 구역에 보도를 내기 위해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동구청이 제시한 방안은 2차로 차도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인도 폭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실제 일방통행은 안전성을 증대하고 보행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되는 교통안전 체계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용역을 진행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일방통행'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주민 김모(53·대구 동구)씨는 "동신교에서 신천교로 향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아파트 단지만 해도 몇 개인데 출입구가 막히게 되면 빙빙 돌아 다녀야 하는데, 불편함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보행자 입장에선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통소통'이라는 측면에선 충분히 불편할 수 있다. 이는 일방통행이 대로보다는 주로 이면도로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주민들로 하여금 혼란함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의 관점을 떠나 어떤 가치가 우선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은 일방통행을 통한 인도 확보 대신, 도로블록 포장, 보호도색 등 교통안전 시설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정모(여·44·대구 동구)씨는 "최소한 운전자가 조심할 수 있도록 지그재그 차선이나 눈에 잘 띄는 보호색을 통해 인위적 조치를 하는 건 어떨까 싶다"라고 했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해당 방안 또한 검토해본 적 있다. 주민들의 보행 안전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라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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