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보호구역 고작 59곳...대구시 "고령층 보호 위해 최대한 확대 노력"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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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6   |  발행일 2022-06-17 제1면   |  수정 2022-06-20 14:46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2> 교통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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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대구 동구시장 앞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한 어르신이 차를 향해 멈춰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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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보행자들은 운전자들의 배려와 안전한 보행 환경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교통 약자다. 이들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보호구역 지정이 시작됐지만 지정부터 관리까지 각기 다른 규정 적용으로 노약자의 보행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며 노인보호구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호구역 지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보행 환경 관리가 절실하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은 고령층
16일 오전 9시50분쯤 대구 동구시장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아침부터 시장을 방문한 어르신 수십 명이 오가고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한 70대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양 옆으로 오는 차를 살폈지만,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무심히 도로를 지나갔다. 어르신은 그 다음 차량에 손을 들어 '멈춰 달라'는 신호를 보내야만 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횡단하는 차량들 사이, 아슬아슬하게 보도를 건넜다. 차량이 멈춰서면 움직였고,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길 중간에 멈춰섰다. 가까스로 횡단보도를 건너온 전모(여·72)씨는 "여기에서 조금 올라가면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가 있지만,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언제 거기까지 가겠느냐"라며 "이젠 적응이 돼서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늘 위험한 것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지역 보행자 사망자(124명) 중 63.7%(79명)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고령층 왕래가 잦은 도로엔 보행자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물론 통행을 관리하는 도우미조차 없는 상황이다.

전통시장 앞 보행로는 고령층 왕래가 잦음에도 불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법규상의 문제 때문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 시속 30㎞ 제한과 주·정차가 금지돼 좀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보호구역은 어린이·노인·장애인 관련 시설(학교·노인복지시설·장애인복지시설)이 위치한 인근 도로에 한해 지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병원 앞 보행로는 보호구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보호구역 중에서도 '노인보호구역'의 수는 현저히 적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마다 학교가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은 총 752곳까지 확대 됐지만 상대적으로 시설 수가 적은 노인 보호구역은 고작 59곳에 그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실제 교통약자의 통행량이 많은 곳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한 것. 대구시는 상위법 개정에 맞춰 다음달 조례를 제정해 올해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병원 수를 고려한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다고 무조건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순 없지만 기초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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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율하초등 정문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교통안전 시설 확충도 시급

'안전운전 5030' 정책에 따라 보호구역뿐 아니라 이면도로에서도 차량 시속 30㎞ 제한이 적용된다. 특히 보호구역은 인도 등의 교통안전 시설을 확충해 특별히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16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 동구 율하초등 앞. 이곳은 학교를 둘러싸고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정문 인근 도로 약 100m 지점엔 인도가 아예 없고, 성인 무릎까지 오는 낮은 펜스가 30㎝ 간격으로 듬성듬성 설치돼 있다. 인도로 사용되는 도로도 폭이 좁아 어린이 2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여서 친구들과 등교하는 아이들 상당수가 차도로 보행했다.

이처럼 '보호구역'임에도 교통안전 시설이 확충되지 않는 것은 전체 도로가 좁아 최소 인도 폭인 1.5m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막은 펜스도 제 역할을 못해 인도를 확보하기 위해선 학교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여전히 위험한 보행 환경에 학부모들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초등학생 1학년 자녀를 둔 권모(여·40)씨는 "운전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펜스 밖으로 튀어 나온다. 위험할까 싶어 집에서 멀지 않아도 차로 직접 아이를 통학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보호구역 지정을 할 땐, 실질적인 안전시설 확보와 보호 구역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보호구역이란 안전 시설을 확보해 특별히 보호하는 지정 구역을 말하는데, 보도도 없는 곳에 '스쿨존'을 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도 확충의 문제 또한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했다"며 "지자체 내부 심의위원회뿐만 아니라 보호구역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확실하게 안전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人道를 돌려주세요 자문위원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신진기 계명대 교수(교통공학전공)
△김수진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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