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없는 이면도로 보행자에 차량이 클랙슨 울리면 위협운전 간주 가능성"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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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7 18:59   |  수정 2022-06-20 14:27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 <1> 교통정책, 보행자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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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동구 한 이면도로에서 보행자가 차량이 먼저 지나가도록 비켜선 채 기다리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올 4월 도로교통법 개정에도 보행자들 비켜서기 여전해
7월엔 보행자 우선도로 시행...대구시, 지역 4곳 시범사업
속도제한 당위성 이해하도록 운전자 대상 대대적 홍보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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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보행자의 '통행 우선권'과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는 차량 중심의 교통 페러다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중앙선 없는 이면도로 보행자 통행 우선권
7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한 주택가 이면도로. 건물들이 마주 보고 있는 골목길은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가득했다. 가뜩이나 비좁아 통행에 불편을 겪는데 차체 큰 SUV 차량이 다가오자 시민 두 명이 빠른 속도로 길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이 차량은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유유히 골목을 빠져 나갔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4월20일부터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선 보행자가 길 가장자리가 아닌 모든 구역에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과거의 교통문화에 익숙한 모습이다. 행인 정모(여·54·대구 중구)씨는 "차가 오면 사람이 비켜야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길 중간으로 다녀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며 "길 중간으로 다니면 차량이 뒤에서 클락션을 울릴 것 같은 공포가 있다"고 했다.


실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보행자들은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선 길 가장자리로 통행해야만 했다. 이에 보행자들은 차량이 뒤에서 따라붙지 않을까 늘 조심해야 했고 운전자들은 빠른 속도로 주행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이 새로 개정되면서 운전자들은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가 있으면 무조건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길을 비켜서지 않는다고 클락션을 울리는 등의 행위는 위협운전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엔 공감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택시기사 최모(66·대구 북구)씨는 "앞에 사람이 있으면 인기척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긴 하지만 클락션을 누른 적도 많다"며 "아무래도 손님을 태우면서 습관이 된 것 같다.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했다. 이에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관할 경찰서에서 캠코더 단속, 순찰 등으로 단속과 홍보를 병행하고 있지만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공익방송 송출, 카드뉴스 제작, 최근 사례 활용한 교육, 홍보 현수막 게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폭 10m 미만 경우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7월12일부터는 보행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른 '보행자 우선도로'도 지정될 예정이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이용하는 폭 10m 미만 도로로, 필요 시 지자체가 보행자 우선도로엔 시속 20㎞ 속도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4월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시행된 보행자 통행 우선권보다 보행자 보호 의무가 더욱 강화된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각 지자체가 선정할 수 있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진행 중인 '안전한 보행 환경 개선 사업' 대상 지역 4곳(북구 태전동, 달서구 두류·용산동, 수성구 수성동1가 일대 이면도로)을 먼저 보행자 우선도로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지정된 도로들은 일종의 시범사업이다. 각 구·군과 협의해 보행자 우선도로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인도를 설치하기엔 좁지만 보행량이 많은 지역 등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해 인도처럼 여겨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각 구·군으로부터 도로 실태조사 결과를 받은 상태"라고 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특히 폭이 좁은 주택가, 통학로, 상가지구 등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2019년 전국 보행자 우선도로 시범사업 6개소를 설치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안전성·편리성·쾌적성 측면에서 주민 만족도가 평균 5.55~5.6점에서 7.9~8.17점으로 높아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우선도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도로환경 정비와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다희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보행자 관련 명칭들이 많아서 노면 표시도 혼재돼 있다. 우선 운전자들이 보행자 우선도로가 무엇인지,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도로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운전자가 실수해서 40㎞로 속도를 높여도 20㎞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운전자 포용도로' 등 도로 디자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제한속도 20㎞라는 속도가 굉장히 낮기에 속도 제한에 대한 당위성을 알려야 한다. 보행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운전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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