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 경북 칠곡 태극기 이장 김금숙씨
"집집마다 펄럭이니 마음이 달라집니다." 국경일이 다가와도 동네에 태극기가 눈에 띄지 않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귀찮아서', '깜빡해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렇지만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6리 무성아파트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국경일이 되면 아파트 베란다에는 태극기가 줄지어 펄럭인다. 지난해 3·1절에는 192세대 중 98%가 태극기를 달았다. 김금숙 이장(62)의 남다른 태극기 사랑 때문이다. 김 이장은 "집집마다 태극기가 달렸을 때와 띄엄띄엄 달렸을 때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며 "괜히 마음이 정돈되고, 동네가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태극기 달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년 전부터다. 2023년 9월 이장에 취임한 그는 이듬해부터 국경일을 앞두고 아파트 192세대를 하나하나 돌며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쳤다. 낡은 태극기는 새 것으로 교체해 주고, 태극기가 없는 집에는 직접 전달했다. 방송으로 안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고, 다시 확인했다. "한두 번 말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도 '갔다 와서 달겠다' 해놓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귀찮아서 안 다는 집도 있고…." 김 이장은 "여행 가려고 캐리어를 끌고 나오던 주민에게도 다시 올라가 태극기부터 달고 나오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무성아파트가 태극기에 유독 공을 들이게 된 데는 동네 환경도 한몫했다. 아파트 바로 옆에는 애국동산이 있고, 100년이 넘은 호국의 다리가 내려다보인다. 인근에는 호국평화기념관과 칠곡평화전망대도 자리한다. 김 이장은 "이곳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라 이야기, 호국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달기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답했다. "호국영령을 위해 후손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태극기 달아 기억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극기 달기 운동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인사만 나누던 이웃들이 말을 트기 시작했고, 국경일을 앞두고는 태극기가 자연스러운 화제가 됐다. 김 이장은 "못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아파트에 이야기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며 "주민들 사이에 자부심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요즘 태극기를 달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귀찮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아쉬어요. 그래서 방송을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됩니다." 김 이장은 "다가오는 3·1절을 앞두고 전 세대에 태극기가 달리는 것을 목표로, 낡은 태극기도 모두 교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안 될 일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