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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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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의협·전공의 집단 행동 명분 없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가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규탄하고 나섰다.또 정부의 필수 의료 등 구체적인 의료 정책을 제시해 줄 것을 촉구했다.이 단체는 23일 성명을 통해 "의료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지역을 외면한 채 의협과 전공의들의 의대 증원 반발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고 꼬집었다.이어 이들은 "의사 부족 문제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고, 공공의료기관도 의사를 못 구해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심각한 격차를 속수무책으로 체감 할 수 밖 에 없는 대한민국 3대 도시인 대구도 참담한데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비참 할 수 밖 에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이들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오게 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국민이 의대 정원 확대를 절대적으로 찬성을 보내는 이유는 정부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이미 경험에서 체감하는 한편, 산적한 현황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민의 명령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경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경지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으로 구성돼 있다.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 이송 센터 직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병목현상 시작된 대구 2차 병원…"장기화 땐 수용 불가 우려"
20일 오후 대구W병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경북대병원. 수화기 너머로 경북대병원 측은 환자 2명을 받아 줄 수 있는 지 물었다. 여러 진료 여건을 고려한 W병원은 환자 1명을 받아 들였다. W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환자는 곧바로 치료 후 입원할 수 있었다. 이 환자는 W병원의 적극적인 치료와 관심에 고마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역 경증 환자들이 2차 의료기관(병원급)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으로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병원들은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밀려드는 환자를 수용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2일 대구 의료계에 따르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500병상 이상)인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이 지난 19일부터 경증 환자 등을 가능하면 2차 의료기관으로 보내고 있다. 수련병원의 필수 인력인 전공의들이 대다수 병원을 떠남에 따라 입원 환자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22일에도 경북대병원 등 대학병원 앞에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2차 병원에서는 입원실이 포화 상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 한 종합병원은 20일부터 응급환자가 크게 늘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환자들이 몰리면서 근무 교대 시간이 겹친 간호사들은 2시간 이상 늦게 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에는 21일에만 4명의 환자가 옮겨왔다. 병원 관계자는 "며칠간 대학병원에서 보내오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지금은 환자 수용이 가능하지만, 더 몰리면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달서구 한 종합병원도 대학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요청하는 '전원 요청'이 평소보다 4~5건 더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수·목요일은 환자가 많이 없는 편인데, 이번엔 상당수 있었다"며 "우리 병원은 1분 1초를 다투는 심혈관 질환을 주로 다뤄,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 수술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곽병원 등도 평소보다 환자가 증가했다. 곽병원 관계자는 "20일 밤부터 응급실이 바쁘게 운영됐고, 이후에도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밀려들고 있다"며 "추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병원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 이송 센터 직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전공의 집단행동 사흘째…의료대란 전임의·임상강사도 동참할까
대구 7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서를 내 이들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전임의와 임상 강사들도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 마저 의료 현장을 떠난다면, 병원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47곳 현장 점검·53곳 서면 보고)한 결과, 전공의 74.4%인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집계 때보다 459명이 늘었다. 대구지역은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대학병원 등 7개 수련병원 전공의 819명 중 736명(89.8%)이 사직서를 냈다. 병원별로는 △경북대병원 본원 193명 중 179명(92.7%)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3명(95%) △영남대병원 161명 중 130명(80.7%)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12명(91.8%)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93.1%) △대구파티마병원 69명 중 57명(82.6%)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80%)이다.일선 전공의가 대거 빠져나간 빈자리는 전임의와 임상 강사 등이 채우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인 전임의는 전공의와 함께 환자들을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핵심 의료인력이다. 하지만, 전국 82개 수련병원 전임의·임상강사는 최근 '정부 의료정책' 관련 성명을 통해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무시당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낮은 필수 의료 수가와 비정상적인 심사기준 등 의료계의 현실과 고령화·저출산으로 야기될 보건 현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의대 증원이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구 의료계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전임의들이 재계약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파열음이 나온다.최근 경북대병원을 퇴직한 개원의는 "전임의는 일반적으로 2월 말 계약 기간이 종료돼 재계약을 한다"며 "현 분위기로 봤을 땐 재계약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사는 "전공의와 전임의는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로, 매우 가깝게 지낸다"며 "동생들이 집단행동을 나서는데, 형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횡단보도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빨간불 신호에 멈춰 서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현장 지키는 의사들 "'강대 강'대치가 아닌 소통 통해 해결됐으면"
정부의 의과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대구지역 7곳 수련병원 전공이 700여명이 이틀째 이탈하면서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고충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 하면 피로도 누적 등으로 인해 지역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 이탈 현실화에 대구지역 수련병원은 기존 인력으로 공백을 메우고자 비상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일선 교수와 전임의(펠로) 등이 묵묵히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들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마다 비응급 수술 일정 최소화, 경증 환자 조기 퇴원 또는 전원 조치, 진료 접수 선별 등을 통해 업무는 줄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전공의 대신 전임의 1명이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도가 커지면 업무 과부하가 불가피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병원 A 전임의는 "의사마다 생각이 다르다. 다만 현재 근무하는 의사는 국민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변호사 등 일부 직업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 10년 후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와 의사들이 '강대 강'대치가 아닌 소통을 통해 이번 일을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남대병원 B 의사는 "솔직히 일선 전공의들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면서도 "의사로서 책임을 저버리고 현장을 떠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제, 오늘 출근해 이틀째 환자를 보고 있는데, 점심도 걸렀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심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남은 의료진 입장에선 힘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계명대 동산병원 C 의사는 "MZ 세대인 전공의는 기성세대와 생각이 전혀 다르다. 예전에는 집단 행동 후엔 다시 복귀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비필수 진료과인 D 의사는 "업무량이 늘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한 수준"이라며 "다만 바이탈과(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는 업무 과중이 아주 심각해 보인다"고 귀뜀했다. 이어 그는 "2020년 이후 어렵게 시작한 집단행동인 만큼, 끝장을 보지 않으면 끝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모든 것을 의료진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에서 의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중구 한 2차 병원 의료진이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틀째 자리 비운 전공의…의료 공백 어쩌나
21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본관 2층 정형외과 외래진료센터. 진료를 위해 대기하던 70대 남성과 의료진 사이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의료진에게 "왜 당장 진료를 받지 못하나. 예약 시간보다 한참 지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의료진은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조금만 이해해 달라. 최대한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자칫 몸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이를 지켜보면 의료진들이 서둘러 만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대구지역에서도 의료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고, 병원 측은 수술·진료를 축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대학병원 등 대구 7개 수련병원 전공의 819명 중 736명(89.8%)이 사직서를 냈다. 이는 전날(732명)보다 4명 늘어난 수치다. 전날 175명으로 파악됐던 계명대 동산병원은 이날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173명으로 확인돼 정정됐다. 2명은 업무 복귀가 아닌 단순 계산 착오인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경북대병원 본원 193명 중 179명(92.7%)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3명(95%) △영남대병원 161명 중 130명(80.7%)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12명(91.8%)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93.1%) △대구파티마병원 69명 중 57명(82.6%)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80%)이다. 경북대병원 본원은 매주 수·목요일 외과 진료, 주말과 공휴일엔 외상성 뇌출혈을 제외한 뇌출혈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영상의학 중재술도 평일 정규 근무시간에만 가능하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이날부터 중환자만 진료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또 의료진 부족을 고려해 소아청소년과와 피부과, 얼굴 골절을 포함한 단순 성형외과 질환, 신경과 경련 관련 환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 계명대 성서동산병원은 수술방을 기존 대비 60%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료과별로 수술 일정 조정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다. 일정이 조정되는 수술은 경증에 한정하고, 이를 의료진이 직접 판단하고 있다. 대신 암 등 중증환자 수술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계속되자 간호사와 일반직이 속한 대학병원 노동조합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 분회는 21일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한 것은 명백한 진료 거부 집단행동"이라며 "집단 행동 명분은 보이지 않고,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입장과 행동은 병원 노동자들도, 국민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분회는 또 현 정부를 향해 "의대 정원 증원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공공 의료와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공론의 장을 열고, 시민 참여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전공의 집단사직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혹시 진료 못 받을라"…병원 문 열기 전부터 대기자 몰려
"아이고, 답답합니다."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된 20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진료 중단 등 집단행동 여파를 걱정하고 업무 개시 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들은 검사 진료 접수증을 들고 시계를 번갈아 보며, 원무과 업무 시작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걱정을 뿌리치지 못한 한 환자는 자원봉사자를 향해 진료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진료는 계획대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였다. 오전 7시30분쯤 원무과 업무가 시작됐다. 종종 "교수님 만날 수 있는가"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 환자의 질문에 원무과 창구에서는 "들어오는 대로 처리하고 있다. 저희도 잘 모른다"고 했다.경북 성주에서 온 60대 박모씨는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무과에서 진료 접수해 줬다"며 "곧 수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대구 남구에서 가족과 함께 온 70대 김모씨도 "오전 10시20분 진료를 예약했는데, 20분 정도 늦게 진료를 받았다"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잘 마무리돼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경북대병원 본원 접수실 대기자는 △외래(접수·수납·검사예약) 28명 △초진 7명 △입원 수속(입·퇴원 제증명)△퇴원 수납 6명 등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정상적인 진료가 진행되고 있다"며 "병원에서 비상상황실을 운영 중인 만큼, 당분간은 차분한 진료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영남대병원도 오전 7시30분부터 파업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접수처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식 접수 시간을 30분 앞둔 8시부터 접수 대기 환자 수가 25명을 넘어섰다. 채혈 접수처에는 이미 40여 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녹내장 수술을 받고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차모(여·60)씨는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일찍 왔다. 담당 의사가 출장 중이라고 해서 직접 진료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암센터에서는 오전 진료를 받는데 최소 2시간 30분 이상 대기시간이 걸렸다. 정모(67)씨는 "오늘따라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9시부터 기다렸는데 대기인원을 보니 오전 내로 못 받을 것 같다"며 "간 수치가 높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혹시 암에 걸렸을까 봐 걱정이 된다. 만약에 암에 걸렸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아이가 발열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는 정모(36)씨는 "아직은 다행히 별 이상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동대구로에서] 히포크라테스 가르침 외면한 정부와 의사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하얀 가운 입고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일부다. 대다수 의사는 희생·봉사·장인정신이 담긴 이 선서를 읽던 그 날의 뜨거운 가슴을 기억한다. 히포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가 가장 융성했던 페리클레스 시대 의사다. 또 '의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하나. 그가 나타난 이후 사람들이 질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그리스인은 질병에 대해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을 치료하려면 신전에서 반드시 기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신전이 병원이었던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인체 내부와 외부 환경이 변화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올바르게 하면 병도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질병의 생각 자체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신에게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가 남긴 의학적 지식은 후대에 구전과 저술로 전해졌다. 책에는 질병을 증상에 따라 자세히 구분한 것뿐만 아니라 각 질병의 치료 방법 및 의료 윤리의 기초 등이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쓴 게 아니다. 책은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지식에 당대 알려진 모든 의학 관련 지식을 덧붙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잘못된 진료 결과까지 모두 남겨 후세에 큰 도움을 줬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요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실 의대 정원 증원은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검토하다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진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의 최우선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연간 2천명씩 10년 동안 총 2만명 늘리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청소년과 개점 질주' 등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민 상당수가 필수의료진 확충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공감하는 여론도 뒷받침됐다.하지만 일선 의사의 반발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 의료진 확충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아주 극미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되레 인기 진료과목 의료진 경쟁만 부추기고, 의대 교육환경은 악화하고, 건강보험 재정만 더 축나고, 이공계 인재를 의대로 흡수하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게 논리다. 사실 큰 틀에선 양쪽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풀어가는 과정이 아쉬울 뿐이다. 소통과 설득의 기본은 '경청'이다. 상대 생각과 우려·불안을 먼저 듣고 이해한 뒤, 설명하고 조율하면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데 현 정부 소통 방식은 주먹구구식에 가깝다.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과 불편을 덜어내며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실천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 반면 의료 기관을 경영하고 유지하고자 이익을 산출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인의 모습도 있다. 한 손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한 손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되새길 수 있도록 소통하고, 의사들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다.강승규 사회부 차장강승규 사회부 차장
[전공의 업무중단] 전공의 집단 이탈 본격화…개원의도 합류 하나
대구경북지역 전공의 10명 중 9명 꼴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행동에 돌입했으나 첫날이어서 그런지 병원 현장에선 큰 혼란을 빚지 않았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의료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경북지역 16개 수련병원 전공의 950명 중 88.3%인 839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국적으론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의 55% 수준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구는 대학병원 등 7개 수련병원 전공의 819명 중 732명(89.3%)이 사직서를 냈다. 다만 사직이 처리된 전공의는 아직 없다. 병원별로는 △경북대병원 본원 193명 중 179명(92.7%)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5명(96.1%) △영남대병원 161명 중 129명(80.1%)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08명(88.5%)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93.1%) △대구파티마병원 69명 중 56명(81.1%)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80%)이다. 경북에서는 9개 수련병원 전공의 131명 중 107명(81.7%)이 사직했다. 동국대경주병원(38명 중 28명), 순천향대 구미병원(31명 중 28명), 차의과학대 구미차병원(19명 중 19명), 안동병원(15명 중 14명), 포항성모병원(10명 중 3명), 안동성소병원(5명 중 5명), 포항세명기독병원(5명 중 5명), 포항의료원(3명 중 3명), 김천의료원(2명 중 2명) 등으로 집계됐다. 상주적십자병원의 경우 전공의 3명 모두 연가를 냈다.다만, 대구지역 대학병원을 비롯해 수련병원에서는 대체로 평소와 다름 없는 등 큰 혼선이 빚어지진 않았다.보건복지부는 이날 2차례에 걸쳐 대구의 수련병원을 점검하며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대다수 전공의는 결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진료에 차질 없도록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북대병원 본원 응급실은 마취과 사정으로 평일 야간, 주말 등에는 뇌출혈 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영남대병원은 소아외과, 신경과, 외과 등 7개 등에서 환자 수용이 불가능 하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 서울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대구시·경북도의사회 회원과 전공의들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사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개원의 동참 여부가 결정된 게 없지만, 지금처럼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의료개혁은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20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본원(동덕로)은 평소와 비슷한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다만 진료는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규기자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55%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학병원 안내소 직원 A씨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평소와 비슷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전에 조금 더 오시는 것 같다. 대기 시간은 평소와 같거나 조금 더 기다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대구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를 찾은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달성군 다사읍 인근 야산서 40대 남성 숨진 채 발견
20일 오전 9시 50분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인근 야산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와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 남성은 숨져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전공의 업무중단]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819명 중 610명 사직
정부의 의대생 증원 발표에 대한 파장이 전국적으로 확산 되는 가운데 대구 수련병원에선 4명 중 3명 꼴로 사직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2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역 전공의는 총 819명이다. 이중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610명(74.4%)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직 처리가 된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별로는 △경북대병원 본원(삼덕동) 193명 중 179명(92.7%)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5명(96.1%) △영남대병원 161명 중 65명(40.3%)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83명(68%)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93.1%) △대구파티마병원 69명 중 23명(33.3%)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80%)이다.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오후 2시쯤 추가 인원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며 "진료에 차질 없도록 병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경북 지역에서는 안동병원 15명, 동국대 경주병원 38명, 순천향대 구미병원 33명, 구미 차병원 19명 등 133여 명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지난 19일 오전 대구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전공의 업무중단]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첫날…평소와 비슷하지만 환자들은 '불안'
"아이고, 답답합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행동이 본격화된 20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진료 중단 등 집단 행동 여파를 걱정하고 업무 개시 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들은 검사 진료 접수증을 들고 시계를 번갈아 보며, 오매불망 원무과 업무 시작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걱정을 뿌리치지 못한 한 환자는 자원봉사자를 향해 진료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진료는 계획대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고 했다. 오전 7시 30분쯤 원무과 업무가 시작됐다. 종종 "교수님 만날 수 있는가"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 환자의 질문에 원무과 창구에서는 "들어 오는 대로 처리하고 있다. 저희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경북 성주에서 온 60대 박모씨는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무과에서 진료 접수해 줬다"며 "곧 수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남구에서 가족과 함께 온 70대 김모씨도 "오전 10시 20분 진료를 예약했는데, 20분 정도 늦게 진료를 받았다"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잘 마무리돼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경북대병원 본원 접수실 대기자는 △외래(접수·수납·검사예약) 28명 △초진 7명 △입원 수속(입·퇴원 제증명)△퇴원 수납 6명 등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까지는 큰 무리 없이 정상적인 진료가 진행되고 있다"며 "병원에서 비상상황실을 운영 중인 만큼, 당분간은 차분한 진료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영남대병원도 오전 7시 30분부터 파업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 접수처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식 접수 시간을 30분 앞둔 8시부터 접수 대기 환자 수가 25명을 넘어섰다. 같은 시각 채혈 접수처에는 이미 40여 명의 사람들이 피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녹내장 수술을 받고 다시 검사를 받고자 병원을 찾았다는 차모(여·60)씨는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일찍 왔다. 담당 의사가 출장 중이라고 해서 직접 진료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암센터에서는 오전 진료를 받는데 최소 2시간 30분 이상 대기시간이 걸렸다. 간 수치가 높게 나와 암센터를 찾았다는 정모(67)씨는 "오늘따라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9시부터 기다렸는데 대기인원을 보니 오전 내로 못 받을 것 같다"며 "간 수치가 높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혹시 암에 걸렸을까 봐 걱정이 된다. 만약에 암에 걸렸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아이가 발열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는 정모(36)씨는 "아직은 다행히 별 이상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20일 오전 대구 중구 동덕로 경북대병원 본원 접수실은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였다. 강승규 기자20일 오전 대구 중구 동덕로 경북대병원 본원 진료 대기 환자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강승규 기자
영남대병원, 심장 이식 수술 성공…"협진으로 이뤄낸 성과"
선진적 수술법으로 심장 이식의 새 지평을 열었다.영남대병원(병원장 신경철)은 19일 "지난달 5일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60대 환자의 심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 최근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확장성 심근병증은 초기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심부전으로 진행돼 호흡곤란, 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 기능 저하 정도에 따라 예후가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영남대병원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약물치료를 받던 중 집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다. 영남대병원은 1999년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이후 신장, 간 등 여러 장기에 대한 다양한 이식 수술을 시행한 숙련된 경험을 토대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직후부터 이식수술을 마치는 순간까지 모든 절차에서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펼쳤다.우선, 심정지 상태로 영남대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던 환자를 살리고자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신속히 에크모를 삽입했다. 이러한 치료에도 심장의 정상 율동이 돌아오지 않아 지체 없이 심장내과에서 심방중격결손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좌심방에서 혈액을 빼 에크모에 연결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에크모는 신체 내 혈액을 기계로 빼내 산소를 공급해 다시 환자 신체로 주입하는 장치로 심장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 주는 기계를 일컫는다. 심기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측한 의료진은 장기이식센터의 이식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심장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이식 후 예후를 좋게 하고자 에크모 상태에서 공여 장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환자가 기계 호흡에 의존하게 하지 않고, 기계를 삽입한 다음 날 바로 발관해 정상 생활을 이어가도록 유도했다.이식 수술에는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 주로 시행하고 있는 선진적인 방법이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심장 이식 수술 방식에서는 심장이 뛰기 전 혈관을 다 연결한 후 심장을 재관류하게 한다. 그러나 이번 수술을 집도한 심장혈관흉부외과 심훈보 교수는 좌심방과 대동맥을 먼저 연결한 후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나머지 혈관을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공여자 심장에 재관류를 앞당겨 허혈 시간을 단축해 수술 후 회복되는 데 도움 준다.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에서도 일반적으로 이식환자는 감염 때문에 격리된 상태에서 컨디션 관리를 목적으로 절대적 안정만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남대병원에서는 환자의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일반 병실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환자가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현재 환자는 이식 수술 후 첫 번째 조직검사와 퇴원 후 시행한 두 번째 조직검사에서도 면역거부반응 없이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남대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정기적인 심장 재활 치료를 받고, 감염·심장내과 외래 진료를 통해 새로운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심장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심 교수는 "심장이식 전까지 환자의 컨디션을 향상해 이식수술 후 경과를 좋게 만드는 것을 가교 치료라 한다"며 "이번 수술은 이러한 가교 치료가 잘 적용된 사례"라고 소감을 밝혔다. 심장내과 최강운 교수는 "이식 수술은 진료과 간 협조와 의료진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영남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심훈보(왼쪽 첫째) 교수가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 소식] 대구시·한의사회, 삿포로 눈 축제 방문…대구한의약 우수성 홍보 부스 '큰 호응'
대구시와 대구한의사회(노희목)는 최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제74회 삿포로 눈 축제'에 홍보 부스를 운영해 대구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렸다. 대구한의사회 부스에서는 한의의료관광을 홍보하는 일본어·영어 홍보물을 나눠주는 한편, 한방차도 제공했다. 이어 대구한의사회 홍보 영상과 한의약 진료 소개 영상을 방영해 방문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현장에서는 노희목 대구한의사회장과 변준석 대구한의대 의무부총장이 직접 관람객을 응대해 한의약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이들은 주삿포로 영사관을 방문해 메디시티 대구와 대구한의의료관광을 알리기 위한 협조를 구하는 등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홍보가 가능하게 했다. 노 회장은 "이번 행사는 한의약이 우리의 전통을 잘 간직한 의료이자, 문화유산으로 K-pop 등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알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승규기자
[전문의에게 듣는다] 고위험 임신, 태교만큼 중요한 건강 관리…고위험 임신, 미리 예방
고위험 임신 중에서도 산부인과 의사가 걱정하는 질환 중 하나는 태반 조기 박리다. 수년 전 심한 태반 조기 박리로 병원을 찾았던 A 산모. 임신성 고혈압 진단을 받은 그는 평소에는 혈압이 높지 않은 상태로 잘 유지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배 통증을 호소했다. 일단 체한 것으로 생각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점점 복통이 심해지고 출혈까지 동반해 응급실로 급히 이송됐다. 의료진은 태반 조리 박리로 진단하고, 급히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34주 이전 조기 출산이었다. 그래서 아기 생태도 좋지 못했고, 산모는 심한 태반 조리 박리 후유증인 혈액 응고 장애로 대량 수혈을 받았다. 이후 산모는 다행히 회복됐다. 수년 뒤 임신 때도 병원에서 꼼꼼하게 산전 진료를 받은 뒤, 만삭에 제왕절개술로 건강한 아이를 분만할 수 있었다.◆고위험 임신고위험 임산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고령 임신이다. 흔히 고령 임신은 만 35세 이상 여성의 임신을 말한다. 만 35세 이상이 되면 임신했을 때 여러 가지 합병증이 더 흔히 발생하게 된다. 합병증은 △19세 이하, 잦은 유산, 기형아, 조산, 사산아 등 출산 경험 △유전질환, 당뇨병, 고혈압, 자가면역 질환 등 질환 △다태아 임신 등이다. 일반 임산부는 34주 이하 때 갑작스러운 진통 혹은 양수가 터지거나 태반 분리 등이 발생하면 응급상황에 놓인 고위험 임산부라 할 수 있다. 만 35세 이상 임산부 비중이 2011년 18.0%에서 2021년 35.0%로 10년 사이에 거의 2배가 늘었다. 또 임신주수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조산아도 2011년 6.0%에서 2021년 9.2%로 늘었다. 저체중 출생아의 비율 역시 증가 추세다. 임신성 당뇨의 경우 고령 임신에서 약 2배 정도 거대아 출산과 그로 인한 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도 젊은 여성보다 2~4배 많다. 특히 유산, 사산, 선천성 기형이 40세 이상 고령 산모에서 증가한다는 보고가 많다. 이는 산모 나이가 증가할수록 모체의 노화로 인해 난자의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아를 출산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연하지 못한 산도가 난산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제왕절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위험 임신 질환 원인고혈압, 당뇨, 자가 면역 질환 등 기저 질환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그 원인을 밝히기 힘든 때도 많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질환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잦은 배 뭉침, 복통, 질 출혈 혹은 물처럼 흐르는 질 분비물, 태동 감소가 있겠다.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심한 부종, 메스꺼움 등이 임신성 고혈압의 악화 증상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거나 혹은 고위험 임산부라고 생각되면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 초음파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태아와 태반, 양수 등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또 자궁수축·질경 검사 등으로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수 등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밖에 기본적인 생체 징후 측정, 혈액·소변 검사를 진행해 임신 합병증을 진단한다. 치료는 질환마다 다르다. 조기 진통이나 조기 양막파수의 경우 입원해서 조기 진통 억제제를 투여한다든지 필요할 경우 항생제, 폐성숙 주사를 투여할 수도 있다. 임신성 고혈압은 산모와 태아 상태를 꼼꼼하게 관찰해 분만 시점을 결정한다.◆임신 전·후 예방 및 관리 방법 임신 전 건강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기저 질환이 있다면 최대한 잘 관리된 상태에서 임신하는 것이 임산부와 태아 건강에 좋다. 임신 후에는 정기적인 검사와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면 이른 시기에 병원을 방문해서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엽산 400㎍ 이상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은 태아 뇌 발달을 돕고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데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되지 않아 영양제로 복용해야 한다. 특히 당뇨가 있거나 항경련제 등의 복용으로 태아 신경관 결손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산모들은 기본 용량 10배인 4㎎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강한 임신 준비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건 체중 관리다. 저·과체중 모두 임신 합병증과 연관이 있는 만큼 표준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고, 임신 중 적절한 체중 증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흡연은 산모도, 남편도 절대금물이다. 흡연하는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정자의 운동 상태가 좋지 않고, 흡연하는 산모들에게는 태반 조기 박리, 임신중독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고위험 임신이라고 통틀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산모와 태아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생활 양식이나 주의해야 할 부분은 모두 다르다. 이로 인해(임신성 고혈압 산모에게는 안정을 권유하지만, 임신성 당뇨 산모에게는 운동을 권장하는 등) 산전 진료를 규칙적으로 받고 주치의 권고를 적극 따라야 한다.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배진영 교수는 "평소 건강 관리를 잘한 경우에는 임신 시에도 젊은 임산부와 큰 차이 없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평소 건강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면 전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게티이미지뱅크)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배진영 교수
[의료계 소식] 영남대병원 고영휘, 다빈치 SP 활용…세계 최초 양측 신장암 절제술 성공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고영휘 교수는 세계 최초로 단일공 로봇 수술기 다빈치 SP를 이용해 양측 신장암에 동시 부분 신장절제술을 시행해 완치를 끌어냈다. 특히 이 사례는 SCOPUS 및 ESCI 학술지인 JYMS(2024년 1월호)에 게재됐다.19일 영남대병원에 따르면 고 교수는 단일공 로봇 수술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고난도 병변에 대해 배꼽 주변 4㎝ 정도 절개창 내 한 번의 마취만으로 좌·우측의 신장암 치료가 가능한 수술 방법을 고안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해당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했다. 수술 시간은 좌측 109분, 우측 55분이 소요됐다. 환자는 수술 후 3일째 퇴원할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 교수는 수술 후에도 약 10개월간 신장 기능 회복과 신장암 재발 여부를 면밀하게 살폈다. 암 진행이 없고 신장 기능도 정상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학술지에 이를 세계 최초 성공 사례로 보고하게 된 것이다.고 교수는 단일공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국내 최초로 2020년 11월 후복막적 부분신 적출술, 2022년 9월 신장 보존적 요관암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등 다양한 비뇨기 종양학 분야에서 새로운 수술 방법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고 교수가 속한 영남대병원 로봇수술센터의 누적 수술 건수는 3천례에 달한다. 특히 최신 로봇 수술 시스템으로서 단일공 전용으로 개발된 다빈치 SP를 활용해 비뇨의학 분야의 '국내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 최초 양측성 부분 신 적출술 사례까지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영남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로봇수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협 "법원 행태는 모순…정부 의대생 복귀 호소는 오만" 주장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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