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수채화만의 섬세함을 자주 보길 바라며
아트페어를 나가보면 수채화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수채화가 쉽게 변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갤러리는 수채화를 많이 다루지 않고, 수채화는 다양성을 획득하기가 어려워져 컬렉터들이 각자의 선호도에 부합하는 것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의 수채화는 변질될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 수채화 물감에 비해 현재의 물감이 더 선명한 발색과 내광성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의 수채화용 종이는 누렇게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화학 처리를 해두어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수채화 표면을 제공한다. 현대사회의 아파트와 같은 일반적인 실내 환경에서 수채화는 크게 변질될 우려가 없다. 물론 직사광선을 피하고, 아주 과한 습도는 피해야 하지만 이는 어느 예술품이든 공통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위에서 언급한 수채화에 대한 걱정을 극복하고 나면 다른 예술의 화법들과 구별되는 수채화만의 섬세하고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수채화 물감을 희석함에 따라 색소는 반투명해지고 빛이 통과되지만, 종이에 스며든 색상은 빛을 반사해 선명하게 빛난다. 이러한 대조가 수채화만의 청량한 맛을 낸다. 젖은 색소가 종이에 닿으면서 확산되고 섞이어 부드럽고 매끄러운 색 전환을 만들고, 향기가 섞이듯 자연스럽게 섞인 그러데이션은 평온한 조화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수채화가는 다양한 톤으로 층이 나뉜 미묘함을 만들어내는데, 선명하고 강렬한 색상부터 섬세하고 미묘한 색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표현으로 우리를 매료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매체의 유동성 때문에 색소의 행동을 다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채화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채화에는 우연한 순간들이 풍기는 매력 또한 담겨있다.수채화의 붓놀림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생동감이 넘치므로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할 때 작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작가의 손길이 붓에 어떻게 전달되어 색상이 종이에 어떻게 섞이고 흐르는지 살펴보면 수채화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수채화는 다양한 색상과 음영을 제공하기 때문에 섬세한 디테일과 질감에서 작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고, 색의 층을 통해 깊이와 빛을 창조하는 작가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젖은 상태로 그리는지, 마른 붓으로 그리는지, 물감을 튕기는지 등에 따라 다양한 질감과 음영이 생겨난다.좋은 수채화는 균형 잡힌 구성을 섬세한 워싱으로 풀어내 부드러운 가장자리를 보여주는데, 이 가장자리는 꿈에서 깨어나는 끝자락과 같아 독특한 섬세함과 덧없는 아름다움이 주는 수채화만의 사색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매력을 지닌 수채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아트페어에서 다양한 수채화를 만나게 됨으로써 수채화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길 바란다.안효섭〈큐레이터〉안효섭〈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