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20세기 음악의 배경, 세기말 빈 ③ 프로이트에 수많은 예술가 영향…자유·개성 중시 사회변화 이끌어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오스트리아의 의사·정신분석학자)는 20세기 예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과 충동, 성적 욕구와 이성적 충돌이 인간의 행동과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갈등과 불일치, 가족과의 갈등, 사회적 통념과의 부조화 등 사회적 기대와 제약들이 개인의 욕구와 충돌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충돌의 중요한 원인이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스스로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개념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무의식적인 욕망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영감을 주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예술 작품에는 꿈의 세계와 꿈에 대한 해석, 성적 충동, 인간 내면의 심상과 같은 요소들이 자주 등장했다.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대신 비현실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를 사용해 무의식 세계를 표현하려는 경향이 짙어졌고, 상상력과 비현실성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문학, 연극, 영화, 회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문학은 인간의 내면세계와 심리적인 고뇌를 탐구하는 데 프로이트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작가들은 인물의 꿈, 약점, 성적 욕망, 억압된 기억 등을 다루면서 독자에게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프란츠 카프카(1883~1924, 체코의 작가)가 쓴 '변신 (Metamorphoses)'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동명 작품을 패러디한 것인데 오비디우스가 신들의 변신을 주제로 삼았다면, 카프카의 작품은 인간이 벌레로 변신한 이야기를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그레고리가 곤충으로 변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느끼는 공포와 그를 혐오하는 가족들과 주변인들을 묘사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작품으로 심리적 비유, 상징적인 언어와 이미지가 가득하다. 일상의 현실과 비현실적 세계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 독특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갖고 있으며 가족 관계가 갖고 있는 복잡성과 인간 내면의 여러 측면을 보여주는 현대 문학의 걸작 중 하나이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스페인의 화가)는 1931년 '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ce of Memory)'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무의식 세계, 기억,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념을 이미지로 풀어내 시간과 기억의 무한성에 대해 탐구한다. 아널드 쇤베르크(1874~1951, 오스트리아의 작곡가)는 프로이트뿐만 아니라 세기말 빈의 '지적 개척자들'인 호프만슈탈, 클림트, 에른스트 마흐 등의 미학적 개념을 공유하며 사상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동참했다. 개인의 자아와 그 내면, 현실과 비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현상을 상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20세기 예술을 주도하는 작곡가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예술가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창작한 작품들은 당시 유럽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내면세계와 심리적 경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치와 종교, 사회적 권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안에서의 갈등에 대해서 보다 민감해졌다. 이것이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었다. 기존의 관습과 규범에 도전하고, 파괴하고, 변화를 만드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예술가들은 사회적 제약과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자유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비유럽 문화권에 대해 보다 열린 시각을 갖고 다양한 문화적 영감을 얻으려고 했다. 이것은 유럽인들에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19세기까지의 음악과 예술은 실용적인 목적을 갖고 있었고 그것은 왕실과 귀족, 교회의 번영과 관련이 있었다. 20세기에 들어 정치·사회적 변화, 그로 인한 상실감과 불안, 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 산업화,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질서는 급변했고 이런 현상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각은 사회의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발전했다. 예술은 사회적 변화의 반영이며 동시에 그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20세기 예술은 문화적 다양성과 개인의 내면적 세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시민에게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했다. 실용적 목적을 벗어나 예술가 개인의 정신을 담고 사회적 현상을 반영했던 20세기 예술은 상징적 어법과 모호함, 불명확성 등으로 때로는 불친절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 세기를 거쳐 현재까지 사회와 시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지그문트 프로이트 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 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