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 '합천 생가 적막' 공식 추모행사 없어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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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3 16:48  |  수정 2021-11-24 09:00  |  발행일 2021-11-24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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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한 방문객이 입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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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방문객들이 안채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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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안채 내부. 전 대통령의 행적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을 거둔 23일 오전 11시쯤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전 대통령의 생가 앞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마을은 조용했다.

대지면적 631㎡(190평), 초가 4동 53.41㎡(16평)의 아담한 규모로 조성된 생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이 전 대통령의 생가임을 알렸다.

추수가 끝난 농촌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마을회관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전해 들어서 모두 알고는 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이신데,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오후 1시쯤 승용차 한 대가 생가 앞에 멈춰 섰다. 타 지역에서 왔다고 밝힌 운전자는 게시판에 적힌 전 대통령의 행적을 읽고 발길을 돌리면서 "뜻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고 생가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들렀다"고 했다.

대구에서 온 추모객들이 생가를 찾았다. 생가 마당에는 산수유 나무가 앙상하게 서 있었다. 잔디는 관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안채 문을 열어보니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통령 취임식, 프로축구 개막식, 86 아시안게임 관련 사진 등이 눈에 띄였다.

생가에서 만난 양모(68)씨는 "(전 전 대통령이) 잘못한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공과 과에 대한 평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죽음 앞에서는 애석한 마음이 든다. 다른 일로 합천에 왔다가 (사망 소식) 뉴스를 보고 생가에 와봤다. 다른 대통령 생가에 비해 많이 허전해 보인다"라고 했다.

박모(88)씨는 "나와 동시대를 살았다. 대통령까지 했던 인물이 떠나고 생가를 찾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잘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역사가 평가하지 않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취재진이 머물렀던 3시간 동안 생가를 방문한 추모객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합천군은 조기 게양이나 분향소 설치 등 공식 추모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천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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