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 신음 외면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
◈지방의 신음 외면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첫 종합부동산대책에는 비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한 방안이 담기지 않아, '지방 패싱'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그저께 5년간 수도권에 135만 세대의 주택을 짓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에는 수도권의 주택 부족만큼 심각한 지방의 부동산 경기 부양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지방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공급확대보다는 수요회복 등을 통한 미분양 해소에 집중 필요'라는 원론적 언급에만 그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정부의 이런 인식에는 지방 부동산 문제의 심각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지방 건설투자 부양책'만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지만, 대구의 경우 대책 이후에도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컨드 홈' 특례지역에서도 대구를 비롯한 광역시는 배제된 점도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실제, 대구의 주택시장은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수는 여전히 전국 최다인데다 가격 하락폭도 가장 커, 주택시장이 바닥을 뚫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는 지금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방의 응급상황 처치보다는 수도권 집값 안정에 매달려 있다. 부동산 대책을 수도권에만 집중하면 지방 소멸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방에선 다주택자 세제·금융규제 완화 등의 맞춤형 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이래 놓고 정부가 지방을 살리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균형발전은 말보다 정책으로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내 주장만 고집해선 협치 못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회동했다.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치적 진전이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별도 단독 회동 자리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만난 것은 78일 만이고, 제1야당 대표와의 단독 면담은 취임 후 처음이다. 소통과 협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시선이 이 자리에 집중했다. 처음부터 장 대표가 무슨 말 할지,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였다. 장 대표는 세 가지를 말했다. 첫째, 이른바 '더 센 특검안'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여론도 그러하고, 정부여당이 재론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사안이다. 둘째, 소통창구(민생경제협의체) 운영을 제안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대통령도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장 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셋째,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인권유린이나 종교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장 대표의 비판에는 인식차가 크다. 정부여당이 특검의 일에 가타부타하는 것도 이상하다. 여야 관계는 최악이다. 경제도 외교 관계도 최악이다. 안보는 최대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자격 없고 무책임하다. 간극을 일시에 메우기는 쉽지 않다. 내와 내 편, 강성 지지자의 주장만 고집해선 협치가 불가하다. 극단적인 말을 삼가며, 조급증을 버리고 인내하면서 조금씩 쌓아가는 게 협치의 돌탑이다. 견제와 균형을 체화(體化)하는 정치적 심덕(心德)부터 터득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 ――――――――――――――――――――――――――――――――――――――――― ◈기후부 신설, '탈원전' 신호탄 돼선 안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환경부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흡수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정책과 전력산업 전반은 기후부가 맡고 에너지 정책 중 석유·가스 등 자원산업 분야와 원전 수출은 기존 산업부가 맡는다. 이 같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는 '탈원전 시즌2'의 신호탄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원전 정책의 중심축이 기후부로 넘어가면서 원전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규제 중심이었던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 전반을 맡으면 신규원전 건설, 원전 계속 운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북은 동해안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 원전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가동원전 26기 중 가장 많은 13기의 원전을 가동할 뿐만 아니라 건설 중인 원전, 가동원전의 수명 연장까지 원전 에너지와 관련한 전주기적 환경이 구축돼 있다. 기후부를 통한 규제 중심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경주·울진·영덕 등 동해안 원전 소재 지역과 신규 원전 추진 지역은 정책 축소와 예산 재조정, 신규 사업 지연 등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바 있어 두려움이 더 크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는 국가 미래가 달린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 등도 중요하지만, 당장 국가 산업과 국민 경제를 안정화하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신설될 기후부가 겨우 복원되기 시작한 원전 생태계를 다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논설실기자 ynnews@yeongnam.com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