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서 송창애 작가 ‘S.E.T : 별, 몸, 구의 순환적 생태’展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꽃'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했으면 합니다. " 아트리움 모리(경북 성주군 월항면 주산로 450)는 오는 6월1일까지 전시공간 아트스페이스 울림에서 송창애 작가 개인전 'S.E.T : 별, 몸, 구의 순환적 생태'를 연다. 송 작가는 물을 매개로 회화와 미디어를 융합하고 재해석해 생태적 순환과 의식의 진화를 탐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회화, 영상, 오브제 등 다매체로 구성돼 관람객의 다각적 예술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일상의 지친 감각 깨우는 물의 파동 전시장의 문을 여는 순간, 푸른 물의 파동이 일상에 지친 감각을 깨운다. 물을 통해 우주와 자아를 잇는 특별한 여정을 담은 전시가 펼쳐진다. 송 작가는 이번 전시를 '자아와 세상 사이의 관계를 고민한 산물'로 정의한다. 인간과 세상의 상호작용을 강조해온 송 작가는 "무언가를 의도해 작업을 바꾸기보다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내 작업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수많은 고민 속에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섰던 작업과정이 현재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매질(媒質)은 '물'이다. 물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말한 세상 만물의 근원이다. 송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무언가를 정화하고 순환시키는 매개체인 '물꽃 씨알' 의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제 1전시실에 들어서면 몽환적이며 우주적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워터오디세이 : 물꽃벼리'를 경험할 수 있다. 어둠이 깔린 전시실 입구의 테이블 위 가상의 공간에서 손짓을 하면 전시실 상단에 걸린 달에 손의 움직임이 새겨지고 물꽃씨알이 형성된다. 이후 전시장 전체로 퍼져나가는 물꽃씨알의 역동적 움직임을 통해 마치 태초의 생명이 급속도로 진화를 거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2전시실에서는 '워터터널 : 물꽃 몸짓'이라는 이름의 아카이빙 공간을 선보인다. 물로써 시공을 초월하려는 송 작가의 작품세계가 시작된 일종의 소스코드(설계도)를 보여준다. 전시실에서는 작가의 내면과 의식을 연결시키려는 듯한 각종 메모와 스케치 등을 만날 수 있다. 대규모 구조물의 건설계획서나 거대 담론을 품은 듯한 문구들을 통해 변화를 갈망하며 자기 자신과 맞서온 송 작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워터스케이프:물꽃 구슬'이라는 테마 아래 송 작가 작업의 시작이자 끝인 물꽃회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캔버스 위에 드러난 푸른 원 내부의 선들은 이른바 '물 드로잉'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즉흥과 우연, 직관을 통해 물의 기운생동(氣韻生動)을 표현했다. ◆붓 대신 물줄기를 휘두르는 작가의 치열한 몸짓 고압의 물로 작업하기에 작업 중 몸과 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캔버스 위에 푸른 색의 분체 도장을 입힌 후 고압의 물로 도장면을 쳐냈다. 특히 원형 물꽃회화 작업에 눈길이 간다. 작업 초창기 물의 흐름과 상승세의 표현에 주력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현재의 원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특정 대상의 실루엣이 들어간 또다른 물꽃 드로잉 작품에서는 우주적 개념 속에서 다시 현실로 복귀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송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가상과 현실, 진짜와 가짜가 융합되고 응축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존재로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와 의미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꽃'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큰 전시공간에 덩그러니 하나씩 배치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에 혼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곧이어 평온함, 신비감, 고독감 등 복합적 감정이 밀려온다. 복잡한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의 내면 목소리에 귀기울일 기회를 갖게 한다. /임훈 기자 hoony@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