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병원 ‘0명’·영남대병원 ‘비공개’…대구 전공의 복귀, 싸늘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이례적으로 추가 모집까지 나섰지만 대구권 수련병원의 첫 접수 마감 결과는 참담했다. 26일 오후 5시 전공의 복귀 원서를 마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지원자 수가 '0명' 이었다. 같은 날 접수를 끝낸 영남대병원은 접수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많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의료계 안팎에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복귀 수요가 저조한 데는 이미 절반 이상의 전공의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이날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사직 또는 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8천791명 중 5천399명(61.4%)이 올해 3월말 기준 병·의원에 재취업한 상태였다. 이 중 60.3%(3천258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 중이었다. 이는 병원급(24.3%), 종합병원(13.2%), 상급종합병원(2.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443명), 경기(588명), 인천(118명), 부산(178명), 대구(107명) 등 대다수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렸다. 특히 의원급 근무자 3명 중 1명(1,094명)이 서울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과별로는 일반의(497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내과(340명)·정형외과(286명)·이비인후과(208명)·피부과(205명)·안과(205명)·마취통증의학과(100명) 등의 순이었다. 환자와 수련이 집중된 병원급 이상보다는 개별 개원가에 쏠린 셈이다. 정부는 올초 "더 이상의 전공의 추가 모집은 없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의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해 입장을 바꿨다. 이번 모집은 정기 전형과는 별도로 병원별 자율 전형으로 진행됐다. 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은 27일, 계명대 동산병원은 28일 접수를 마감한다. 하지만 첫날 분위기상 추가 접수 병원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추가 모집을 통해 대구경북권 7개 수련병원은 인턴과 레지던트(1~4년) 등 총 1천명이 넘는 전공의를 모집할 계획이다. 하지만 병원 측에 따르면 복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전공의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 개시일을 6월 1일로 인정하되, 수련 기간 단축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고연차 전공의의 경우,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를 위해선 3개월 이상 수련 공백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이달 복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복귀 결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동료 눈치, 복귀 후 파장, 군 입영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 의료계는 의무사관후보생 신분 유지, 인턴 수련 기간 단축 등 현실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추가 모집이 병원 진료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신뢰 회복 실패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