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퇴보하는 영천한약축제
예로부터 대한민국 한약재 유통 중심지로 알려진 영천시는 한방 산업 발전,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지난 2002년부터 한약축제(과일 축제와 통합)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지역 홍보, 단체장 치적 등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매년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천여 개의 축제가 전국 각지 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지역 축제만 성공하고 대다수 축제는 천편일류적인 무분별한 기획, 부실한 콘텐츠, 베끼기·짜집기 행사로 혈세 낭비성 축제라는 평가을 받고 있다. 영천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약과 과일, 한우, 와인, 별빛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이 중 한약축제는 영천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가치가 있고, 시작한 지 스무 해가 지났지만 행사 내용과 기획은 도리어 퇴보하고 있다. 22회를 맞은 한약축제는 지난해부터 한약에 집중해 '한방도시 영천'을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과일축제와 분리해 단독행사로 개최했다.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17일부터 3일간 열린 올해 한약축제는 지난해의 판박이였다. 개막 축제장에서 만난 다수 방문객들은 볼거리, 먹거리도 형편 없고, 1%의 감동도 주지 못하는 '혈세 먹는 하마'라고 지적했다. 테마는 우수하지만 노래자랑, 초청 가수 공연, 전시부스 등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짜여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뼈아픈 비판도 나왔다. 행사장 인근에 마련된 주차장은 300여 대 규모였지만 행사 전날 내린 비로 땅이 질퍽해 개막식 날 사용조차 하지 못하면서 방문객들은 주차난에 시달렸다. 게다가 일부 부스는 개막 첫날부터 개점 휴업이었고 대다수 부스도 행사 둘째 날 짐을 쌌다. 텅빈 행사장에서 문뜩 6억원의 혈세만큼 경제적 효과, 문화적 향유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지 의심이 가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냉철한 사고로 자기 허물을 벗기고 경쟁력 없는 축제의 체질 개선에 나서 영천 한약축제가 경북을 대표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감동이 있는 축제가 되길 응원한다. 그 출발점은 명확한 축제 평가와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시민의 실망감과 피로감만 높이는 이벤트성 축제를 지양하고 축제의 본질과 목적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