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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이영란의 스위치] 박화출 在英 한인입양회 후원회장 "경제적 위상 높아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상위 고아 수출국"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해외 입양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것도 코로나 기간에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1924년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인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제입양 규모 1위는 콜롬비아(387명), 2위 우크라이나(277명), 한국은 26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무분별한 국제입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해외 입양은 꾸준히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폐지되지는 않았으며,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254명으로 세계 7위였다. 그런데 2020년 기준 한국의 해외 입양은 1년 만에 3위가 되었다. 중국 등 해외 입양이 많았던 나라들은 팬데믹 와중에 해외 입양이 크게 줄었으나, 한국은 되레 늘어났기 때문.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사는 한인 입양인들을 30여 년 후원하면서 '입양인의 대부'라는 별칭을 얻은 박화출 재영국입양회 후원회장(Bbfood 대표)을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내외동포정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0월 말 열린 경북도 해외 자문위원 협의회 정기총회와 경주보문관광단지 관광역사공원 기공식 참석 등을 위해 고국을 방문한 뒤 최근 영국으로 돌아갔다. 최저출산에도 해외 입양은 3위"뿌리 깊은 혈족 중심 가족문화 탓 우리 사회 아직도 국내 입양 배척 미혼모 정책·위탁사업 활성화 필요 경북도 등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면 끝없는 해외 입양 행렬 해결될 것" 30여년 후원 '입양인들의 대부'"코로나 사태 전까지 매월 한 차례 내가 운영하는 식당서 정기 모임 소식·정보 나누고 韓문화 체험도 수백명 모이던 유럽입양동포체전 언젠가는 꼭 다시 열 수 있길 기대" ▶한국의 해외 입양은 지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반등했다고 한다. "고국은 매우 잘살게 되었는데 해외 입양 행렬은 끝나지 않고 있다. 뿌리 깊은 혈연 중심 문화 탓에 국내에선 입양을 꺼리기 때문이다. 장애를 지닌 아이일수록 품어줄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것 같다. 여전히 한국은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입양인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영국으로 이민을 하기 전부터 어린이재단을 통해 결손 가정 아이들을 돌봤다. 부모가 있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통받는 애들을 몇 명 지원했는데 영국 가서 인원을 더 늘려서 돕게 된 것뿐이다."▶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1991년 식당을 개업한 후 입양인을 만나게 되었고, 영국 입양인후원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그들을 돕고 있다. 벌써 30여 년이다. 이제 그들 가운데는 부모가 된 사람도 꽤 많다. 처음에는 그들이 우리와 유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믿고 열심히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그들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다. 고마운 일이다. 이 일로 상도 받았다. 대통령 표창을 두 차례 수상했고, 국민포장도 받아 보람이 한층 크다."▶처음 입양인을 만나보니 어땠나."어쩌다 입양인이 거주국에서 성공하거나 출세한 보도를 접하고는 역시 한민족의 후예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을 만나보니 심리적인 갈등을 많이 겪고 있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주로 어떻게 활동했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중단했는데 그 직전까지는 매월 1회 내가 운영하는 아사달 레스토랑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었다. 입양인들이 서로의 소식과 정보를 나누고 한국 음식을 맛보고 한국문화를 체험하게 했다. 입양인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 행사도 수시로 열어 그들이 정체성을 찾도록 도왔다. 특히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 한국 방문 행사를 지원하며 동행도 했다. 입양인 양부모와 현지인 친구, 친척들과 한국인들이 만나는 문화행사를 열어 한국문화를 현지인에게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입양인 지원에 힘을 모으기 위해 유럽 6개 국가의 입양인 단체와 미국의 2개 단체와 함께 국제한국입양인연합(IKAA)도 결성했다. 최근에는 한영장학회를 만들어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 학생을 돕는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가장 보람 있었던 적은."유럽한인입양인체육회를 개최할 때이다. 2005년부터 영국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의 나라를 돌아가며 체육대회를 열었다. 각국에서 매회 300~500명씩 참석해 2박3일간 국가 간 경기를 진행했다. 입양 동포들이 체육대회에 참가해 한국인의 정을 많이 느꼈고 입양인 상호 간에 교류도 확대할 수 있었다. 예산 문제 등으로 2012년부터 중단되었다. 다시 유럽 입양 동포 체육대회를 꼭 활성화했으면 좋겠다."▶현재 입양인의 상황은 어떤가."지금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입양 동포들은 2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있다. 훌륭한 가정에 입양되어 훌륭하게 자랐다. 대부분 각계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어려움을 호소는 입양인도 찾아온다. 고민을 함께 나누는데,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어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많다.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입양인들도 있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입양인을 돕는 일은 아내가 나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친엄마처럼 입양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먹거리를 챙겨준다."▶앞으로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혼혈인이나 미혼모 등을 배척하고 밀어내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국내 입양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어려움에 처한 부모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위탁 사업도 활성화하길 원한다. 정부는 미혼모 정책 등을 잘 펼쳐서 그들의 자녀들이 국내에서 엄마와 같이 살게끔 만들기 바란다.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부가 국민을 지켜야지 누가 지키겠나. 이번에 경북도 해외자문위원 협의회에 참석해 경북도만큼은 해외 입양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철우 도지사께서 이 문제를 1순위 과제로 올려 챙겨보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전국의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면 해외 입양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입양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야 한다."▶영국 나간 지 얼마나 되셨나."41년 되었다. 1981년도에 나갔으니까. 월남파병을 다녀와 직장을 다니는 중에 군대 복무 때 선임이 해외 진출을 권유해 준 것이 생각났다. 당시만 해도 잘살았던 아르헨티나로 농업 이민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수속을 밟던 중에 1970년대 영국으로 진출한 동생이 권해서 방향을 틀었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혼자 영국 가서 2년을 견디다가 가족을 모두 런던으로 불렀다. 모든 것을 하나부터 다 배워야 하니까 정착하기까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10여 년 동안은 혹독하게 고생을 했다. 아내와 함께 허드렛일도 많이 했다. 돈을 좀 모아 식당을 내면서 조금씩 자리가 잡혔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거세다."격세지감을 느낀다. 고국이 잘살고 여러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가 약진을 하니 해외 교민들도 한층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됐다. 다만 가끔 한국에 들르면 갈수록 소비성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의 위상이 많이 좋아졌지만 불필요한 소비는 자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 있으니 늘 고국이 그립고, 언젠가는 조국에 돌아와 살고 싶다.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해외에서 고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특히 대구시민, 경북도민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이라면 도움이 되고 싶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박화출 회장 △1947년 경주 출생 △재영민주평통 15기 협의회 회장 △유럽경제인영국협의회 회장(현) △경북도해외자문위원(현) △내외동포정보센터 고문 △Bbfood 대표(현)
2022.12.14
[이영란의 스위치] 국회산자위 與간사 한무경 원내부대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제정에 앞서 군위군 편입 먼저 처리 예정"
문헌정보학을 가르치던 대학 강사로 20년, 자동차부품업 경영인으로 20년을 보냈고, 현재는 정치인으로 인생 3모작을 일구고 있는 국민의힘 한무경(비례대표·초선) 국회의원이 다시 한번 '콴툼 점프'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시작된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간사직을 맡은 것. 정치에 들어선 지 고작 2년을 막 넘기고 국회 중요 상임위 간사직을 맡은 것은 파격적. 한 의원은 간사직을 맡자마자 국정감사 운영을 총괄하며 문재인 정부 5년의 가장 큰 실정인 탈원전 및 신재생 확대의 민낯을 드러냈다. 또 거대 야당과 주요 현안을 조율하며 국민 기대에 맞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여당 간사로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직으로 원내부대표도 맡아 정치인으로서 자신감을 붙여가고 있는 한 의원을 지난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산자위 여당 간사를 맡아 국감을 치렀다. 지난 2년과 비교해 보면."간사로서 국정감사 일정과 현장 시찰, 증인출석 등 야당과 협상하면서 국회에서 협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을 빌미로 야당이 국감을 지연시키고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기 위해 야당과 원만한 협의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비례대표 출신 초선이 산자위 간사를 맡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데."중소기업인 출신으로서 전반기에도 산업위에서 쭉 활동했고, 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도 맡는 등 실물경제와 밀접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주효했던 듯하다."▶지방시대위원회 설립 등을 위한 정부조직법,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등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법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수도권으로 지나치게 쏠린 현상을 해결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발전지원을 위해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의 연계·통합이 시급하다. '지방시대위원회 설립 등을 위한 정부조직법'이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이번 주 국회에 제출된다.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은 그에 앞서 '군위군 편입 법률안'을 먼저 처리할 예정이다. 대구경북신공항은 군 공항 이전과 후적지 개발에서 접근교통망, 공항 도시, 공항산업단지 등의 연계 사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공항 사업 전체는 국토부 장관 소관이지만, 특별법에 따르면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기존대로 대구시가 위임받아 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대구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회 여당 원내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정치 입문한 지 3년이다. 정치를 해보니 어떤가."기업과 산업계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돌진한다. 그러나 정치의 길은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하나 청취하며 가야 하니 더디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소수의 의견도 청취하면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큰 힘을 절감하고 있다."▶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동차부품업을 성공하기까지 난관도 많았을 것이다. "이화여대 도서관학과 석사를 마친 뒤 대학 강사로 지냈다. 40세까지 남편과 아들을 둔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변곡점은 외환위기(IMF)가 몰아닥친 98년에 찾아왔다. 은행원 출신 아버지에게 쌍용차에 있던 지인이 당시 부도난 쌍용차 자동차 부품 사업부 인수를 제안해 왔다. 아버지는 8자매 중 막내인 내게 제안서를 검토해 보도록 했다. 딸들 중 유일하게 꿈을 향해 계속 매진하는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셨다. 사업이라곤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제안서를 검토하는 순간 피가 끓었다. 경기가 살아나면 곧바로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대로 됐다. 매출이 매달 2배씩 뛸 때도 많았다.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외계어 같았던 용어를 익히기 위해 거래처를 만날 때마다 자동차 용어집과 영한사전을 들고 다니며 메모한 뒤 외우기를 반복했다. 초창기부터 10여 년간 공장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놓고 했다. 낮은 자세로 나서니 기름때 묻은 남성 직원들이 따라와 주었다. 결국 1억원에 인수한 기업은 이제 매출 7천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 됐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회사 주식은 모두 백지 신탁을 했고, 경영은 전문인에게 맡겼다."▶중요한 선택의 귀로에서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바로 나 자신이다.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행동에 옮겼다. 처음 교수라는 목표를 정하고, 빨리 교수가 될 방법을 생각했다. (과거엔) 신설학과에 들어가면 대개 졸업생 1명을 교수로 채용했다. 이를 고려해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고, 석사 후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창업을 결정한 것은 회사인수를 제안받은 후 문헌정보학 전공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의 데이터를 확보했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장에 직접 방문해 보니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장을 역임하며 여성 기업을 위한 입법과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고, 직접 정치계에 입문해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 더 나은 경영 환경을 개선해 주고 싶었다. 여성 기업인이라는 전문성을 살려 비례대표로 정치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렇듯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매 순간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그 믿음의 근원은 '호안우보(虎眼牛步)의 자세'에서 비롯되었다. 호랑이의 시선으로 보고, 소의 걸음으로 걷는다는 뜻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까지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한번 결정을 내렸다면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묵묵히 나아가고자 노력한다."▶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권력을 나누는 정치를 하고 싶다.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권한과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은 에너지 정책을 논의하다가 내일은 통상정책, 또 그다음 날은 재난 대책을 결정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일상이다. 매일 맞닥뜨리는 국정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권한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1명의 힘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권한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국민과 나누는 정치를 하고 싶다. 느릴 수도 있지만 옳은 정치를 위해 노력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향 대구경북의 발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중요한 것은 청년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근무환경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을 고려한 기업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천편일률적인 일자리 사업이 아닌 지역 맞춤형 신규사업을 많이 도입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구직자의 수요에 맞는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리고 시작을 했으면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도록 하겠다."▶차기 총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찾기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이번 정기국회를 마무리하고 차분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 여성 기업인을 대표해 국회에 들어와 어렵게 정치적 훈련을 받았다.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열매만 따먹고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맘도 크다. 결정하기까지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결정이 되고 나면 무섭게 치고 나가는 힘이 있다. 선출직에 도전해 봉사의 길을 이어갈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한무경 국회의원△1958년 경산 출생 △경북여고, 효성여대, 이화여대 대학원(문헌정보학 박사) △이화여대 강사 △효림그룹 회장 △경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21대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현) △국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위원(현) △국민의힘 원내부대표(현)경산 출신인 국민의힘 비례대표 한무경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리고 시작을 했으면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무경 의원실 제공〉
2022.11.09
[이영란의 스위치] '40년 수집·연구' 이돈수 한국 근현대 서지 자료 컬렉터 "동해·한국해 고지도 400점 소장…정부 파악 해외사료보다 많아"
대구 출신인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겸 갤러리 북과바디 대표는 한평생 역사와 자료, 미술에 천착해온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근·현대 서지 자료 컬렉터다. 한국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사료와 동해, 독도 관련 고지도와 관련 자료 등을 40년 가까이 수집하고 또 연구해 온 것. 보유한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한·일간에 첨예하게 갈등하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역사상 동해 표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어 왔다. 최근 그는 '탐정 놀이'를 하듯 하며 옛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얻은 세계적인 화가 앤디 워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전, 그러니까 상업작가 시절(1949년부터 60년대 초반까지)에 그린 희귀 잡지와 책, 아동 도서의 표지나 삽화, 광고 포스터, LP 커버 등을 전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천절을 보내면서 우리 옛 사진 전문가, 고지도 전문가라고도 불리는 이 대표를 서울 논현동에 있는 그의 갤러리에서 인터뷰했다. "19세기 후반 英·佛·獨 등서 제작된 독도 한국령 지도 국내 최초로 공개 예전엔 경쟁 수집가 대부분 외국인 한국인 자존심에 더 깊이 빠져들어 고지도 수집땐 금전적 가치가 아닌 한국 관련 정보 담고 있느냐가 중심 사진·엽서는 1945년 이전 것만 모아"▶수집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중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가까운 산에 있는 다양한 이끼를 가져와 키우기 시작했지만 모두 말라 죽어 더는 모으지 않았다. 그 후론 볼펜의 심을 모으기도 했고, 또 길을 가다 마주친 조약돌도 모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턴 클래식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다. 창고 박스 안에 모셔 놓은 수백여 점의 클래식 기타 음반은 나를 위로해준 친구다. 수집을 계속하게 된 것은 기억력의 문제 때문이다. 관심을 두지 않는 일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기억할 만한 순간의 기억들도 내 머릿속에 없다. 그런데 애정을 가지고 수집한 어떤 대상을 보고 있으면, 그날 날씨와 분위기 등, 그날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이런 연유로 수집이 습관이 되고 취미가 되고 일상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 대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를 한 비용으로 화랑에서 그림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림 수집 취미는 대학원에서 미술사학과를 선택해 삶의 모습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모았던 그림들은 지인들에게 선물해 지금은 가진 것이 거의 없다. 386세대의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내던 중 고서에서 뜯어낸 옛 종이로 주점 벽을 도배질한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아, 고서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고서적에서 시작된 관심은 이내 고지도로 옮겨갔고, 이후 지금까지 수집가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소장 자료를 소개하면. "수집가로 제 자신을 소개할 때 보통 '종이 위에 인쇄된 한국 관련 역사 자료를 모으는 수집가'로 소개한다. 이 수집의 범위 안에는 고지도, 고서적, 사진, 엽서, 오래된 신문 등 2D 중심 사료가 포함된다. 모든 수집품을 합하면 수만 점은 될 것 같다. 고지도의 경우 주로 외국 고지도를 중심으로 모았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서양 고지도에 있어서는 수원 모 사립대학의 지도 전문 박물관이 소장하는 양보다는 많다. 동해에 '동해'와 '한국해'가 표기된 지도만 400여 점 가까이 소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 기관에서 조사한 외국의 다양한 박물관과 대학 기관 등에서 소장한 지도의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지도의 수집 방향은 지도의 금전적 가치가 중심이 되지 않고, 한국과 관계된 정보를 담고 있느냐가 중심이 된다. 바다 표기, 북방 영토와 국경선, 독도 등 한국과 관계된 사항이 수집의 주제이다. 한 장의 지도를 수집하기 위해서 그 지도에 관한 것을 공부하고, 지도를 찾아가는 과정에 들인 노력과 수고의 시간은 한 점의 지도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의 열 배, 또는 스무 배 이상일 때도 허다하다. 사진과 엽서는 1945년 이전의 것을 수집하는데, 이것도 2만 점 이상일 것 같은데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서양에서 발행된 한국 관련 기사가 난 신문을 모으는데,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에서 발행된 1945년 이전의 신문이 수백 점이 되고, 또 그 외 종이에 그려진 한국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서적도 다수 있다."▶대표적 소장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몇 년 전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양경계선이 그어져 있고, 독도가 한국영토에 속하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19세기 후반의 지도 6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하멜 표류기도 여러 판본을 갖고 있다. '안응칠'이라는 아명이 선명하게 나와 있는 안중근 의사 사진, 병인양요, 동학농민운동, 항일의병 등과 관계된 서울의 모습과 종이 한지, 옹기, 석빙고 등의 과학문화재 그리고 의식주, 건축, 농업, 직업 등에 관계된 풍부한 사진 자료 등이 있다."▶40여 년 한 우물을 파 왔다. 보람도 있겠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을 듯하다."오랜 기간 한 곳에, 또 금전적 이익이 없을 만한 곳에 집중하는 모습은 이상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근 40년의 수집 취미 생활을 하면서, 30년 정도는 주위에서 이상한, 소위 말해 미친놈 취급을 당했다. 최근 10년 전부터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 관련 사료를 수집할 당시 대부분의 경쟁 수집가들은 외국인이었다. 광주사태 때 한국에서 생활한 신문기자,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연구원과 한국 문화·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원 등 한국의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외국인이 많았다. 그 당시 한국 수집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몹시 부끄러워 한국인으로서 자존심 때문에 더 깊이 빠져든 부분도 있다. 현재는 예전과 달리 한국 역사 자료를 찾는 한국인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저의 수집 열정은 많이 식었다. 지금도 가끔 수집을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찾지 못하는 자료만을 중심으로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수집이 일상이 되었는데 경제적 운용 측면에서 저는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집도 없고, 최근까지 자동차도 없이 생활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제가 미안함을 표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흔해 빠진 아파트 몇 채보다 제가 수집한 자료의 사회적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위로하면서 살아왔다."▶특히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하면."우리 역사의 조각을 찾아 알렸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5년 '기생전'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는데, 이후 기생을 주제로 한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이 만들어져 제 인터뷰가 미국 신문에까지 실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동해의 국제표준명칭으로 유엔지명전문가회의(UNGEGN) 지명위원회 위원장이 '한국해' 표기를 지지했을 때 등 다양한 사건이 있다."▶그림 미술시장이 크게 팽창하고 있다. 그림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나."그림 시장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다. 우려와 희망이 같이 존재한다. 최근 아트 펀드, 아트 컨설턴트, 아트 매니지먼트와 같은 예전에 들어 보지 못한 명칭들이 많이 보인다. 미술을 투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산업적 측면만 강조한 미술시장이 만들어낸 명칭인 것 같다. 미술품이 소비자의 투자적 목적을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이 이탈하는 경우, 미술 시장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금전적 측면과 관계없이 미술품을 향유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된다. 앞으로도 그림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 작가들의 실력과 잠재력이 아주 커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좋은 작가들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이돈수 대표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과 관련, "동해의 국제표준명칭으로 '한국해', 그리고 국내표준명칭으로 '동해' 사용을 주장하고자 18년 전 한국해연구소를 만들었다"며 "이 연구소를 통해 동해 표기의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초 갤러리를 오픈해 개관전으로 '앤디 워홀전'을 열었다"며 "이 전시가 파주의 복합문화공간에서 12월까지 진행된다"고 귀띔했다. 영남일보가 1955년에 제작한 달력. 〈이돈수 대표 제공〉
2022.10.12
[이영란의 스위치] '디자인계의 BTS' 극찬 받는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아르떼뮤지엄 2호점 경주에 설립하려 했지만 아쉽게 거절 당해"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LED 전광판에 '파도(WAVE)' 영상을 전시하고, 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초대형 폭포 'Waterfall-NYC'와 물로 만들어진 고래 형상의 퍼블릭 미디어아트 'Whale #2'를 올려 '디자인계의 BTS'라는 극찬을 들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는 영주 출신이다. 그는 영주 대영고와 서울대 경제학부를 거쳐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다가 2007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면서 디스트릭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우여곡절 끝에 30대 중반에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떠맡게 된 그는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오랜 적자의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켰다. 불과 1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작년 초만 해도 직원들 봉급 줄 걱정을 해야 했던 그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하다니"라며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이다.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고 있는 불혹을 갓 넘긴 이성호(42) 대표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본사 대표실에서 만났다.▶'디스트릭트'를 간단히 소개하면. "2004년에 설립한 회사다. 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 회사다. 2007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면서 디스트릭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9년 군 복무가 끝났지만, 입대 전 다녔던 삼일회계법인에 돌아가지 않고 디스트릭트에 남았다. 당시 이 회사의 사업인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라는 아이템에 관심 있었고,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역량이 마음에 들었다. 입사 하자마자 회사가 어려워졌다. 2015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당시 디자이너 출신이었던 회사 공동창업주들이 2016년 대표이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가 살아났다. 사실 30대 중반에 회사 대표가 됐지만 회사 재정 상태가 직원 봉급 주기도 빠듯할 정도였다. 기업으로부터 주문이 없을 때는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 있어도,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사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로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우리 기술력과 브랜드를 세계에 알려야 된다고 판단했다. 아르떼뮤지엄 개관을 추진했다. 이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한때 봉급 주기도 힘들 정도로 위기변화 모색하다 아르떼뮤지엄 탄생코로나에 막혀 해외로 못간 사람들제주도 몰리며 사업 터닝포인트 돼타임스스퀘어 영상 후 세계적 주목현재 글로벌社 디지털 영상도 제작"▶202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등장한 파도와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등장한 102.5m의 대형폭포, 그리고 물로 만든 고래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다."우리 회사를 국내외에 알린 계기가 됐다. 시연 이후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근 다수의 세계적인 회사와 계약을 체결, 해당 브랜드를 광고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아르떼뮤지엄 제주 등 상설 전시장도 여러 개 오픈시켰는데. "코로나 초기에는 팬데믹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됐다. 해외 관광길이 막히자,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뮤지엄 관람객이 늘기 시작했다. 꽃, 폭포, 정글, 파도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콘텐츠도 팬데믹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점차 입소문을 탔고,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여수, 12월 강릉에서도 각각 문을 열었다. 여수는 하루 평균 1천400명 이상, 강릉은 3천100명 이상, 제주는 2천500명 이상이 계속 오고 계신다. 8월 말까지 총 관객이 31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마지막으로 2023년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개관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향인 경북에 상설 전시장이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아 아쉽다."사실은 제주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두 번째는 경주에 뮤지엄을 열 계획이었다. 보문단지 주변과 경주문화엑스포의 넓은 빈 공간이 최적지라고 보고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그런데 모두 다 거절당했다. 아쉽고 당혹스러웠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수·강릉·부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강릉은 시장께서 직접 회사를 방문해 유치 의사를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었다.""유교·선비 등 지역문화 재가공 없이그 자체로 앞세우면 사람 끌기 어려워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보는 노을 등젊은 층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름다운 포인트 알릴 방법 찾았으면"▶디지털아트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또 한 분야의 K컬처가 되겠다. "홍콩을 시작으로 향후 5년 이내 전세계 주요 도시에 30여 개의 아르떼뮤지엄을 설립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중국 청두와 선전 등이 내년 아르떼뮤지엄 설립 후보지이다. 해외에서 전시의 콘텐츠 티켓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출 사업 중에 하나로도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가 문화와 관광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데 조언할 게 많을 듯하다. "영주가 제 고향인데 유교·선비 문화 이런 것을 재가공 없이 그 자체로 앞세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 인성 교육을 위해서 손잡고 데리고 갈 순 있겠지만 사람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 찍을 수 있을 만한 곳에 많이 간다. 아르떼뮤지엄이 잘 되는 이유도 거기 가서 사람들이 가상의 자연을 보면서 안식을 얻는 목적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석사의 무량수전 앞에서 보는 노을 등 아름다운 포인트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 좋겠다."▶이 대표의 고향인 영주를 포함해 지방 소도시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좋은 대학은 대부분 도시에 있으니까 그냥 다들 때가 되면 영주를 떠난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남아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좋은 대학 나오는 게 인생 최고의 솔루션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좋은 대학이라고 남들이 얘기하는 데 가서 생활을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영주에 있어도 정말 재능이 있고 끼 있는 유튜버는 서울 좋은 대학 나온 샐러리맨보다 훨씬 행복하고 돈 많이 벌고 살 수 있지 않나. 세상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지방에 사는 것도,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회를 평등하게 가져갈 수 있을 만한 길이 많이 열렸다."▶아들에게 좋은 대학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나. "첫째가 지금 7살인데 그 애가 대학 갈 때쯤이 되면 좋은 학교 나온 거가 정말로 별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직업이라는 것도 그렇다. 앞으로는 어떻게 자라왔는가가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학교를 통해서만 사람이 성장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실 학교 안 가도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 후배들에게 도시에 가야지만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도시든 지방이든 더 중요한 거는 결국 본인이 내적으로 얼마만큼 잘 성장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어렵게 공인회계사가 됐는데 보장된 길을 걷지 않았다. 다른 선택을 하게 될 때 그 기준이 있었나."직감에 많이 의존했던 것 같다. 논리적인 것, 남이 얘기하는 거 들으면 판단이 어렵다."▶앞으로 계획은."아르떼뮤지엄을 해외 주요 도시에 확산하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우선 그걸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잘 만드는 역량만 있으면 사업의 기회는 굉장히 무궁무진하다. 5년 후는 5천억원 매출을 예상한다. 3, 4년 뒤에는 국내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도 안 될 것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해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이성호 대표=△1980년 영주출생 △영주 대영고, 서울대 경제학부, 서울대 대학원 석사 입학(제적) △삼일회계법인, 디스트릭트코리아 대표이사(현), 공인회계사(현)지난 2년간 제주, 여수, 강릉에 아르떼뮤지엄을 설립해 자본잠식 상태이던 회사를 일거에 일으켜 세운 이성호 디스트릭트대표는 경북의 관광지에 상설 전시장이 한 곳도 없어 아쉽다는 지적을 받자 "제주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두 번째 뮤지엄을 경주 보문단지 주변과 경주문화엑스포 공간에 설립하려고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거절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2022.09.07
[임성수 사회부장이 만난 사람] 최종원 대구지방환경청장 "댐물이든 강물이든 꼭 더 좋다는 건 없어…오염원 등 모두 따져봐야"
최근 환경문제가 대구경북지역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낙동강 수계인 구미 해평으로 이전이 추진되던 대구 취수원이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안동댐으로 변경되는 움직임 속에 환경단체가 댐 바닥 퇴적물의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은 또 낙동강의 녹조 심화로 인체에 해로운 조류독소까지 발견됐다며 낙동강의 보(洑) 개방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국립공원이 추진되고 있는 팔공산에 케이블카 설치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관리청장과 한강유역관리청장, 대기환경정책관 등을 역임하고 올해 1월부터 대구지방환경청장을 맡고 있는 최종원 청장(56)을 지난 25일 대구환경청에서 만나 최근 이슈로 떠오른 지역 환경 관련 사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대구 매곡취수장 최근 3년간 수질 식수로 이용 가능한 1~2등급 유지 低유속 일부 저층서 유충 나왔다고 낙동강 전체 수질악화 주장은 과해 안동댐 6곳서 5년간 수질 모니터링 수은 등 중금속 6개 항목 검출 안돼 2017년 수자원公 연구용역 결과보면 퇴적물 중금속 수질영향 매우 낮아 갓바위케이블카 설치협의 아직 없어 환경영향평가 요청땐 면밀히 검토 美부지 정화작업 원활한 진행 노력▶대구환경청장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나 사안이 있다면."대구경북은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어 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낙동강 주변에 오염원도 많고 취수원이 20여개나 있어 어느 지역보다 수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 식수원인 팔당댐의 경우 경기도 일부를 제외하곤 위쪽으로 강원도 등에는 큰 산업단지가 없어 낙동강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질 보전이 잘되고 있는 편이다. 반면 낙동강을 보면 중간중간에 기업도 있고 도시도 있고 취수원도 있고 해서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니 낙동강 수질 관리는 굉장히 어려워 보다 철저한 수질 관리를 통한 안전한 식수원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최근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대구 취수원 이전 등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해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소통과 협력의 가교역할 수행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최근 발생하고 있는 낙동강 녹조를 두고 당국과 환경단체 간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환경단체에서 녹조(조류) 시료 채취 위치와 조류독소 분석 방법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 수용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잡아 가도록 하겠다. 조류 시료 채취 위치는 환경단체 의견을 수용해 개선안을 연구하고 있고, 시범운영과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할 방침이다.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시험방법(ELISA법)으로도 조사해 봤지만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단체가 제시한 방법이 공인된 시험방법은 아니지만 앞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낙동강에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발견되면서, 식수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최근 3년간 낙동강의 수질 측정 자료를 보면, 정수처리 후 식수로 이용 가능한 1등급 내지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유속이 느린 일부 저층에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낙동강 전체 수질이 악화했다는 지적은 과도한 면이 있다. 그리고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는 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 공정이 도입돼 있어 정수처리 과정에서 이물질을 완전하게 제거해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3년간 대구 매곡취수장 인근 수질 현황을 보면 환경기준치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녹조 해소를 위한 낙동강 보(洑) 개방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지."보의 운영은 가뭄이나 물 이용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상류 댐과 연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가뭄 시에는 물을 가두어 농업용수 이용에 도움이 되게 하고, 녹조 발생 시에는 상류 댐에 여유 수량이 있는 경우 상류에서 수질이 좋은 물을 흘려보내고 하류의 녹조가 심한 보를 동시에 개방해 수질을 개선하는 '펄스 방류' 조치로 녹조 해소에도 활용할 수 있다."▶대구시가 식수원을 해평 취수장에서 안동댐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식수로 강물보다 댐물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지."우리나라 취수원을 보면 댐물과 강물로 나뉘어 있는데, 솔직히 어디가 좋다고 딱 잘라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식수원으로 적합한지는 수질, 수량, 주변 오염원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강물 또는 댐물만으로 적합 여부를 논하는 것은 곤란하다. 수량과 수질 오염원이 얼마나 있느냐 이런 부분들을 다 봐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댐은 아주 최상류 지역에 많이 만들고 상류 오염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까 좋다고 보는 것이지, 댐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상류에 있고 오염원이 없고 수량과 수질이 풍부하다면 강물보다는 좋을 것이다."▶환경단체에선 퇴적물 중금속 오염을 이유로 안동댐·임하댐 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하는데."안동댐 상류 지역에 석포제련소나 광산 등이 있어 과거에는 오염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러 정화 작업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환경부에서도 안동댐과 임하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6개 지점에 수질 측정망을 설치해 카드뮴, 납, 수은 등 중금속 6개 항목을 모니터링한 결과 최근 5년간 이들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환경단체에서는 안동댐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문제라고 하고, 대구시는 원수로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물과 퇴적물의 상관관계는."2017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안동댐의 퇴적물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용역(안동댐 퇴적물의 특성 및 수질·수생태계 영향 연구)을 실시한 바 있다. 연구 결과, 퇴적물에 포함된 중금속이 용출되거나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팔공산의 국립공원 추진과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재점화된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견해는."팔공산은 환경부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국립공원의 가치, 지정 필요성 및 관리방안 등을 조사·평가)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용역 결과에 따라 국립공원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팔공산(갓바위) 케이블카는 아직 대구시에서 관련 협의를 요청해 온 것은 없지만, 향후 환경영향평가 등의 협의 요청이 있을 시 환경부에서 정한 '케이블카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캠프워커 등에 대한 토양 및 지하수 환경오염 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지역 미군부대 부지 정화작업 단계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대구지역 미군부대(캠프워커)의 토양·지하수 정화사업은 국방부와 미군 사이에 진행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비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정화작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끝으로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최근 대구지역의 취수원 이전을 두고 대구와 경북 지역 간 많은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상류와 하류 지역 간 물 문제는 서로 돕고 함께 노력하는 '상생의 정신'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구와 경북이 함께 협력하고, 취수원 이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s018@yeongnam.com최종원 대구지방환경청장이 지난 25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류와 하류 지역 간 물 문제 해결은 서로 돕고 함께 노력하는 '상생의 정신'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22.08.31
[조진범의 피플] 김요한 대구시 전 청년정책과장 "정부가 지방 이주 청년 의무적으로 지원할 필요"
비수도권에서 청년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청년 정책을 펴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의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소리가 심상찮게 들린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청년 유출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5년 동안 대구시 청년 정책을 담당한 김요한 전 청년정책 과장을 만나 방향을 물어봤다. 김 전 과장은 '청년 문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청년 문제가 아니라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라고 풀어써야 한다. 청년 문제라고 하면 취업 못하고 집 못 구하고 결혼 못하는 게 마치 청년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유인이 된 김 전 과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를 펴냈다. 그는 "쓰고 싶어서 쓴 책이라기 보다 사실 의무감으로 썼다. 청년 정책이 포괄적이다 보니 숲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세대와 다음사회, 청년의 내일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염려하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대구청년센터에서 이뤄졌다.▶ 청년 정책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사실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주거, 부채,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는 모든 계층이 겪고 있다. 다만 청년은 사회적으로 자립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계층보다 훨씬 무게에 짓눌려 있다. 또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관점이라 청년들이 굉장히 민감하고 첨예하게 받아들인다. 청년 정책은 공동체나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에서 투자의 관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다음 세대의 관점에서 다음 사회의 미래가치를 세울 수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청년의 삶과 꿈이 바로 지역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대구시 청년 정책 실무 책임자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청년 정책은 기능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어느 한 기능에 편중해서 보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구하지만,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회적 관계망에 의한 선배들의 조언이다. 청년정책 과장을 개방형 직위로 하는 지자체는 대구와 서울 밖에 없었다. '청년보장제'라는 지향가치를 강조한 곳도 대구와 서울이었다. 청년들이 취업이나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걸림돌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자기 일과 삶에 관련하여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여주는 게 청년보장제의 가치이다. 청년들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정책이라,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 청년의 목소리부터 시작을 하기 때문에 정책의 수요자가 정책을 함께 만드는 진화된 정책 모델이다." ▶ 청년 정책을 시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서울과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정책은 다르다. 다른 지자체에서 초기에는 서울의 청년 정책을 벤치마킹했는데, 나중에는 대구와 광주를 많이 모델로 삼았다. 서울의 청년 정책은 주거빈곤 문제에서 시작했는데, 비수도권과는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방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 기회, 교육 기회, 문화 예술 향유 기회의 격차가 굉장히 심하다. 비수도권은 청년 유출을 걱정하는데, 점점 커져가는 기회의 격차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결국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다시 지방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시 청년 정책 과장으로서 마지막 1년 동안 중앙 정부에 지방으로 다시 돌아오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했는데, 제대로 추진이 안됐다."▶ 비수도권의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인가."청년들이 서울로 가는 것을 무작정 말려서는 안된다. 더 좋은 기회를 가지려고 이동하는 것은 청년의 자유이고 당연한 일이다. 서울에서 3~5년 정도 생활한 청년들의 60% 이상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정부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을 의무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나 대학이 지방으로 이주하면 재정적·행정적으로 지원하는데, 청년이 지방으로 이주하는데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에 진출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 만큼, 지방으로 다시 돌아가는 청년들을 지원해야 한다. 수도권과 국가 발전을 위해 청년들을 키운 것은 지방이다. 그 청년들이 다시 자기가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꿈을 펼쳐보겠다고 하면 나라에서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 지방 소멸, 저출산 문제가 다 청년의 삶과 연결돼 있다." ▶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현금성 지원이나 일자리, 창업의 기회를 주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길을 찾도록 도와줘야 된다. 지금까지 많은 정책이 이 단계를 생략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스펙쌓기에 바쁜 게 현실이다. 남들이 좋다는 회사에 입사를 하고도 1년도 채 안되어 그만두는 청년들이 많다. 대구시에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이다. 청년센터에서는 '청년학교 딴 길'을 통해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틈, 여유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청년들 가운데 졸업을 하고도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훨씬 많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의 고민을 방황으로 치부한다.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를 알게 되면 노력하게 된다. 딴 짓도 해보고 딴 길도 걸어가면서 자기를 찾는 게 중요하다." ▶ 민선 8기의 청년 정책에 바라는 게 있다면."지난 5년 동안 청년 자강, 청년 희망 공동체를 목표로 정책을 펼쳤다. 민선 8기의 과제는 미래인재 도시이다. 인재가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도 만든다는 인재관점의 지역발전정책이다. 수도권에 진출해 경험을 쌓은 인재도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도시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가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논설위원>■김요한(48) 대구시 전 청년정책과장은 'IMF 외환위기' 세대이다.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전 과장은 1998년 대기업에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합격이 취소됐다. 대구섬유협동조합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2004년 출범한 대구전략산업기획단 공채 1기로 입사하여 이후 (재)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까지 13년 동안 대구지역 중소기업과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2015년 민간주도 협의체인 대구시 '포럼 창조도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7년 개방형 직위인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에 임용돼 5년 동안 청년들과 호흡했다. 김 전 과장은 "대구테크노파크 근무 당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포럼 창조도시를 통해 청년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주목하게 됐다"라고 했다.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으로 옮기면서 대구테크노파크에 사표를 냈었다. 김 전 과장은 지난 5월, 대구시 임기를 마무리하고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를 최근 출간했다. '지역은 청년을 세우고 청년은 지역을 바꾼다'라는 부제처럼 청년의 삶과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인 실험과 도전의 기록이다.김요한 대구시 전 청년정책 과장이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2022.08.16
[이영란의 스위치] 국제정치 전문가 이춘근 박사 "우·러 전쟁 선악 관점서 보면 안돼…우리에게 어느 나라가 더 중요한가"
유튜브 방송 '이춘근TV'를 통해 얽히고설킨 국제정치의 행간을 읽어주고 있는 국제전략전문가 이춘근 박사가 최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 시선을 끈다. '이춘근TV'는 현재 34만5천여 명이 구독하는데 '국제정치' 부문에서 독보적이다. 그런 그가 국민, 특히 젊은이에게 국제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국제정치학개론 교실수업'을 시작했다. '강대국 사이에 끼여 살아야 하는 한국인에게 국제정치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 5월 민간 주도로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기반을 세우겠다는 취지로 창설된 '세계한인교민청'(이하 교민청)의 초대 청장을 맡아 200여 개국의 해외 동포를 연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집필과 방송을 통해 지식을 전파해 온 학자가 직접 사회를 바꿔보겠다고 '행동'에 나선 듯하다. 지난주 미국의 조야를 살피고 돌아온 이 박사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11월 美 중간선거 공화당이 압승할 것민주당 지지하던 교포 대부분 돌아서패권국 지위 평화롭게 양보한 적 없어中 경제·정치발전 함께 가야 번영 지속통일 지원 힘·의지 있는 국가 美 유일줄타기 말고 한미동맹 한층 강화해야▶2020년 집권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간선거가 오는 11월8일로 예정되어 있다.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지금 상황으로 보면 민주당 전멸이다."▶어떤 근거냐."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이다. 교포를 포함해 소수 민족이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거의 돌아섰다. 민주당이 소수 민족의 주머니를 두둑이 해 주는 정책으로 표를 모았는데 근데 지금 주머니를 텅텅 비게 만든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일 년이었다. 기름값 등 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 물건값은 올랐는데 월급은 안 오르니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중산층 이하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좀 바뀌었다. 옛날에는 소상공인, 기업가 이런 사람들이 공화당이고, 민주당은 그냥 대개 가난한 사람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쳤다. 이제 거꾸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나온 남자는 다 공화당이고, 대학교 나온 여자는 다 민주당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11월 선거 전에 대통령 사임하라는 이야기가 민주당 내에서 나올 정도이다."▶예측대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면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미국 외교 정책은 한마디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같다. 바뀔 일 없을 거다. 외교는 거의 다 같은데 나는 미국 공화당이 더 낫다고 본다. 공산주의에 더 강경하다. 그렇지만 민주당도 강경하지 않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중국, 북한 싫어한다."▶미국은 자유주의적 패권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 듯하다. 현재 중국의 경제력을 약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대중국 정책의 변화는 없을까. "그렇다. 바이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전쟁할 것'이라고 대답했다."▶중국도 대만은 절대 포기 안 한다는 입장 아닌가. "중국이 대만을 뺏을 수 있을 때 건드릴 것이다. 그런데 대만은 우크라이나랑 다르다. 육군이 바로 가서 싸우는 게 아니다. 해군 군함을 타고 육군이 건너가야 된다. 전쟁하려면 30만명은 가야 되는데 30만명을 배로 나른다고 생각해 보자. 배가 몇 척이 필요하겠나. 게다가 군함 50척 병력 2만7천여 명의 미군이 대만해 옆에 있다. 여기에 일본도 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참전하겠다고 선언했다."▶대만에서 전쟁이 난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도와달라고 그러겠지."▶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이 곤혹스럽다. "이것만은 꼭 말씀드리겠다. 이 세상 어떤 패권국도 자신의 지위를 도전자에게 평화적으로 양보한 적은 없었다. 이게 국제정치의 진리 중 진리이다. 2차 대전, 1차 대전 등 모든 큰 전쟁은 도전자에 대해서 챔피언이 가서 막은 전쟁이다. 하물며 미국이 평화롭게 자기 자리를 중국에 양보한다고? 미국이 더는 중국이 크지 못하도록 막고 나섰다. 그게 경제다. 우리의 경우,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어딘가라는 설문에 국민 89%가 미국이라고 답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중국은 내수 기반이 탄탄하니 미국의 방해에도 계속 발전하지 않을까.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이 항상 같이 가야 지속 가능하다. 미국의 유명한 학자가 민주주의는 산업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산업화됐는데 민주주의가 안 오고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하면 나라가 쪼개진다. 독립하려는 소수민족을 꽉 쥐고 있으려니 지금과 같은 권위적인 리더십이 발휘된다. 그러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자유를 계속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발전 로드맵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이 계속 번영하려면 민주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홍콩에 명실상부 일국양제를 실시해야 하고, 위구르와 티베트를 독립시켜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으려는 한 중국의 미래는 암울하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망은."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나는 다른 사람하고 견해가 아주 다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선과 악의 감성적인 관점으로 봐서는 분석이 안 된다. 쉽게 얘기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둘 중 어느 나라가 우리한테 더 중요하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움을 주든 뭐를 하든 우리가 더 크게 생각하고 따져야 할 나라는 러시아다."▶이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당선을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차기 미국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차기 대통령 선거에 트럼프가 다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정치 참모로 활약한) 딕 모리스가 요번에 '더 리턴'이라는 책을 썼는데 트럼프가 출마 선언하는 순간 공화당 후보로 확정이 되고, 본선에서 100% 승리한다고 전망했다."▶최근 민간차원의 교민청을 설립하는 등 해외 교포 조직화에 힘쓰고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교민청은 국가 주도의 재외동포재단과는 다른 단체로,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다. 북한 주민에게 해방과 자유, 복음을 전하고 자유 통일을 이루는 데 해외 교포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740만명 정도의 해외 교포 중 300만명이 미국에 있는데 기독교 자유주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내가 유학했던 40년 전과 달리 교포들이 많은 부를 축적했고, 미국 내에서 영향력도 커졌다. 많은 교포 자녀가 하버드·예일·육군사관학교도 나오고…. 그러니까 교포 2세들이 미국의 엘리트가 되고 있는 거다. 이런 사람들이 고국을 위해서 정말로 뭔가 하고 싶어 한다. 이들의 힘을 잘 활용하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에 대해 조언하면."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는 국제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된다. 통일 문제 역시 국제 문제이다. 그런데 그거를 우리 민족끼리라고 접근했으니 틀린 거다.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원천이 분단이다. 그 분단의 원천은 국제 정치인 거다. 우리 민족이 분단한 건 아니다. 국제 정치적으로 분단됐기 때문에 해결책도 거기서 찾아야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통일을 지원해 줄 의지와 힘이 있는 나라가 미국 하나밖에 없다. 중국도 일본도 우리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지금 미국 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중국하고 북한 아니겠나. 그러나 통일을 원하는 세력의 힘이 크면 클수록 평화 통일의 가능성이 커진다. 거기서 우리가 줄타기 하면서 양쪽으로 다 이익을 보겠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이춘근 박사△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대학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현) △저서 '전쟁과 국제정치'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등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제전략 전문가 이춘근 박사는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 등으로 민주당의 인기가 바닥 수준이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오는 11월8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민주당이 완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튜브 이춘근TV 캡처〉
2022.08.03
[조진범의 피플]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유럽 우크라전쟁發 퍼펙트스톰 직면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식량 위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주화파와 주전파의 갈등 본격화1년 이상 계속될 가능성과 8개월 이내에 휴전하고 평화협정 맺는 시나리오 공존 에너지 위기 독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평화 원하는 국민이 50% 달해 유럽이 난리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신음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11년만에 0%에서 0.5%로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 목줄을 조이면서 다가올 겨울에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의 인내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유럽 내에서 주화파와 주전파의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인상과 인플레이션을 자유를 지키기 위한 비용으로 여기며 감내했던 분위기가 균열을 보이는 상황이다. 유럽의 '단일 대오'가 흐트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대체 유럽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지난 22일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안병억 교수를 만나 유럽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 교수는 '유럽 전문가'이다. 최근 유튜브 유명 채널인 '삼프로TV 경제의 신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유럽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G2(미국, 중국)의 시대지만, 가끔 G3라고 이야기하는데 G3에 유럽이 들어간다. 27개 회원국이 모인 유럽연합(EU)을 흔히 유럽이라고 한다. 유럽은 규범적 권력이다. 군사 강국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인 데다 국제 정치, 경제에서 규범을 만들고 확산한다는 의미에서 규범 뒤에 파워(power)를 붙였다. 그린 딜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2050년까지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대륙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유럽이 선도하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비슷한 목표를 제시했고,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이 군사강국이 아니라고 했는데, 원래 제국주의 원조 아니었나."세계 1, 2차 전쟁을 거치면서 국제 무대에서 변방으로 전락했다. 유럽에선 세계 1, 2차 전쟁을 '내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유럽은 통합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찾고 위상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 통합의 목표는 평화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재무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군사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나."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유럽연합이 군사 지원을 처음 했다. 군사 지원은 금기였는데 회원국의 정치적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럽 통합을 얘기할 때 경제도 있지만, 외교 안보도 포함된다. 유럽연합은 사실 위기 대응을 위해 회원국에게 외교 안보 지원을 꾸준하게 해왔다. 다만 위기 대응은 어디까지나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지, 미국이나 중국 같은 군사 강국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에 의존적인 외교 안보를 독립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EU 주권이나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목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이 퍼펙트스톰(동시다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합이 유지될 것인가."유럽이 퍼펙트스톰 앞에 놓인 것은 맞다. 에너지, 식량 위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주화파와 주전파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겨울에 가스를 끊을 가능성이 높은데, 유럽을 분열시키기 위해서이다. 주화파는 빨리 휴전하자는 입장이고, 주전파는 푸틴에게 확실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의 정치 위기도 문제다.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다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EU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가 54%에 달한다. 이탈리아는 EU 3위의 경제 대국인데,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경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사임으로 9월 조기 총선을 치른다.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한 드라기 총리와 달리 극우 정당은 친러 성향이다. 유럽 단결의 악재인 셈이다. 유럽으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결된다 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지, 에너지 지정학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화두다. 외교는 가치와 이익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것 같은가."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1년 이상 계속될 가능성과 8개월 이내에 휴전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시나리오가 공존한다. 미국과 유럽이 무기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결사 항전하면서 러시아로 하여금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지금 보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높다. 푸틴이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이 되면 유럽은 어떻게 되나. "러시아가 겨울에 가스를 끊을 수 있다. 푸틴이 가스를 무기화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쓸 수 있다. 러시아가 가스를 차단할 경우 독일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2010년 유로존 위기 때보다 더 안 좋아진다는 의미다. 유럽 경제의 침체는 세계를 위기로 내몰 것이다. EU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중국과 미국이다. 우리나라 교역의 4분의 1이 중국이다. 유럽 경기침체는 중국의 유럽 수출을 줄이고,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도 줄일 것이다. 미국과의 수출도 마찬가지다. 2009년 미국발 경제 위기 못지 않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독일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평화를 원하는 국민이 50%에 달한다. 그만큼 견디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 가스를 끊으면 1월쯤 독일의 가스는 동이 난다. 독일의 비상계획을 보면 공장에서 먼저 가스를 줄이게 돼 있다. 가스 공급이 안되면 결국 가정에도 가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 독일은 벌써부터 난방 온도를 17도로 낮췄다. 샤워 시간도 하루에 3번으로 정했다. 독일 가정의 가스가 확 줄어든다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유럽을 분열시키는 게 푸틴의 노림수이기 때문에 전쟁이 장기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위기에도 유럽은 그린 딜을 강력하게 추진할까."과감하게 추진할 수 밖에 없다. 그린 딜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규범적 권력이라 더 강하게 밀고 나가는 측면도 있다. 독일에는 경제기후부가 있다. 경제부하고 기후부가 별도로 있다가 합쳐서 만든 슈퍼부이다. 경제 정책이 기후 위기에 어긋나면 거부권을 행사한다. 그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의지가 강력하다." ▶유럽과 중국의 관계도 흥미롭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중국이 일대일로를 하면서 옛 소련에 있던 17개 나라와 함께 '17 플러스 1'이라는 경제 포럼을 만들었는데, 지난해 말 균열이 생겼다. 타이완하고 관계 개선에 나선 리투아니아에 대해 중국이 보복하면서 유럽연합 회원국을 갈라치기 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EU의 중국 대응은 파트너, 경쟁자, 체제적 라이벌로 표현한다. 기후 위기 대응에선 파트너, 경제는 경쟁 관계이다. 중국이 권위주의적 체제이기 때문에 체제적으로 라이벌이다. EU는 중국에 맞서 미국과 함께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출범시켜 기후나 청정기술에 대한 국제 규범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원만하다고 봐야 하나."유럽 입장에서 아시아 나라 가운데 우선순위를 따지면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인도 다음 정도이다. 우리나라와 EU는 아주 원만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 체제가 같고, 경제적으로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었다. 위기 관리 참여 협정도 체결했다. 해적 소탕 등에 함께 한다는 게 위기 관리 협정이다. 유럽에 대해 중요한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유럽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조진범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안병억(57) 대구대 교수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연합뉴스와 YTN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30대 중반에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유럽통합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과 독일의 유럽통합 정책에 대한 비교가 박사학위 논문 주제였다. 5년 10개월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아시아경제와 파이낸셜뉴스에서 잠깐 기자로 활동했고, 전문계약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대구대 사회과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안 교수는 다양한 경험과 관련, "저는 원없이 살았는데 아내가 많이 고생했다"고 웃었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대구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제자들과 함께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과 관련된 글로벌 이슈를 소재로 지금까지 268개의 오디오물을 만들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가 영국 국민의 찬반 투표로 결정된 해가 2016년이다. 브렉시트는 2020년 1월 31일 단행됐다. '한눈에 보는 유럽연합' '미국와 유럽연합의 관계' 등 전공서적을 10여권 냈다. 교양서로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출간했다. 최근에는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라는 부제가 붙은 '셜록 홈즈 다시 읽기'를 펴냈다. 안 교수는 "셜록 홈즈를 통해 본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썼다"고 밝혔다. 실제 책에는 셜록 홈즈가 탄생한 배경이나 제국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대구대 국제관계학과 안병억 교수가 인터뷰에 응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2022.07.26
[이영란의 스위치] '巨野 협상 창구'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민생·경제법안 더이상 방치 안돼…제헌절 이전 국회 정상화 최선"
김천을 지역구로 둔 재선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국회 입성 첫 소감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임의식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13일 기준으로 44일째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 나서고 있는 그는 그 소신을 고수 중이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안 발의를 강조하는 등 진심을 담은 아주 섬세한 입법을 강조하면서도 '불의' 앞에는 그 어떤 것도 참지 않는 강단과 뚝심의 원칙주의자, 송 수석부대표를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인터뷰 했다."거대 야당 검수완박 법안 완성 위해 院구성과 무관한 사개특위 밀어붙여 국민에 해가 되는 일 절대 수용 못해 대구·경북의원들 희망 상임위 토대로 선수·전문성 등 고려해 골고루 배정 통합신공항 국비 최대화 정부와 협의 주변도로 조속한 구축도 다각적 노력 여러 요인 겹쳐 대통령 지지율 하락 장기적 시각으로 문제 해결해 나가고 국민 체감 정책 펼치면 다시 오를 것"송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로 발탁되었을 때 언론에서는 '국정 현안에 해박한 정책전문가로, 소탈한 성품에 추진력까지 갖춰 공식·비공식 루트로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당 안팎의 평가를 전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 수를 무기로 밀어붙이려는 민주당과의 대화가 녹록잖은 것이 사실. 그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막 항해를 시작한 윤석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훼손돼서는 안되는 '원칙'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몰표를 몰아준 대구경북민을 향해 "상대적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지역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지역 의원끼리 자주 만나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이 더 필요한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초대형 복합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2개월째 일손을 놓고 있다."고물가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고금리와 고환율,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고유가 등 '4중고(高)' 위기로 민생과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비상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원 구성을 마무리짓고 국회를 정상화해 방치된 민생 법안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단 한 건도 없다. 매우 당혹스럽고 국민께 송구한 맘 크다."▶현재 여야협상 상황을 설명하면."민주당은 후반기엔 국민의힘이 갖기로 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양보한다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고 '검수완박 완성'을 위한 사법개혁특위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요구만 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되는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은 미루고 원 구성 문제와는 무관한 조건을 제시하며 국회 정상화를 막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어떤 경우라도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와 나라, 무엇보다 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은 안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현재 내놓은 '사개특위안'은 검수완박을 위한 것이니 받을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다만 여야 수석부대표가 협의를 계속해 오는 17일 제헌절 이전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는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원내수석부대표의 또 다른 중요 임무가 상임위 배정이다. 대구경북 의원은 어떻게 되나."희망 상임위를 기준으로 우리 당에 주어지는 상임위별 위원 정수, 선수와 전문성, 전반기 상임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대구는 대구대로, 경북은 경북대로 어쨌든 겹치지는 않는 쪽으로 골고루 배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로 인한 당의 혼란은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당 사무처에서 당헌 당규를 해석한 내용대로 6개월간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졌다. 어려운 시기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의 책임을 원활하게 완수할 수 있도록 당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 의원 대부분의 생각이었다."▶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되며 대구경북지역을 포함해 대통령 지지율이 상당히 하락했다."지지율에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다. 경제 위기에 인사 문제, 여당의 불협화음 등 여러 요인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 같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문제 해결에 노력하면 지지율은 다시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민생 고통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국민이 직접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건설은 지역의 최대 현안인데. "신공항 건설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 국회에서는 국비를 최대한 끌어오면서 신속히 건설할 방안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중요한 것은 신설될 신공항 주변의 도로를 신속히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지역구인 김천의 상황은 어떠한가. "김천에서 정치를 시작한 지 5년인데 가시적 성과가 꽤 많다. 남부내륙 철도 계획이 확정되어 진행되고 있고, 김천역 개량 사업도 시작된다. 외곽 순환도로 같은 경우, 두 군데는 완공되었고, 한 군데는 공사 중이다. 20년째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다른 한 곳은 지난해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반영시키고 올해 1차 연도 설계비까지 확보해 순환도로를 완성단계에 진입시켰다. 국내 최초 원거리 드론 비행장과 튜닝카 성능·안전 시험센터를 유치한 것도 성과로 꼽고 싶다. 김천이 철도 도로가 상당히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물류의 중심 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말마다 지역구로 내려가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기준을 삼는 것이 있나. "지금까지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자신'을 버리는 것이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김천과 시민을 생각하고, 국회에서 일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 모든 문제에 답이 금방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도 그 기준에서 했다. 내가 정치적 부담을 좀 지더라도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 등을 고려해 김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정치적인 롤 모델이 있나. "영국의 처칠 수상은 위기의 순간에 굴하지 않고 용기를 발휘했다. 국민을 독려해 위기를 극복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어려움에 처해 정말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에 자기를 내세우기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할 수만 있다면, 국민의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심을 다해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근로자의 식대 및 보육수당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수능 응시료 및 대입 전형료를 세액공제 항목에 포함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폭리 방지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피부에 와 닿는 입법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진심을 다해 일 하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송언석 의원△1963년 김천출생 △경북고·서울대 법대 졸업,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기획재정부 2차관 △제 20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미래통합당 전략기획부총장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20대 대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정책조정본부장 △제20대, 21대 국회의원(현)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현)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송언석(김천) 의원은 "근본적으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준비가 좀 덜 되어 있는 부분을 먼저 인정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을 토대로 보다 적극적으로, 악착같이 뛰면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22.07.13
[조진범의 피플] 한국 현대소설로 박사 학위 받은 최초의 인도인 칸 앞잘 경북대 교수
최근 대한민국에서 인도가 거론되고 있다. 신냉전시대를 맞아 인도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인도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참여국인 데다,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회원국이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쿼드 역시 반중 연대이다. 한국의 가입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주도의 경제 및 안보 협의체에 들어가 있는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인도는 미국의 경고에 아랑곳없이 싼 가격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그런 인도를 제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남아시아 패권국 인도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에 인도 전문가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도대체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경북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인도 출신의 칸 앞잘 교수를 만나 인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일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에 있는 칸 앞잘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자연스러운 한국어가 인상적이었다. 칸 앞잘 교수의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은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다. 고(故) 최인훈 선생이 쓴 희곡의 제목이다. '최인훈 전공자'답다.▶한국 사람에게 인도는 '신들의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정말 그런가."신들의 나라보다 더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신들의 나라이면서 사람의 나라이다. '인크레더블 인디아'라고 불리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는 뜻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이면서 이해하면 아주 쉬운 나라이다. 또 기회를 찾기 어려우면서도 쉬운 나라이기도 하다. 양면성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인크레더블 인디아'는 인도 정부가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이다. 요가, 정신 수양 등 인도 전통 문화와 역사를 전면에 내세워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종교의 발상지라는 점도 작용했다. 인도는 힌두교, 불교 등이 시작된 곳으로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기회를 찾기 어려우면서도 쉽다는 의미는 뭔가. "인도는 사실 무질서의 나라다. 질서가 없기 때문에 빨리할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프라가 잘 된 지역도 있고, 상당히 낙후된 지역도 있다. 인프라가 있는 곳에 투자할 것인지,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투자할 것인지를 잘 선택하면 인도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라가 크고 인구도 많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대국이다. 인건비도 싸다. 기회가 많은 땅이지만, 동시에 인도에 대해 모르면 어렵다." ▶인도를 힌두교의 나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인도를 힌두교의 나라라고 해석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것이다. 인도는 다종교, 다민족 그리고 완전한 민주주의 나라다. 힌두 세력이 가장 세지만 다양한 종교,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고 종교 집단이 아닌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도의 불교 인구는 0.7%에 불과하지만, 국가 공휴일로 지정돼 있고, 수상이 직접 불교 행사에 참여한다. 무슬림이 14% 정도인데 동등하게 대우받고, 정치에도 참여한다. 인도에 있는 무슬림은 다른 나라의 무슬림과 다르다. 인도적 무슬림이다. 인도의 발리우드 배우 중에 무슬림이 적지 않고, 종교 차별 없이 모두 즐겁게 어울린다. 인도는 종교의 나라라기 보다 민주주의의 나라라는 게 더 정확하다." ▶종교 차별이 없다고 했는데, 무슬림의 나라인 파키스탄과 갈등이 있지 않나."인도가 영국으로부터 해방됐을 당시 파키스탄과 분리됐다. 한국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다. 종교적,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지면서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 됐다. 한국의 '빨갱이'처럼 인도에서 '이 사람이 파키스탄인이다'라는 말이 사용된다. 파키스탄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에선 힌두교 사람에게 '인도로 가라'고 한다. 인도에서 소수자로서 무슬림이 차별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없다. 다만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종교적 담론으로 이용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분리되면서 원래 원수였던 영국은 선한 존재로 빠져나가 버렸다." ▶인도에 신분 질서제인 카스트제도가 아직 존재하나.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법적으로 있다. 카스트제도를 유지하거나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가촉천민(달리트)으로 불리는 최하 계급을 지원·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최하 계급에게 계급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달리트는 모든 분야에서 할당을 받는다. 대학 입학이나 직장, 정부기관에서 50% 정도를 먼저 달리트에게 할당한다. 인도 중앙정부가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시한 제도이다. 인도에서 카스트를 가지고 태어나고 죽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계급 차별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인도 헌법에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인도인이라고 돼 있다. 지금 인도 대통령도 달리트 출신이다."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서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나."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단 인도에는 인재가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나사(NASA)에 인도 출신들이 많다. G2(미국, 중국)처럼 세계적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또 모디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도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열린 마음으로 모디를 지지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모디 총리는 지난 선거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았고, 오는 2024년에 다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 역사상 처음이다.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해외 기업들의 제조공장을 인도에 유치해 제조업을 활성화시키자는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기업들을 초대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 때문에 인도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동행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반대하는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배경은 무엇인가."미국은 사실 인도의 동맹국이 아니다. 냉전시기 전세계가 미국과 소련의 동맹으로 나뉘어졌는데, 인도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당시 소련이 우호적으로 다가왔고, 미국은 인도를 외면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하고 동맹의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다. 인도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인도의 외교부 장관이 최근 유럽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은 자신의 문제를 곧 세계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세계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유럽도 러시아에서 몰래 기름을 사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러시아산 기름을 수입하지 말라는 자격이 있느냐를 지적한 것이다." ▶한국이 인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나."한국이 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해법이 보인다. 초창기 한국이 중국에 갔을 때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조선족의 역할도 컸다. 인도에는 그런 게 없다.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우선 인도학이라든지, 인도의 연구기관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 한국에는 인도 전문가가 거의 없다. 대구에는 한 명도 없다. 경북대에도 중어중문학과는 있지만, 인도학과가 없다. 대구에 적어도 인도연구센터가 있어야 한다. 인도연구센터를 통해 인도 전문가를 양성하면 인도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을 살펴보면 대학마다 인도학과가 있다. 인도와 적대적인 중국의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해 성공한 것도 인도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칸 앞잘 교수는 인도와 대구의 인연을 잘 활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수성구 범어공원에 한국전쟁 당시 국제연합 한국위원단 인도 대표로 참전했던 나야 대령의 기념비가 대표적이다. 나야 대령은 낙동강 전투 때 지뢰 폭발로 사망했다. 전쟁 중이라 유해 송환이 어려워 범어동 야산에 묻혔다. 나야 대령의 기념비는 지난 2003년 보훈처로부터 국가 현충 시설로 지정받았다. ▶인도에 한국의 문화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나."인도의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를 엄청 좋아한다. 한류가 열광인데, 안타까운 것은 한국문학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인도 시장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게 놀랍다. 인도는 인구 대국이고, 출판 대국이다. 인도가 한국 문화계의 엄청 큰 시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한국 교육계나 정부가 좀 신경을 썼으면 한다." 칸 앞잘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BK 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한국 문학과 인도 문학을 비교한 최초의 인도인이자, 한국 현대소설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인도인이다. 석사와 박사 학위를 모두 경북대에서 받았다. 석사 학위 논문은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신채호 선생의 문학과 인도의 문학을 비교한 것이다. 박사 학위 논문은 '최인훈 소설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이다. 고(故) 최인훈 선생은 소설가이자 극작가. 장편소설 '광장'이 잘 알려져 있다. 칸 앞잘 교수는 "최인훈 선생은 해방 이후 최고의 지식인이고, '광장'은 분단 이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장'에는 인도의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타고르가 나온다. 주인공 이명준이 중립국으로 가는 배 이름이 '타고르호'이다. 인도와 직접적인 연결성이 있어 박사 논문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칸 앞잘 교수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한 왕사성(현 파트나) 출신이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로 이사와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쳤다. 뉴델리 네루대의 언어문학문화학부를 졸업했다. 네루대는 냉전시기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기관으로 설립됐다. 국제관계를 다루다 보니 외국어가 중요해졌고, 대학원 대학으로 발전한 이후 전세계 어문학을 가르치는 언어문학문화학부가 생겼다. 칸 앞잘 교수는 "동아시아에 관심이 많아 한국·일본 및 동북아학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국비 유학생으로 지난 2008년 한국에 왔다. 전북 익산의 원광대에서 1년간 고급 한국어를 수강했고, 이듬해 경북대로 옮겨 한국 현대문학에 천착했다. 칸 앞잘 교수는 언어 천재이다. 모국어인 힌디어와 우르두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터키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산스크리트어에도 능통하다. 칸 앞잘 교수는 "문학을 전공하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언어와 문학에는 그 나라의 정서가 담겨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칸 앞잘 교수는 결혼 2년차의 신혼이다. 부인은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후배로 대만 출신이다. 부인도 한국 현대문학 전공자로 최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칸 앞잘 교수는 "고향에서 한국어학과 일자리가 생기면 교수로 갈 생각이다"라고 했다. 조진범 논설위원칸 앞잘 경북대 연구교수가 인터뷰 도중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2022.07.05
[이영란의 스위치] "내년 파독 60주년…연로한 산업전사들 모국서 여생 마치고 싶어해"
1960∼1970년대 독일에 파견된 광부, 간호사·간호조무사, 선박기술자, 산업기능공 등 산업전사들은 이역만리에서 외로움을 견디며 급여 대부분을 고국으로 송금했고 이는 가난했던 대한민국 경제건설의 초석을 다지는 데 보태졌다. 내년은 그런 파독 산업전사의 1진인 광부들이 독일에 도착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정부는 광부파견 3년 후부터 간호사·간호조무사를 대거 파견했다. 2014년 말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재조명돼 눈물을 자아냈던 파독 광부·간호사의 장본인인 인물들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재외교민청 창립대회 등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고창원 파독 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장(파독광부협회 전 회장),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 고문, 박소향 파독광부간호사기념관 사무총장 등이 그들이다. 서울 롯데호텔, 한국프레스센터 등에서 수차례 가진 인터뷰에서 이들은 "내년이면 산업전사가 파독된 지 60년이 된다. 이제 연로한 이들 중 많은 분이 모국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한다"며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고창원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장"지원·기념사업 법률 시행됐지만 해외 혜택부분 삭제…개정 기대 韓서 병원가면 건보 적용해주고 獨정부에 청구하는 시스템 필요"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고문"한류 영향 높아진 한국 국격 실감 70대 이상 고령이 된 파독근로자 모국의 발전상 직접 보는 게 염원 상시 방문 프로그램 운영해 주길"박소향 파독광부간호사기념관 사무총장"국내에 공동거주지 마련된다면 고국으로 돌아올 분이 많을 것 그들의 2세들 교류프로그램 통해 韓발전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 커"▶얼마만의 한국방문인가.△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고문= "'코로나'가 지구촌의 발길을 모두 묶어 정말 오랜만에 국제선을 탔다."(웃음)△고창원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장= "2~3년 만에 한 번은 고국을 방문한다. 이번에 정권이 바뀌어서 새 정부에 파독 광부 간호사 등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기 위해 고국을 찾았다."▶대한민국이 급속 성장하는데 파독 산업전사들이 큰 기여를 했다.△윤 고문= "(나는) 정부가 공식 파견한 파독 첫 세대이다. 고국에 올 때마다 놀란다. 정말 많이 발전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독일(당시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모두 1만5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독일 각지의 병원으로 흩어져 근무하며 친절과 성실로 환자를 대했다. '블루 엔젤'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제 60대 중반에서 70대 후반으로 연로한데, 조국 근대화에 일조했다는 자긍심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회장= "정부가 공식 파견한 산업전사 중 광부가 제일 먼저 독일 땅을 밟았다. 1963년 1진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서독으로 파견된 광부들은 모두 7천936명에 달한다. 1963년만 보면, 당시 한국의 수출액은 1억달러, 파독 근로자의 외화 송금액은 연간 평균 1천만달러였지만 100% 외화 가득률(稼得率)을 고려하면 수출액에 맞먹는 성과였다. 저는 1977년 23세의 나이로 서독행을 택했다. 마지막 파독 광부이다. 3년간 계약 기간을 마치고 철강회사로 이직했고, 지금은 호텔을 경영하고 있다."▶많이 힘들었겠다.△고 회장= "갱도에서 주고받던 행운의 인사 '글뤽아우프(Gluck auf)'가 아직도 귓전에서 맴돈다. 죽지 말고 살아서 지상에 올라오라는 뜻이다."△윤 고문=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고. 이방인이 미지의 땅에 정착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때그때 기지도 발휘하고, 문화적 차이도 이해시키며 뿌리를 내렸다. 어린 자식 둘을 한국에 두고 독일에 갔기에 더 열심히 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뒤 아이들도 독일로 데려갔다. 어려운 시절 독일로 간 것은 고국에도 도움을 주었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박 사무총장= "60, 70년대 정식 간호사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노동 허가를 해줬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많이 결혼했는데 노동 허가만 있으면 남편도 함께 미국이민이 가능했다. 근무기한이 끝난 뒤 절반 정도는 한국으로 귀국했고, 35% 정도는 미국·캐나다 등으로 이민했다. 남은 분들이 독일 각지로 흩어져 산다. 이미 돌아가신 분도 많다."▶파독산업전사들이 독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듯하다.△윤 고문= "우리가 유럽 이민 1세대다. 독일에선 독일 이민통합의 롤모델로 간주한다. 한인 간호사 상당수는 결혼 적령기가 되자 독일 남성과 결혼했고 일부는 파독 광부와 가정을 꾸렸다. 여느 한국 부모처럼 자식 교육에 열정을 다한 덕분에 2세들은 의사, 법조인, 교수, 공무원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주류사회에서 당당하게 활약하는 인재로 키워낸 것이다. 우리처럼 노동이민으로 와서 사는 민족 중에 자체적인 문화회관을 갖고,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며 사는 민족이 없다."▶독일 현지에서 느끼는 한류의 힘은 어느 정도인가.△윤 고문= "30, 40년 전 내가 사는 곳이 인구 600만이 넘는 곳인데 한국 음식점이 두 개 있었고, 그것도 몇 년 간격으로 둘 다 망했다. 지금은 한국 음식점이 20개 정도가 있다. 그런데 장사 안 되는 집이 없다. 한국 문화가 알려지다 보니까 한국 음식도 찾게 되고 한국 국격이 높아졌다. 부식 가게도 잘 되고.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의 영향도 크다."▶내년이 60주년이다.△고 회장= "광부가 파견된 지 꼭 60년이 되는 해다.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윤 고문= "해마다 파독 기념행사를 해왔는데 이제 더는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다들 연로해 앞으로 회관을 운영하기도 힘들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서 회관을 짓고, 재독한인들을 위한 구심점이 되도록 했다. 앞으로가 걱정이다."▶영화 '국제시장' 성공 이후 파독 광부, 간호사 지원법이 마련된 것으로 아는데.△고 회장= "그렇다. '파독 광부·간호사·조무사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모법에는 독일과 한국에 있는 파독 광부·간호사 모두 해당되도록 규정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시행령에는 해외 부분이 삭제됐다. 법에 맞게 시행령을 고쳐 독일에서도 작은 혜택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국이 특별히 신경을 써주길 바라는 또 다른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윤 고문= "고향에 와서 묻히고 싶은 것이 하나의 염원이다. 정부가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아울러 70대가 중심인 고령의 파독 근로자들의 바람은 모국의 발전상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것이다. 비용을 부담할 용의가 있으므로 고국 정부에서 상시로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운용해주기를 바란다."△고 회장= "독일은 정부가 100% 의료보험 부담을 한다. 독일에 거주하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한국 들어와서 병원 진료받을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으로 해결해 주고 그 비용을 독일정부에 요청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길 요청한다."△박 사무총장= "공동거주지가 마련된다면 입국할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독일의 연금을 갖고 있으니 고국이 거처를 제공해 준다면 월세를 내더라도 돌아가고 싶다는 게 이들의 마음이다. 또한 파독 광부·간호사의 차세대를 위한 한국방문 프로그램이 있으면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과 독일에 거주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스포츠 등으로 교류하면서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길 바라는 맘 크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재외교민청 창립대회 등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고창원(왼쪽부터)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장,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고문, 박소향 파독광부간호사기념관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인구절벽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정체성이 같은 재외국민의 역이민을 장려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파독 광부·간호사와 그들의 2세들의 한국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한인여성협회 제공〉
2022.06.22
[이영란의 스위치] 박주선 前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정당 공천制 법치·정의 사각지대…정치보다 정당 개혁이 먼저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문을 여는 역할을 맡았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굴곡 많은 정치역정을 보냈다. 광주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호남의 거물 정치인이지만, 그 과정에서 '4번 구속, 4번 무죄'라는 정치적·사법적 수난을 거치면서 '오뚝이'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고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고향 전남 보성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정권교체를 주장하며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호남인들의 비난도 적지 않았지만 '나라가 먼저'라며 윤 대통령의 서진(西進) 전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윤 대통령은 그를 취임식 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워낙 수많은 정치 역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 헌신적인 역할을 해왔다"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마무리하고 다소 홀가분해진 박 전 부의장을 지난달 말 서울 서초동 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났다. 변호사이지만 한 번도 개업한 적이 없는 그는 꼭 필요할 때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다고 했다. 호남 정치인의 보수후보 지지"文정부서 나라의 근본·원칙 무너져 인사는 망사가 됐고 대중경제도 와해 부득이하게 정권교체 신념 갖게 돼 앞날 개인적 위험은 고려하지 않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조언"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 만들려면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 늘 확인하고 언행 불일치와 자기 식구만 감싸는 내로남불은 정말로 있어선 안된다" 네 번의 구속, 네 번의 무죄판결"4選 하면서 민주당 공천 단 한 번뿐 무소속 출마 당선으로 탄압 받은 것 억울함 없는 세상 목표로 정치했는데 그렇게 만들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가온다. 소회가 남다를 듯한데."대통령 선거 이후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너무 공격을 받았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취임 덕'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취임식을 계기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을 맞았다. 너무 기뻤다. 그것이 저 혼자 한 일은 아니지만, 취임식의 내용과 방향이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목표와 합의가 되었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어떤 기준으로 취임식을 준비했나.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해 갈 것인지, 윤 당선인이 가장 중심에 두는 국정 철학인 상식과 공정, 법치, 정의, 통합, 포용 이런 가치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담을 것인지 위원들과 토론을 했다. 이런 토론을 통해 취임사를 준비했고, 문장력이 좋은 윤 대통령이 직접 다듬었다."▶취임식 준비 과정과 취임식 당일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취임식 시간이 식전 행사까지 포함해서 두 시간밖에 안 되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대통령은 화려한 외관보다는 내실 있는 취임식, 조촐하고 간소하지만 근엄하고 엄숙한 취임식 그리고 국민이 감동하고 공감하는 취임식을 원했다. 대통령의 뜻을 바탕에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조합하는 한편 전문가의 견해를 잘 조정하려고 애썼다. 각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사회 각계 계층을 대표하는 분들이 한마음 한뜻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고, 구체적인 결정을 신속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취임식 뒷날 대통령께서 만족하셨는지 감사 전화를 주셨다."▶무지개가 뜬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취임식 당일 기상 상황은 어찌 될 것인지 노심초사했다.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걱정스러웠고. 다행스럽게도 그날 기상상황도 좋고 조그마한 사고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가 또 무지개까지. 하늘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축하하면서 성공을 기원한다는 뜻을 보태준 것 같았다. 근데 이분이 참 이상한 것이…. 3월23일 역대 대통령 후보들로서는 처음으로 전남 신안군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그 양반하고 같이 갔는데 그때도 무지개가 떴다." ▶호남 정치인으로서 보수진영 후보 지지를 결단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난을 감수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나라가 너무 어지럽게 흔들리고 근본과 원칙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나라를 고쳐 세우려면 부득이 당시 야당 후보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경우) 앞날에 닥칠 위험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려하지 않았다."▶문재인 정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면.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 전반에 걸쳐서 지난 정부가 이 정도는 잘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우선 인사에서는 국민을 완전히 갈라치기 하는 등 인사가 만사가 돼야 할 텐데 망사가 됐다. 경제는 듣도 보도 못한 소득주도성장이론을 가져와 대중 경제를 거의 무너뜨렸다. 재벌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제 주체들이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부동산, 세금 문제라든지 고용 등 뭐 내세울 것이 없다. 게다가 그 중요한 남북관계 문제는 과대한 포장으로 국민을 기망했다."▶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끝내기 위해 조언하면.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하면서는 여론을 고려하면 안 된다. 그런데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민과 항상 소통하고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길 바란다. 또 취임식에서도 언급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되게 하려면 언행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특히 자기 식구만 감싸는 '내로남불' 만큼은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본인의 정치 역정이 평탄하지 않았다."저는 호남에서 너무 억울한 상황을 맞아 무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4선 하면서 민주당 공천을 한 번밖에 안 받았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저 사람 미친 짓 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네 번 구속되었는데 네 번 다 무죄를 받았다. 정치를 안 했다면 구속될 일은 없었는데. 소위 말하는 탄압을 받아서…. 오직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한번 만들어야 되겠다' 하는 목표를 갖고 정치를 해왔는데 아직도 억울함이 없어지는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다."▶박 전 부의장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저한테는 고통이었다. 우리나라 정당 제도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치개혁을 이야기하는데 정당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당선이 되거나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한 모든 분이 다 그렇게 인정할 것이다. 법치와 정의의 사각지대가 대한민국의 정당 공천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렇게 힘들었는데 다시 태어나도 정치를 할 것인가."정치는 나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헌신이다. 국가가 필요한 역할이 있다고 한다면 자기가 고통을 받는 것은 작은 문제이다. 자기 역할로 인해 국가가 좋은 나라가 되고 국민이 행복한 일을 하게 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치의 근본 목적을 위장해 가면서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 ▶세 아들에게는 정치를 권하나."하지 말라고 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박주선 전 국회부의장△1949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케임브리지대학교 법학 수료 △대검 수사기획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16·18·19·20대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겸 동서화합미래위원장 △윤석열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식구만 감싸는 '내로남불' 만큼은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조언했다. 〈박주선 前 국회부의장 제공〉
2022.06.01
[조진범의 피플] 휴스턴 영화제 금상작 '시계' 조현준 감독 "끼 못 감추고 결국 영화인의 길…대구 국제다큐영화제도 구상 중"
배우 덕분에 다시 주목을 받는 영화가 있다. 덩달아 감독도 재조명됐다. 조현준 (40·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감독 영화 '시계'. 주연 배우가 류경수이다. 류경수는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최승권 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유지 사제로도 등장했다. 상영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SF영화 '정이'에서 강수연, 김현주와 호흡을 맞췄다. '정이'는 고(故) 강수연의 유작이다. '시계'는 류경수가 무명일 때 찍은 독립영화이다.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고, 올해 55회를 맞은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오리지널 영화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휴스턴 국제영화제는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뉴욕 영화제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다. 조 교수는 휴스턴 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지난해 '마더 아야'로 장편영화 부문 백금상을 받았다. 조 교수는 2020년 영화 '조지아'를 제작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단편영화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8일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찾아 조 교수를 만났다. 서울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인 조 교수의 계명대 정착 과정이 독특하다. ▶영화 '시계'는 어떤 영화인가."일단 청소년 관람불가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병으로 나오는 류경수가 괴롭힘을 당한다. (류경수가) 휴가 나올 때 군대 선임으로부터 몰래카메라가 달린 시계와 함께 '성매매를 하는 장면을 찍어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류경수는 실패한다. 성매매 여성에게 걸려 몰래카메라가 달린 시계도 부서진다. 결국 빈손으로 복귀하면서 선임으로부터 더욱 괴롭힘을 당한다. 마지막 장면에 류경수가 초소에 잠들어 있는 선임을 향해 총을 장전한다. 총을 쏠 것인지, 안 쏠 것인지는 관객의 해석으로 남겨놨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얘기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영화 '시계'는 군대의 미투 운동으로 보면 된다."▶영화 '시계'의 스토리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좀 답답했다. 캐나다나 미국과 달리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도 되게 힘들다. 별것 아닌 일에도 자기방어적인 성향을 보였다. '영어울렁증'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남을 너무 의식해 자존감이 낮아진 데서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생각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대학교수의 갑질, 몰카 범죄, 군대 총기난사 사건 뉴스도 영향을 미쳤다."시계에 몰래카메라를 넣은 것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조 교수는 2013년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와 경성군을 1주일간 여행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캐나다 국적이라 북한 여행이 가능했다. 조 교수는 몰래카메라가 숨겨진 시계에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조 교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삐라'를 만들었다. '삐라'는 2015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 교수는 자신의 북한 여행기인 '조현준 교수의 북한 이야기'를 영남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한국서 학생 가르치고 인터뷰 해보면 별 것 아닌 일에도 자기방어 성향 보여남을 너무 의식해 자존감이 낮아진 것그때 든 생각이 '시계' 만들게 된 배경차기작으로 범죄다큐스릴러 작업 중올초 경험한 웹드라마 제작 사기 바탕경찰의 실망스러운 대응 등 모두 담아'그것이 알고 싶다'도 관심 가질 내용영진위 지원 외 제작비는 사비로 충당다큐영화 '삐라'도 OTT에 올렸는데 北이 미사일 쏘면 수익이 좀 생기기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학창시절을 캐나다 빅토리아 근처에 있는 기숙사 학교에서 보냈다. 중고등 시절 '끼'가 넘쳤다. 무대 체질이었다. 고등학교 방학 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열린 댄스경연대회에서 3등을 했다. 또 한국의 한 기획사 측의 요청으로 오디션에도 참여하며 밤새도록 외운 랩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연습생을 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는데, 불같이 화를 내시는 바람에 캐나다로 돌아갔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토론토대학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도 '끼'를 감추지 못했고, 주위에서 '너는 경영학 공부할 애가 아니다. 개그 쪽으로 진출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결국 토론토대학 2학년 때 중퇴하고, 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됐다.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연기를) 잘하고 잘 생기고 예쁜 애들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다. '나 자신을 캐스팅하자'는 생각으로 연출 공부에 포커스를 맞췄다."▶미국 ABC방송국에서 PD로도 활동했는데."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예술대학원에 진학했다. 영화 연출을 선택했는데, 방송으로 전공을 바꿨다. 영화와 달리 방송은 결과물을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고 취재를 하면 됐다. 그게 좋았다.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작업도 해야 하고, 스태프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대학원에 다닐 때 아시안아메리칸언론인협회에서 주관한 전국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3등을 했다. 당시 미국 LA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WBC(World Baseball Classic) 결승전을 취재했다. 상금으로 500달러를 받았다. 대학원에 재학 중 무작정 ABC방송국을 찾아가 일자리를 구했다. 공모전에서 3등상을 받은 것을 기억한 중국계 여성 PD에게 발탁돼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뉴스부에 있다가 교양부로 옮겼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입양 등 미국의 가족 문제를 다루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연출을 하게 됐다."▶어떻게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됐나."2009년 미국의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직장을 잃었다. 방송국을 알아보다 쿠바로 여행을 가게 됐고, 다큐멘터리 '얼라이브 인 하바나(Alive In Havana)'를 찍었다. 보스턴 국제영화제 등 미국 4곳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얼라이브 인 하바나'가 관심을 받으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좀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독립영화를 하는데 굳이 미국에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이후 태국에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트랜시엄(Transiam)'을 찍고 동국대에서 영화영상제작 박사 과정을 밟게 됐다."▶아무런 연고가 없는 계명대에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처음에는 교수직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시간강사를 하면서 가르치는데 재미를 느꼈다. 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이력서 몇 장 들고 영화 관련 학회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대안의 블루'를 연출한 이현승 중앙대 교수의 요청으로 중앙대에서 다큐멘터리 강의도 했다. 계명대 교수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고, 대구에서 생활하게 됐다."▶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 있나."범죄다큐스릴러이다. 올초 유명 걸그룹 멤버 주연의 웹드라마에 PD로 참여하게 됐는데, 사기를 당했다. 금전 피해를 입으면서 웹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해 녹취를 하기 시작했다.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경찰의 움직임도 다 기록했는데, 정말 실망스러웠다. 경찰을 믿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관심을 가질 법한 내용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독립영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하나."일단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모자라는 부분은 사비로 충당한다. '시계' '삐라' 등의 영화를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에 올리는데 수익은 크지 않다. '삐라'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수익이 좀 생기기도 한다. 물론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대구에서 활동 계획은."총장님께서 미션을 주셨다. 내후년이 계명대 설립 125주년인데, 영화제를 하나 만들면 어떻겠나라는 제안을 하셨다. 대구시와 정부의 지원까지 받는 영화제가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구 국제다큐영화제 같은 특색있는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조현준 계명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2022.05.25
[이영란의 스위치] 송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검수완박 법안은 위헌…헌법은 검사 수사권한을 전제로 구성"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에서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으로 활동하다가 암살된 우파 정치인인 고하(古下) 송진우(1890~1945) 선생의 손자인 송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호주 멜버른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법을 가르쳤다. 한국인 최초로 뉴욕대 법대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사법기구 수장을 역임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초대 재판관 ·재판소장으로 12년간 일하며 국제형사정의를 통한 세계평화 구현의 최후 보루 역할을 다한 것. 법조계의 최고 원로인 송 교수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나 '정권 이양기' 대한민국을 혼돈으로 밀어 넣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에 대해 물었다.▶나라를 뒤흔든 '검수완박'입법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절차나 내용상 너무 지나치고 무리하다. 또한 급하게 억지로 한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검찰의 수사권을 전부 없애는 입법례가 별로 없다. 정책의 문제이므로 공청회도 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를 소집해 논의한 다음 결정지었어야 한다.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은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구성되어 있다. 헌법적인 전제를 무시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을 헌재가 위헌 판결할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 많지만 사태를 본질적으로 보는 법률가라면 위헌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문재인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 등의 검찰 수사도 물 건너가나."해석상 이미 수사해서 손을 댄 것은 계속 검찰이 사건을 종료할 것이다. 새로 개정된 법률 조항을 보면 뭘 어떻게 하라고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운영하는 사람의 해석 여지가 많다. 새로운 사건의 경우는 검찰이 자기 권한으로 수사해서 4개월내에 완결시키고, 이미 착수한 것은 해석상 4개월 지나도 종결 짓고 손을 털 수 있을 것이다."▶위헌 판결이 나면 어떻게 되나. "개정법률은 무효가 되고 헌재 판례 취지에 맞게 다시 입법해야 한다. 시간적으로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찬반 논란도 클 것이다. 헌재가 가부간 빨리 결단해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 입법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므로 빨리 판단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헌재가 조속히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2년 후 국회의원 선거때 국민 의견이 반영될 것 같다.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려도 민주당이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 헌재판결의 취지대로 입법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 결국 힘없는 일반 서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다."▶제자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 처음으로 대통령으로 취임했는데."이 정부는 어렵사리 선거에서 이겼다. 국민의 정권 교체 희망이 여론조사에서 누차 표명되었으므로,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인데 간신히 이겼다. 이거는 뭔가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 소속정당을 비롯하여 주변 시스템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 정부는 실패할 자유도 없는 정부이다. 제가 아는 윤 대통령은 털털하고 소박하고 정직한 인물이다. 아주 잘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움이 있으면 솔직히 국민에게 알려서 같이 걱정하자고 하는 방법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 87년 체제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물이라고 믿는다."제자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조언"전문성·경험있는 좋은 인물 발탁하되자신을 과신하는 사람들은 쓰지 말라질 수 없는 선거였는데도 간신히 이겨주변 시스템 재점검 경고로 생각해야" 조부 송진우 선생 일대기 재출간"할아버지는 한반도 공산화 막아내고대한민국 토대 닦은 선각자이자 정치가이 책이 왜곡된 독립운동·해방전후史바로잡는 역사적 자료 될 것으로 기대"▶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제안하면."좋은 사람을 발탁해서 써야 한다. 결국 인사가 만사, 성공의 요체이다. 전문성과 능력있고 현장 경험 많은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능력이 있더라도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 가야 된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쓰면 안 된다.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 중에는 스스로의 손에 흙을 묻히면서 앞장서는 사람이 적다. 또 어려운 사람에게 한 번도 다가가 본 일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은 통솔력, 실무집행력, 조직장악력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최근 송진우 선생 일대기를 다시 펴냈는데.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중국이 왜곡하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특히 송진우 선생이 중심인물로서 활약하신 항일독립운동사와 해방전후사가 국내에서 많이 왜곡됐다. 또한 한반도의 분단 책임을 남한의 우파 정치 그룹에게 떠넘기고, 김일성은 독립운동가였다는 허위사실을 내세우면서 북한은 정통성 있는 건국을 했으나 남한에서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친일적인 정부가 수립되었다는 등의 어불성설이 학교현장에서 가르쳐지고 있다. 스탈린의 괴뢰정부인 김일성정부 수립을 정통성 있는 건국으로 평가하고, 1948년 총선거를 통하여 대한민국을 세운 것을 단순한 정부수립으로 폄하하는 사관(史觀)은 시정되어야 한다. 고하 선생은 너무 일찍 암살당했지만 해방정국에서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아내고 당시의 지도자인 이승만 등과 협력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토대를 마련한 선각자인 정치가이다. 이 책이 왜곡된 근현대의 항일독립운동사와 해방전후사를 바로잡는 역사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송진우 선생에 대한 기억이 나나. "할아버지댁이 서울 비원 옆 원서동에 있었다. 그곳에선 내가 왕이었다. 할아버지와 감히 겸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거든. 네살부터 할아버지가 한글을 가르쳐 주셨고, 사서 3경을 외우게 하셨다. 나는 뜻도 모르고 암기하라고 하니까 외는 거다. 잘했다고 칭찬하시는 것이 좋았다. 할아버지가 국내 독립운동의 구심점에 서 계셨던 터라 일제 왜인들의 탄압과 감시가 심했고 어머니가 늘 입단속 시키던 게 떠오른다."▶아시아인으로서 첫 국제사법기구 수장이 되었는데. "2002년 신설기관에 갔기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국제형사재판소장으로 선출됐을 때 하늘이 주신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여겼다."▶우크라이나를 침범한 푸틴은 어떻게 되나. "현재 국제형사재판소 소추관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의 최고 지도자를 전범으로 몰아서 당장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잡아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가 발부한 구속영장은 공소시효가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종국에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처벌로 판결이 날 수도 있다."▶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1972년 모교인 서울 법대에 교수로 갔다. 다들 내게 '금수저'라고 보는데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 집 근처에 있는 어려운 노인들을 도왔다. 3년 정도 지나니 소문이 났는데 정치하려고 저런 쇼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투표권이 없는 어린 아이들을 돕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어린이를 돕는 일을 50년간 했는데, 그중 유니세프에는 30년동안 봉사했다. 이제 나이도 먹고 할 만큼 했다 싶어 지난해 유니세프에 현금으로 1억원을 기부한 뒤 한국위원회 회장 자리를 물려주었다. 한국 유니세프의 세계적 위상이 대단하다. 원조를 받는 나라였는데 지금은 남을 도우면서 기부금액 순위가 세계 3등이다. 국민이 자부심을 크게 가지시길 바란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송상현 명예교수= △1941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대·대학원 졸 △미 코넬대 법학박사 △14회 고등고시 행정과(1962), 16회 고등고시 사법과(1963) 합격 △1972~2007년 서울대 법대 교수, 학장(현재 명예교수), 1989년 이래 미 플로리다대, 하버드대, 콜럼비아대 등 교수 △대학골프연맹 회장(1992) △2003~2015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및 소장 △2012~2021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최근 송진우 선생의 일대기인 '독립을 향한 집념'을 펴낸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항일독립운동사와 해방전후사가 많이 왜곡되어 있다"며 "새 정부가 역사를 바로잡는데 앞장서기 바란다"고 출간 취지를 밝혔다.
2022.05.11
[이영란의 스위치] 두진문 한국구독경제연합회장 "삼성전자까지 뛰어든 구독경제 서비스 소비혁명 끝판왕 될 것"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가속화 속에서 우리 가까이 성큼 다가온 '구독 경제(購讀經濟·subscription economy)'라는 용어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구독'이라고 하면 으레 신문 ·잡지 구독을 떠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 사이버 공간에서 이 말을 접하곤 신기했던 생각이 난다. 샐러드 등 먹고 마시는 것을 구독하고, 꽃과 화장품도 구독하는 구독경제는 대체로 1개월 단위로 정해진 돈을 내고 정기적인 서비스나 물품을 이용하는 상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새롭게 주목받는 유통 서비스이다. 세계적인 IT전문 조사기관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진문 한국구독경제연합회장을 18일 서울벤처대학대학원에서 만나 '구독경제'에 대해서 들었다. 두 회장은 웅진코웨이 사장과 한샘리빙클럽 사장을 지내는 등 일상화된 구독경제의 한국형 모델의 원조라 할 만한 인물. 최근 '성공하는 구독경제 원픽'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정기 배송·렌털의 개념인 구독경제 차·술·커피 등으로 영역 급속확장 행복·효율 추구 MZ세대 취향 한몫 경쟁 승부처는 감동적 비포 서비스 신뢰 통해 충성고객 확보해야 생존 '원픽 플랫폼' 조만간 선보일 예정 많은 사람이 좋은 구독서비스 받고 창업으로 돈도 많이 벌게 하고 싶어"▶'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구독 경제라는 뜻이 뭐냐면 일정한 금액을 내고 내가 필요한 서비스나 필요한 물건을 내가 정해진 시간에 받는 것이다. 거기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멤버십이라고 해서 넷플릭스, 멜론 등 회원제가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신문이나 우유 배달과 정기 배송, 세 번째가 렌털. 이 세 가지를 합해서 '구독 경제'라 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의했다."▶구독 서비스 분야의 예를 들면."요즈음 젊은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차를 여러 개 선택한다. 여름에는 오픈카, 놀러 갈 때는 SUV 등. 달마다 종류를 바꿔가면서 고급 외제 차를 빌려 타는 자동차 구독은 초기 투자에 발 묶이지 않고 다양하게 써볼 수 있는 장점이 매력이다. 여러 술집이나 커피집을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술 구독, 커피 구독도 있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이런 데가 다 구독 경제를 하는 거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구독'을 시작했는데 대부분 국민은 모른다."▶삼성전자가 구독서비스에 나섰다고."미국의 S&P 지수를 내는데 삼성이 정말 안 나왔다. 그러니까 10년 동안에 애플 등 세계적인 회사가 400%에서 1천% 올랐는데 삼성은 116%밖에 주식이 안 올랐다. 이유를 분석한 결과 삼성은 데이터가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혁신 잘하고 빠르고 디자인 기능 다 좋은데 사용자가 없는 거다. 유저가 없는 회사는 가치가 안 나간다. 카카오톡이 은행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삼성은 유통회사에 물건을 줘서 쉽게 풀어 전 세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하나도 없는 거다. AS 할 때 데이터가 생기는 건데 그때는 너무 늦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작년에 두 가지를 시작했다. 하나는 정수기 사업에 나섰고, 가전제품을 홈쇼핑으로 직접 팔기 시작했다. 고객을 자기들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구독경제가 급속히 영역을 넓혀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MZ세대의 취향이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요리를 하거나, 청소 등 집안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끼고 출퇴근 시간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는 데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소비를 즐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여러 회사의 모델을 용도에 따라 빌려 쓴다.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이 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구독경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효율적인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구독은 필수다. 구독경제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혁명의 끝판왕으로 성장하고 있다."▶구독경제에는 언제,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그건 하나의 운 같다. 웅진출판사에서 엄청난 판매성과를 올리면서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90년대 말 오너에게 물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설득했고, 영업사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웅진코웨이 대표가 됐다. 그런데 덜컥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나라가 부도 나고 엄청나게 만들어놓은 정수기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티코자동차 한 대 300만원 할 때 정수기가 159만원 할 정도로 비쌌다. 제조회사 사장과 협의해서 '그러면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 달 2만~3만원을 받고 관리까지 해주는 '웅진코웨이 정수기 렌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파고를 넘었다. 지금 구독경제 시장이 렌털 시장만 1년에 한 44조, 멤버십과 정기 배송이 한 40조 규모. 앞으로 100조 규모로 올라간다. 일본이 800조 정도 된다고 한다. 미국은 다 구독 렌털로 되어있다."▶구독경제에서 성공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한가. "개인별 맞춤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편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 큐레이션은 기본이다. '감동적인 비포(사전) 서비스'는 구독경제의 승부처로, 신뢰를 통해 충성고객을 형성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고객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추천한다지만 여전히 2%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휴먼터치가 필요하다. 기술과 휴먼이 결합해야 구독경제가 완성된다는 말이다."▶구독경제 아이템 중 보다 유망 분야라면. "구독경제의 미래시장으로 주목하는 것은 시니어 시장이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실버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계속 공부하고 있다."▶늘 앞서가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 같다."정수기 렌털 서비스부터 유전자 분석 기반 맞춤형 화장품까지, 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미 남들이 하는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먼저 미래를 읽고 시장을 개척한 사람만이 리드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상품, 새로운 물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야 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쉽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이 깨우쳤으면 좋겠다."▶'영업의 전설'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데. "교사로 일했는데 봉급이 너무 적어 장남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영업을 해야 세상에서 성공하는 데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83년 웅진출판에 입사하며 세일즈맨의 길을 걷기 시작해 보통 3, 4년 걸리는 실적을 불과 10개월 만에 달성하는 등 책 ·식품·화장품·정수기 등을 무서운 속도로 판매해 당시 영업기록을 다시 썼다."▶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고객의 필요를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그 만족은 회사의 수익이 되어 반드시 돌아온다. 영업의 기본은 사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실패한 경험은."2001년 내 영문명 이니셜을 따서 정수기 렌털회사 JM글로벌을 창업했다. 출발은 좋았으나, 자금운용에 문제가 생겨 1년여 만에 부도를 맞았다. 당시 직원들 인건비와 세금을 다 정산하고 나니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다시 힘을 얻었다."▶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저는 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창직이나 창업을 많이 했다. 창업하고 창직은 다르다. 창업은 업이 있는 걸 리노베이션 하는 것이고, 있는 것을 새롭게 혁신하는 거다. 창직은 없던 직업을 만드는 거다. 그래서 제가 지금 두 가지를 만들어 이름을 만들었다. 하나는 '원 픽'이다. 원 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픽' 하는 것이다. 원 픽을 2018년에 상호 상표 등록도 해놨다. '원 픽 플랫폼'을 조만간 론칭해서 많은 사람이 좋은 구독경제 서비스를 받고, 돈도 벌게 하고 싶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직업 '원 큐'를 성공시키겠다. '원 큐'는 넘버원의 큐레이션이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하도 선택할 게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다. 일반인들도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두진문 회장=△1959년 출생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명예 경영학박사 △신생활그룹 총괄 부회장(2018), 한샘리빙클럽 사장(2004), 웅진코웨이 개발부문 사장(1997)구독경제의 한국형 모델의 원조격이라 할만한 두진문 회장은 원픽 플랫폼을 조만간 론칭해서 많은 사람이 좋은 구독경제 서비스를 받고, 돈도 벌게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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