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피플] 김요한 대구시 전 청년정책과장 "정부가 지방 이주 청년 의무적으로 지원할 필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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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6   |  발행일 2022-08-17 제13면   |  수정 2022-08-16 15:59
"대구가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시라는 브랜드 만들어야"
김요한
김요한 대구시 전 청년정책 과장이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비수도권에서 청년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청년 정책을 펴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의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소리가 심상찮게 들린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청년 유출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5년 동안 대구시 청년 정책을 담당한 김요한 전 청년정책 과장을 만나 방향을 물어봤다. 김 전 과장은 '청년 문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청년 문제가 아니라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라고 풀어써야 한다. 청년 문제라고 하면 취업 못하고 집 못 구하고 결혼 못하는 게 마치 청년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유인이 된 김 전 과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를 펴냈다. 그는 "쓰고 싶어서 쓴 책이라기 보다 사실 의무감으로 썼다. 청년 정책이 포괄적이다 보니 숲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세대와 다음사회, 청년의 내일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염려하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대구청년센터에서 이뤄졌다.

▶ 청년 정책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
"사실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주거, 부채,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는 모든 계층이 겪고 있다. 다만 청년은 사회적으로 자립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계층보다 훨씬 무게에 짓눌려 있다. 또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관점이라 청년들이 굉장히 민감하고 첨예하게 받아들인다. 청년 정책은 공동체나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에서 투자의 관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다음 세대의 관점에서 다음 사회의 미래가치를 세울 수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청년의 삶과 꿈이 바로 지역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 대구시 청년 정책 실무 책임자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청년 정책은 기능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어느 한 기능에 편중해서 보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구하지만,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회적 관계망에 의한 선배들의 조언이다. 청년정책 과장을 개방형 직위로 하는 지자체는 대구와 서울 밖에 없었다. '청년보장제'라는 지향가치를 강조한 곳도 대구와 서울이었다. 청년들이 취업이나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걸림돌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자기 일과 삶에 관련하여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여주는 게 청년보장제의 가치이다. 청년들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정책이라,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 청년의 목소리부터 시작을 하기 때문에 정책의 수요자가 정책을 함께 만드는 진화된 정책 모델이다."

▶ 청년 정책을 시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서울과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정책은 다르다. 다른 지자체에서 초기에는 서울의 청년 정책을 벤치마킹했는데, 나중에는 대구와 광주를 많이 모델로 삼았다. 서울의 청년 정책은 주거빈곤 문제에서 시작했는데, 비수도권과는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방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 기회, 교육 기회, 문화 예술 향유 기회의 격차가 굉장히 심하다. 비수도권은 청년 유출을 걱정하는데, 점점 커져가는 기회의 격차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결국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다시 지방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시 청년 정책 과장으로서 마지막 1년 동안 중앙 정부에 지방으로 다시 돌아오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했는데, 제대로 추진이 안됐다."

▶ 비수도권의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인가.
"청년들이 서울로 가는 것을 무작정 말려서는 안된다. 더 좋은 기회를 가지려고 이동하는 것은 청년의 자유이고 당연한 일이다. 서울에서 3~5년 정도 생활한 청년들의 60% 이상이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정부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을 의무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나 대학이 지방으로 이주하면 재정적·행정적으로 지원하는데, 청년이 지방으로 이주하는데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에 진출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 만큼, 지방으로 다시 돌아가는 청년들을 지원해야 한다. 수도권과 국가 발전을 위해 청년들을 키운 것은 지방이다. 그 청년들이 다시 자기가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꿈을 펼쳐보겠다고 하면 나라에서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 지방 소멸, 저출산 문제가 다 청년의 삶과 연결돼 있다."

▶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현금성 지원이나 일자리, 창업의 기회를 주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길을 찾도록 도와줘야 된다. 지금까지 많은 정책이 이 단계를 생략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스펙쌓기에 바쁜 게 현실이다. 남들이 좋다는 회사에 입사를 하고도 1년도 채 안되어 그만두는 청년들이 많다. 대구시에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이다. 청년센터에서는 '청년학교 딴 길'을 통해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틈, 여유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청년들 가운데 졸업을 하고도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훨씬 많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의 고민을 방황으로 치부한다.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를 알게 되면 노력하게 된다. 딴 짓도 해보고 딴 길도 걸어가면서 자기를 찾는 게 중요하다."

▶ 민선 8기의 청년 정책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난 5년 동안 청년 자강, 청년 희망 공동체를 목표로 정책을 펼쳤다. 민선 8기의 과제는 미래인재 도시이다. 인재가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도 만든다는 인재관점의 지역발전정책이다. 수도권에 진출해 경험을 쌓은 인재도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도시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가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논설위원>

■김요한(48) 대구시 전 청년정책과장은 'IMF 외환위기' 세대이다.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전 과장은 1998년 대기업에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합격이 취소됐다. 대구섬유협동조합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2004년 출범한 대구전략산업기획단 공채 1기로 입사하여 이후 (재)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까지 13년 동안 대구지역 중소기업과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2015년 민간주도 협의체인 대구시 '포럼 창조도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7년 개방형 직위인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에 임용돼 5년 동안 청년들과 호흡했다. 김 전 과장은 "대구테크노파크 근무 당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포럼 창조도시를 통해 청년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주목하게 됐다"라고 했다.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으로 옮기면서 대구테크노파크에 사표를 냈었다. 김 전 과장은 지난 5월, 대구시 임기를 마무리하고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를 최근 출간했다. '지역은 청년을 세우고 청년은 지역을 바꾼다'라는 부제처럼 청년의 삶과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인 실험과 도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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