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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이영란의 스위치] 지진 피해구제 이끌어낸 이강덕 포항시장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전국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포항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세대 1인 코로나 진단검사를 시행한 것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주목받은 것은 포항 지진의 '극복 과정'에서였다. 포항시는 지진 발생과 원인 규명, 그리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를 향한 투쟁과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및 개정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을 돌파하고 드디어 지난 16일부터는 지진 피해구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강진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내고 다시 도약의 길로 나서고 있는 이 시장을 19일 포항시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 했다. 이 시장은 포항시의 청사진을 꼼꼼히 설명하면서 "다음 세대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역설했다.人災라 들었을때 충격 커…현장 돌며 번민의 나날정부, 지진 발생 1년4개월 지나서야 '촉발' 인정해1가구 1인 코로나 검사로 '조용한 전파' 차단 성과공직자, 역사적 평가 두려워하고 매사에 헌신해야▶하마터면 자연재해로 묻힐 뻔했던 포항지진의 원인을 밝히고 피해 구제 지원금도 지급하게 되었다. 소회가 남다르겠다."지진 당시 진앙지 주변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땅이 흔들려 순간 전봇대를 쳐다봤다. 넘어지겠다 싶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내가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큰 사고가 나겠다고 판단했다. 크게 흔들리는 게 멈추자마자 바로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그때 제일 잘한 것이 수능 시험을 연기하도록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협의한 것이다. 처음에 자연에 의한 것인 줄 알았던 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이라는 제보를 받았을 때는 충격이 컸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와 부산대 김광희 교수가 제시한 과학적 데이터와 증거를 접하고는 확신을 가졌고, 바로 정부에 정밀조사단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후 시민, 사회단체, 지역 국회의원 모두가 하나 되어 포항지진특별법을 제정하였다. 함께 노력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어려운 점이 많았겠다."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피해를 겪어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응급구호, 피해조사, 원인규명, 피해구제 등에 대한 구체화된 매뉴얼이 없는, 그야말로 백지상태여서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흥해 지역 주민들이 시멘트 기둥과 철골이 깨지는 듯 건물에서 쩡쩡 소리가 난다고 호소해서 대형건물 지하를 일일이 직접 조사했다.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고양이처럼 무릎을 꿇고 들어갔다. 현장을 직접 돌아보니 건물이 너무 허술했다. 혹시 전도되면 어쩌나 수많은 번민의 나날을 보냈다.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주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지원금 지급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그 과정에서 삭발까지 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사건은 당국에 의해 은폐된 사례가 많다.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데도 정부는 지진발생한 지 1년 4개월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임을 인정했다. 곧이어 대국민 사과와 향후 대책이 먼저 나오는 것이 순리였지만 소송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것이 다였다. 그것도 장관이 아닌 차관이 나섰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각에서는 삭발을 말렸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데 무모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의회 의장과 저는 정부에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편으로는 정부는 사과하지 않지만, 시민을 무한 보호해야 하는 시장으로서 사과의 맘을 삭발에 담고 싶었다."▶아쉬운 점은 없나."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했던 사업자인 넥스지오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과 그 편에 섰던 전문가·과학자들이 사과 한마디 안 하고 있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검찰수사도 진척이 없다."▶전국 처음으로 1가구 1인 코로나 검사를 한 것은 성과가 있었나."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 시는 전국 최초로 민관합동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등 선제적 대처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하지만 설 명절을 앞두고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진단검사를 통해 발견되지 않았다면 '조용한 전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검사를 시작한 날 갑자기 추워져서 비난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이 정말 협조를 잘 해주셔서 확진자수를 뚝 떨어뜨릴 수 있었다."▶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항시의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포항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나노융합기술연구원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R&D 기관과 포스텍·한동대 등 수준 높은 교육 환경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 등 풍부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첨단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평가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강소연구개발 특구'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 특구'로 선정되는 등 4차 산업혁명 선도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울러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등 첨단과학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그린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해 핵심부품 국산화와 연료전지 부품산업 집중 육성,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도 적극 구축해 나가고 있다."▶연구중심형 의대 유치는 어떻게 되고 있나."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연구 인프라와 탁월한 인적자원을 갖춘 포스텍이 의대를 유치하면, 의료격차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신약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이오와 신약, ICT 기술과 접목해 선진적인 의료기술을 겸비한, 아직까지 국내에 없는 스마트 병원을 포항이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처리해주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바다'가 또 하나의 도시경쟁력이 될 듯한데."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지난해 9월 영일만항을 모항(母港)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마이즈루를 취항한 국제카페리가 관광객 유치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국제여객부두와 함께 올해 착공 예정인 국제여객터미널이 완공되면 해양관광 활성화 및 대규모 해외 관광객 유치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평생 공직의 한길을 걸어왔다. 이 시장의 공직관을 한마디로 말하면."헌신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배운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역사적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도 평가받겠지만, 진정한 평가는 자리를 물러난 뒤에 나온다. 사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나, 정말 객관적으로 헌신 했나, 미래를 예측해서 제대로 주춧돌을 놓았나 이런 것들을 평가받게 될 것이다. 공직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매사 헌신해야 한다."▶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고향은 경외스러운 곳이다. 포항은 (나의) 꿈이고 희망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고 박태준 포철 회장은 당시 우리가 어떻게 철강 산업을 하느냐고 반대가 극심했는데 나름 확신을 가지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찾아서 결국 포철을 만들었다. 그만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포항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한, 헌신한 공직자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앞으로의 계획은."해경청장으로 취임할 때 당시 이미 앞으로의 모든 것은 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일할 수 있도록 해준 포항시민께 너무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이강덕 포항시장= △1962년 포항출생 △장기중, 대구 달성고, 경찰대(1기) 졸업, 고려대 석사·동국대 박사과정 수료, 목포대 명예박사 △경북지방경찰청 차장·경기지방경찰청장·대통령실 치안비서관·해양경찰청장 역임, 포항시장(현)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진행되는 포항지진 피해와 관련, "(지진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했던 사업자인 넥스지오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과 그 편에 섰던 전문가들이 사과 한마디 안 하고 있다. 검찰수사도 진척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1.04.28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1] 스타트업 '피라파라나' 정성원 대표
대구경북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또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집중된 수도권에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습니다.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으나 비대칭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인구 유출은 지역 혁신역량을 떨어뜨리고 경제를 위축시키는 원인입니다. 더 나아가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이제 청년인구 유입은 지자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영남일보는 대구로 다시 돌아와 꿈을 키우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귀환 청년'들이 대구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어두운 미래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청년이 떠나는 대구가 아닌 '청년이 돌아오는 대구'가 되길 응원합니다. 꿈꾸던 대기업 들어갔지만높은 월세와 야근에 시달려퇴사 후 청년창업가 꿈 키워업사이클 브랜드 론칭 준비"나같은 청년위해 길 닦겠다"스타트업 '피라파라나' 정성원(33) 대표는 대구에서 창업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정 대표는 5년여간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2년 전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그가 서울로 떠나게 된 계기는 대기업에 입사했기 때문이었다. "제 또래 청년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환경이 좋은 곳을 먼저 찾잖아요.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었고, 대기업이 많은 수도권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봤습니다. 제가 희망하던 기업에 들어가게 됐고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근무할 수 있었어요."하지만 서울 생활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높은 월세와 팍팍한 생활에 늦은 시간까지 야근이 이어지면서 점차 지쳐갔다. 그러던 중 대구지사에서 근무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사로 발령나면 승진이 늦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정서적 안정을 위해 대구로 돌아왔다."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괜찮은 기업이었는데, 너무 일에 얽매이다 보니 젊음을 뺏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 대구에 내려와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었기에 고민 없이 대구지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대구에서 그는 또 다른 가능성에 눈을 떴다.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창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을 내린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흔히 직장 생활을 하면 3년, 6년, 9년차에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딱 9년차였습니다. 여기서 더 시간이 흐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만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퇴사와 동시에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치열했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공백기의 여유로움을 느낄 틈도 없이 창업에 필요한 교육에 몰두했다. 이곳에서 만난 동기들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같이 교육을 받은 동기들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꿈을 키우는 청년들이 함께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대구시에서 만든 청년희망공동체도 이런 방향성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버팀목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 대표는 현재 브랜드 '부루(BOOROO)'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부루'는 순우리말로 '한꺼번에 없애지 아니하고 오래가도록 늘여서'라는 뜻이다. 그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새로운 가치의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Upcycle)'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지역 정착을 위한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 관련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지역으로 청년들이 모이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주거'입니다. 최근에 집값이 많이 올랐고, 월세도 저렴하다고 하기 어려워요. 이런 부분에 있어 지원책이 있으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또 대구시에는 좋은 청년 정책이 많은데 몰라서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있어 홍보가 잘 됐으면 합니다."정 대표는 대구에서 길을 닦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실 지금은 청년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 탓만 한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나부터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성공의 의미가 꼭 경제적인데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뒤 따라 오는 사람이 헤매지 않도록 성실히 길을 닦아 가겠습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피라파라나 정성원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라파라나 제공〉
[이영란의 스위치] '디스플레이업계의 글로벌 강소기업' 디엠에스 대표 박용석
디스플레이업계 글로벌 강소기업 디엠에스(DMS) 창업자인 박용석 대표는 경북 하양 출신이다. 대구고·경북대를 거쳐 1984년 LG에 입사한 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을 다니며 한국 디스플레이 1세대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갑자기 퇴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50세도 안돼 회사를 떠나게 되자 인생 2모작으로 영농을 준비하던 그를 창업으로 돌려세운 것은 동료들이었다.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의 실력자인 그와 함께라면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던가.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한 그는 초기 어려움을 전문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특유의 집중력, 그리고 위기에서 기회를 보는 배짱으로 극복해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엠에스는 순항하고 있다. 그는 도전, 창의, 투명 세 키워드를 성공 배경으로 꼽으며 이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지길 바랐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박 대표를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인터뷰하고 추가로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보충했다.▶코로나 사태로 기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디엠에스는 어떤가."중국 법인 직원들이 초기에 대응을 잘했고, 그러한 대응 노하우가 한국과 원활히 공유되면서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큰 타격 없이 사업을 지속했다. 중국 공장은 작년 연장된 춘제로 인해 단 3일 정도 조업을 못 했을 뿐 계속 생산을 이어갔다. 아직 회사 임직원 중에 확진자는 없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를 중심으로 영위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 비대면과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은 다양한 층위의 디스플레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 각종 전자제품, 전기차 등에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디스플레이가 쓰이기 때문에 업황 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보고 있다."▶창업과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면."특별한 비결이나 노하우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인 호기심이 많았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궁금해지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얽힌 이해나 인과관계 등에 대해 파고든다. LG전자(옛 금성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업가의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우연한 계기로 회사를 나오면서 그간 내가 공정 엔지니어로 일을 수행하며 필요해 보이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었던 것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당시에 그것을 필요로 했던 상황과 국산 장비에 대한 니즈 등이 절묘하게 맞았던 측면이 있다."키코사태로 약 1500억원 손실생산거점 中으로 이전 이겨내韓中경제 관계설정 경쟁 아닌분업·협력 측면으로 접근해야하나의 현상에 궁금증 생기면바보스러울 정도로 파고들어어릴 적부터 신문읽기 좋아해스마트시대 정보 소화 밑거름▶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디스플레이 장비는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했다. 우리 기술로 디스플레이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불과 2년 만인 2001년 세계 최초로 LCD 유리기판 위 유기물을 제거하는 자외선 세정장비를 개발했다. 이어 기존 LCD 세정장비 크기를 당시 일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3분의 1로 혁신적으로 줄인 고집적 세정장비(High Density Cleaner)도 출시했다. 일본 제품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국산 장비를 선보이게 되니 세계가 주목했다."▶일본 제품을 제치기까지 고생도 많았겠다."당시 대만에 '사스'가 만연했다. 국제 거래가 끊기는 등 대만 사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오히려 대만으로 혈혈단신 건너가 LCD라인을 직접 구성해주기도 했다. 사스의 어려움에도 떠나지 않는 디엠에스를 대만 기업들이 신뢰해 주었다. 그 이후 함께 중국 진출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진두지휘했다."▶2007년 '키코(KIKO)'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잘못된 외환파생상품에 가입하면서 회사가 크나큰 손실을 입었다.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누적으로 약 1천5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이었다. 경제적 손실도 가슴이 아프지만 무엇보다 수출 기업의 일상인 외환 위험의 제거 차원에서 가입한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환투기라고 누명을 씌운 것이 제일 힘들었다."▶어떻게 극복했나."2005년부터 중국 웨이하이에 진출했지만, 다른 신사업으로 진출했던 터라 장비 생산을 본격화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키코'라는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당시 중국은 산업정책에 힘입어 디스플레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었고, 장비 제조업의 관점에서는 그곳에 시장과 고객 그리고 풍부한 인력까지 있음이 느껴졌다. 생산의 거점을 과감히 중국으로 옮기는 과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타사와 비교할 수 없는 현지 대응력을 갖췄고 중국에서의 많은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 등을 되돌아보면 결국 핵심은 본연의 경쟁력 찾기가 중요했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기술적 차별화를 위한 우리만의 도전과 창의가 여러 위기를 넘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20년 가까이 중국에서 기업을 했다. 중국의 반도체 등 기술 진화 속도를 어떻게 진단하나. "중국은 이제 미국이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속도가 더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산업 전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경쟁이 아니라 분업과 협력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미·중 갈등이 심각하다. 중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누구나 느끼듯 미·중 갈등 자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하나의 현상으로 보인다. 기존의 힘과 성장하는 힘의 충돌. 사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군사외교 그 밖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충돌이 있어왔기 때문에, 이를 우려와 걱정의 시선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관계와 질서의 운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국은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이미 하나의 국가 수준을 뛰어넘은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성장동력과 변화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카드결제 시대'를 가뿐히 뛰어넘고, 각종 공유 경제의 모델들을 쏟아내며 경쟁하는 모습들은 중국의 강점을 담고 있다."▶학창 시절 사회 진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어렸을 적부터 유독 신문 읽기를 좋아했다. 지금의 조건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미디어 상황이었지만 정말 창간호부터 본 신문도 있다. 신문 읽기를 통해 정독하는 방법, 그 안의 정보들을 스스로 소화하고 분류하는 것을 많이 익혔다. 이것이 유년 시절의 사고체계 그리고 그 후 공부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각종 콘텐츠를 접하는데, 스마트폰과 종이 읽기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 신문·책과 같은 소위 '종이'를 잘 보는 사람이 스마트폰 내의 정보도 잘 소화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일자리가 크게 줄어 대학생에게 창업을 권하는 시대가 됐는데…."자기만의 콘텐츠에 집중하고 하나씩 기본을 닦는 게 중요하다. 그 기간은 조금 가혹하더라도 집중력을 가지고 노력해야 일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기본 틀이 잡히면, 그 다음 단계의 응용은 생각보다 적용이 어렵지 않다. 외국어 등의 공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만의 기본과 틀을 잡는 것에 집중하길 바란다."▶해외 사업 경험을 토대로 지역 경제활성화 등에 대해 조언하면."기술이든 정책이든 비슷한 모방은 한계가 있다.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나만의 관점이 생기고 그 관점은 남다른 길을 열어주게 된다. 각 지방도 '벤치마킹'이란 비교만을 통해 유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지역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길에 긴 호흡으로 집중하면 남다른 결과와 성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박용석= △1958년 경북 하양 출생 △대구고, 경북대 물리학과, 경북대 반도체 대학원 졸업 △LG전자 기술원, LG디스플레이(1984~1999) △디엠에스 CEO(1999~현재)박용석 디엠에스 대표는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새롭게 스스로 산업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으로 더욱 성장시켜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1.04.14
[혁신도시 공공기관장 지역 상생을 말하다] <1> 한국부동산원 손태락 원장 "대구 정착하려는 젊은 직원 증가"
"한국부동산원 출범 원년, 대구와 함께합니다"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영남일보의 '혁신도시 공공기관장 지역 상생을 말하다' 첫 번째 인터뷰에서 "혁신도시 조성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인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이 가장 빨리 내려온 것은 당연한 것으로, 그만큼 혁신도시 취지에 맞게 지역에서도 역할을 더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차원에서 저 역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채용 등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2013년 8월 한국부동산원을 필두로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이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경북 김천혁신도시에도 2014년 12월 입주한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전력기술,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건설관리공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이 이전을 완료했다.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10년을 앞두고 있는 이들 공공기관의 장(長)을 만나 지역 상생 노력과 기관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본다.대구 혁신도시 이전 기관 중 가장 먼저 지역에 둥지를 튼 한국부동산원은 내년이면 '대구시대' 10년 차를 맞는다. 대구 이전 당시 한국감정원에서 기관명(名)을 한국부동산원으로 변경한 뒤 사실상 원년 원장을 맡게 된 손태락 부동산원 원장은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경북 포항 출신으로 지역과의 상생에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다음은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에서 만난 손 원장과의 일문일답.경제발전 기여 협력·소통 강화지역서 할 수 있는 역할 다할 것매년 20~28%는 지역인재 채용대구서도 필기시험 보도록 진행공시價는 시세만 보는 게 아냐주변 주택 거래가 변동 등 고려의견제출 다양하게 나오는 부분보완 필요한지 빈틈없이 검토▶한국부동산원 원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원장으로 취임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취임 전 28년 가까이 국토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했다면, 한국부동산원에서는 국가 정책을 지원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져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시가격 의견제출 등을 지켜보면서 우리(부동산원)가 할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다양한지를 실감하고 있다."▶앞서 말씀했듯이 최근 공시가격 급등에 대한 정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공시가격 의견제출이 많이 들어왔다. 검토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토록 하겠다. 일부에서는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게 나왔다는 얘기도 있는데, 문제를 제기할 만한 소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시세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10월에 낮게 잡혔는데 왜 더 높게 나왔느냐인데, 문제는 해당 집은 거래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변 유사한 집들이 높게 나왔기 때문에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부분들은 설명이 분명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 제기가 다양하게 나오는 부분들 모두를 면밀히 검토해 조정할 부분이 있으면 조정할 방침이다."▶대구에서도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에서 공시가격 인상률 차이가 있는 등 의견제출이 크게 늘어났다. 객관적으로 정확히 적용할 방법은 없는지."가격이 비슷하다가 순간적으로 좀 올라갈 수 있는데, 그것만 갖고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다 결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매매가 여러 건 이뤄져도 들쑥날쑥한 부분이 있다. 그걸 전체적으로 감안해야지, 한 번 올랐다고 한번 내렸다고 그에 따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거래 자체가 특별한 관계에서 할 때는 높게 책정될 수도 없다. 다양한 부분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결정하도록 하겠다. 따라서 오는 29일 예정된 공동주택 가격 결정·공시 시에는 공동주택의 특성과 가격참고자료를 포함하는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한국부동산원은 대구 이전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혁신도시에 입주했고,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혁신도시 작업 자체를 국토부에서 했다. 국토부 소속 기관인 감정원이 가장 빨리 내려온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만큼 혁신도시 취지에 맞게 지역에서도 역할을 해 왔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저 역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채용 등에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 이쪽에 연고가 있어서 관심이 더 간다."▶부동산원의 올해 지역인재 채용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매년 신규채용 인원 중 20∼28%씩을 지역인재로 채용하고 있다. 올해도 전체 채용인원 56명 중 27% 이상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채용 인원 중 27.9%를 지역인재로 채용해 목표치(24%)를 상회했다. 지역인재 대상은 대학원을 제외한 지역 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자에 한해 서류전형 시 만점의 5%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채 필기시험 고사장을 서울에서만 운영해 지역 공공기관이란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있는데."채용 규모와 응시자 현황, 시험지 보안·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금까지는 수도권에서만 필기시험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대구와 인근 지역 수험생 부담도 커 대구에서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지시했다. 서울과 대구 양쪽에서 필기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어쨌든 부동산원이 대구에 있고 혁신도시에서 역할도 선도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지역사회나 기관단체와의 교류라든지 협조 체계는 최대한 확대해 가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할 생각이다."▶대구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장들과 만나 지역 상생에 대해 논의한 적은 있는지."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만났고, 신용보증기금 쪽에도 찾아가기 위해 실무진에서 추진 중에 있다. 채 사장과의 만남에서는 지역과의 상생 방안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대구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장들과 계속해 이런 고민들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의 여러 노력에도 상주인구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지역 상생에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지역에서 기대하는 만큼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학생인 자녀가 있는 고참 직원들은 가족과의 현지 정주가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직원들의 정착률이 높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서 결혼하고 직장을 잡고 생활 근거지를 마련하는 젊은 직원들이 더 많이 늘 것이다. 세종시만 봐도 시간이 지날수록 공무원들의 정착 비율이 많이 늘었듯, 여기도 시간이 갈수록 정착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대구혁신도시는 도심과 분리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교통편이 접근하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직원들이 서울과 비교해서 많이 분리돼 있다고는 느끼지 않는 것 같다."▶끝으로 대구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한국부동산원은 혁신도시에 내려와 있는 공공기관으로 대구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고, 그런 차원에서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더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상생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 올해는 한국부동산원 출범 원년으로 대구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린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지난 8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의 지역 상생 노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21.04.13
[대구경북 車부품기업 오너에게 듣는다 .2]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
계명대 회화과 서양화 전공, 포항 대동고 미술교사. 국내외 13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기업 회장의 커리어와는 왠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구상의 회장까지 맡고 있는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에겐 미술 전공이 자동차부품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지난 2일 대구상의에서 이 회장을 만나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전망과 경영 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근황은 어떠신지."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의지와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이런 것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시기적으로도 (자동차산업은) 중요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항상 고민하고 있다."▶자동차부품업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으며, 특별한 계기는 있었나."미술 전공 후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중 보험회사 친구의 요청으로 자동차부품 관련 도록을 그리게 된 것이 계기라면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부품 도록을 그리다 문득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자동차부품업에 도전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와 생각의 전환으로 40년 넘게 자동차부품업의 한길로 걸어오고 있다. 처음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느낀 것이 모든 일을 할 때는 배워야 된다는 것이었다. 배우고 익히고 특히 이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회가 주어질 때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삼보모터스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삼보모터스의 전신은 1977년 설립한 삼협산업이다. 당시 5명의 직원 수가 지금은 3천300명이 됐다. 자동차의 동력전달용 변속기 부품과 엔진 및 연료 등에 탑재되는 파이프류, 전기자동차 감속기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보모터스는 현재 국내 7개 법인, 해외 6개 법인 및 4개 영업지사를 포함 총 17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차에 대한 사랑이 남다를 것 같은데, 지금 타는 차는."줄곧 현대자동차를 이용해 왔고, 지금도 제네시스 G90을 타고 있다."▶자동차산업에 큰 변화가 몰아치고 있다. 자동차산업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자동차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안전' '편의' '친환경'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전해 오고 있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전기차의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의 엔진과 파워트레인 중심의 '이동수단'에서, 인공지능·이동통신·배터리 중심의 '움직이는 IT(정보기술) 디바이스'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구글·애플 등 IT업계를 비롯한 새로운 경쟁사의 출현과 신(新)경제 구도를 형성해 보다 치열한 경쟁 체제로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끊임없는 신기술의 등장과 접목으로 향후 자동차산업 시장은 더욱더 예측하기 힘든 변화와 혁신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삼보모터스도 기존 내연차 중심의 사업구조를 친환경 미래차로 재편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트렌드를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해 나가지 않는다면 현 경쟁 구도에서 생존해 나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삼보모터스에서도 미래차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R&D(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시행해 왔고, 특히 '친환경 미래차'라는 큰 테마에 포커스를 맞춰 선행 개발을 이어왔다. 2015년 전기자동차 감속기 개발 및 양산화 성공이 가시적인 첫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용 핵심 부품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부품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지속적인 프로젝트 수행 및 아이템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 양산화까지 적극 추진 중에 있다."▶내연기관차에 대한 부품 생산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전기차와의 비중은 어느 정도로 갈 계획인지."친환경으로 재편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의 핵심 부품 수요 감소가 확실하다. 삼보모터스는 시장 확보 전략을 아이템적 접근보단 공법 및 기술로 접근해 기존의 설비 능력과 기술개발 능력을 고도화해 친환경과 내연기관 부품의 범용 생산라인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생산 능력 체제는 유지토록 하고 동시에 새롭게 편성되는 전기차 등 신(新) 부품에 대한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향후 사업장의 각 운영 비중은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그 수요에 맞게 유연함을 기반으로 보다 탄력적으로 생산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대구상의 회장 연임을 축하드린다. 9년 만에 연임 회장이 됐는데,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지역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세계 1위가 되는 그런 강소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구에 R&BD(사업화연계기술개발)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취임사에서도 강하게 의사를 밝혔다. 동대구소방서 후적지 개발로 R&BD센터를 유치해 기업 연구소, 정부 연구기관, 대학 연구소, 그리고 디자인 분야를 비롯해 자금을 지원할 금융기관까지 집적화해 지역 기업에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최종 제품생산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R&D가 활성화되고 기관 간에 시너지효과도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동대구벤처밸리를 더욱더 활성화시켜야 된다."▶취임사에서 밝힌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매입과 관련한 큰 그림은."동대구소방서 후적지 개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곳이 많지만,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권영진 대구시장께서 화답해 준 것은 대구상의밖에 없다. 지역 기업을 위한 R&BD센터가 건립된다고 가정하면, 대구경북디자인센터도 그쪽으로 이전하는 것이 효과면에서 여러모로 나을 것이다. 디자인센터 건물에 대해 상의에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대구상의 부지일 뿐 아니라 건물 저층부의 층고가 높아 전시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건축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일본 오사카상의의 '기업인 박물관'처럼 '대구기업인 박물관'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 중소기업의 제품관도 만들어 기업을 위한 포털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상의 회장을 떠나 지역 기업인으로서 대구경제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무엇을 하든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잘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연구해야 한다. 지금 현주소가 세계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앞으로의 먹거리는 무엇인지 늘 고민해야 한다."▶끝으로 대구시민과 지역 경제인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지금 기업인들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경제 환경이 힘든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정부나 언론, 시민들이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가업상속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기업이 국가다'라는 말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시민 모두가 '농자천하지대본'을 현대에 맞춰 '기업천하지대본'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기업도 사회적책임은 다 하겠지만 요구할 것은 정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이 지난 2일 영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21.04.08
[김수영의 피플] '3년 연속 공무원 합격자 전국 최다' 상주공고 권희태 이사장
상주공고가 지난해 9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45명을 배출하면서 화제가 됐다. 3학년(199명)의 22.6%가 합격했으니 주목받을 만하다. 이만이 아니다. 지난해 해병대 18명, 육군 7명, 공군 1명 등 부사관시험에 26명이 합격했다. 국가철도공단, 대구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도 5명이나 취업했다. 대졸 취업준비생조차 쉽지 않은 공기업의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취업난 속에서 일군 성과라 의미가 크다. 그동안 상주공고는 경북도 기준 9년 연속 공무원 최다합격, 전국 기준 3년 연속 공무원 최다합격도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학생과 교직원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60여 년간 교육사업에만 매달려온 권희태(88) 이사장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 이사장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교육사업에 뛰어든 후 경희교육재단(대구 경상고·경상여고)을 설립한 데 이어 경영난에 허덕이던 남산학원(상주공고·상주 남산중)을 인수했다. 지역교육계의 원로이자 산증인인 그는 2014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 "시골 학교를 대도시 학교처럼 키워보겠다"며 상주공고 교장을 맡아 다시 일선에서 뛰기도 했다. 지금은 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상주공고를 찾아 온종일 근무하는 애정을 보인다. 학생 맞춤학습·집중교육으로공무원·공기업 바늘구멍 뚫어기능대회 입상도 취업 이어져목공·건축설계·CAD 최강자독서 통해 인생설계·인격도야상주지역 최대 도서관 운영 중사학 경영 자율권 등 보장해야미래 변화 대응하는 인재 양성▶취업난 속에 '고졸 취업'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많은 고졸·대졸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2012년에 경북도 지방직 공무원 합격생 2명을 시작으로 2013년 9명, 2014년 8명, 2015·2016년 17명, 2017·2018년 22명, 2019년 24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9년간 160여 명이 합격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부사관 등에도 2018년 16명, 2019년 36명이 취업했다. 서울대 나와도 공무원 되기 힘들다는 시대에 좋은 성과를 내줘 교직원·학생 모두에게 고맙다.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한 것이 좋은 결실을 냈다." ▶기능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경북기능경기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매년 다수의 입상자를 내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0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특히 목공과 건축설계·CAD 분야에서는 상주공고가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우수 기능 인재 양성→기능대회 입상→우수기업 취업이라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아직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가 없어 아쉽지만 조만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상주공고만의 특별한 교육방식이 있다고 들었다."취업을 위한 철저한 분야별 맞춤학습과 집중교육이 주효했다. 아울러 '5-Track'이라는 독특한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시험 준비부터 최종합격까지 학생 개개인에게 맞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의 취업영역을 5개 분야로 나눠 각 분야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 현재 공무원합격반, 공기업합격반, 대기업합격반, 기능인재반, 해외취업반이 있다. 2012년에는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명품교육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관악합주단도 학교의 자랑거리라 했는데."관악합주단은 1976년 창단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교과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준다.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은상·동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있다. 경북도 신도청 개청 행사 연주를 비롯해 상주시 여러 행사에서 300회 이상 공연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매년 관악 정기연주회를 열고 음악 관련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려는 학교의 의지가 담겨있다."▶인문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흔히 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이지만 상주가 가진 정체성 함양을 위해 인문교육에도 신경을 쓴다. 지상 4층 규모의 독립적인 도서관을 운영한다. 7만여 권의 장서가 있다. 상주에서는 최대 규모다. 전교생에게 인문교양서도 무료로 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등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책이다. 이를 통해 지(知), 덕(德), 체(體)를 아우르는 전인교육을 추구한다." ▶독서가 왜 중요한가."군대 제대 후 고시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읽은 심훈의 '상록수' 때문에 인생 방향이 바뀌었다. 농촌 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학령 초과자와 방직공장 여공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품고 대구에서 '성인교육회'라는 야학을 시작했다. 교육사업에 뛰어든 계기다. 독서를 통해 인생을 설계하고 인격을 도야할 수 있다. 독서만이 아니라 책을 읽은 뒤 많이 쓰고 생각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품성 좋은 직업인 양성이 목표다."▶대구 교육계의 역사라고 평가받는데."1956년 성인교육회 결성에 이어 이듬해 대구여자공민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가 경희실업학교, 경희여상을 거쳐 지금의 경상여고가 됐다. 6·25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그 시절, 배움에 목말라하던 여공을 보니 안타까워 야학을 시작했고 여학교로 발전했다. 1971년 교장 자격을 취득한 후 경희여상 교장으로 43년간 봉직했다. 나에게 학교 교장은 천명이자 성직(聖職)이다. 세속적인 유혹을 뿌리치고 교육에 전념한 것이 내 평생의 가장 값진 선택이었다."▶남산학원을 인수하면서 경북교육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당시 상주공고는 상주실업고였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경영난도 심각했다. 갑자기 이사장의 건강까지 악화돼 학교를 경영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여러 지인이 학교 인수를 권유했고 같은 교육자로서 남의 고통을 모른 척하기 힘들었다. 인수한 뒤 인근에 있던 남산중을 상주공고 옆으로 옮겼다. 학급 규모도 2~3배 키웠다. 현재 중학교는 15학급, 고등학교는 24학급이다. 전국적으로 학생 급감 추세이지만 우리 학교는 아직 학생 모집이 순조롭다."▶앞으로 상주공고를 5년제 특성화고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청년 실업 문제 해결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우수한 기술 전문인 양성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학제상 3년간의 특성화고 교육으로는 기술숙련 단계에 이르기 힘들다. 완벽한 직업인의 기능을 익혀 취업 후 직장에서 바로 제 몫을 해내려면 5년제 특성화고 학제가 적합하다. 체계적이고 심화한 직업교육을 할 수 있다."▶한국 교육 발전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사립학교법에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학은 법이 정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독자성 확보가 시급하다. 인사와 경영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사립학교 국고 지원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9년 연속 경북도내 공무원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상주공고 권희태 이사장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독자성 확보가 시급하다"며 "하루빨리 사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경북도 기준 9년 연속 공무원 최다합격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상주공고 권희태 이사장이 공무원 합격생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섰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상주공고에는 지상 4층 규모의 독립된 도서관이 있다. 권희태 이사장은 지(知), 덕(德), 체(體)를 아우르는 전인교육을 위해 좋은 도서관 만들기에 힘 쏟는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2021.04.07
[이영란의 스위치] 훈민정음 소재 장편소설 '2061년'으로 돌아온 이인화 작가
천재 소설가, 스타 교수로 각광 받다가 어느 순간 이른바 '적폐'로 내몰려 세상에서 사라져야 했던 소설가 이인화(본명 류철균·55)가 돌아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 장편 '2061년'을 들고서. 소재는 세종대왕 이도(1397~1450)가 만든 문자 훈민정음. 소설가 겸 국문학자인 그가 대학에서 디지털미디어학부를 운영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 상상력을 총동원해 탄생시킨 작품이다. 그런데도 발간해 줄 출판사가 없어 발행인도, 저자도, 교정도, 교열도, 편집도 한 사람, 작가 자신이 도맡아야 했다. 1인 출판사에서 발간한 이 신작은 발간 한 달 만에 4쇄에 들어갔다. 이 작가를 지난 16일 서울시 목동에 있는 집필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어려운 시절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는 고향분들이 너무 고맙다"며 대구·경북민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드러냈다. 신작 배경은 AI가 지배하는 시대반격 노리는 인간이 1896년으로 가데이터 원형 해례본 차지하려 다퉈디지털 뉴딜 예산 年 20조원 규모대구경북에 AI 전산센터 구축하고음식디미방 등 디지털로 전환해야▶지난 4년간 침묵 끝에 내놓은 소설 '2061년'이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소설이 어려워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너무 고맙다. 책을 출판해보니 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책을 내고 여러 북클럽에 e메일을 보냈다. 서평을 받기 위해 열 곳에 보냈는데 다하겠다고 했다. 큰 용기를 얻었다. 출판사들의 반응하고는 달랐다. 독자들은 '이인화 작가님의 책이라면 해야죠'하면서 아무도 거절 안 했다. 정말 감동 받은 것은 '경남 김해 열쇠도장 코너'라는 주소를 받았을 때다. 귀한 독자님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모든 독자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학교를 떠난 이후 어떻게 살았나."5년 전부터 외톨이가 되었다. 직장도 없어지고 사람들과의 연락도 일절 끊어졌다. 등산만 다녔다. 취재하러 안동 등(대구경북지역)을 두루 다니고. 글을 쓸 수 있었고 가족이 곁에 있어 줘 버텨낼 수 있었다."이 작가는 2017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특검 조사가 많이 힘들었겠다."나 하나로 끝내자 하다 이렇게 됐다. 내 불찰이다. 'K무크 시범 강의'에 일반인을 포함해 2천956명이 수강신청해 289명이 학점을 신청했다. 처음부터 거의 다 패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육과 출신인 학장이 체육특기생 한 명 통과시켜 달라고 해서 조교에게 그대로 지시했다. 그때부터 형극이 시작됐다."▶작품의 메시지는."미래가 굉장히 무섭게 느껴진다. 팬데믹 시대에 인공지능이 직업을 다 없앤다는 뉴스가 연방 나오고. 근데 우리는 희망이 있다. 미래는 무섭기도 하지만 우리 안에 매우 익숙한 것 중에 미래를 뚫고 나갈 힘도 있다. 겨울이지만 그 겨울 안에 여름이 있다. '이도 문자가 그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반격을 노리는 인간의 여러 세력이 인공지능 디지털 데이터의 원형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1896년의 조선으로 돌아가 격돌하는 이야기다. (나는) 인공지능들이 결국은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이도문자 데이터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런 보물을 갖고 있으니 이것을 잘 가꾸어 후손들에 물려주면 된다."▶인공지능이 훈민정음을 선호한다?"로마자 데이터들은 음성인식이 매우 어렵다. 어디서 끊어야 할지 원칙이 없다. 한글자가 음성인식이 한결 쉽다. 인공지능들이 결국은 '이도문자' 데이터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국 자체가 엄청 귀중한 자산을 받았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다. 한글은 소리의 제어계측이 가능하고 철자와 발음 기호가 같은 유일한 문자다. 한글 음성은 텍스트 입력 속도가 한자의 7배나 된다. 이건 엄청난 것이다."▶훈민정음 해례본(한글의 창제 목적과 원리를 밝힌 한문해설서)이 안동과 상주에서 발견되었는데."나라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없앨 때 경북은 두 개를 감추고 있었다. 파스파 문자 문헌을 가지고 있으면 다 죽이던 시절, 한글 문헌도 다 태워졌다. (집현전 학자였던) 신숙주·정인지·박팽년 집안이 (훈민정음 해례본) 한 부씩 받았을 터인데 그 책들은 어디 갔는지. 세종의 아들 문종시대가 끝나고 세조·성종 때 오면 이미 싹 타버리고 없다. 안동 광흥사가 간경도감 분소였는데 안동 답답이의 고집으로 지켜냈다. 이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와 비슷하다. 대구·경북이 없었으면 한글도 없었다. 해례본을 숨겨 놓고 한글을 발전시켰다. 이곳에서 내방가사며 한글 시조, 내간체 편지 등 한글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이 가꾸어졌다."▶우리 선조들이 해례본을 불태우지 않은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서울이나 호서 지방은 벼슬할 기회가 많았다. 그쪽은 대개 집안이 영의정·좌의정을 했다. 이것이 자랑인데 경북은 아주 일찍부터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어서 우리 집에서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다가 집안의 격이고 사회적 신분이었다. 학문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다 해도 책을 태우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구·경북인만이 앞서 살았던 사람의 피땀과 눈물을 알아주었고, 세종의 피땀을 이해했던 것이다."▶인공지능과 한글을 접목하기 위해 대구·경북이 어떻게 해야 하나."디지털 뉴딜 예산이 매년 20조원인데 대구·경북은 뭘 가져오고 있나. 방언연구 한다고 18억원 받는 것이 다 인 것으로 안다. 일단은 디지털 뉴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에 한글 데이터를 다 넣어야 된다. 예를 들어 수유잡방·음식디미방 등의 콘텐츠, 정말 놀랍지 않나. 꿩 설렁탕 등 독창적인 요리 150개가 있으면 메타데이터가 거의 1천만개 나온다. 대구·경북이 가지고 있는 이 보물들을 디지털로 다 전환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전산센터를 대구·경북에 세워야 한다. 초대형 인공지능 전산센터가 한국에도 나와야 하는데 그것을 한글데이터를 보존했고 한글을 브랜드화한 한글 본향인 대구·경북에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딴 데 주려고 하는 듯하는데 긴장해야 한다."▶차기작도 배경이 대구·경북인가."안동의 독립운동가 김용환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노름꾼'(가제)을 준비 중이다. 구한말 유학자 서산 김흥락의 손자로, 평생 종가 재산 팔아 도박을 했다고 파락호로 손가락질 받다 죽은 사람이다. 그러나 광복 후 그 돈이 모두 독립군 자금으로 들어간 사실이 밝혀진다.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은 적폐로 찍혀 묻혀 있지만 김용환 공이 반세기 이상 지나서 알려지는 것처럼 내가 정성껏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는 용기를 갖게 됐다. 죽는 날까지 '작은 얼굴'로 조용히 숨어서 좋은 소설을 쓸 것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이인화(본명 류철균)= △196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학회장 역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양귀자론'으로 등단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추리소설 독자상, 중한청년학술상,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영원한 제국' '초원의 향기' '인간의 길' 등 다수이인화 작가는 "6개월23일간 구치소에 있었다"며 "그중 2주간을 카메라 있는 독방에 있었다. 용변 보는 것도 다 감시하는 데다가 이불만 만지면 (간수가) 뭐라고 한다. 자살이라도 할까봐. 너무너무 괴로웠다. 그런 방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1년이나 있었다"고 말한 뒤 씁쓸한 웃음을 날렸다.
2021.03.24
[김수영의 피플] 커제 꺾고 LG배 우승 신민준 9단 "이세돌 사부의 원수 갚았다"
지난 2월 한국 바둑에서 또 한 명의 세계 챔피언이 탄생했다. '한국 바둑의 미래' 신민준(22) 9단이 주인공이다. 신민준은 중국 랭킹 1위인 커제 9단을 물리치고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국 바둑 랭킹 4위인 신민준에게 진 커제는 경기 종료 후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통산 8번 우승한 커제가 결승전에서 패한 것은 2016년 바이링배 이후 5년 만이었다. 신민준의 우승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에게는 생애 첫 메이저 세계 타이틀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안겨줬다. 신민준은 한국 기사로는 통산 15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자다. 한국 바둑계에서는 한국 바둑이 다시 중국 바둑을 누르기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한국과 중국 기사가 맞붙은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이 승리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기사와의 대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가운데 신민준이 한국 바둑의 벽이었던 커제를 완파함으로써 세계바둑 판도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신민준은 13세 때인 2012년 제1회 영재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에 들어온 뒤 8년여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챔피언이 됐다. 신민준과 커제의 대결을 앞두고 대부분 전문가가 커제의 우승을 예상했다. 신민준이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에 처음 올라온 데다 그 상대가 세계 최강 기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국을 커제에게 내준 뒤 수세에 몰렸지만, 신민준은 2·3국에서 내리 이겨 우승컵을 안았다. 그래서 더 뜻깊은 승리였다. 이세돌 9단에 패배 안긴 커제 알파고에 졌을땐 비아냥거려'내제자'로서 결초보은한 심정 메이저 국제기전 결승 계기로 승부처에 서두르는 단점 보강 진정한 세계최강 되도록 노력▶결승전에서 힘겨운 상대를 만나 많이 긴장했을 텐데도 승리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계 최강자 반열에 올랐는데."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우승은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제 정상권에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진정한 세계 1인자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커제와의 대결에서 1국에 패한 뒤 심적 부담이 컸을 듯하다."1국을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내준 것 같아 스스로 실망했다. 2·3국은 비록 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진돗개 정신으로 대결하자 다짐했다. 패기 있게 바둑을 두려한 게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2국에서 승리한 뒤 '커제를 꺾고 우승하는 기적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3국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었나."솔직히 큰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이라는 말처럼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었다."▶결승전에 앞서 엄청난 심적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했다."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은 처음이라 너무 떨렸다. 부담감에 결승 직전의 다른 국내 대회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더욱더 자신감이 떨어져 결승전에서는 심리적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1국을 지고 난 뒤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이 큰 도움이 됐다. '이만큼 올라온 것만 해도 대견하다. 이기려는 부담감을 떨치고 후회 없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거라. 이 순간을 즐겨라.' 그 말이 쏙 귀에 들어왔고 마음이 한결 안정됐다. 커제도 승부에 대한 부담감은 나와 똑같았을 것으로 생각하며 계속 마인드컨트롤을 했다."▶언제쯤 승리를 자신했는가."마지막 3국에서 백돌을 잡아 2국과 마찬가지로 두껍게 판을 짜며 커제를 상대했다. 커제가 역전승을 잘 거두는 끈질긴 승부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한 적은 없었다. 끝까지 형세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커제를 이긴 것이 더욱 감격스러운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커제는 세계대회에서 무려 8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던 최고의 기사다. 강자를 이겼다는 점도 좋았지만, 이세돌 사부의 원수(?)를 갚았다는 의미도 있었다. 사부는 커제에게 패한 아픔이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사부가 패했을 때 커제가 비아냥거렸다. 제자가 사부에게 비수를 날린 커제를 꺾은 것이다. 5개월여 내제자(內弟子·스승의 집에서 동거하며 배우는 바둑 제자)로 있으면서 입은 은혜를 결초보은한 심정이었다."▶그동안 여러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2016년과 2018년 메지온배 신인왕전, 2019년 KBS 바둑왕전, 2019년 20세 이하 기사가 출전하는 글로비스배 국제 신예대회에서 우승했다. 2017년에 거둔 농심 신라면배 6연승도 있다. 이것은 아직 한국 신기록이다."▶바둑을 시작한 계기가 있는가."여섯 살 때 아버지께서 인터넷 바둑 두시는 것을 보고 흥미를 보이자 아버지께서 동네 바둑학원에 보내서 시작하게 됐다. 바둑을 배운 지 1년쯤 지나 실력이 어느 정도 늘자 아버지께서 보라매공원이나 여러 기원의 바둑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원정 대국을 하게 했다. 바둑 실력을 쌓게 한 것은 물론 바둑에 대한 애정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바둑의 가장 큰 매력은."바둑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똑같은 판이 아닌 매번 새로운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게 늘 신선함을 준다."▶평소 바둑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가."요즘은 인터넷 대국을 한 후 AI로 복기하는 식의 공부를 많이 한다."▶자신의 바둑에 단점이 있다면."승부처에서 너무 서두르는 게 약점이었다. 하지만 LG배 결승전을 계기로 약점이 많이 보강되었다."▶현재 세계 바둑계에서 최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뛰어난 바둑기사가 많지만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 커제와 양딩신 9단이라고 생각한다."▶역대 바둑기사 중 특별히 좋아하는 기사가 있는가. "이세돌 사범과 이창호 사범을 좋아하고 이들 사범의 바둑을 보면서 공부도 했다. 이세돌 사범은 내제자로 지냈기 때문에 각별한 정이 있다. 이창호 사범은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늘 존경하던 분이었다."▶대구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아버지(신창석 KBS PD)의 고향이 대구라서 대구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래서 대구에 친근감이 있다."▶올해 대국 일정은."바둑리그 결승과 삼성화재배 예선전이 있다."▶궁극적으로 어떤 프로기사가 되고 싶은가."큰 승부에 강하고 국제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사가 되고 싶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지난 2월 열린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 9단을 꺾은 신민준 9단은 "진돗개 정신으로 패기 있게 바둑을 둔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 진정한 세계 1인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신민준 9단이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컵을 들고 있다.
2021.03.17
[이영란의 스위치] 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조명희 위원장
조명희 국회의원(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장)은 21대 의회에서 비례대표 여야 의원을 통틀어 유일한 과학분야 전문가다. 국내 지구관측 위성정보 분야 1호 박사인 조 의원은 경북대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한편, 직접 벤처 기업을 창업해 20여 년 운영하다 정치에 입문한 이른바 '3선급 초선'. 탄탄한 전문지식과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임기 시작한 지 9개월 남짓밖에 안 되는데 벌써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4개나 통과시켰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야당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조 의원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위원회로 옮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조 의원을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은 보건의료와 복지를 비롯한 민생의 전 분야와 융합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발의해 통과시킨 '스마트방역법'이 앞으로 '방역은 촘촘하게, 민생경제는 숨통 트이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국회의원 종합 의정 평가에서 '참 괜찮은 의원상'을 수상했다. "지난 국감에서 당에서 선정한 첫 우수의원이 되었다. 의정활동 첫해에 4개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선정한 우수의원으로 뽑혀 모두 5관왕이 되었다. 지난 1월 중앙언론으로부터 받은 '참 괜찮은 의원상'은 보건복지위원회로 보임하고 받게 된 상이라 더욱 뜻깊다. 과학기술 직능 비례대표로 들어와 전문성을 살려 의정활동을 해왔다. 대개는 국정감사 때 질의한 것을 정부 측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팔로업 하지 않는데 저는 끝까지 추적한다. 질의에 그치지 않고 의원실 의견을 대안으로도 제시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당히 공격하니 정부 측도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야당으로서 앞으로도 '빛나는 전문성, 치열한 투쟁력'을 보여주는 입법 정책활동을 이어가겠다."▶과학기술 전문가로서 국민 건강과 생명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보건복지위원회에 가보니 어땠나. "첫 업무보고를 받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정보화 부족'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다루는 개인정보를 비롯한 보건·복지 데이터는 약 631억 건, 정부 전체 데이터 중 83%를 차지한다. 그런데 복지부 예산 중 정보화 관련 예산은 0.2%에 불과하다. 질병청과 식약처, 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데이터가 분절되어 제각각 관리되는 것도 문제였다. 활용은커녕 공유도, 소통도, 표준화도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100만명에 이르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도 전혀 없다.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정보화 이슈는 중요하다.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챙겨볼 생각이다."일률적인 영업제한으로 폐업 양산데이터 기반 스마트방역 구축해야복지부가 다루는 데이터 631억건공유·소통·표준화 전혀 안 이뤄져위성 정보 서비스 시장 300兆 규모대구경북에만 없는 위성센터 건립우수인력 양성땐 고용창출 이어져 ▶'방역은 촘촘하게, 민생경제는 숨통 트이게'라는 구호도 내놓았다."정부가 그동안 단체기합식 거리두기 방역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개월간 전국에서 하루평균 1천500여 곳의 상가 점포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부의 방역 정책을 잘 따랐는데 돌아온 건 폐업인 것이다. 구체적 근거가 없고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영업 제한 방침 때문이다. 융통성 없는 사후약방문, 행정편의주의적 거리두기 조정 문제를 계속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일명 '스마트방역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해 촘촘한 방역체계 구축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과학기술적 식견이 복지문제 해결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과학기술 발전은 보건의료와 복지를 비롯한 민생의 전 분야와 융합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제가 개념을 제시한 스마트방역 역시 ICT(정보통신기술)와 공간정보 빅데이터 기반의 감염병 방역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보건소나 요양병원과 같은 복지시설에 대한 통합정보관리에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 의원실에서는 3월 중 장애인이나 노인 등 보행약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관련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도보 이동 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 경사로나 계단 등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 보행약자들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GIS 기반의 위치기반 서비스 시스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 '보건복지'에도 '과학기술' 옷을 입혀야 한다."▶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을 어떻게 보나."지난달 26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하고도 한 달이 넘은 시점이다. 변이 바이러스 문제는 둘째치고 국민 사이에서 백신 불신이 심각한데, 보건당국은 전 국민 접종 계획을 제대로 세운 건지 우려스럽다.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26일 첫날 접종자 5천여 명 산정기준에 대한 근거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재정에서 접종비를 조달하면서도 정부는 '백신 무료접종'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홍보 예산은 엄청 많이 쓰면서 의사·간호사 등 코로나19 방역 종사자 임금은 185억원이나 체불했는데 참으로 화나는 일이다."▶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장으로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작년 7월 말에 맡아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문재인정부는 미래를 내다보는 일자리 정책이 아닌 단편적인 공공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 특위는 현장에 기반한 정책 제안,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대안을 꾸준히 제안하고자 한다. 일자리를 논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교육', 융합형 인재 양성 문제에도 초점을 맞췄다. 국가와 지자체가 초·중등학교의 소프트웨어교육 진흥을 위해 EBS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이라든지,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겨나는 디지털 일자리에 대한 재교육·재훈련을 위한 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미래산업 육성 및 일자리 대응을 위한 5종 패키지 법안'도 발의했다."▶위성 전문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이제는 '위성 활용시대'다. 세계 위성정보 활용서비스 시장이 2018년 기준 약 300조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정부 정책은 활용보다는 위성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마디로 국토·자원관리와 재해재난 대응 등 현업활용에는 물론, 대국민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성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공무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도 위성 관련 센터를 건립해야 한다. 위성센터가 도마다 하나 이상씩 있는데, 대경권에만 전무하다. 위성 교육센터를 설립하면 관련 우수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고용 창출과도 연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과학기술 직능을 대표했지만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과학기술이 실종되어 있었다. 민생문제나 지역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방위는 비인기 상임위 중 하나가 됐고, 특히 과학기술 분야는 고스란히 홀대받고 있었다. 노벨 과학상은 국가의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제가 1호 법안으로 기초연구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통과시켰는데 이는 '노벨상 과학영웅'을 키우자는 것이 골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분야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것도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국회에 왜 전문가가 필요한지, 입법 활동에서 과학기술 전문성이 왜 반영되어야 하는지 알리는 정치인이 되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조명희= △대구 신명여고, 경북대 지리학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자연지리학 전공(원격탐사)박사, 일본 도카이대 대학원 해양원격탐사/GIS(지리정보시스템)전공 공학박사 △경북대 융복합시스템공학부 항공위성시스템전공 교수 △대통령소속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아시아 GIS학회 회장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현), 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특별위원회 위원장(현),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 대표의원(현)조명희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첫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보건·복지 데이터는 약 631억 건, 정부 전체 데이터 중 83%를 차지했다"며 "그런데 그 데이터의 활용은커녕 공유도, 소통도, 표준화도 전혀 안 되어 있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21.03.03
[김수영의 피플] '대구 전태일기념관 건립 진두지휘' (사)전태일의 친구들 이재동 이사장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1970년 11월13일, 22세의 전태일 열사가 서울 청계천에서 분신할 때 외친 말이다. 전 열사는 한국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전태일이 없었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은 수십 년 뒤에나 존중받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나아가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 열사의 고향은 대구다. 대구가 자랑스러워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에 대한 관심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한정됐다. 서울에는 2019년 전태일기념관이 건립됐는데 그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대구에는 그의 흔적을 기리는 곳이 없었다. '〈사〉전태일의 친구들'이 이런 아쉬움을 풀어줬다. 전 열사 분신 50주기를 맞아 그가 십대 때 살던 집을 시민 성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지난해 매입했다. 대구에도 전 열사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기념관 조성에 나선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전태일의 친구들 이재동(62) 이사장을 만났다.전태일 열사 중구 남산동 옛집한때나마 온가족 모여살던 곳일기에 가장 행복했던 때로 써시민들 성금으로 옛집 사들여기념관 건립 '큰 산' 넘었지만운영비 해결 지자체 도움 절실▶전태일의 친구들에서 매입한 옛집은 어떤 의미가 있나."전 열사는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생가 인근에 있는 이 집은 전 열사가 1963년부터 1년 반 정도 살았던 곳이다. 그가 쓰던 2칸짜리 방은 현재 허물어져 없다. 전 열사는 당시 명덕초등 안에 있던 청옥고등공민학교라는 야간학교에 다녔다. 그의 일기에는 이곳에서 살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적혀있다. '그늘과 그늘로 옮겨 다니면서 자라온 나는 한없는 행복감과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서로 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느꼈다'라는 문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열사가 정식학교에 다닌 것은 초등학교 시절 3년간밖에 없다. 청옥고등공민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배웠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는데 이 집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살았다."▶전 열사 가족이 살던 방은 허물어져 없는데."그래서 3월쯤 이 공간을 어떻게 복원할지에 관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중구청, 도시재생전문가, 건축사 등과 함께 토론, 연구해 방향을 잡으려 한다. 현재는 주인이 살던 본채만 남아있다. 이 집도 지은 지 오래되어서 상태가 좋지 않다. 전 열사가 살던 방은 복원하기로 정했다. 본채는 허물고 새로 지을지, 수리해 사용할지 등에 대한 이견이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옛집을 매입하게 된 계기는."8년 전쯤 전 열사의 남동생(전태삼)이 이 집을 사겠다고 나섰지만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매입하지 못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태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지역 한 방송이 전 열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극단에서 그의 삶을 조명한 연극도 선보였다. 대구문화재단에서는 '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전태일로 본 대구 정체성'을 펴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9년 3월 전 열사 옛집을 매입하기 위한 단체로 전태일의 친구들이 설립됐다."▶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어떻게 이사장을 맡게 됐나."2015~2016년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전 열사에 관한 관심이 불붙으면서 '전태일 평전'을 집필한 인권변호사 조영래 선생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전태일 관련 세미나 등이 개최됐고 변호사회 회장 자격으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전태일·조영래 선생에 관해 공부했다. 그들을 알아갈수록 존경심이 커갔다. 자연스럽게 전태일기념관 설립 관련 법인을 만드는데 준비위원으로 참여했고 이사장직까지 맡았다."▶전 열사 옛집을 시민 성금으로 매입해 더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시민 3천여 명의 성금이 뜻깊은 결실을 보았다. 저금통을 가져온 어린이, 시장 상인, 비정규 노동자, 예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의 시민이 따뜻한 정성을 보탰다. 미술가와 음악가들은 기부 전시회와 콘서트를 마련해 몇천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대구시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십시일반 모은 소중한 성금이다. 대구에서 모금 운동을 통해 몇억 원을 모은 사례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건립 때뿐인 것으로 안다. 그 당시는 기업인들이 큰 도움을 줬지만 전 열사 옛집 매입 때는 시민이 중심이 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코로나19 때문에 매입에 어려움을 겪었다."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터져 성금 활동이 난항을 겪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뒤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시민 모금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집주인도 주택 구매 자금이 시민 모금으로 마련된다는 사실을 알고 참아줬다. 집주인이 그 집에서 이사 나온 뒤에도 관리해 주고 있어 고맙다. 전 열사 50주기인 지난해에는 각종 단체, 정부, 언론 등에서도 그의 삶과 노동 운동을 재조명했다. 뜻깊은 해에 옛집을 매입해 다행이었다."▶이 시대에 '전태일 정신'이 필요한 이유는."그가 분신자살한 뒤 50여 년간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물질적으로도 풍요해졌다. 하지만 사회적 모순이나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됐다. 전 열사가 위대한 것은 자신도 어려웠지만 더 힘든 여공들을 위해 싸우고 목숨까지 바친 데 있다. 그의 죽음은 노동자 보호만이 아니라 약자 보호라는 점에서 더 숭고하다."▶주택 매입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기념관 조성 비용 마련도 쉽지 않을 듯한데."주택 매입을 위한 시민 성금으로 5억원 정도 모았다. 주택 매입에 4억3천만원을 쓰고 8천만원 정도의 사업비가 남았다.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그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삶을 추억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려 한다. 이 비용은 주택 매입비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2차 시민 모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다. 이후 기념관을 운영 관리하기 위한 비용도 필요하다. 정기후원자들이 있어 최소한의 금액은 매달 모이지만 월 300만원 정도가 돼야 제대로 된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전태일기념관을 대구 관광 유산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전 열사 옛집 매입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아직 복원이 안 되었는데도 시민, 문화관광해설사 등이 이곳을 찾고 있다. 청옥고등공민학교가 있었던 명덕초등과 그 인근에 있는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관, 성모당 등을 잘 연결하면 시민의 발길을 끄는 관광 유산이 될 수 있다. 편하게 찾고 볼거리 있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사〉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 열사 옛집을 지난해 매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기념관 조성에 나선다. 이재동 이사장은 "노동자 보호만이 아니라 약자 보호를 위해 목숨까지 던졌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삶을 추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1.02.24
[대구경북 車부품기업 오너에게 듣는다 .1] 김상태 <주>PHC 회장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동차 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구경북 주력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 업계도 미래차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자동차산업의 초석인 차부품 개발 및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기업 오너들을 만나 미래차 시대에 대한 준비 및 노력, 지역 대표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끈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본다.평화정공〈주〉·〈주〉평화발레오·〈주〉카펙발레오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태(68) PHC 회장은 대구상공회의소 사회공헌위원장을 2013년(초대 위원장)부터 8년째 맡고 있을 정도로 기업의 사회공헌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역 기업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던 지난해 대구상의 회원 기업들로부터 전년보다 5억원(68%)이나 더 많은 12억3천여 만원의 성금을 모아 연말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9일 평화정공 계열사인 〈주〉VPHC(대구 성서산단) 공장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회사 수명을 계속 이어가려면경영진·직원 모두가 혁신해야업무 수행 정직하고 정당하게채용때 건전한 정신 필히 체크전직원 봉사 회사발전 원동력노사 관계 자연스럽게 좋아져▶자동차부품업과의 인연은."자동차부품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던 시절인 1971년, 부친이 평화크랏치공업을 설립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1982년 평화크랏치공업(PHC 전신)에 입사하면서 자동차부품업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벌써 만 40년이나 됐다. 입사 이후 1990년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30년 넘게 PHC 임직원과 함께하고 있다."▶평화정공, 평화발레오, 카펙발레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평화정공은 차 트렁크를 포함한 도어시스템 개발 및 생산 회사로, 전신은 1985년 설립된 평화화성〈주〉이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주요 납품처일 뿐 아니라 테슬라, GM, 포드, 혼다, 닛산, 도요타, BMW 등 유명 해외 완성차 회사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평화발레오와 카펙발레오는 프랑스 발레오사와 합작한 회사로, 자동차 엔진 동력을 변속기로 전달하기 위한 변속기 핵심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미국 등 해외에도 공장을 많이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미국에는 앨라배마·디트로이트 등 3개 지역에 공장이 가동 중이고 체코·슬로바키아 등 유럽과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권에도 '평화' 이름의 자동차부품 공장이 현지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는 현지 완성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대구상의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역할이 큰 것으로 아는데."사회공헌위원장을 맡은 지 8년째가 됐는데, 위원회의 목적 자체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확산이다 보니 우선 참여 기업 수를 늘리는 것을 첫 목표로 잡고 많은 기업인을 만났는데 많이 놀랐다. 주위에 모르게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억원이라는 큰 돈이 추가로 모금된 것도 이들 기업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특별히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특별한 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민주화 이후 1990년대 노동운동이 확산되면서 기업 현장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근로자와 경영진이 하나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는데 모두 흔쾌히 'OK'라는 답을 받았다. 곧바로 실천하기 위해 근로자들과 함께 경북 고령에 있는 '들꽃마을'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매주 근로자 7명씩 조를 맞춰 1박2일 봉사로 이어졌다. 봉사활동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직원들 스스로가 인성·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실감하며 보람이라는 소중한 마음까지 가지게 되면서 노사 관계 또한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지금은 봉사활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필요한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직원 전체 봉사활동의 성과라면."회사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구상의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회사 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사실 좀 부담스럽다.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고, 많이 부족해 매번 아쉽다. 매번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땅히 후임도 없는 상황이라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40년 한길을 걸어왔고 30년 이상 경영을 했는데, 지금과 같은 사세 확장의 비결은."다른 건 없고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준비한 것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사실 운도 많이 따랐다."▶경영철학이 있다면."특별한 경영철학 같은 것은 없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도 기업도 사회도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사람이 원천, 우선이 돼야 한다. 정신이 건강해야 프로가 나온다. 우리 회사 핵심가치 또한 '건전한 정신'이다. 건전한 정신은 다른 게 아니고 정직하고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회사도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 채용 시에도 건전한 정신을 반드시 체크한다."▶미래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준비는 어떻게."지금 잘 돼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미래가 더 중요하다. 기업 역사가 오래된 것은 좋은 것 하나도 없다. 회사 수명을 20년, 30년 계속 이어가려면 혁신, 다시 말해 새로 태어나야 하는데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렵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경영진과 직원 모두 자신도 모르게 타성에 젖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지금까지 거의 한 방향으로만 왔다. 하지만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존 회사들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신생 회사보다 곱절은 더 노력해야 한다. 사실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재교육과 스스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내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잘했다는 건 의미 없다.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 늘 새로운 출발이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진다."▶대구경북 경제가 많이 어렵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기업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무엇보다 스스로 흥이 나게 해주어야 한다. 예로 과거 작은 수출기업에도 수출탑을 수상하며 큰 행사를 마련해 힘을 내게 해준 것을 들 수 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김상태 PHC 회장이 "가정·기업·사회가 모두 행복하려면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21.02.17
[이영란의 스위치] 대구 출신 '한국 환경운동 대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환경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을 인간이 자연과 야생이 공존하는 자연 지대를 점차 파괴하고 오염시킨 결과로 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19가 숙진다 해도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다시 출현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바이러스 없는 세상에 살려면 어떤 방향으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행히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뒷전으로 밀렸던 환경문제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지구촌 최대 현안으로 되돌려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 수장들이 연두 메시지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속속 선언했다. 40년 가까이 환경운동에 몸담아온 대한민국 환경운동의 대부격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을 1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나 지구촌 환경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대구 출신인 최 이사장은 "지구 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환경오염의 주인공인 사람이 달라져야 환경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2차 세계대전 미국의 경우 40만명 사망코로나 감염 사태 사망자가 훨씬 많아인류가 야생 영역까지 개발한 게 화근온실가스 배출로 야생 갈 곳마저 잃어 사스·메르스 등 바이러스 활개 초래해대기업 '환경·상생 경영' 잇따라 선언소비자도 폐기물 최소화 습관 들여야▶기후변화 문제가 지구촌 최대 난제로 인식되고 있다. 생태계 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최근 영국 옥스퍼드대와 UNDP(국제연합개발계획)에서 기후문제를 두고 전 세계 120만명을 설문조사했다. 응답자의 64%가 '기후 비상사태'라고 답변했다. 그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해야 한다'는 대답이 60%였다. 이런 것을 보면 기후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지구촌의)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 정책 로드맵이 안 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바이든정부가 출범하며 첫 조치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올해 4월22일 지구의 날에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진일보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속도로는 2050년에 탄소 제로를 만들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은 5배 빨리 해야 하고, 숲은 5배 더 조성해야 한다. 또 석탄은 5배 빨리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6배, 전기차는 22배 늘려야 한다."▶기후 온난화에 따른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지난 100년 동안 지구는 평균 1℃ 올랐다. 우리나라는 1.5℃ 상승했는데 그중 서울·울산은 도시열섬현상 때문에 3℃나 올랐다. 바다는 동해안이 지난 100년간 1.5℃ 올라 명태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해수면은 제주도가 40년 동안 22㎝, 지구 평균의 3배 올랐다. 그대로 가면 2050년에는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 될 수도 있다. 연평균으로 칠 때는 (우리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남극과 북극이다. 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깨지는 소리는 벼락소리와 같다. (그 소리를) 체험하면 지구가 못 견디겠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올해 극심했던 한파도 기후온난화 때문이다. 한파는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찬바람이 밑으로 내려온다. 우리는 '실제로 지구 전체는 더워진다는데, 겨울에 추워질까'라고 생각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안 믿는 사람이 많다. 쉽게 설명하자면, 북극이 따뜻해지니 얼음이 많이 녹고 이로 인해 찬 기운이 내려 와 추워졌다."▶미세먼지 우려도 여전하다. "검색어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미세먼지'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이제는 삼한사미세먼지가 됐다. 지구 전체로 보면 과거 산업혁명 당시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다. 계속 서서히 올라가다가 20세기 후반 되면서 급커브해서 400PPM이 됐다. 우리나라는 조금 더 높다. 노력하지 않아 450까지 오르고 있다. 450PPM이 되면 인간이 노력해도 저지가 안 되는 상황이다. 대기 중 비가 오면 깨끗해지는 물질들이 있지만,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간다. 더 배출 안 해도 옛날에 배출된 것이 머무르고 있다. 이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연결돼 있다. 석탄·석유·가솔린·디젤 등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특히 탄소와 디젤에는 훨씬 더 미세먼지가 많다. 미세먼지 중에 여러 가지 화학물질도 있고 중금속이 있으니, 발암물질이 늘어나고 그것이 초미세먼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서 걸러지지 않는다. 혈관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그로 인해서 많은 질병이 생긴다."▶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면."인간이 자연과 야생이 공존하는 자연 지대를 점차 파괴하고 오염시킨 결과이다. 1900년대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이 14%였던 것이 2000년도에는 77%이다. 자연 파괴와 과다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기후변화가 생겨 이제 야생의 생명체들이 갈 곳을 잃어 인간세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박쥐가 사실 야행성이 아니었다. 사람 때문에 진화한 것이다. 인류가 계속 개발해 가축 키우고 농사를 지으면서 야생동물 영역까지 들어간 것이 화근이다. 메르스, 사스 등 이러한 것이 모두 야생동물 영역을 개발하면서 그곳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역습한 것이다. (지금) 인간은 완전히 갇혀 있고 바이러스가 활개치고 있다."▶환경문제가 국가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예전에는 국가 안보라 하면 군사 안보를 중시했다. 근데 2차대전에서 미국의 경우 40만명이 죽었는데 이번에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 유럽 각국에 난제를 안긴 시리아난민 사태의 근본원인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다. 물 문제로 분쟁을 겪는 나라도 수없이 많다. 어린이 세대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고려하지 않고 (환경자원을) 막 쓰면 안 된다. 요약하자면 왜 환경을 위해 나서야 하냐 하면 △국가안보 △지속가능한 발전 △미래 세대 등 딱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신년 벽두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ESG경영을 속속 선언했다."우리나라 국민 중에 'ESG'를 한 번도 못 들어 봤다는 사람이 60%나 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이윤만을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환경, 사회기여, 기업 지배구조, 특히 그중에서도 환경 부문에 대해서 올바른 실천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도 투자할 때 그런 것을 고려해 기업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직 모르는 기업과 소비자가 많다."우선 가능하면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또 폐기했을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며 만들고 소비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환경경영을 하는 기업을 많이 본다. 세계적 IT기업 구글은 1만2천여 명이 근무하는 본사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씌우고 조명과 냉난방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스마트'라는 말 자체가 에너지 최적화를 의미한다. 소비자들도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대구가 고향으로 알고 있다. "태어난 곳이 대구시 중구 동문동 16번지다. 부모님 고향이 경산이다. 대구 중앙초등 6학년 2학기에 아버지 사업 때문에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했다. 지금도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고 있다. 부모님 산소가 대구스타디움 부근에 있어 지금도 자주 고향에 간다. 어릴 때 금호강 물이 너무나 맑아 어른들은 어항에 떡밥을 넣어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해 먹고 중학교 선배들은 물안경 쓰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았다. 우리는 물수제비 뜨기 놀이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 후 염색공장이 들어오면서 금호강이 심하게 오염되었다. 다시 강을 살려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최열= △1949년 대구 출생 △춘천고·강원대 졸업 △인제대 정치학 명예박사, 강원대 철학 명예박사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홍보대사 △환경재단 대표 △제2대 환경재단 이사장(현)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환경오염의 역습으로 인간은 완전히 갇혀 있고 바이러스가 활개치고 있다"며 "환경오염의 주인공인 인간이 변화를 위한 행동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사람이 달라져야 환경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2021.02.10
[김수영의 피플] '판소리 명가 1호' 정순임 국가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보유자
지난해 6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로 지정된 정순임(79) 명창. 인터뷰에서 그의 첫 일성은 "어머니는 천재였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였다. 그의 어머니는 국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주에 터를 잡고 국악의 뿌리를 내린 장순애다. 장월중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머니는 소리면 소리, 기악이면 기악, 못하는 게 없었다. 충분히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을 만했는데 지방무형문화재(가야금병창)로 그쳐야 했다. 큰 재주가 없는 내가 국가문화재가 돼 어머니께 미안하면서 어머니의 한을 풀어준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볍기도 하다." 어릴 때 어깨 너머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정 명창은 대표적인 국악 명가 후손이다. 어머니만이 아니라 윗대에 임금 앞에서 소리를 한 어전명창 2명이나 있었다. 200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판소리 명가 1호'로 지정됐다.소리꾼 한명이 다수 인물 표현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어 70대 후반에 국가문화재 인정 완창 거뜬한 체력도 한몫한 듯전통창극 지역민에 그림의 떡정부·지자체 공연 지원책 절실 ▶4대에 걸쳐 명창이 나온 국악 명가로 유명하다."외가 쪽이 명창 집안이다. 초대 장석중 증조부는 철종의 어전명창, 2대 장판개 큰할아버지는 고종황제의 어전명창이었다. 3대 어머니 장순애에 이어 나와 동생들이 대를 잇고 있다. 남동생 정경호는 아쟁산조, 여동생 정경옥은 가야금병창을 한다. 모두 경주에 살면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고향은 전라도이지만 젊었을 때 어머니와 함께 경주에 와서 수십 년간 활동하다 보니 경주가 고향 같다. 경주에 오기 전 대구에서 몇 년간 활동해 대구에 대한 정도 깊다. 지난해 국가문화재가 된 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인공연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구시민, 공연장 관계자에게 감사하다."▶2015년 옥관문화훈장도 받았다."옥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큰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이 상은 내게 준 것이 아니라 판소리 불모지였던 대구경북지역에서 국악을 진흥시킨 어머니에게 내린 상이라 생각한다. 어머니가 없었다면 판소리를 배우지 못하고 경주로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어떻게 경주에 정착하게 됐나."어머니는 전라도가 고향이었지만 6·25전쟁이 끝난 직후 창극 붐이 일면서 전국에서 활동했다. 판소리, 가야금병창, 거문고산조, 아쟁산조 등 소리와 기악만이 아니라 살풀이 등 전통무용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연기도 뛰어났다.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양음악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창극이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즈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살길이 막막했던 어머니에게 전쟁 때 대구에 피란 와서 재즈음악 활동을 하던 외삼촌이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어머니의 재주가 뛰어나니 대구에 오면 뭐라도 해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구로 이사했다. 그때 대구의 원로무용가 권명화 선생이 많은 도움을 줬다. 경주에는 1960년대 중반 시립국악원이 생기면서 실기강사로 왔다. 1998년 작고할 때까지 경주에 살면서 국악 전승 및 보급에 매진했다."▶70대 후반에 국가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나이로 보면 늦게 받은 듯한데."일반적으로 60대 이상이 많고 70대 후반은 거의 없다. 2007년 경북도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된 후 국가문화재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판소리 부문에서 지방문화재가 국가문화재로 승격된 것은 처음이다. 흥보가를 완창하는데 3시간30분쯤 걸린다. 70대 후반이지만 흥보가 완창을 거뜬히 해낼 정도로 체력이 좋은 것도 한몫한 것 같다.(웃음) 스승도 구순을 앞둘 때까지 제자들과 무대에 올랐다. 스승처럼 후학들과 공연해 판소리를 널리 알리고 싶다."정 명창은 흥보가로 보유자가 됐지만 심청가·수궁가 등도 여러 무대에서 완창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 명창의 심청가는 누구나 엄지 척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타고난 재능에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다져진 탄탄한 실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만이 아니다. 1989년부터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10년간 활동해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에서도 돋보인다.▶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한 경험이 흥보가와 인연을 맺게 한 실마리가 됐다고 했는데."흥보가 국가문화재 보유자였던 고(故) 박록주 선생의 뒤를 이은 박송희(2017년 작고) 선생으로부터 흥보가를 이수했다. 박 선생은 국립극장에서 같이 활동한 직장 선배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함께 현재의 정순임을 있게 한 고마운 분이다."▶흥보가의 매력은 무엇인가."흥보가는 흥부와 놀부라는 전혀 다른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게 매력이다. 특히 불뚝 성질 있는 놀부의 성격이 판소리의 재미를 높인다. 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이 수많은 사람의 성격을 파악해 이에 맞는 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감상자에게 재미를 주고, 소리꾼도 그 속에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다."▶판소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판소리만이 아니라 국악 전체의 문제다. 판소리를 처음 배울 때는 힘들다.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힘든 고비만 넘기면 몇십 년간 꾸준히 배우는 이들이 많다.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를 통해 내 속의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다. 소리를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다는 이들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멋진 소리가 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정통국악을 듣기가 힘들어졌다."최근 TV를 보면 가요, 서양음악만 들리고 국악은 찾기 힘들다. 가끔 퓨전국악이 나오는 데 좋기도 하고 우려스럽기도 하다. 퓨전국악은 국악 저변을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국악을 왜곡시키는 예도 있다. 퓨전국악도 필요하지만, 정통국악이 함께 활성화돼야 한다. 국악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코로나19 때문에 문화예술 전체가 많이 위축됐다. 국악인들도 힘들 텐데."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공연이 거의 사라졌다. 연습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예정됐던 무대들이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허탈하다. 특히 젊은 국악인들의 무대가 많이 없어져 안타깝다."▶그동안 경주 등에서 창극을 자주 선보인 것으로 안다."전통창극인 수궁가·흥보가·춘향가, 창작창극인 이차돈·선화공주 등을 공연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끊겨 공연하지 못하고 있다. 창극은 출연진, 무대 등에 많은 재원이 투입된다. 개인이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국악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국악이 점점 소수가 즐기는 음악, 어르신만 듣는 음악이 되고 있다. 국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젊은 층의 유입이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을 활성화해야 한다. 서양에서 들어온 오페라·뮤지컬은 인기가 높은데 창극은 아예 공연무대조차 없다. 국립창극단이 있어 그나마 연명하지만, 서울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지역 사람들은 그림의 떡이다. 민간창극단 설립이 절실하다. 창극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져야 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지난해 6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가 된 정순임 명창은 "국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 무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간창극단 설립, 창극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페이스 실드를 착용하고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정순임 명창. 이지용기자
2021.02.03
[김수영의 피플] 한국 단색화 선구자 박서보 "추상미술은 서양의 것 아니다"
경북 예천군에 한국 단색화의 선구자 박서보(90)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들어선다. 예천이 문화가 깃든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예천은 박서보 화백의 고향이다. 박 화백 역시 예천이 세계인이 찾는 미술도시·관광도시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기증해 수준 높은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는 "박서보미술관을 스페인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처럼 만들겠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은 세계적인 미술재단 구겐하임이 1997년 스페인 빌바오에 지었다. 이 미술관은 쇠퇴해가는 공업도시 빌바오를 한 해 100만명이 넘게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예천을 빌바오처럼 바꾸겠다는 그의 말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박서보의 작품과 건축계의 거장 피터 줌터가 설계한 미술관이 만난다면 세계인의 발길을 끌 수밖에 없다.▶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있는가."세 살때 경기도로 이사를 가 고향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이후 오랫동안 고향에 가지 못했다. 2001년 재원출판사에서 '박서보'라는 책이 출간됐다. 그 출판사 박덕흠 대표가 예천 출신이다. 당시 자주 어울리던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예천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이들과의 만남이 계기가 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치솟았다. 아내와 함께 여행 겸 예천을 갔다. 겨우 찾은 생가터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어 아쉬웠다."▶박서보미술관 건립은 어떻게 시작됐나."현 김학동 예천군수 이전부터 미술관 건립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예천은 오지이고 발전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내 그림이 오지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김학동 군수가 미술관 건립을 다시 제의해 오자 문득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이 떠올랐다. 작은 탄광촌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것처럼 박서보미술관으로 예천을 바꾸고 싶었다."▶미술관 설계자로 피터 줌터를 고집했다."박서보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의 유명 미술관을 보라. 작품만큼이나 미술관 건물도 아름다워야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미술관을 설계해야 한다. 늘 피터 줌터가 지은 미술관에 작품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는 건축가가 존경하는 건축가다. 설계비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어야 설계해준다. 그의 건축에는 절제주의, 침묵 등의 철학이 녹아 있다. 그래서 사람이 몰린다. 독일 쾰른에 지은 콜 룸바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꼽힌다. 예천도 피터 줌터가 건립한 미술관이 들어선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스페인 빌바오 살린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고향 예천을 미술·관광도시로 바꾸고 싶어김학동 군수의 미술관 건립 제의 받아들여'박서보 콘텐츠' 하나만으로 부족하다 생각세계적 건축가 피터 줌터에 설계 직접 요청단색화는 반복적 행위로 자신 비워내는 것'묘법' 연작 통해 한국 추상성 보여주려 해▶피터 줌터에게 직접 설계를 요청했다고 들었다."그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태어난 작은 도시에 미술관을 짓는데 당신이 꼭 설계를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나와 관련된 책·도록 등에 사인을 해서 함께 부쳤다. 당신의 건축과 내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다는 글도 곁들였다. 그에게 긍정적인 답신을 받았다."▶박서보미술관에 가면 박서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캔버스작품은 물론 판화·드로잉 등 140~150점을 미술관에 영구대여한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망라한다. 그림 그릴 때 사용한 붓, 신발, 작업복 등으로 작업실 현장도 그대로 재현한다. 박서보를 연구하려면 이곳에 와야 하도록 미술관 내용물을 알차게 채울 것이다."▶현재 서울에서 아들과 함께 서보미술문화재단과 기지재단을 운영 중이다."1994년 사회 환원하겠다는 취지로 서보미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아들 둘이 대학교수였다. 큰아들(박승조 이사장)이 30년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길래 서보미술문화재단을 맡으라 했다. 둘째아들(박승호 이사장)도 같은 뜻을 비쳐서 기지재단을 만들게 했다. 서보미술문화재단은 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기지재단은 문학·음악·디자인 등 전 예술분야를 아우른다. 2018년에는 '기지 아트베이스'도 건립했다. 가정집과 작업실은 물론 전시장까지 갖췄다. 이 건물은 후일 '박서보기념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박서보는 걸어 다니는 한국미술사'라는 말이 있다."1950년대 앵포르멜(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서정적 추상회화), 1960년대 기하학적이며 옵티컬한 평면작업과 설치작업, 1970년대부터 이어진 '묘법' 연작 등 한국미술계를 움직였던 운동의 주체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 해외전시 등을 통해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리려 노력했다. 한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는 거의 없다."그의 말은 맞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된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을 나왔다. 한국단색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으며 2016년엔 영국 화이트큐브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화이트 큐브는 데미언 허스트 등 영국 유명 작가뿐 아니라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세계 최고의 화랑이다. 이후 파리 페로탕 갤러리 등 유수 화랑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박서보하면 '묘법' 연작을 떠올린다."묘법은 나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양에서는 그림의 '격'을 중요시한다. 격은 품격·인격 등을 의미한다. 인격 없는 작가의 예술은 격이 없다. 올바른 인간이 돼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나는 인격에서 부족함이 많다. 수신(修身)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수신을 위한 수행도구이자 수행과정의 결과물이다."▶묘법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단색화의 기본 특징은 행위의 무목적성, 무한반복성이다. 서양화는 작가를 극대화해 드러내지만 단색화는 비워내는 그림이다.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계속 읊조리듯 반복적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워낸다. 이것이 바로 수행이다. 이런 점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묘법을 통해 한국미술의 추상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흔히 추상미술을 서양의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다. 사군자, 서예를 보라. 그려진 것은 간단하지만 많은 상징을 품고 있다. 바로 정신적 추상성이다. 추상성을 작품화해 추상화라 부른 것은 서양이지만 우리 그림은 원래부터 추상성을 가진다. 우리가 서양미술을 왜 따라가야 하나. 한국만의 추상성을 보여주려 했다."▶최근엔 그림에 색을 넣고 있다."처음엔 검은색, 흰색 작업을 했다. 산업화로 지구 전체가 병들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통해 치유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에 자연의 색을 담았다.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심신을 치유하는 작업으로 더 나아갔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2021.01.20
[이영란의 스위치] '코로나 총리'로 취임 1주년 맞는 정세균 "위기 강한 총리 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대구경북 언론 중 영남일보와 단독으로 가진 취임 1주년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수습해 '위기에 강한 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취임 6일 만인 지난해 1월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에 '신천지 발(發)'로 코로나가 크게 확산하자 대구에서 상주하는 등 1년간 정부의 방역활동 전체를 지휘하면서 정 총리는 '코로나 총리'라는 브랜드를 굳히고 있다. 그런 바닥 민심을 토대로 정 총리는 오는 4월 정도 대권 도전을 위한 거취 결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온화한 인품으로 타협과 대화를 중시하는 정 총리는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당 대표, 산업부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빼면 모두 경험한 정 총리의 마지막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정 총리의 부인 최혜경씨는 포항 출신으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최홍준씨의 딸이다. 다음은 정 총리와의 일문일답.올 연말 목표 국산백신 성공하면코로나사태 최초 극복 국가 될 것목요대화, 대국민 소통의 장으로사회통합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김해 검증결과 후속조치 검토 중지역상생 원칙 아래 신공항 추진公기관 이전 사회적 합의 거쳐야75조원 '지역균형 뉴딜' 본격추진▶취임 후 6일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1년째 방역에 힘 쏟고 있다. 앞으로의 방역 계획은 어떻게 되나."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감염병 위기 대응에 혼신을 다한 시간이었다. 정부는 민주성·개방성·투명성의 3대 원칙 하에서 신속한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의 3T 전략을 통해 감염확산을 적극 차단해 왔다. 2월 초에는 우리 손으로 개발한 치료제가 방역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빠르면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여 올가을까지 전 국민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해 말 목표로 개발 중인 국산 백신이 성공하면, 우리는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벗어나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백신접종이 2월부터 시작될 경우 순위는 어떻게 되나."정부가 계약한 5천600만명분의 백신이 2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되면 우선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이다. 올가을까지는 예방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1월 중에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 드리겠다."▶지난해 말 발표한 코로나 피해 대책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280만명에게 4조1천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지급한다. 집합금지·제한 업종과 매출이 감소한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각각 300만원, 200만원, 100만원씩 지원한다. 아울러 소상공인 임차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리 융자금(1.9%) 1조원을 공급하고, 착한임대인 세액공제율을 50%에서 70%로 확대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소득이 감소한 고용취약계층 87만명에게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원한다. 방문·돌봄 서비스 종사자 및 법인택시 기사에게도 50만원씩 지원한다. 폐업 소상공인 재기, 소상공인 비대면 판로확보, 근로자 고용유지 등 맞춤형 지원도 병행한다."▶4차산업혁명·코로나19 등 지구촌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정부는 코로나 이후 시대 대응을 위한 전략 마련을 위해 사회원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코로나19 이후 대비 핵심과제 추진방향'을 마련했다. 경제·산업, 사회·문화·공공, 방역·보건, 안보·국제관계 등 4개 분야, 40개 핵심과제의 추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선도형 경제, 저탄소 경제, 포용사회로 대전환하기 위한 국가발전전략인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 대응을 위한 비대면 산업 육성방안, 4차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스마트 물류·유통, K-콘텐츠·핀테크·K-푸드 등 신성장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전략 등의 추진을 통해 경제와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으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들도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대전환을 이루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취임 후 줄곧 '목요대화'를 통해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있는데."'목요대화'는 다양한 계층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 난제들을 해결해보고자 총리 취임 전부터 제안했던 사회적 대화체이다. 평소 성장동력 저하, 양극화 등 사회의 구조적·복합적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체를 통해 각계가 양보와 협력의 정신으로 대화를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에 취임 101일째인 지난해 4월23일 첫 회를 개최한 이래 거의 매주 목요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국민도 실시간 댓글을 통해 의견을 내게끔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꾸준한 대화로 신뢰를 쌓아 소통과 협치의 기반을 넓혔다는 점에서 '한국형 대화모델'이라는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목요대화를 대국민 소통창구로 활용하여 우리 사회의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해나가겠다."▶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현재 공항사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검증위 검증결과를 토대로 후속조치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국회, 관계기관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가 전체의 발전과 지역 상생이라는 원칙 하에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지난해 11월 포항을 방문해 동해안 횡단 대교(영일만대교)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부정적 입장으로 알려졌는데, 동해안 횡단 대교 건설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영일만대교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했던 사업이다. 현재 교통량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교통량 수요 변화, 주변 개발 계획 등을 토대로 타당성 분석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추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공공기관 추가 이전 역시 지역 최대 이슈다. 현재 추진상황은 어떠한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공공기관 추가 이전 문제는 공론화 과정 등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관련하여 아직 정부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다. 국회 논의 등 공론화가 진행되고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여건이 조성되면 정부도 이에 맞춰 필요한 준비를 신속히 해나갈 것이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별개로,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한국판 뉴딜 총 160조원 중 절반 수준인 약 75조원을 지역에 투자하는 등 지역균형 뉴딜을 본격 추진하겠다. 또한 총 25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현재 총 24개인 규제자유특구의 지정 등도 지속 이행해 나가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정세균=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고려대 법대 졸업, 부산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명예박사 △쌍용그룹 상무 △6선 국회의원(전북 진안·무안 및 서울 종로구) △민주당 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국무총리(현)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오는 2월 국내에 도입되는 대로 우선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며 "올가을까지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수준까지 예방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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