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스페셜 인터뷰]
취임 한 달 김부겸 총리 "신한울 1호기 가능한 한 빨리 가동해야"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5년차 핵심 과제로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꼽았다. 대구경북 현안에 대해서는 군공항 이전, 낙동강 물(취수원), 성주 미군 사드 기지 등 3대 현안에 대한 분명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구경북의 변화도 당부했다. 김 총리는 "과거의 시대정신(이념)에만 매몰되지 말고 지역발전의 핵심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이를 현실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 역대 총리 중 가장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19위기 극복은 물론,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문제,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탈원전, 이준석 효과로 대변되는 정치 지형 변화 등이 그의 앞에 놓인 난제들이다. 오죽하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 총리는 "(부동산 투기 대응)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을까. 영남일보는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김 총리를 만나, 취임 한 달여 소회와 국정 현안 대응책, 대구 경북 지원 방안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5년 차의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선결 과제는 코로나 19 극복이다. 국민 마음을 '위기 극복'이란 하나의 아젠다로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집합금지, 백신 접종 등의 문제로 국민의 마음이 많이 상했다. 여러 지표를 보면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K'자형 경제회복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형편이 좋은 분들에게는 이 회복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코너에 내몰리고 있다. 이 경제회복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다음 정권에 누가 들어와도 이 숙제는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도 다른 생각 말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공직 기강이 흐트러진다면 이것은 국가적 비극이다."▲정부와 대구 경북 사이 연결고리 역할이 중요하다"대구 경북의 최대 현안은 군 공항 이전, 낙동강 물(취수원) 문제, 성주 미군 사드 기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군 공항 이전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단,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것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보다는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데, 재정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 낙동강 물 문제는 주민들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부분이 있지만 최근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구미시와 대구시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으니,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챙겨보고 있다. 성주 사드는 단순히 성주군민과 중앙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 동맹, 동아시아의 전략적 부분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드 미군 기지가 자리한 지역민들의 박탈감과 희생을 감내한 부분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주시길 바라고 있다."▲탈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저도) 정부가 더이상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다만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신한울 1호기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에 가능하면 빨리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원안위도 보통 운영 허가를 받는데 4~5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고의로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비싼 돈을 들여 완공해 놓고, (그냥) 두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가 원전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다.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60여 년간은 원전이 우리 에너지 생산에 기여해야 한다."▲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국민이 불만이 많다"부동산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망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자금이 부동산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고, 적절히 분배되도록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갈등과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공급·세제·금융지원 3가지 패키지이다. 첫째는 확실한 공급 확대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방식은 사람들(기존 거주자)을 쫓아내지 않고, 재개발 이익을 그 지역에 사는 구성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그동안은 재개발이익은 건설회사, 시행사, 최초 분양자들만 나누어 가졌다. 이제 공공 재개발 방식 사업이 본격화됐고, 공급확대는 확실히 해나갈 것이다. 다음으로 다주택 투기에는 그에 맞는 세금을 거두겠다. 어느 나라도 앉은 자리에서 얻은 자산 증가를 그냥 두지 않는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자산의 1% 정도를 매년 재산세로 낸다. 우리는 이보다 한참 낮다. 자산가치가 오른 만큼 세금을 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 청년, 신혼부부들이 내 집을 갖기에는 금전적 어려움이 큰 만큼 확실한 금융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것은 만기 40년짜리 정책 모기지이다. 이를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투기과열지구 선정 세분화 필요성에 대한 입장은"제가 국회 의원이었던 2019년 10월 시·군·구 단위로 되어있는 투기과열지구 선정을 읍·면·동 단위로 축소 지정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다. 대구를 예로 들면 수성구 범물동, 지산동, 파동 등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토부 입장도 해당 지자체에서 부동산 거래 실적 등 근거를 마련해 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하면 심사를 거쳐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것을 지자체에서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정부의 반기업 정서와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생각은 "기업들이 주52시간제 확대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등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 잘 안다. 정부가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다른 나라도 강력한 입법을 통해 흐름을 바꾸었다. 기업을 처벌하거나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산재 피해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정부 및 의회의 입법 의도를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30인 미만 사업장 등에 대한 예외조항을 많이 뒀다. 유예만 옳은 것은 아니다. 적용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은 대통령께서 고민하시고 계실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한미정상회담을 다녀오셨고, 재계의 요청도 있었다. 저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만큼 충분히 고려하실 것으로 본다."▲이준석 효과를 어떻게 보나"이준석 대표가 던진 변화의 물결은 정말 엄청나다. 이 대표 아버지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사적인 관계도 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던진 화두는 단순한 변화, 쇄신의 차원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했다. 우리 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이다. 그래서 이 대표발 폭풍이 어디까지 불 지 모르지만, 우리 정치권, 정치인 모두에게 주는 국민의 엄중한 회초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국민은 기존 정치인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저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일하지, 아니면 언제든 국민의 회초리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겠다."▲김 총리는 여당 내 합리적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래서 정치인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많은 열렬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받고 싶은 유혹이 있다. 그런데 제가 정치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많은 선배 정치인들로부터 정치는 상대가 있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배웠다. 상대편의 설 자리를 부인하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진영 논리보다는 항상 공동체의 관점에서, 국가에 이익에 무게를 두고 행동해왔다. 그래서 우리 정당의 열렬 지지자들에게는 화끈하지 않다거나 뜻을 함께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 전체를 보면 저 같은 정치인도 필요하다고 본다."▲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대구 경북민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당당히 말하는 이준석 대표를 선택했다. 지역민들도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대구 경북민들도 과거 패러다임이 아닌 미래먹거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저쪽 동네가 뭐 하니깐 우리도 해달라는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이야기하며, 구체적 도움을 요청한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정당만 보고 올인하면 이런(미래 먹거리)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내걸었던 시대정신(이념)의 가치만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마음을 열어주었으면 한다."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2021.06.29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8·끝] 예비 사회적기업 '더 커먼' 강경민 대표
예비 사회적 기업 '더 커먼(The Common)' 강경민(여·36) 대표는 지난해 7월 대구 중구 동인동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더 커먼은 포장 없이 용기에 담아 식재료를 판매하는 '소분샵'이자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Vegan)' 카페다. 또한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모여 강연·소모임 등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도 하는 곳이다.강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는데, 20대 중반에 처음 접한 서울이란 도시는 매력적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대학원 진학을 위해 간 건데, 막상 학업은 더 지속할 필요를 못 느껴 바로 일을 했어요. 조금 더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고 처음엔 촬영 세트 스타일링을 했는데 일은 재밌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었어요. 이후 비주얼 머천다이저(VMD)로 근무하며 생활에 안정을 찾았는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서울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망설이던 때 대구에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대구로 돌아온 강 대표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지역 사회적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바닷속 쓰레기 보고 충격받아식재료 소분샵·비건카페 운영"언젠가는 보통의 생각 되겠죠""고향이 주는 편안함이나 안정감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예전에 제가 대구를 잘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도시재생 관련 사업에 참여하면서 '서울보다 대구를 더 몰랐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기서도 재밌는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발전을 해나가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봤어요."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을 깊이있게 고민했다. 채식을 하고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등 생활 습관을 바꿨지만 주변의 냉담한 반응에 남모를 '외로움'도 있었다."저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데 당장 가까운 사람들은 저를 이해하지 못 했어요. 쉽게 바꿀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 켠에 자리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취미로 시작한 프리다이빙(숨을 참으며 하는 잠수)이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바닷 속에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아름다운 바다 밑에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또 영국에서 1년 정도 지내면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중고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에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조금은 충동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죠."강 대표의 '결심'은 여러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고 있다.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들이 '더커먼'에 모이고 있다."커먼이란 단어의 뜻처럼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과 건강한 지구를 위한 삶이 '보편적'인 일상이 됐으면 합니다. 다행히 같은 생각을 지닌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고 있어요. 모든 게 처음이고 힘든 것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큰 것 같아요. 가치를 확산해 나가면 사회적인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처음엔 유별난 생각이 언젠가 보통의 생각이 되도록 실험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예비 사회적 기업 '더 커먼' 강경민 대표. 〈강경민씨 제공〉
2021.06.23
[이영란의 스위치] 이주강 前 한국서각협회 이사장, "서각은 무상무념의 종합예술…평정심으로 칼 들고 각에 임해야"
미목 이주강(전 한국서각협회 이사장) 서각가는 전통 속에서 분명히 살아 있으나, 나무에 뭔가를 새기는 기능 정도로 취급받으며 존재감이 없던 서각(書刻)을 예술영역으로 당당히 대접받게 만든 서각계의 최고 원로다. 1960년대 효성여대 학보사를 거쳐 영남일보 편집부에서 근무하다 육아를 위해 퇴사한 이 전 이사장은 10여 년의 경력단절 끝에 서예를 배우며 각(刻)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많은 이의 편견으로 냉대를 받았지만, 함께 시작한 동료와 함께 서각(書刻)이라는 용어를 세우는 등 40여 년간 쉬지 않고 실력을 연마하고, 제자들을 정성으로 길러내 뭇사람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이 전 이사장이 구심점이 된 대구·경북 서각계는 회원 수와 실력면에서 타 지역을 압도하면서 대한민국 서각계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 수운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서각대전 심사장을 찾은 이 전 이사장을 5일 인터뷰하고, e메일·전화통화 등을 통해 보충했다.서체·목재 등 선택에 '고뇌의 시간'옛 현판 보수·복원하고 목판 재현도30대 중반에 서예 배우며 서각 심취천대·수모 감내하며 40여년간 외길기능서각 편견 딛고 예술 인정받아전통 계승과 대중화에 최선 다할 것▶서각은 어떤 예술인가."서각이란 '글씨를 새긴다'는 뜻으로 활자가 생기기 전부터 나무나 돌, 거북의 등, 동물의 뼈 등에 새겨 보존되고 이어져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 민족과 선조들의 얼이 깃든 궁궐·사찰, 전국에 산재한 서원의 현판과 편액·주련 등을 보수 복원하고, 삼국유사나 팔만대장경 등을 목판으로 재현시키는 등으로 전통서각의 맥을 잇고 있다. 요즘은 순수서예나 서각의 흐름을 과감히 탈피하고 글씨와 각을 조형적으로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현대서각 인구도 많이 늘고 있다."▶어떻게 입문했나."홀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30대 중반쯤에 서예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생 아들과 함께 계헌 이상태 선생 문하에서 서예를 하면서 서각을 접했는데 마치 '신세계'를 본 듯 심취하게 되었다. 서각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계헌 선생이 홀연히 사라지셨다. 서각에 대한 갈증으로 수소문 끝에 청사 안광석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다년간 서울을 오가며 전통 서각의 진수를 오롯이 사사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1979년 미목서각연구실을 개원했다. 작업공간을 마련하려고 연구실을 열었는데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었다."▶어떤 매력에 끌렸나."서각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을 못한다. 전각이 서예의 꽃이듯 서각은 전각을 포함한 종합예술이다. 그냥 글씨를 새기는 것이 아니다. 서각을 하기 위해 먼저 하고자 하는 작품내용을 선택하고 자전을 참고해 서체를 정한 후 배자(配字)하여 글씨를 쓴다. 그리고는 어울리는 목재에다 각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고뇌와 시간과 노력이 더해진다. 하지만 몰입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없고 심지어 배가 고픈 줄도 모른다. 한자리에 앉아 한 작품을 하기 위해 몇 날을 매달린다. 그런데도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으로 일을 하다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 어떤 이는 서각을 노동이라 여긴다. 왜 이리 힘든 일을 하느냐고 묻는데 그럴 땐 그저 웃음으로 답한다."▶자신의 서각작품 특징을 설명하면."자필 자각으로 주로 갑골문·전서 등을 작품화해왔다. 암각화에 새겨진 갑골문은 서각의 근본이 되는 각본으로 서각인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내 작품이 고급지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그것은 채색 방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구리(銅)를 부식시켜서 나무채색에 쓰는 데 나만의 세계가 있다. 한 작품에 세 가지 이상의 색깔을 쓰지 않으면서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나무 채색 과정에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골에 사니까 가능할 수도 있다. 채색할 때 온도 습도 조절이 매우 중요한데 천연염색하듯 시간과 공을 들인다."▶서각이 예술 영역으로 자리잡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서각은 오랫동안 한낱 기능으로만 치부되었다. 정말 좋아하는 서각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많은 수모와 서러움을 감내해야 했다. 기능서각이 예술작품으로 인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일념으로 작업했다. 1985년에 미목서각회를 설립하고 창립기념일 전후 격년제로 전람회를 하고 있다. 1992년에는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에서 개최하는 서예대전(제12회)에서 전국에선 처음으로 서각 공모전이 개최되었다. 이후 각 공모전에 서각이 확산했다. 계명대 미술대학 서예과에서 서각특강을 시작으로 1997년 대구예술대 서예과에서 전국에서 최초로 학점이 인정된 서각을 강의했다.(1997~2009)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국의 각 대학에서 서예과가 폐과되면서 대학교에서의 서각 강의는 끝났다. 하지만 각 대학 사회교육원과 문화단체 등에서는 서각학습이 꾸준히 이어지고 서각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 번은 대학원 은사였던 서경보 선생에게 각을 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문장 공부를 청했더니 천민이 하는 것이라며 "대학에서 강의를 줄 것이니 그만두라"고 했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남편은 "여자는 살림이나 잘하면 된다. 취미로 헬스 클럽을 다니라"며 처음부터 반대했다. 오기가 났다. 혹시 책이라도 잡힐까 빈틈없이 살림하면서 회원들과 작품을 열심히 했다. 미목서각회원전을 처음으로 1987년 대구백화점 전시실에서 열어 빅히트를 쳤다. 이문열 소설가 등 많은 유명인이 대구까지 관람 오니 대구백화점 측에서 전시회를 1주일 연장할 정도였다. 그제야 서각 입문을 반대했던 은사인 서경보·심재완 박사가 "자네에게 졌네"하셨고 이후 많이 도와주었다. 반대했던 남편은 서예·서각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길을 걸어오고 있다."▶대구에 있으며 전국 조직을 관할하는 한국서각협회 이사장 활동도 했는데."자리 욕심이 없는데 떠밀리다시피해서 출마했다. 심부름꾼이다 생각하고 봉사했다. 협회의 묵은 난제를 해결하고 단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대구 출신인 후임 이사장이 훌륭하게 일을 해주고 있다."▶각(刻)이 격리가 많은 코로나 시대 특히 좋은 예술인 것 같다."그렇다. 서각은 '도(道)'라고 규정할 수 있다. 서각가의 손을 거치면 쓸모없는 나무도 예술품으로 되살아난다. 평정심으로 칼을 들고 나무를 대하고, 각에 임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을 늘 체험하고 있다. 지금 내 나이 팔십을 바라보는데 친구 대부분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고, 심심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다. 서각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앞으로의 계획은."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무상무념의 서각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남은 세월도 서각 속에 묻혀 살고 싶다. 서각은 평면적인 서예보다 입체감이 있고, 또 다양한 색상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미술적인 요소, 회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설치작업까지 가능해 독자적인 예술의 한 장르로 독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중독성 습관으로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오늘도 책을 본다. 자전을 뒤적이고 집자하고 붓을 잡고 각도를 잡는다. 우리 전통 서각의 소중함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한편 서각의 대중화를 위해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이주강 서각가= △1943년 대구 출생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미목서각연구실 대표(현) △대한민국 서각대전 초대작가 심사 운영위원장 △국제각자연맹 부회장 △국제각자예술공모대전 초대작가 심사 운영위원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 심사위원장 ◇주요 작품=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와 해인사 성보박물관 대비로전 등의 현판·주련 약 50점 △달구벌대종 현판, 사천시민대종각 상량문 △박정희 대통령 생가 현판 △동화사 파계사 성전암 현판 및 주련 다수 △삼성현 역사문화공원 역사문화관 내 '원효불기'미목 이주강 서각가는 "편견으로 냉대 받던 서각이 꾸준한 학습과 실기를 통해 차츰 인정받게 되었다"며 "앞으로 서각문화재 보수 복원 제작을 위한 국가공인 자격증을 인정받고 관리하는 업무를 위탁받음으로써 서각이 한층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1.06.16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7] '잡생각연구소' 이재형 대표
이재형(33) 잡생각연구소 대표는 취업과 창업, 진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나 전국에 있는 취업 및 창업준비생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대표는 '가장 잘 알려진' 수순에 따라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이 대표가 대학에 진학할 당시 지역 고교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에 몇 명을 보내는지가 입시 성패의 척도로 여겼다. 이 대표도 이런 흐름에 맞춰 서울의 대학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대학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은 그는 졸업 후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했다. 취업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영업직으로 근무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 성실하게 근무했다. 경쟁이 치열해 일에 매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건강이 나빠지고 회의감이 들었다."신제품을 출시하고 여기저기 회사 제품이 많이 팔리는 걸 보면서 나름의 보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직장인으로 실적에만 매진하며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 3년을 채우고 퇴사를 결심했죠."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먼저 창업한 선배가 진행하고 있는 청년센터에서 강사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강단에서 여러 청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남다른 성취감을 느낀 그는 새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교육 분야에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사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보람을 얻었어요. 서울은 각 지역마다 청년센터가 활성화돼 있었고 청년들이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역할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사업에 참여를 하면서 설레는 마음을 되찾았어요."충청권 대학에도 출강을 하게 된 그는 우연히 수업을 마치고 한 학생의 말을 듣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충청권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학생 한 명이 저를 따라왔어요. '이런 강의는 서울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지 알았는데 감사하다'는 그 말에 여러 생각이 스쳤어요.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들을 위해 취·창업 컨설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이 대표는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할 지 망설이던 중 대구시에서 진행했던 '귀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대구에서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청년정책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봤습니다. 익숙한 모습에서 다른 희망을 가져도 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저처럼 대구를 떠나는 인력들이 정착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봤습니다."그는 대구가 청년들이 모이는 지역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수도권에서 관련 사업에 참여하며 청년들을 위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청년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합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이재형 잡생각연구소 대표
[김수영의 피플] 창립 30주년 맞는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원장 "행정통합·통합신공항 대역사 풀어내면 지방소멸 극복 돌파구 될 것"
'대구경북연구원'이 오는 18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1991년 '대구권경제사회발전연구원'으로 출발,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연구원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원은 변화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경제 및 경영학 전공자가 주축이 돼 지역경제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교통, 농업, 도시계획, 조경 등으로 분야를 넓혔다. 각 분야를 책임질 전문연구원이 속속 들어왔으며 사업도 확장됐다. 정책연구보고서, 기업실태조사보고서 등의 연구 결과물만이 아니라 지역 현안 관련 학술회의·수탁과제 추진을 위한 간담회 등을 통한 연구조성사업, 대구경북 분기별 경제 동향분석 등 정기간행물을 통한 출판 홍보 활동을 추진했다. 2019년 연구원에 또 한 차례 변화가 일었다. 연구원 설립 이후 28년 만에 첫 내부 출신 원장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오창균(60) 원장이다. 연구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구성원의 특성을 잘 융합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은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행정통합, 통합신공항 건설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한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내외적인 환경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싱크 탱크'인 대구경북연구원을 이끄는 오 원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TK, 오랜 시간 행정적으로 분리통합 진통·시행착오는 당연한 것현금 투입성 저출산 해법 벗어나'사회 재설계' 대안 시도 고민해야우수인력 확충와 정책역량 제고연구원 재도약 원년의 당면과제▶내부 발탁 원장이 갖는 의미는."연구원 전반에 대해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책임지고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연구원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고민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적은 게 장점이다. 우리 조직의 강점과 문제점, 개인별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 적응기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성원도 원장의 특징을 잘 안다. 구성원과 원장이 상대를 미리 파악한 관계라는 것은 정밀하게 조직을 개혁하고 내부적으로 화합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연구원의 시급한 당면 과제는."우수 인력 확충과 정책 제시 역량 제고다. 그래야 여전히 남아있는 하도급 용역기관 이미지를 벗어나 지역 미래가치 창조의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연구원은 대구시와 경북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해당 범위가 넓고 영역도 다양하다. 그에 비해 동원 가능한 자원은 제한적이다. 대부분 연구원이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긴급한 수시 과제까지 떠맡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책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선도적인 정책 대안 발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이미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안다."2년 전 취임하자마자 연구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융합 연구를 활성화해 보자는 뜻에서 부서를 다시 짰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연구단을 구성해 프로젝트 수행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상시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에는 센터를 뒀다. 깊이 있는 경험 축적을 위한 것이다. 외부 전문가 초청 토론과 협업도 확대했다. 연구 결과물의 영상화와 디지털화도 진행 중이다."▶대구경북연구원은 전국 시·도 연구원 중 유일하게 더부살이를 한다."독립청사 없이 민간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신청사 이전을 목표로 기금을 모으고 계획도 수립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독립청사를 확보하는 것은 연구원의 오랜 염원이다. 시·도 집행부와 의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대구경북이 다중포위망 속에 갇혀있다고 했는데."국토 공간상으로는 어쩌다 보니 동남쪽 변방으로 밀려났다. 경제권은 추풍령 이남의 비수도권에 속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역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외부 비판 세력도 있다. 여러 겹의 포위망을 돌파하려면 과감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리적 변방화와 경제 산업적 주변화를 반전시키기가 힘들다."▶포위망을 돌파할 구체적 방법은."많은 분이 통합신공항 건설이나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우리 지역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맞다. 지역을 확 바꿀 만큼 엄청난 대역사다. 두 현안을 확실히 풀어내면 인구 감소, 지방소멸, 대학 위기,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도 선도할 수 있다."▶최근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한데."대구경북이 재도약하려면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통합은 절박함에서 나온 대안이다. 단순히 대구와 경북을 합치는 이벤트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행정적으로 갈라졌던 두 지역이 하루아침에 하나가 될 순 없다. 행정통합 과정에 상당한 진통과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하다. 연구원은 앞으로도 통합 논의를 지원할 것이다."▶지방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수년 전 전문가가 '지방소멸은 더 이상 몇몇 농어촌 낙후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다'라고 했다.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지역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는 고용, 임금, 주택, 교육, 기본소득 보장, 노후소득 보장, 보건의료 부족과 맞물려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선진국은 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회 재설계를 시도했다. 이는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면서 공동체 윤리와 시장경제의 역동성 결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복지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스포츠의 정책적 영역 융합도 병행한다. 한국은 아직 이민과 영주권 정책을 포함한 본격적인 재설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라도 단순한 현금 투입성 정책에서 벗어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도시재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연구원도 대구창의도시재생센터를 운영 중인데."대구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는 노후 구도심에 사는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2015년 설립됐다. 도시재생의 기본방향은 쇠퇴 진행 지역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정비를 수행하면서 개발지역은 계획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다양한 개발 주체들이 참여해 재생 공간 고유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종합적 도시부흥 아이디어를 접목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주민참여 도시학교'를 개설해 주민이 스스로 동네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도록 도와준다."▶창립 30주년을 맞아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았다."기틀을 다지던 초창기, 양적 성장기를 거쳐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 위상 구축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부 조직진단을 해서 객관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규정 개정을 통해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미래지향적인 운영 기반을 다져 나가려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문제와 정책 과업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기에 적합한 조직 형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창을 활짝 열어 외부 전문가 및 기관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도 할 것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오는 18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원장은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미래지향적인 운영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1.06.09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6] 콘텐츠 전문기업 마케터 최은서씨
최은서(여·26·사진)씨는 현재 콘텐츠 전문기업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다. 대구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SNS 홍보마케팅을 전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타지역의 공공기관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채널마다 특색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대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최씨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전으로 떠났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연기자의 꿈을 갖고 서울로 올라갔으나 전혀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됐다."고등학교 때 동아리를 하면서 연기에 흥미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전공도 그쪽으로 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지내면서 기획사의 연습생 생활도 잠시 했는데, 너무 힘들고 제 적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 조교 일을 하다 우연치 않게 연기영상과 교수님을 만났고, 교수님이 운영하는 콘텐츠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한때 배우 꿈…고달픈 연습생 생활도지자체·공공기관 SNS홍보업무 전담"콘텐츠社 늘어…지역서도 기회 충분"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출퇴근 길은 말 그대로 '지옥철'의 연속이었다. 가족과 친구가 있는 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치열한 생활에 지쳐갈 때쯤 대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일단 교통이 너무 힘들었어요. 신림동에서 성수동까지 출퇴근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지칠 때가 많았어요.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컸습니다. 마침 대구지사에 갈 인원이 회사에 필요했고, 곧바로 자원해서 대구로 올 수 있었어요."최씨는 대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생활에 안정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문화 혜택' 측면에 있어서도 대구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우선 부모님이랑 지내니까 혼자 지낼 때보다 확실히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문화예술 특히 공연을 보는 걸 즐기는 편인데, 대구에서도 보고 싶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문화적인 인프라 때문에 서울에 가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는데 대구도 문화적으로 즐길 요소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직장생활 역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주어진 업무를 해낼 때마다 높은 성취감을 얻고 있고, 특히 대구시정을 홍보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콘텐츠뿐 아니라 시민기자단, 서포터스들과도 협업을 하는데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면 뿌듯해요. 작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다들 힘들 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했고, 모두가 힘든 시기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로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댓글도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견들을 수용하고 개선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을 꿈꾸고 대구로 돌아왔지만, 현재 최씨는 커리어를 쌓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고 일에 매진하고 있다.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지역 내 경쟁도 치열해졌고 더 좋은 실적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도 갖고 있다."콘텐츠 회사가 지역에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시점인 것 같아요. 제가 소속된 회사가 좋은 기회를 얻고, 저 또한 전문성도 갖추고 인정을 받고 싶어요. 사실 서울에서 대구로 올 때는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일에서 자부심, 행복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최씨는 청년들이 대구에서 기회를 찾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제가 지역에서 일을 해보니 우수한 기업이 많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스무살이 되고 대구를 떠날 때는 대구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그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시야를 넓히고 여기서 시작을 해도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5] 디자인 스튜디오 '애즈폴' 김광동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 애즈폴(ASFOL) 김광동(39) 대표는 8년 전 대구에서 창업했다.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을 주 업무로 하고 있으며 관공서와 기업, 유명 연예인까지 고객층도 두껍다. 대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수도권에서 받는 제의가 더 많은 편이다.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고교 3학년이 돼서야 진로를 설정했다.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지만 고민을 거듭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김 대표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돌연 휴학을 했다. 그리고 곧장 서울로 향한 그는 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휴학생 신분으로 서울에 가서 취업을 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기회가 있었고, 배웠던 걸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었어요. 제가 앞으로 해나갈 일에 대한 확신도 그때 들었죠. 졸업을 위해 대구에 내려갔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다시 서울로 향했습니다."서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원 수업을 하며 동시에 직장도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일과 학업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대학원 과정을 마칠 때쯤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취업을 서울에서 해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막상 서울에 계속 있어야 하나 회의가 있었습니다. 학자금 대출에 빚은 쌓여만 가고 반지하 방 생활도 싫었어요. 대구에 비해 기본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부담이 적지 않았죠. 마침 가족들도 제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뜻을 비쳐서 대구에 자리 잡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대구에서 취업한 그는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도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출강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소속된 회사의 이해를 구하는데 한계를 느꼈고, 창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창업아카데미를 다니며 식견을 넓히고 동시에 자신의 사업을 구체화 시켰다. 지역 내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고 전국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당시에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있었고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업자등록을 하고 2년이 지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어요. 점차 자리를 잡아갔고 5년차에 프로모션 마케팅 쪽에서 일을 하면서 본 궤도에 안착했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성과도 있었고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요."김 대표는 실력만 있다면 지역의 한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창업가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지만 다양성이 부족해 아쉽다는 입장이다."제가 직접 해보니 창업 인프라는 생각보다 좋은 편입니다. 다만 업종은 제한적인 것 같아요. 보다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성장하는 기업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일자리도 창출되겠죠. 서울에 청년들이 모이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대한 선망을 거둬내고 지역 기반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김 대표는 "모든 디자이너가 그렇겠지만 제 브랜드를 통해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창업을 했는데 그때마다 '너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실패를 무릅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실패도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도전 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애즈폴' 김광동 대표. 〈김광동 대표 제공〉
2021.06.02
[이영란의 스위치] 정은경에게 자리 물려주고 대학 돌아간 정기석 前 질병관리본부장 "정부의 코로나 대처 점수는..."
박근혜정부 마지막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종식과 관련,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국제 공조와 협력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정 교수는 2016년 초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창궐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발탁했던 호흡기질환 권위자. 취임 후 감염병 대응체계 정비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중 박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이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사직을 요구받았다. 1년6개월 정도 일하고 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는 대학으로 돌아갔다. 변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정 교수를 지난달 20일과 지난 21일 두 차례 서울시내에서 인터뷰했다.비수도권에 공공의대 세워도환자 따라 의사도 서울 갈 것코로나 백신 확보 제때 못해文정부 방역정책 중대한 실패접종 초기 65세이상 보류시켜AZ 불신 촉발 결정적 계기로▶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대처를 평가하면 몇 점이나 될까."10점 만점으로 보면 5점 정도."▶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가장 큰 문제는 방역정책에 정치적 고려를 지나치게 한 것이다. 발생 초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3개월만 막았더라면 대만·베트남 등과 같이 청정한 국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천800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희생과 관련 사회적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국제관계는 수시로 변하고, 또 그런 관계를 수시로 변화시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므로 3개월 후 입국재개하고, 그간의 마찰은 외교로 푸는 것이 바람직했다. 2차 유행이 시작되기 전 소비쿠폰 발행, 광복절 임시공휴일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을 촉진한 것, 3차 유행 전에도 다시 소비 쿠폰 발행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국민께 전달한 것, 방역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질병관리본부(청)에 일임하지 않은 것, 백신 확보를 제때 못한 것은 중대한 정책 실패다. 한마디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국제 정세에 어두워서 생긴 일이다."▶잘한 것은."'3T 대응 즉 Test(진단)·Trace(역학조사)·Treatment(환자관리)'로 이어지는 초기 대응은 K-방역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모든 국민이 일상을 되찾는 시기를 언제로 전망하나. "이르면 내년 봄. 그 이유는 11월 말 70% 접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겨울철 발생하는 각종 감염병과의 혼선을 빚지 않기 위해, 또 변이 바이러스 출연 및 대처, 70% 달성 미비 등을 고려해서 예상하는 것이다. 마스크 벗는 것은 백신 맞은 사람들끼리는 좀 더 이른 시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백신접종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효능이 우수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 사망 보도가 매우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정부가 관리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개인은 미디어로 접종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 거의 모든 환자가 의사들에게 백신 접종 여부를 문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신을 맞을지 말지 망설임이 매우 높은 상태라 걱정스럽다."▶접종 대상 순위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있는데."순위설정은 잘못된 수준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안전성이 확실한데도 효능에 의문을 가지고 초기에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보류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때야말로 정무적 감각이 필요했을 시기였다. 접종 보류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그동안 메르스·사스 등 전염병이 계속 이어졌는데.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를 경험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우리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인식 개선, 개인정보 보호보다 집단의 감염병 억제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다. 아울러 질본의 대비태세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기술적 준비가 잘 되어있었다고 본다."▶코로나19 종식이란 말은 끝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과학계가 코로나19에 대해 파악한 것은 지난 1년 동안의 경험 축적이 전부다. 코로나19 기원설을 두고 의과학계에서는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수많은 감염병 중 한 가지로 보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특정 나라가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국제 공조와 협력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들 중 몇몇은 자신의 병상 일기를 꼼꼼히 적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국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과학적 접근'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에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가장 큰 숙제로 보고 있는데."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북대병원에 있는 의료진의 실력이 서울대병원보다 못한 분야는 거의 없다. 일부 분야는 더 우수할 수도. 그런데도 무조건 서울로 서울로 가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보장 비율을 올리면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의 전체 의료진이 모두 대구에 가서 병원을 하나 세우더라도, 10년, 20년이 지나면 대구 사람들은 또다시 서울로 갈 것이다. 유능한 의료진이 서울로 가는 이유는 각 지역에서 보람을 못 찾는 것도 큰 이유다. 어렵게 진단한 후 본격적인 치료를 하려하면 서울로 가겠다고 할 때 맥이 빠지는 환경에서는 보람을 찾기 힘들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질환에 대한 치료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노력은 계속해야 하겠다."▶포항은 포스텍 내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도시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포스코에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매우 필요한 듯하다. 다만 연구만 하는 의대란 있을 수 없다. 의대는 진료, 연구, 교육의 3륜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발전한다. 지금처럼 환자가 서울로 대구로 가버리는 포항에서 임상 경험이 필요한 연구중심 병원은 효율이 떨어진다. 환자와 상관없는 연구는 의대외 타 대학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포항으로 간 수도권 인재들은 (수련을)마치고 나면 다시 수도권으로 복귀할 것이다. 실제 경제적 이득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웰빙, 힐링, 건강이 화두다. 100세 시대 세대별 건강관리 비법은."20세 이하는 소아 비만 방지, 건전한 정신 건강, 신체 활동 증대로 기초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30대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들여서 평생 습관으로 고착시켜야 한다. 40·50대라면 만성질환이 생기는 생애 전환기에 접어들므로 정기검진, 적극적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60대 이상은 자신의 병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만성질환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체력관리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 성인용 백신을 신경 써서 접종할 것을 권한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정기석 교수= △1958년 대구 출생, 경북고·서울의대 졸업, 서울대대학원 의학박사(내과학) △한림대성심병원장·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의료원장 역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학회지(TRD) 편집위원장, 2022년 아시아·태평양 호흡기학회 서울대회 회장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신의 건강관리 노하우와 관련해 우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려고 한다면서 화내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1.05.26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4] 광고대행사 마케팅 팀장 조정아씨
조정아(33)씨는 대구 한 광고대행사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높은 완성도를 지닌 광고를 통해 소상공인부터 유명 브랜드까지 지역 구분 없이 다양한 광고주를 만족시키고 있다.포항에서 태어나 경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취업을 하면서 서울로 떠났다. 신문방송학을 전공, 아이디어를 실현해내는 광고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광고대행사에 취업을 희망하게 됐다. 대구경북지역 광고업계가 좁다는 생각에 졸업 직전 수도권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여했고, 서울의 한 광고대행사에 발을 들였다.서울에서 광고업계 종사자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성취감은 컸지만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과 거리는 멀어졌다."서울서 꿈이뤄 성취감 컸지만새벽 출·퇴근이 일상되자 지쳐대구선 쫓기듯 살지 않아도 돼인재가 인정받는 도시 됐으면""제가 사실 보수적인 성향에 가까운데 광고를 배우다 보니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 자체가 좋아서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졸업하고 서울에서 꿈꾸던 광고 일을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았어요. 오전 2~3시에 일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했고 고시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 전부였습니다."조씨는 서울에서 이직을 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게임사의 광고를 제작하는 등 자부심을 느끼며 일 경력을 쌓아가던 그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장기간 연애를 하던 남자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서울에 남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결혼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결혼을 계기로 대구에 정착한 조씨는 육아에 집중하며 2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광고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직장에 정직원 공고가 나온 것이다. 일단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원서를 냈고 최종 합격했다."아이를 키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광고업계 분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한때 저렇게 일을 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정말 운이 좋게 마케팅팀에 자리가 생겼고 정직원으로 채용이 됐습니다."조씨는 서울보다 대구에서의 직장 생활에 만족감이 더 높다고 했다. 지역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면 광고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대구는 서울만큼 바쁘게 무언가에 쫓기듯 살지 않아도 되는 거 같아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경기도에서 한번 출퇴근한 적이 있는데, 오전 6시에 나와는데 '지옥철'을 타야 했어요. 대구는 교통도 편리하고 문화생활이나 각종 인프라도 대도시답게 잘 갖춰져 있는 편입니다. 또 실력만 있다면 재밌는 광고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에 대한 진솔한 견해도 밝혔다.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변에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은데, 우선 정보가 없어서 접근을 못 하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고, 육아 지원책도 더 확대되면 좋을 것 같아요."조씨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서울만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져요. 대구가 인재가 떠나는 도시가 아닌 인재들이 모이는 도시가 됐으면 합니다. 결국엔 좋은 일자리로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일자리가 지역에 많아졌으면 합니다. 워라밸도 지켜지고 여성복지도 신경 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데 제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조정아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대구의 한 광고대행사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조정아씨 제공〉
이동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서울대와 변시합격률 1~2위 다툴 수 있는 비결은..."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전국 25개 로스쿨 합격률 1·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 전국 2위(로스쿨 10기 입학인원 기준)에 올랐다. 지난해엔 서울대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역사적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최근 3년간 서울대 로스쿨과 1·2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변호사시험 합격률로는 국내 톱2 로스쿨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동형 영남대 로스쿨 원장을 만났다.▶영남대 로스쿨이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서울대에 이어 합격률 전국 2위(로스쿨 10기 입학인원 기준)에 오르며 명문 로스쿨로 발돋움하고 있다. 소감 부탁드린다."합격률을 산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실입학생 대비 합격률'이 다른 지표에 비해 가장 의미가 있다. '실입학생 대비 합격률' 기준으로 영남대 로스쿨은 2019년 2위, 2020년 1위를 기록했는데, 올해 다시 2위를 기록해 3년째 좋은 성과를 냈다. 그 외 지표를 보더라도 괜찮은 성적이라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지난해엔 서울대를 제치고 1위를 했고, 올해는 서울대에 이어 2위인데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무슨 비결이 있나 하는 것이다. 로스쿨 교수의 헌신, 학교지원 등등 비결을 공개해달라."교수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이 교수들의 지도에 잘 따르고 또한 열심히 공부한다면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학교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잘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지식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례형·기록형 등 주관식 시험 답안지 작성을 위해 필요한 첨삭지도 등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꼼꼼히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도 교수들의 지도를 잘 따라주었다. 많은 과제물 제출을 다 소화하고 그 와중에 있는 모의시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서로를 돌아보면서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작년 서울대 로스쿨 제치고 1위 올라코로나 영향에도 학생학력 유지 '저력'석사취득률도 서울대·고려대와 톱3지방대로스쿨 경영상 불리한점 많아수도권과 공정경쟁 위한 지원 늘려야▶교수와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열정을 쏟은 결실인가."이런 교수들의 지도와 학생들의 노력을 가능하게 한 것이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행정실 직원들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사운영과 학생지도가 정말 힘들었다. 처음 겪는 사태라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학사운영과 학생지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교수님들의 꾸준한 관심과 행정실 직원분들의 빈틈없는 업무처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변호사시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국적으로 재학생 합격률이 많이 내려갔는데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로스쿨도 재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 영남대 로스쿨의 재학생 합격률은 올해에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는 지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등으로 실시한 수업이 대면수업과 마찬가지로 알차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학교와 행정실의 지원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로스쿨을 평가하는 데 석사학위 취득률 역시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라고 한다. 영남대는 3위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석사학위 취득률이 왜 중요한 지표인지 설명 부탁드린다."로스쿨 학생이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석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는데, 졸업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은 그 학생이 로스쿨을 수료할 무렵 학교에서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지식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기부터 10기 전체 로스쿨 입학생 기준으로 영남대는 92.9%(입학인원 719명/졸업인원 668명)라는 압도적 석사학위 취득률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로스쿨과 함께 톱3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각 대학 로스쿨이 졸업시험 등을 통해 변호사시험 응시인원을 제한하여 시험 합격률을 조정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로스쿨 과정 3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고,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실입학인원 대비 합격률'과 '석사학위 취득률'이 양질의 법조인 양성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여러 가지 지표를 보면 영남대 로스쿨이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톱3' 내에 든다고 해도 무방한 것 같다. "앞선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신하겠다."▶사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고 10년이 지났지만 합격자 수에 대한 논란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사실 이 문제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까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었고, 이에 대해 변호사회에서 반대의견을 많이 내고 있었다. 최근 변호사회 회장이 바뀌고 아주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올해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천200명까지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이번 합격자 결정에 대해서 반발하였고, 급기야 연수생을 200명까지만 받아주겠다고 하여 시험에 합격하고도 아직 마땅히 연수할 곳을 찾지 못한 합격생도 있다고 들었다. 이처럼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변호사와 변호사를 양성하는 기관인 법학전문대학원 사이에 이런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로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변호사회와 법학전문대학원이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관철하려고 하기보다 변호사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변호사회와 법학전문대학원만이 아니라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노력하여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있겠는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매사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갖게 마련이다. 좋은 면밖에 없는 제도는 신의 솜씨로도 만들 수 없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오랫동안 시행되어 오던 사법시험제도에 고시낭인 등 문제가 많다는 등의 비판이 힘을 얻으면서 로스쿨제도가 시행되었다. 사법시험 제도도 시행초기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로스쿨제도는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비판을 받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우리나라 제도가 아니라서 그런가."로스쿨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미국에서 오래도록 실시되어 온 로스쿨제도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 뿌리내리고 정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될 것이라고 믿고 도입한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불문법과 성문법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면도 있고 검사나 법관의 임명이나 재판체제, 역사적 배경, 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호사에 대한 기대치 등이 다르다. 이런 차이가 교육방법, 시험제도 등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 것인지를 과연 심사숙고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제도의 개혁은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단점이 없는 완벽한 제도가 없다고 한다면 제도는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쨌든 이제 로스쿨 제도로 바뀌었으니 조금씩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개선을 해야겠지만 역시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영남대 로스쿨이 선전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구조적으로 지방대 로스쿨이 여러모로 불리한 면이 많다. 수도권과 공정경쟁을 위한 입시제도나 변호사시험 등의 개선 점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지방대 로스쿨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질문했듯이 지방대 로스쿨의 경우 구조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로스쿨은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적자 구조로 되어 있어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 굳이 꼭 있을 필요도 없는 시설이나 인력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 불필요한 기준을 두어 비용지출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재정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평가기준 등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이동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로스쿨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2021.05.19
[김수영의 피플]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 "국학, 낡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조상이 축적한 지식 삶에 활용해야"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3월 정종섭(63)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원장으로 맞았다. 경주 출신의 정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대 법대 학장과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법학자이자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한국국학진흥원을 맡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아버지가 한학자라서 어릴 때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다. 한자를 익히기 위해 자연스럽게 붓글씨도 썼다. 화단에서는 이미 서예가 정종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40대 때 도시서당을 꿈꾸며 지인들과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깊어지자 법학, 의학, 문화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지성인과 모여 '제4세계그룹'을 결성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보니 국학진흥원으로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음표를 던질 이유가 없었다.국학은 역사문화 유산 발굴·연구하는 학문이상 국가 건설 실천한 선인의 지혜 배워야경북도 설립 국학진흥원 올해 개원 25주년국역·디지털화 등으로 4600명 일자리 창출징비록·수운잡방 세계유산 등재도 준비 중▶한국국학진흥원이 하는 일은."경북도는 1996년 안동에 국학진흥원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문중·종가 등 민간에서 소장한 국학자료들을 수집·보존하는 것은 물론 한문자료를 번역·연구한다. 최근에는 자료 활용과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위해 소장 국학자료를 국역해 교양서 등으로 발간·보급한다. 영화나 웹툰 등 문화콘텐츠산업의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디지털 아카이브도 구축 중이다. 국학진흥원 홈페이지의 '스토리테마파크'에 접속하면 다양한 콘텐츠 자료를 접할 수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해 제작한 웹드라마·웹툰도 있다."▶국학이란."국학은 선조가 남겨놓은 우리 고유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유산들을 발굴해 그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국학에는 인문학을 비롯해 법학, 경제학, 자연과학, 의학, 예술 등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국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우리의 문화적 독창성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기반이 된다. 독창성에 내재한 보편적 가치는 인류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 세계 모든 나라가 공유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국학 연구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등에 관한 자료를 국학진흥원에서 수집·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삶과 업적을 조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상적 사회·국가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그들의 정신에서 현재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순한 자료의 번역·전시 및 학술대회 개최 등에 그쳐선 안 된다. 선인의 삶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을 꿈꾸게 하는 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국학진흥원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많은 성과를 냈다."2015년에 소장 자료인 '유교책판', 2017년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각각 등재됐다. 2016년과 2018년에는 '한국의 편액'과 '만인소'가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이 됐다. 한 기관에서 기록유산을 4건이나 보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 외에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한 소장자료들이 적지 않다. '징비록' '삼국유사' '내방가사' '수운잡방' 등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준비 중이다."▶국학자료 국내 최다 소장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현재 약 58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소장자료 중 국보 제132호인 '징비록'을 비롯해 보물이 1천837점, 국가 및 도지정 문화재가 7만여 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자료의 약 12%를 차지한다. 자료의 양만이 아니라 가치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올해 국비 예산을 많이 확보했다. 중점 사업은."올해 총예산 규모는 360억원이다. 이 중 국비는 202억원으로 전국 지방출자출연기관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의 사업규모를 확대했다. 국학자료의 국역 및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 중이다. 조선시대에 국한했던 조사·수집사업도 근대기록자료까지 확장했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올해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는 기반을 다지겠다."▶국비 예산 증액으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올해 국비 예산의 대부분은 국학 관련 사업에 투입된다. 이들 사업을 통해 총 4천6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해 시작된 '국학진흥청년일자리사업'은 10년간 매년 100여 명의 청년을 고용해 소장 자료의 국역과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올해 신규사업인 '실버일자리사업'에서는 근대기록자료를 조사·수집하는 조사원을 양성한다. 50~60대 중장년층 500명을 선발한다.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550명을 추가로 선발, 총 4천명 규모로 확대한다. 국학 발전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국학진흥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이 클 것 같은데."학술대회, 교육연수 등이 많다 보니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가 크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대면 사업을 비대면 방식으로 많이 전환했다. 스토리테마파크 공모전, 어린이 고전암송대회 등은 참가팀과 심사위원만 현장에 나오고 현장 실황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한다. 학술대회, 포럼 등도 발표자와 토론자만 현장에 있고 현장 실황은 유튜브로 동시 송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국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유교문화박물관도 특화된 곳인데."2006년에 개관한 유교문화박물관은 국내외에서 '유교'라는 타이틀을 처음 사용한 박물관이다. 2016년부터 무료 관람으로 전환해 1일 평균 관람객이 3만명 정도 된다. 유교문화박물관은 국학진흥원에 자료를 맡긴 기탁문중특별전을 열기 위해 설립됐다. 국학진흥원에 자료를 기탁한 문중은 1천200곳 정도 된다. 올해는 정자를 주제로 전시 중이다."▶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도 개관했다."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은 일반인이 세계기록유산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유교책판과 현판을 과학적으로 보존하는 전문 수장고, 특수 유리창을 통해 유교책판과 현판 일부를 볼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 디지털전시관 등이 있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첨단디지털 체험관도 있다."▶국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일 방안은."국학을 골동품처럼 낡은 것, 옛날의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원전 2천~3천년 전의 이집트 문화나 기원전 시대의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듯이 오랜 시간 한반도에서 산 우리 조상이 남겨 놓은 유산에서도 엄청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현재 우리 삶에 활용해야 한다. 이 방법을 찾도록 돕는 게 국학진흥원이 할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연구뿐만 아니라 DB구축, 연수, 활용사업,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인공지능 탑재 등 다양한 방면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지난 3월 취임한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국학 자료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 한국국학진흥원이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올해는 이 위상에 걸맞도록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의 뒤로 엄청난 규모의 소장자료가 보인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3] 배우 이우람씨
"기회의 땅이라 생각한 서울경쟁에 꿈 펼칠 기회 역부족대구에서 배우로서 더 성장문화도시 대구 기여하고파"배우 이우람(36)씨는 대구 연극의 산실 극단 '처용'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출생인 그는 부모님을 따라 대구로 내려왔다. 20세가 될 무렵 패션모델 제의를 받고 종종 무대에 서며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05년 전국연극제 부대 행사로 퓨전극에 출연하게 됐다. 대사도 없고 단순한 역할이었지만, 모델이 아닌 연극 무대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작품을 마치고 '연극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어릴 때 저를 돌이켜 보면, 남들 눈치도 많이 보고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연극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서 연기를 하게 됐죠. 시간이 흘러서 뒤돌아보니 연기를 하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고 그때 선택이 많은 걸 바꾼 것 같아요."2년 이상 경력을 쌓은 그는 극단 처용에 입단했다. 하지만 걸리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 20대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였다. 당시 극단 처용에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방침이 있었다.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던 이씨는 고민 끝에 서울로 향했다.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전국의 배우 지망생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기에 경쟁은 더 치열했고, 출연료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높은 물가에 생활고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서울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다고 표현할 수 있어요. 물론 규모는 비교할 수 없게 크지만 좋은 배역을 맡거나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없다고 봐야죠. 쉬는 날도 늘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텼지만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고 서울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더 이상 여기 있을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구에 돌아오고 여유도 되찾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니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27세 조금은 늦은 나이에 입대한 그는 군 복무 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전역 후 현실적인 벽을 체감하게 됐으나 연기를 계속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군에 있을 때는 신문이나 방송에 아는 얼굴이 보이면 나도 하루라도 빨리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어느덧 서른살이 가까워지니까 주변이 많이 달라졌어요. 직장생활, 결혼 등 친구들과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연기를 좋아하고 제 길을 계속 가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이씨는 대구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연기도 많이 해봐야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 대구에서는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지 않아도, 굳이 관객수가 많지 않아도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실력만 있으면 먹고사는데 문제는 없어요. 다만 유명해지고 싶어서 배우를 택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진심으로 좋아해야 계속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대구가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대명공연거리' 하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지금도 물론 좋은 분위기지만 앞으로 배우를 꿈꾸는 분들이 대구에서도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선하고 발전해 나갔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극단 '처용'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우람씨는 "대구가 좋은 배역을 맡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우람씨 제공〉배우 이우람씨가 뮤지컬 '꽃밭등 영웅들'에서 의병 홍주원 역을 연기하고 있다. 〈이우람씨 제공〉
2021.05.12
['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2] 소셜벤처 '디컬리전' 박거태 대표
소셜벤처 '디컬리전' 박거태(35) 대표는 올해로 3년째 영상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 작은 사무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창의력이 돋보이는 영상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박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을 마치고 인턴십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다. 영주권을 획득하고 정착하려 했으나 비자 문제로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귀국 후 일자리를 찾던 중 영화제작사에 입사했고 고향인 대구를 떠나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타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3D 컨버팅, 합성 등 특수효과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할리우드 대작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도 있었지만, 장시간 근무와 고된 야근에 점차 지쳐갔다.천안 영화제작사 근무하며할리우드 대작 참여했지만시키는 일만 반복해 회의감 대구서 영상프로덕션 열어대학·공공기관 홍보물 제작출강하며 인재육성·채용도하고싶은일 하며 즐기는 중 "일적으로 보면 정말 배울 게 많았어요. 실력도 늘었고 큰 작품 크레딧에 이름도 올렸고요. 그런데 아침일찍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에 퇴근을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습니다."그는 고된 일은 버틸 수 있었지만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정해진 업무만 반복하는 데 회의감을 느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결심했다."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또 20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주거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어요. 당장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용도 부담됐습니다. 우선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내려가서 다른 기회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대구에 돌아온 박 대표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영상 관련 사업을 해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굳이 수도권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면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다른 곳에 있다가 돌아와 보니 대구가 참 좋은 도시로 보였어요. 여기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한국이 넓으면 얼마나 넓다고 KTX만 타면 서울을 오가는 건 일도 아닌데 굳이 서울에 자리를 잡아야 하나 생각했어요. 지역이라는 한계점에 스스로를 묶어둘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프리랜서로 경력을 쌓은 그는 2019년 9월2일 자신의 생일에 맞춰 사업자 등록을 했다. 먼저 창업한 친구와 사무실을 공유하면서 '한 지붕 두집'으로 서로 격려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대구·경북권 대학 홍보 영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공공기관과 협업이 늘었고,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관점을 달리하면 훨씬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홍보 영상은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몇 초 보고 끄는 영상은 의미가 없잖아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었고, 다행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어요. 대구에서도 세련되고 좋은 영상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박 대표는 대구가 창업 기반이 좋은 도시이지만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생각보다 창업을 도와주는 정책이 많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간을 마련해주는 지원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에 자리를 잡으려는 청년들 대다수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창업공간도 그렇고 주거 문제만 해결된다면 많은 청년들이 유입될 것으로 봅니다."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금 대학에 출강을 하고 있습니다. 제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을 채용해 동료로 같이 일하고 있고, '예스매칭' 사업을 통해 지역 출신 청년을 뽑기도 했어요. 지역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고 동시에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대구의 청년들에게 의미있는 조언도 했다. "고민에 빠진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데 결국 답은 단순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면 됩니다. 저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것이고, 직원들이 더 재밌게 일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해요. 뜻이 있다면 길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영상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는 '디컬리전' 박거태 대표. 세련되고 창의적인 영상으로 수도권에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디컬리전 제공〉
2021.05.06
[김수영의 피플] '동반성장 전도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코로나 여파로 소득 양극화 심화…동반성장은 자본주의 시대정신"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는 물론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이 악화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2010년 이명박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를 열고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 확산하기 위해 설립됐다. 초대 위원장은 정운찬(74)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에게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직언한 것도, '동반성장'이라는 새 단어를 만든 것도 그다. 동반성장위원장을 마친 뒤 바로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현재까지 연구소를 이끌어왔다. 최근에는 책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도 펴냈다. 그를 '동반성장 전도사'라 부르는 이유다.자유·경쟁 강조 신자유주의로시장의 '공정한 관찰자' 실종동반성장, 이익 극대화 이끌어기업 성과 합당하게 돌아가야대기업·中企·벤처 장점 융합경제활력 되찾고 지속 성장도▶동반성장이란."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의 사회철학이다. 있는 사람 것 빼앗아 없는 사람한테 주자는 게 아니다.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구조는 좀 더 공정하게 고치자는 것이다."▶'동반성장은 시대정신'이라고 했다."한국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한국의 소득분배를 보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5%, 상위 10%가 47%를 가져간다. 저성장도 한국경제의 문제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건전성은 강화됐지만,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굳어졌다. 세대, 계층, 도시와 농촌, 지역 등 사회 각 영역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 해결책이 동반성장이다. 20세기와 구분되는 21세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자 인류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동반성장이 자본주의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는데."동반성장은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 납품·협력업체,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모든 참여자에게 성과가 합당하게 돌아가고 그 성과를 최대화하는 게 미래의 자본주의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코로나 사태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섬유제품업과 숙박·음식점업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악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금지, 영업 제한이 시행되고 경제성장률 급락과 실업의 고통이 경제적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면서 소득 및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동반성장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다."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주류가 됐다. 자유와 경쟁만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개인 이익 추구만을 목표로 해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동반성장이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자본주의 기본정신에 충실하다. 동반성장은 애덤 스미스가 말했던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 정신은 개인의 이기심을 실현하는 자유와 경쟁을 무한히 허용하지 않고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허용한다. 신자유주의는 공정한 관찰자를 사라지게 했다."▶동반성장에 관해 관심을 가진 계기는."3·1운동의 34번째 대표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는 중·고등 시절 나를 재정적으로 후원해 주신 분이다. 인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학 전공을 정할 때 박사님이 경제학을 권유했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빨리 이뤄야 민주주의도 완성할 수 있다며 경제학과에 가서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빈부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동반성장의 길로 이끈 바탕이 됐다."▶이명박 대통령을 설득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었다."총리로 일할 때 오래전부터 알았던 중견 기업인이 찾아와 호소했다. 자신이 거래하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때문에 이민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납품가를 터무니없이 낮춰 회사 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근거가 분명한 서면 주문 대신 구두로 주문하고, 기술 탈취를 일삼는다. 납품 대금은 현금 대신 장기어음으로 결제한다.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건의했고 동반성장위원회 설립까지 이어졌다. 나름 성과를 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중소기업 위주의 정부구매 등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불공정행위도 줄었다."▶동반성장이 가장 시급한 곳은."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이다. 동반성장은 기업 생태계를 선순환 체계로 만든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력, 중소기업의 다양성과 신축성, 벤처기업의 창의성 등 각자의 장점을 융합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지속성장할 것이다.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저소득 취약계층에게도 과실이 골고루 돌아간다."▶중소기업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한다. 전체 취업자의 88%를 고용한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아니라 '불안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 공무원 등이다. 이 취직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고 남에게도 꿀릴 것 없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생활이 어렵지 않다. 좋은 사회는 좋은 중소기업이 많이 생겨야 실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고 튼튼해져야 한다."▶동반성장연구소도 설립했다."반관반민의 동반성장위원회에서 1년 반 동안 일한 뒤 2012년 순수 민간연구소인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었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초빙해 월 1회 포럼을 개최했다. 75차례나 열었다.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해법과 대안을 도출하는 연구 활동으로 한국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공공 이익에 부합하는 공익적 연구기관의 역할을 했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 논문대회도 개최했다."▶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뤘지만, 장기적인 저성장과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연구소는 국민이 더불어 잘 사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포럼과 심포지엄, 중소기업 애로 해소에 일조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앞으로는 내부 연구역량을 키우고 외부의 연구용역 수주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는 시대정신이고 코로나19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1.05.05
대구 초대 자치경찰위원장 후보 최철영 교수 "위원 전원이 교육계 인사라고 우려할 필요 없다"
오는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된다. '자치경찰제'란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 하에 지역주민의 치안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로, 자치경찰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경비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 자치경찰제는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에 최초로 명문화된 이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07년 처음 도입됐으며 올해 전국에 도입된다. 대구시는 지난달 27일 자치경찰 사무를 관장할 대구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내정자 7명을 공개했다. 자치경찰제라는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전국적으로 초대 자치경찰위원회 구성도 큰 관심사였다. 지난달 30일 권영진 대구시장 지명으로 초대 자치경찰위원회에 합류한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이자, <사>대구시민센터 이사장을 만났다. 최 교수는 대구시장 지명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초대 대구자치경찰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 교수는 "아직 위원 내정자 신분이라 부담스럽지만, 시민 알 권리 차원에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의 특성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자치경찰 업무를 보면 여성, 청소년, 아동, 가정폭력, 교통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생활치안 관련 일을 맡도록 돼 있다. 지방자치 측면에서 보면 자치경찰은 국가 중심 사고가 아니라 지역, 지방, 풀뿌리 중심의 사고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 기능과 지방자치가 묶여서 새로운 형태, 즉 주민생활 안심을 위한 새로운 치안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국가가 하드웨어인 안전만을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민 안심의 치안 공공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 자치경찰제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다. 우리 동네, 동네 주민이 주체가 된 생활안전, 교통안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경찰개혁 측면에서 자치경찰에 접근하다 보니 '경찰권력 비대화를 우려해 자치경찰제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에 치우쳐 지역이나 자치분권 측면에선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자치경찰 시행을 앞두고 경찰 조직 내부에서 반발과 불안이 엿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경찰 입장에선 정말 큰 개혁이고 변화이다 보니 이런저런 우려와 불안이 나올 수 있다. 지자체에서 해오던 복지업무 등이 과도하게 자치경찰로 넘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과 처우 부분에 대한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 업무 범위의 경우 처음에는 분명히 혼란이 있을 것이다. 다만, 시민 중심의 치안서비스를 위해 각 기관간 업무가 '중첩'이 돼 생기는 혼란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고, '공백'보다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구경찰청과 대구시의 소통과 협조가 중요한 것 같다. 위원들도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자치경찰위원회 위원 7명 내정임기는 3년 제한·합의제로 운영학계편중됐지만 현장경험 풍부여성·청소년·가정폭력·교통 등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치안 담당처음엔 업무 범위 놓고 혼란 예상대구경찰청·市와 소통·협조 중요변화 통한 좀더 나은 서비스 제공각 시·도 특색 반영한 경찰돼야사회적인 위기 요소에 대응 가능어느 지역보다 안심도시 만들 것▶시민 일각에서 '자치경찰보다 기존 국가경찰 체제 그대로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목소리도 있는데."하나의 제도가 바다에 띄워지면 수많은 파도에 부서질 수 밖에 없고, 그 바다에서 계속 고쳐가면서 목적지에 갈 수 밖에 없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예상하지 못한 위기상황을 맞을 때도 있겠지만, 세상에 완전한 제도가 어디 있겠나.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이 '완전하다' '완벽하다'가 아닐까 싶다. 변화를 통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치안서비스로 나아가는 것이 자치경찰제이다. 시민들이 그 점을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 대구 초대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보면, 7명 중 6명이 교수다. 지나치게 학계 인사에 편중돼 있고, 인권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우려와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대학교수 6명과 전직 교육 공무원으로 구성돼, 7명 모두가 교육계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계 인사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법학교수가 2명이고, 경찰학 교수가 4명인데 그중 3명은 경찰 공무원 경력이 있는 분들이다. 교수이면서 경찰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현장에서 느낀 점들을 자치경찰 운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역시 법학교수이지만 시민사회 활동을 많이 했다. 인권 관련 연구나 활동을 한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대구시가 다른 지역보다 선도적으로 여성 위원 비율을 더 높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자치경찰위원회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여부가 관심사다. "혹시 모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가 곳곳에 있다. 자치경찰은 기본적으로 '합의제'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합의제 자치경찰제가 기존 우리나라 경찰 시스템보다 더욱 시민이 원하는 쪽으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치경찰위원은 3년 임기로, 연임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제한된 임기 내에 보다 좋은 생활 안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논의·조율하는 합의제 기구로써 최선을 다하겠다."▶'대구형 자치경찰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자치경찰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각 시도의 특색을 반영한 경찰이 돼야 한다'는 것에 있다. 경찰은 특정 지역, 도시와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대구의 자치경찰이 해야 하는 것은 대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인 위기요소에 대응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민이 누려야 할 치안 공공서비스 제공은 당연한 것이고, 더 나아가 대구의 문제를 치안과 결부시켜 생각해봐야 한다. 자치경찰 주요 업무는 생활 안전과 교통과 관련된 것이다. 대구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든든한 자치경찰이 있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진다면, 지역 경쟁력과도 연결될 것이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지역에 대한 경제와 투자에 있어서도 자치경찰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각 구·군에서 고르고 균형 잡힌 생활 안심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기 속의 수분처럼 시민들에게 배어들 수 있는 자치경찰이 됐으면 한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최근 대구 초대 자치경찰위원으로 내정된 최철영 대구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오전 자신의 연구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04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대구권 의대 교수 8명 사직서 제출…정부 대화 촉구에도 의료계 강경한 태도
의협 새 회장 강경파 임현택 당선…'의대 증원 논쟁' 고조 될듯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용띠 3월 29일 ( 음 2월 20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