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대구 출신 '한국 환경운동 대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 이영란
  • |
  • 입력 2021-02-10 07:38  |  수정 2021-04-29 13:48  |  발행일 2021-02-10 제12면
"인간이 자연지대 파괴·오염시켜…코로나 팬데믹은 야생의 역습"
2021020801000283800010991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환경오염의 역습으로 인간은 완전히 갇혀 있고 바이러스가 활개치고 있다"며 "환경오염의 주인공인 인간이 변화를 위한 행동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사람이 달라져야 환경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환경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을 인간이 자연과 야생이 공존하는 자연 지대를 점차 파괴하고 오염시킨 결과로 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19가 숙진다 해도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다시 출현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바이러스 없는 세상에 살려면 어떤 방향으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행히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뒷전으로 밀렸던 환경문제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지구촌 최대 현안으로 되돌려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 수장들이 연두 메시지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속속 선언했다. 40년 가까이 환경운동에 몸담아온 대한민국 환경운동의 대부격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을 1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나 지구촌 환경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대구 출신인 최 이사장은 "지구 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환경오염의 주인공인 사람이 달라져야 환경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2차 세계대전 미국의 경우 40만명 사망
코로나 감염 사태 사망자가 훨씬 많아
인류가 야생 영역까지 개발한 게 화근
온실가스 배출로 야생 갈 곳마저 잃어 
사스·메르스 등 바이러스 활개 초래해
대기업 '환경·상생 경영' 잇따라 선언
소비자도 폐기물 최소화 습관 들여야


▶기후변화 문제가 지구촌 최대 난제로 인식되고 있다. 생태계 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와 UNDP(국제연합개발계획)에서 기후문제를 두고 전 세계 120만명을 설문조사했다. 응답자의 64%가 '기후 비상사태'라고 답변했다. 그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해야 한다'는 대답이 60%였다. 이런 것을 보면 기후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지구촌의)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 정책 로드맵이 안 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바이든정부가 출범하며 첫 조치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올해 4월22일 지구의 날에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진일보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속도로는 2050년에 탄소 제로를 만들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은 5배 빨리 해야 하고, 숲은 5배 더 조성해야 한다. 또 석탄은 5배 빨리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6배, 전기차는 22배 늘려야 한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지난 100년 동안 지구는 평균 1℃ 올랐다. 우리나라는 1.5℃ 상승했는데 그중 서울·울산은 도시열섬현상 때문에 3℃나 올랐다. 바다는 동해안이 지난 100년간 1.5℃ 올라 명태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해수면은 제주도가 40년 동안 22㎝, 지구 평균의 3배 올랐다. 그대로 가면 2050년에는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 될 수도 있다. 연평균으로 칠 때는 (우리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남극과 북극이다. 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깨지는 소리는 벼락소리와 같다. (그 소리를) 체험하면 지구가 못 견디겠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올해 극심했던 한파도 기후온난화 때문이다. 한파는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찬바람이 밑으로 내려온다. 우리는 '실제로 지구 전체는 더워진다는데, 겨울에 추워질까'라고 생각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안 믿는 사람이 많다. 쉽게 설명하자면, 북극이 따뜻해지니 얼음이 많이 녹고 이로 인해 찬 기운이 내려 와 추워졌다."

▶미세먼지 우려도 여전하다.

"검색어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미세먼지'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이제는 삼한사미세먼지가 됐다. 지구 전체로 보면 과거 산업혁명 당시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다. 계속 서서히 올라가다가 20세기 후반 되면서 급커브해서 400PPM이 됐다. 우리나라는 조금 더 높다. 노력하지 않아 450까지 오르고 있다. 450PPM이 되면 인간이 노력해도 저지가 안 되는 상황이다. 대기 중 비가 오면 깨끗해지는 물질들이 있지만,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간다. 더 배출 안 해도 옛날에 배출된 것이 머무르고 있다. 이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연결돼 있다. 석탄·석유·가솔린·디젤 등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특히 탄소와 디젤에는 훨씬 더 미세먼지가 많다. 미세먼지 중에 여러 가지 화학물질도 있고 중금속이 있으니, 발암물질이 늘어나고 그것이 초미세먼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서 걸러지지 않는다. 혈관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그로 인해서 많은 질병이 생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면.

"인간이 자연과 야생이 공존하는 자연 지대를 점차 파괴하고 오염시킨 결과이다. 1900년대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이 14%였던 것이 2000년도에는 77%이다. 자연 파괴와 과다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기후변화가 생겨 이제 야생의 생명체들이 갈 곳을 잃어 인간세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박쥐가 사실 야행성이 아니었다. 사람 때문에 진화한 것이다. 인류가 계속 개발해 가축 키우고 농사를 지으면서 야생동물 영역까지 들어간 것이 화근이다. 메르스, 사스 등 이러한 것이 모두 야생동물 영역을 개발하면서 그곳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역습한 것이다. (지금) 인간은 완전히 갇혀 있고 바이러스가 활개치고 있다."

▶환경문제가 국가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국가 안보라 하면 군사 안보를 중시했다. 근데 2차대전에서 미국의 경우 40만명이 죽었는데 이번에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 유럽 각국에 난제를 안긴 시리아난민 사태의 근본원인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다. 물 문제로 분쟁을 겪는 나라도 수없이 많다. 어린이 세대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고려하지 않고 (환경자원을) 막 쓰면 안 된다. 요약하자면 왜 환경을 위해 나서야 하냐 하면 △국가안보 △지속가능한 발전 △미래 세대 등 딱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신년 벽두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ESG경영을 속속 선언했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 'ESG'를 한 번도 못 들어 봤다는 사람이 60%나 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이윤만을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환경, 사회기여, 기업 지배구조, 특히 그중에서도 환경 부문에 대해서 올바른 실천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도 투자할 때 그런 것을 고려해 기업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직 모르는 기업과 소비자가 많다.

"우선 가능하면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또 폐기했을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며 만들고 소비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환경경영을 하는 기업을 많이 본다. 세계적 IT기업 구글은 1만2천여 명이 근무하는 본사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씌우고 조명과 냉난방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스마트'라는 말 자체가 에너지 최적화를 의미한다. 소비자들도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구가 고향으로 알고 있다.

"태어난 곳이 대구시 중구 동문동 16번지다. 부모님 고향이 경산이다. 대구 중앙초등 6학년 2학기에 아버지 사업 때문에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했다. 지금도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고 있다. 부모님 산소가 대구스타디움 부근에 있어 지금도 자주 고향에 간다. 어릴 때 금호강 물이 너무나 맑아 어른들은 어항에 떡밥을 넣어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해 먹고 중학교 선배들은 물안경 쓰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았다. 우리는 물수제비 뜨기 놀이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 후 염색공장이 들어오면서 금호강이 심하게 오염되었다. 다시 강을 살려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최열= △1949년 대구 출생 △춘천고·강원대 졸업 △인제대 정치학 명예박사, 강원대 철학 명예박사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홍보대사 △환경재단 대표 △제2대 환경재단 이사장(현)


기자 이미지

이영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