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박화출 在英 한인입양회 후원회장 "경제적 위상 높아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상위 고아 수출국"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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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4 07:09  |  수정 2022-12-14 07:10  |  발행일 2022-12-14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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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해외 입양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것도 코로나 기간에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1924년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인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제입양 규모 1위는 콜롬비아(387명), 2위 우크라이나(277명), 한국은 26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무분별한 국제입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해외 입양은 꾸준히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폐지되지는 않았으며,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254명으로 세계 7위였다. 그런데 2020년 기준 한국의 해외 입양은 1년 만에 3위가 되었다. 중국 등 해외 입양이 많았던 나라들은 팬데믹 와중에 해외 입양이 크게 줄었으나, 한국은 되레 늘어났기 때문.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사는 한인 입양인들을 30여 년 후원하면서 '입양인의 대부'라는 별칭을 얻은 박화출 재영국입양회 후원회장(Bbfood 대표)을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내외동포정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0월 말 열린 경북도 해외 자문위원 협의회 정기총회와 경주보문관광단지 관광역사공원 기공식 참석 등을 위해 고국을 방문한 뒤 최근 영국으로 돌아갔다.

최저출산에도 해외 입양은 3위
"뿌리 깊은 혈족 중심 가족문화 탓
우리 사회 아직도 국내 입양 배척
미혼모 정책·위탁사업 활성화 필요
경북도 등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면
끝없는 해외 입양 행렬 해결될 것"

30여년 후원 '입양인들의 대부'
"코로나 사태 전까지 매월 한 차례
내가 운영하는 식당서 정기 모임
소식·정보 나누고 韓문화 체험도
수백명 모이던 유럽입양동포체전
언젠가는 꼭 다시 열 수 있길 기대"

▶한국의 해외 입양은 지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반등했다고 한다.

"고국은 매우 잘살게 되었는데 해외 입양 행렬은 끝나지 않고 있다. 뿌리 깊은 혈연 중심 문화 탓에 국내에선 입양을 꺼리기 때문이다. 장애를 지닌 아이일수록 품어줄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것 같다. 여전히 한국은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입양인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영국으로 이민을 하기 전부터 어린이재단을 통해 결손 가정 아이들을 돌봤다. 부모가 있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통받는 애들을 몇 명 지원했는데 영국 가서 인원을 더 늘려서 돕게 된 것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1991년 식당을 개업한 후 입양인을 만나게 되었고, 영국 입양인후원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그들을 돕고 있다. 벌써 30여 년이다. 이제 그들 가운데는 부모가 된 사람도 꽤 많다. 처음에는 그들이 우리와 유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믿고 열심히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그들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다. 고마운 일이다. 이 일로 상도 받았다. 대통령 표창을 두 차례 수상했고, 국민포장도 받아 보람이 한층 크다."

▶처음 입양인을 만나보니 어땠나.

"어쩌다 입양인이 거주국에서 성공하거나 출세한 보도를 접하고는 역시 한민족의 후예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을 만나보니 심리적인 갈등을 많이 겪고 있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주로 어떻게 활동했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중단했는데 그 직전까지는 매월 1회 내가 운영하는 아사달 레스토랑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었다. 입양인들이 서로의 소식과 정보를 나누고 한국 음식을 맛보고 한국문화를 체험하게 했다. 입양인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 행사도 수시로 열어 그들이 정체성을 찾도록 도왔다. 특히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 한국 방문 행사를 지원하며 동행도 했다. 입양인 양부모와 현지인 친구, 친척들과 한국인들이 만나는 문화행사를 열어 한국문화를 현지인에게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입양인 지원에 힘을 모으기 위해 유럽 6개 국가의 입양인 단체와 미국의 2개 단체와 함께 국제한국입양인연합(IKAA)도 결성했다. 최근에는 한영장학회를 만들어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 학생을 돕는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은.

"유럽한인입양인체육회를 개최할 때이다. 2005년부터 영국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의 나라를 돌아가며 체육대회를 열었다. 각국에서 매회 300~500명씩 참석해 2박3일간 국가 간 경기를 진행했다. 입양 동포들이 체육대회에 참가해 한국인의 정을 많이 느꼈고 입양인 상호 간에 교류도 확대할 수 있었다. 예산 문제 등으로 2012년부터 중단되었다. 다시 유럽 입양 동포 체육대회를 꼭 활성화했으면 좋겠다."

▶현재 입양인의 상황은 어떤가.

"지금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입양 동포들은 2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있다. 훌륭한 가정에 입양되어 훌륭하게 자랐다. 대부분 각계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어려움을 호소는 입양인도 찾아온다. 고민을 함께 나누는데,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어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많다.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입양인들도 있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입양인을 돕는 일은 아내가 나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친엄마처럼 입양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먹거리를 챙겨준다."

▶앞으로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혼혈인이나 미혼모 등을 배척하고 밀어내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국내 입양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어려움에 처한 부모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위탁 사업도 활성화하길 원한다. 정부는 미혼모 정책 등을 잘 펼쳐서 그들의 자녀들이 국내에서 엄마와 같이 살게끔 만들기 바란다.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부가 국민을 지켜야지 누가 지키겠나. 이번에 경북도 해외자문위원 협의회에 참석해 경북도만큼은 해외 입양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철우 도지사께서 이 문제를 1순위 과제로 올려 챙겨보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전국의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면 해외 입양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입양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야 한다."

▶영국 나간 지 얼마나 되셨나.

"41년 되었다. 1981년도에 나갔으니까. 월남파병을 다녀와 직장을 다니는 중에 군대 복무 때 선임이 해외 진출을 권유해 준 것이 생각났다. 당시만 해도 잘살았던 아르헨티나로 농업 이민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수속을 밟던 중에 1970년대 영국으로 진출한 동생이 권해서 방향을 틀었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혼자 영국 가서 2년을 견디다가 가족을 모두 런던으로 불렀다. 모든 것을 하나부터 다 배워야 하니까 정착하기까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10여 년 동안은 혹독하게 고생을 했다. 아내와 함께 허드렛일도 많이 했다. 돈을 좀 모아 식당을 내면서 조금씩 자리가 잡혔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거세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고국이 잘살고 여러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가 약진을 하니 해외 교민들도 한층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됐다. 다만 가끔 한국에 들르면 갈수록 소비성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의 위상이 많이 좋아졌지만 불필요한 소비는 자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 있으니 늘 고국이 그립고, 언젠가는 조국에 돌아와 살고 싶다.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해외에서 고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특히 대구시민, 경북도민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이라면 도움이 되고 싶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박화출 회장 △1947년 경주 출생 △재영민주평통 15기 협의회 회장 △유럽경제인영국협의회 회장(현) △경북도해외자문위원(현) △내외동포정보센터 고문 △Bbfood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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