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드라마·영화에 직접 투자해볼까"…K-콘텐츠 일반인 펀딩 활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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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5   |  발행일 2022-05-05 제17면   |  수정 2022-05-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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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정부의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비대면으로 즐기던 콘텐츠를 직접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대면형 상품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엔데믹이 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은 이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특히 콘텐츠 투자 업계는 직접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와 다양한 체험형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데시벨' '싱크홀' '결혼작사…' 등
콘텐츠 투자플랫폼 통해 사전 조달
제작사 비용 일부 충당·홍보 효과
투자자는 시청률·판권 연계 수익
음원 누적거래액도 3300억 넘어서

일반 개인 투자자 65%가 MZ세대
가치 소비·경험 중시 젊은층 겨냥
다양한 대면형 콘텐츠도 출시 예고



◆K-콘텐츠 투자, 일반 개인으로 이어져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데시벨'(가제)은 지난해 K-콘텐츠 투자플랫폼 '펀더풀'을 통해 일반 투자자 모집을 위한 사전예약을 실시했다. 일반 개인 투자자 기준 최대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고, 극장매출+극장외매출 총합이 총 비용(총 제작비+개봉 비용+수수료 등)을 초과 시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 상품이다.

기존 영화들이 개봉 시점이 다가왔을 때 일반인 투자의 장을 오픈했던 것과 달리, '데시벨'은 국내외 관객들의 요청으로 타 영화보다 이른 시기에 예비 관객을 위한 투자 기회를 열었다. 도심 테러를 소재로 제작비 120억원이 투입된 텐트폴 영화라는 점과 김래원·이종석·차은우 등 중화권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해외 판권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투자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계는 그동안 이와 비슷한 성격의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왔다. 주로 규모가 작은 제작사들의 제작비 일부 또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갭-파이낸싱 역할을 해왔던 크라우드 펀딩은 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불특정 다수의 후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뒤 그 성과를 되돌려주는 구조다.

펀더풀은 시장 트렌드에 맞춰 이를 보다 전문화·체계화했다. 제작사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가 아닌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팀과 콘텐츠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전문투자기관에 국한됐던 대중문화콘텐츠 투자의 기회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콘텐츠 산업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싱크홀'과 '기적'이 같은 방식으로 일부 투자재원을 마련했고, TV조선 최고 시청률에 연동한 투자 조건으로 진행했던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 투자는 최고 수익률 8%로 5개월 만에 조기 상환했다. 지난 1일 종영한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 역시 드라마 최고 시청률에 따라 최대 10.0% 수익을 제공할 예정이다.

◆MZ세대의 약진 돋보여

최근 공개한 K-콘텐츠 일반인 투자 인포그라픽에 따르면 전체 투자자 중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보여준 건 MZ세대로 조사됐다. 펀더풀이 출범 1주년을 맞아 조사한 콘텐츠 투자 트렌드 분석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투자자 연령 비중이 20대에서 12.8%, 30대 52.2%, 40대 25.2%, 50대 이상 9.8%로, 전체 투자자 중 20~30대인 MZ세대 비율이 65%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MZ세대는 문화 활동을 단순하게 소비하거나 즐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문화 활동 핵심은 바로 능동성이다. 콘텐츠 투자 시장에서 MZ세대의 약진과 취향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건 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치소비를 하는 세대인 만큼 고도화된 가치관을 반영해 주도적으로 소비 활동을 이끌고 투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비슷한 원리로 음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음원 부문을 전문으로 하는 뮤직카우가 대표적이다. 뮤직카우는 올해 초 누적 거래액 3천399억원을 돌파했다.

펀더풀에선 드라마, 영화, 뮤지컬, 라이프 등 전반적인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서비스 오픈 후 펀더풀에서 진행된 투자 프로젝트 중 현재까지 4개의 정산이 완료됐으며 모두 수익을 냈다.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는 8%, 전시 '그대 나의 뮤즈: 클림트 to 마티스'는 2.39%, 전시 'YOSIGO 사진전'은 145.09%, 뮤지컬 '잭 더 리퍼'는 8.08%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투자한 미술품이나 현물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즐길 수 있는 서비스들도 주목받고 있다.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는 뚝섬역 인근에 '테사 뮤지엄'을 오픈해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투자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큐레이터의 해설까지 제공해 마치 하나의 전시를 즐기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버질 아블로의 유작 운동화를 오프라인 매장 볼트에서 조각 소유자 대상으로 무료 전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펀더풀 윤성욱 대표이사는 "MZ세대는 관심사와 관련된 다채로운 경험 자체를 즐기는 세대다. 때문에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투자와 함께 경험적 가치까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 최근 콘텐츠 투자 업계의 흐름"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면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까지 커지고 있어 관련 업계도 다양한 체험형 서비스가 결합된 콘텐츠 상품들을 앞다퉈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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