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 "궁금증 유발하는 신비로운 캐릭터…마술도구 휴대하며 틈날 때마다 연습"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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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3   |  발행일 2022-05-13 제39면   |  수정 2022-05-13 08:38
뮤직드라마라는 독특한 장르 설렘·자신감
3~4개월간 마술 선생님으로부터 기술 습득
순수한 면과 이중적인 감정선 동시 포커스
상대 배역인 '윤아이·나일등' 내 모습 같아
작품에서나마 지켜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
잃어버렸던 동심과 꿈을 찾는 시간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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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폐허나 다름없는 유원지에 살며 스스로를 마술사라 칭하는 리을(지창욱)은 버거운 현실을 사는 윤아이(최성은)와 나일등(황인엽)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다. 사업 실패로 자취를 감춘 아버지 대신 동생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아이와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 환경이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살아온 일등에게 꿈과 동심, 삶의 위안을 전하려 한다. 그가 읊조리듯 내뱉는 마법의 주문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서다.

넷플릭스 판타지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요소로 풀어낸다. 감성적인 작화와 서사로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 등 매 작품 뜨거운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김성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원작 웹툰과 영상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어떤 것을 가공할지에 대한 중요함을 배운 김 감독은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누군가, 또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그 의미를 아직 찾지 못한 사람들까지 모두가 제각각의 울림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울림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극본은 '후아유 - 학교 2015'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김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김민정 작가가 담당했다. 원작 웹툰 속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물론 현재에 맞춰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각색했다는 김 작가는 "스토리와 노래 가사가 앞뒤 맥락이 맞는지, 인물의 감정선이 맞는지, 마술이 리을의 캐릭터와 맞는지 다양한 요소들을 디테일하게 수정하며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밝혔다. 웹툰 원작에 뮤직 드라마 장르를 입히는 일은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김성윤 감독에게도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처음 하는 시도에 많은 도전을 거쳐야 했지만 김 감독은 "'이게 과연 될까'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스태프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연기자와 함께 완성되는 그 모든 순간을 보면 마치 마법 같다"고 떠올렸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과 꿈에 대한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감성을 음악과 마술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노래와 마술이 시작된 뒤, 일상에서의 환상이 보다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드림팀도 꾸려졌다. 음악은 '이태원 클라쓰' '나의 아저씨' '시그널'의 박성일 음악감독에게서 탄생했다. 박 감독은 극적인 감정을 뮤지컬 방식의 노래로 표현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이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빠른 넘버들은 판타지 신으로 제한했고, 감정이 올라오는 포인트에는 감성적인 음악을 배치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판타지 요소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은결 마술사도 참여했다. "마술을 마술처럼 보이지 않게 작업하려고 했다"는 이은결은 원작에 표현된 마술 중 실사로 구현 가능한 마술을 추리고 동시에 연출팀을 꾸려 각 캐릭터와 작품의 맥락에 어울릴 법한 마술적 현상(Magical FX)을 연출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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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궁금증을 유발하는 캐릭터라 매력을 느꼈다."

배우 지창욱은 자신이 연기한 리을이 "선과 악의 기준 자체가 무의미한, 본인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버려진 유원지에서 앵무새 미녀와 함께 살아가며 온갖 소문과 궁금증에 휩싸인 리을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미스터리 한 마술사다. "어떤 명분이나 이유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솔직하게 감정을 다 드러내면서 표현했다"는 지창욱은 촬영 3개월 전부터 마술과 노래를 익히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해맑게 마술을 선보이며 동심을 자극하는 리을의 천진한 모습부터 오싹한 소문으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미스터리 한 모습까지 소화한 그의 열연에 김성윤 감독과 김민정 작가는 "지창욱의 소년미 덕분에 리을의 순수한 면과 캐릭터의 이중적인 면이 기대 이상으로 잘 표현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청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 지창욱은 이번에도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꿈과 동심을 잃어버린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마술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

▶지난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소감이 어떤가.

"기대가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는 복합적인 마음인 것 같다. 참여한 모두가 애를 써서 정말 즐겁고 열심히 작업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뿌듯한 기분도 든다. 이 시리즈가 일상의 조그마한 웃음 혹은 어떠한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금 동심을 생각할 수 있는 동화 같은 시리즈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점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살기 바빠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고, 시리즈 안에 음악이 들어있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했다. 그 점이 부담스럽게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과 설렘, 기대감이 생겼다. 김성윤 감독, 김민정 작가가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랬고, 내가 맡게 된 리을이라는 캐릭터 또한 굉장히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사실 이 시리즈에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윤아이와 나일등이라는 캐릭터가 나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안쓰럽고 지켜주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리을은 어떤 인물이고,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하는 어른이다. '이 사람은 뭘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신비로운 캐릭터여서 많은 매력을 느꼈다. 선과 악의 기준 자체가 무의미한 인물이고, 본인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간다. 리을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어떤 것을 표현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리을이는 그냥 리을이었던 것 같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즐거워 보이지' '아무것도 없는 저 사람은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로 보였으면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대본 리딩을 하면서 톤을 맞춰갔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뮤직 드라마 장르라는 점에서도 음악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극 안에서 음악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인물들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마술사 리을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마술사 역할이라는 게 굉장히 신선했고 즐겁기만 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마술을 배우기 시작하니 너무 어려웠다. 마술 디자인을 워낙 잘 짜주셔서 믿고 편하게 했지만 정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체득이 되는, 요행이 있을 수가 없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3~4개월 정도 마술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했고, 마술 도구를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했다."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마술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잃어버렸던 꿈과 어떤 동심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 같다. 리을에게는 그저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자기의 온전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성은, 황인엽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최성은 배우는 욕심도 낼 줄 알고 본인의 역할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자극을 받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최성은 배우를 믿게 되는 순간 리을이를 연기하기가 훨씬 편안했다. 황인엽 배우는 나일등 캐릭터를 정말 매력 있게 만들었다. 서툴러 보이는 모습을 나일등의 매력으로 완성한 걸 보고 너무 좋았다. 나일등이 리을에게는 본인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애정이 갔고 그만큼 황인엽 배우한테도 많은 애정이 가서 현장에서 매우 즐거웠다."

▶'안나라수마나라'의 매력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팁을 말한다면.

"동화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동심과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안나라수마나라'의 큰 매력이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시리즈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풍성한 이야기와 좋은 음악, 환상적인 비주얼이 특히나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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