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브로커…버려진 아이의 새 엄마를 찾아가는 특별한 여정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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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0   |  발행일 2022-06-10 제39면   |  수정 2022-06-10 09:15

[금주의 영화] 브로커…버려진 아이의 새 엄마를 찾아가는 특별한 여정

비 내리는 어느 날 밤, 소영(이지은)이 부산의 한 교회 베이비 박스 앞에 아기를 놓고 사라진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가 익숙한 솜씨로 아기를 거둔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뭔가 의심쩍다. 아기를 보며 "우리랑 이제 행복해지자"라는 말을 건넨 상현은 이내 CCTV에 찍힌 베이비 박스 영상의 삭제를 동수에게 지시한다.

두 사람은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빼돌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브로커다. 하지만 이튿날, 엄마 소영이 아기를 찾으러 돌아오면서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상현은 아기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일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소영 역시 아기를 키울 마음은 없다. 소영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새 부모를 찾는 두 사람의 여정에 동참한다. 한편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반년째 잠복 수사를 진행 중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가 조용히 그들의 뒤를 쫓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다시 가족을 화두로 삼은 영화 '브로커'를 내놓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제작진과 손잡은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이번에도 영화의 존재를 빌려 가족의 정의를 질문하고, 영아 유기와 매매라는 범죄를 모두가 공감하고 통용될 수 있는 화법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족을 향해 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고정적인 테마의 연장선에 있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종종 엄마라는 존재와 상징성에 머문다.

남성은 아이를 갖는 것만으로 아버지가 될 수 없고, 여성도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 모두 엄마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모성이 생기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브로커'의 출발점이라고 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태어나길 잘한 거야'라고 똑바로 전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브로커'는 생명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서늘하고 건조한 시선을 견지하던 전작과는 달리 담론의 드라마적 봉합을 시도한 '브로커'는 유사 가족의 인간적 유대에 대한 신뢰감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각자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채 공동체를 형성한 그들의 만남은 예기치 못한 것이었지만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느끼고, 여느 가족 못지않게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여기엔 돈이라는 물질적 타산, 모성이라는 초물질적 기대를 넘어 어느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논리가 혼재한다. 그 과정이 조금은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감독이 심어놓은 따뜻한 시선과 통찰은 분명하고 명료하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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