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기초의회의 막장드라마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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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30   |  발행일 2013-08-30 제23면   |  수정 2013-08-30
[자유성] 기초의회의 막장드라마

의장단 선거, 업무추진비 등을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기초의회 막장드라마의 결정판이 대구 달서구의회에서 연출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의원들 간의 갈등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달서구의회가 결국 지난해 여름 발생한 여성 공무원 성추행 논란 때문에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달서구의회 김철규 의장은 최근 “A의원이 지난해 7월 중순 저녁 무렵 달성군 옥포면 한 사찰 인근 식당 밖에서 사무국 여직원 B씨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며 “A의원이 도덕적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도 고려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여직원 B씨 등과 함께 당시 저녁을 먹은 건 사실이지만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 김 의장의 주장은 음해”라고 반박하며 김 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했다.

의원들 간의 공방전이 낯뜨겁게 전개되자 집행부인 달서구청 공무원까지 나서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전국공무원노조 달서구지부는 29일 “61만 달서구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달서구청과의 신뢰감도 무너뜨린 두 의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관심이 멀어져 있긴 하지만 기초 의회는 주민 대의기관이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예산 심사·의결기능과 조례(지방정부의 법률) 제정 기능, 행정 감시·통제 기능, 지역 현안에 대한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일선에서 지방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초의회가 문제시 된 것은 ‘관료정치’ 때문이었다. 관료(공무원)들이 지방의원들을 무력화시키고 사실상 정치인 기능까지 겸하는 게 관료정치다. 관료정치가 관행화되면 엘리트 공무원들이 지방정부를 장악(지배)하게 되고 지방자치 시스템은 사실상 공동화된다. 그렇게 되면 지방정부의 주인은 공무원이 되고, 세금을 내는 주민은 세입자가 돼 버린다.

관료정치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달서구의회의 막장드라마와 공무원노조의 성명서를 보면서 대구달서구의 진짜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심충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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